![]() |
[약사·약국] <75> 희망의 약업생태계: 약업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수용력과 상상력이 중요하다
최근 필자는 약대생 연합동아리 소속 학생들과 만남의 기회를 가졌다. 사전질문지를 5페이지나 작성해주었기에 약대생들이 품은 고민의 깊이와 미래를 향한 열정을 느낄 수 있어 유익한 기회였다. 질문의 요지는, 혁명적인 디지털 변화 환경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다양한 신기술들이 약사, 약국, 악업의 미래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이런 변화의 흐름에 그동안 약업계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학생들은 어떤 준비와 태도가 필요한지 등이었다. 어떤 개인이나 조직이 주변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조직의 수용력과 상상력이 부족한 면을 꼽기도 한다. 현용 ChatGPT 조차도 질문의 창의성에 따라서 답변의 수준이 다르다는 사실이 지적된 바 있다. 약사의 직업적 영속성에 앞서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됐던 21세기 생존기술 3개 영역 16가지 중에서 ‘핵심역량’으로 분류되었던 (1)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기술, (2)창의력, (3)의사소통기술, (4)협력기술을 중심으로 재고찰을 해보자. 미래를 위해 꼭 갖춰야 할 능력 10가지 2018년도에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 미래 노동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능력 10가지 및 점차 가치가 축소될 능력 10가지가 발표되었다(그림1). ‘가치가 떨어질 능력’으로는 (1)손재주, 지구력과 정확성, (2)기억력, 언어능력, 청력, 공간 지각력, (3)재무, 자원 관리, (4)기술설치와 유지보수, (5)읽기, 쓰기, 수학, 능동적 청취, (6)인사관리, (7)품질관리, 안전관리, (8)조정, 시간관리, (9)시각, 청각, 연설능력, (10)기술이용, 모니터링, 조종 등이었다. 반면, ‘가치가 올라갈 능력’으로는 (1)분석적 사고와 혁신, (2)능동적 학습과 학습전략, (3)창의성, 독창성, 추진력, (4)기술 디자인과 프로그래밍, (5)비판적 사고와 분석, (6)복잡문제 해결능력, (7)리더십과 사회적 영향력, (8)감정지능, (9)추론, 문제해결과 추상화, (10)시스템 분석과 평가였다. 약 5년이 흐른 지금, 세상은 과연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경제시스템의 구조와 신기술의 파급력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다는 미래에 어떤 직업이 생기고 없어질 가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그런데 직업의 명칭과 역할도 애매해졌다. 일례로, ‘프로젝트 매니저’와 ‘기술 디자이너’는 과연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일까? 따라서 구시대의 관점으로 어떤 직업의 미래 전망을 논하기 보다는 위에서 언급했던 미래에 각광받게 될 '능력'에 대한 고찰과 준비에 집중하는 것이 급변하는 환경에 대비하는 적절한 자세일 것이다. 능력과 역량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에게 목표의식을 품게 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전진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을 통해서 장점과 단점도 깨닫고 무엇을 더 배우고 단련할 지 정할 수 있다. 미래에는 노동력의 제공 방식이 정규직 등 전통적 방식 못지않게 특정 조직에 몸담지않고도 특정한 문제해결역량만 제공하는 프리랜서 업태가 확산될 것이기에 자신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직업의 명칭’보다는 ‘보유 역량 수준’에 더 집중해야 한다.그림1.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2022년경에 관심을 가져야 할 능력 수용력은 두려움은 떨치고 즐거움을 안을 때 생긴다 수용력(work capacity)이란,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여력을 뜻한다. 그래서 바다를 일컬을 때는 수용력이 커서 육지로부터 밀려드는 엄청난 오염물질까지 수용하여 희석, 정화시킨다고 표현한다. 또한, 어떤 피훈련자가 견디고 회복할 수 있는 훈련스트레스의 총량도 수용력이라고 표현한다. 수용력이 큰 피훈련자란 혹독한 훈련의 양과 강도를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다. 견뎌낸다는 말은 훈련으로 인한 피로감을 회복하며, 훈련을 통해 성장하는 정도 역시 크다는 의미이다. 그렉 누콜라스는 ‘싱크대 비유(The Sink Analogy)’로써 이를 잘 설명했다.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의 양은 훈련스트레스의 양을, 배수구 크기는 피훈련자가 보유한 수용력의 크기이다. 즉, 배수구가 작은 싱크대(훈련자)는 수도로부터 물이 많이 쏟아질 때(스트레스가 클 때) 물이 넘치 듯 그 훈련을 감당할 수 없다. 하지만 배수구가 큰 싱크대는 아무리 많은 물이 쏟아져도 넘치지 않듯 수용력이 큰 피훈련자는 훈련스트레스를 모두 이겨낸다(그림2).그림2. 수용력과 싱크대 비유(출처: https://rippedbody.com/work-capacity/) 근래 약업생태계는 디지털 기술의 급변으로 인한 시장환경과 제도변화에 대응하느라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우려감, 허탈감, 공포감은 속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일하면서 느끼는 두려움의 원인은 대부분이 불안감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불안감에 휩싸여 고민만 하기보다는 확신을 품고 신속히 일에 착수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해법이 제시되기도 한다. 더불어, 부정적 소식이나 가짜뉴스, 출처 없는 소문을 확대, 재생산하거나 편향된 속성의 블랙미디어를 활용하거나, 대안없이 흠집내기 내용을 활자화 하고, 특정 뉴스나 기사에 자극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를 비판이라고 착각하는 미성숙함 보다는, 건설적 비평과 유용한 대안제시, 격려와 칭찬하는 약업문화가 속히 정착되면 좋겠다. 상상력은 창조력과 더불어 흥미를 품은 연구로 발휘된다 상상력이란, 선입견이 배제된 유연한 사고이며 특히 젊은이들의 특권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상상력도 고통이 수반되는 지난한 훈련의 결과임도 인정하자. 고민도 스마트하고 체계적으로 해야 적절한 답을 도출하는 능력도 잘 갖춰진다. 전략의 수립이나 실행은 마치 건축처럼 적당히 그리고 아무나 할 수 있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작은 집 한 채를 짓더라도 지세파악, 기후와 계절의 변화, 천재지변의 위험성, 비용과 기간의 산정, 개념설계, 공간배치, 상세설계, 자재선정, 기초공사, 골조공사, 가구배치 등 단계별 세부역량이 모두 필요하다. 난이도에 따른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없으면 상상력과 창조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상상력에서 출발하여 창조력이란 구체적 역량으로 심화되는 과정에는 흥미에 바탕을 둔 연구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즐기는 자를 머리 좋은 자가 이길 수 없듯이 내가 하는 일, 나의 관심영역, 전문영역에서 깊이 있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번뜩이는 창조력의 발휘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림을 그릴 때 굵은 윤곽선도 중요하지만 세밀한 선도 잘 그려야 멋진 그림이 완성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미래의 작업방식 혁신은 CIO가 추진해야 필자는 약업계가 처한 걱정과 두려움을 감소시켜줄 근본적 대안으로 약사, 약국, 약업의 미래 업무를 위한 전략과 모델과 교육을 체계화, 고도화 할 것을 제안한다. 정보통신기술을 빼고는 이를 논할 수 없기에 많은 우수 기업들은 CIO (Chief Information Officer)란 직책을 두어 이를 관장하는데, 미래의 업무체계수립이 디지털 혁신의 가속기일 때 CIO는 조직에서 리더역할을 더욱 심도 있게 수행해야 한다. CIO란, 기술변화가 조직과 구성원의 책임과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바른 시야를 갖게 함으로써 혁신역량과 경쟁력을 높이고 조직문화의 변화까지 유발시키는 핵심리더이다. 이는 약업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대한약사회가 약사 업무의 미래상을 전적으로 모두 계획하고 성취하기 어렵다. 약학대학도 현재는 이 기능과 비전이 매우 취약하다. 필자의 견해로는, 약계의 CIO 기능은 약학정보원이 수행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다. 현대의 CIO가 해야할 업무의 예를 여기 소개한다. 첫째, 최신기술인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로 조직의 지식관리를 변혁시켜야 한다. 미닝의 CEO인 이셰이 카미엘은 “생성형 AI는 우리가 사용하는 콘텐츠와 우리가 대화하는 방식까지 업무의 미래를 다시 상상하게 만들었다.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한 도전은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이 기술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고가치 정보를 신속하고 규모에 맞게 발굴하는 데 그 위력이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생성형 AI가 업무의 미래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지식관리와 검색경험이다. 향후 10년간 생성형 및 대화형 AI기능을 기반으로 검색 및 지식관리에 대한 소비자 중심성이 강화될 것인데, 약무서비스에서는 특히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와 맞춤상담 분야가 크게 변모할 것이다. 둘째, CIO는 대중개발 거버넌스 모델을 정의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수용성 높은 플랫폼의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 현재 개별약사의 전문성과 차별성은 다채로운 유형의 상담과 고객관리 스킬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이미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셀프서비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툴을 개발하여 데이터 기반 조직을 지원하며, 운영 스프레드시트에 대한 의존도까지 낮추는 추세이다. 약사와 약업계 구성원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핵심은 나는 프로그래밍 전문가도 아닌데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과 변화의 물결이 순식간에 내 주위를 에워쌌다는 현실이다. 작년에 약정원에서는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더불어 이런 취약한 약국생태계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신규플랫폼 구축 필요성이 논의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약료서비스플랫폼(PSP)’ 개념을 수립 중인데, 현재 약국시스템과 약사들에게 자기만의 특화되거나 전문화된 경쟁력을 발휘하도록 다채로운 ICT 비즈니스 툴을 개발, 공급하려는 목적이다. 셋째, CIO는 업무를 초자동화하고 실시간 분석 체계를 구축하여 의사결정을 가속화해야 한다. 필자가 20년전 대기업에 근무할 당시, 전국에 산재한 영업점의 매출, 주문, 재고, 반품 데이터가 그룹회장에게 정리, 분석, 보고되기까지 15일쯤 소요되었다. 그러나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도입한 뒤에는 단 2초만에, 전국의 수백 개 매장과 수천 명의 영업인력들이 활동상이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 집계, 관리되는 기술의 파워를 목도하였다. 약무서비스 업무의 자동화와 의사결정력까지 가속화시켜야 한다. 자동화와 가속화가 약무의 오류를 증가시키고 정확성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이제 기업의 CIO는 작업 및 워크플로우에서 로봇처리자동화(RPA)를 채택하는 수준을 넘어서 자동화, 로우코드 및 머신러닝 기능의 통합인 ‘초자동화’에 목표로 현명한 의사결정을 가능한 업무시스템을 갖춰야한다.고대에는 일식이나 월식의 발생, 하늘에서 유성우가 쏟아지는 것을 예측하거나 피할 수조차 없었다. 당연히 두려움과 염려가 컸겠지만, 지금은 제임스 웹이라는 전파망원경이 우주공간에서 수억~수십억 광년 떨어진 별들의 장엄한 모습을 관측, 분석, 예측까지 제공한다. 이처럼 CIO는 창의적 사고에서 시작하여 혁신적으로 재창조된 워크플로우를 구현하고 조직구성원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미래 업무 변화의 중심에 서야한다. 약업계도 이런 기능과 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하여 두려운 디지털 변혁이 아니라 즐거운 디지털 변혁을 이뤄보자. <필자소개>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3-04-25 15:59 |
![]() |
[약사·약국] <74> 희망의 약업생태계: 인공지능시대를 이해하고 준비하자
<74> 희망의 약업생태계: 인공지능시대를 이해하고 준비하자
최근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말로만 듣던 AI의 실체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었다. 그리고 불과 10년도 안되어 등장한 ChatGPT 기술은 다시 한번 AI의 위력을 실감케 하였다. 우리는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로봇, 인공지능이 기묘한 동작이나 행위나 활동을 할 때 보다는 이들이 깊은 사고까지 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두려움을 느낀다. 이런 현상은 약업생태계도 예외가 아니다.
AI의 역사
대화형 AI 기술은 1950년에 Alan Turing이 시행했던 "컴퓨팅 기계 및 지능" 연구로써 대중에 알려졌다. Turing은 "과연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하여 "튜링 테스트"로 잘 알려진 실험을 하였다. 여기에는 언어학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활용되었는데 AI 기술개발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업적으로 평가받는다(그림1).
그림1. 인공지능의 발전사
Stuart Russell과 Peter Norvig은 AI 분야의 교과서라고 여겨지는 책인 ‘인공지능: 현대식 접근방식’에서 행동기반 컴퓨터시스템을 차별화하는 AI의 4가지 잠재적 목표를 구분했다. 먼저 인간의 접근방식으로 (1)인간처럼 생각하는 시스템, (2)인간처럼 행동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이상적 접근방식으로 (3)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시스템, (4)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시스템 등인데, Turing의 정의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시스템"의 범주에 속했다.
AI의 유형
좁은 의미 또는 ANI (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라고 칭하는 ‘약한 AI (weak AI)’는 특정 작업을 잘 수행하도록 집중적으로 훈련된 AI를 말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대다수의 AI인데, Apple사의 Siri, Amazon사의 Alexa, IBM사의 Watson이나 자율주행차도 여기에 속한다.
한편, 강한 AI (strong AI)란, 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및 ASI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로 나뉜다. AGI나 일반 AI는 기계가 인간과 동일한 지능을 갖춘 수준이다. 이것은 문제해결, 학습, 계획 작업을 수행하며 자기인식, 즉 의식까지 보유한 모습이다. 초지능이라고도 불리는 ASI는 인간 두뇌의 지능과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강한 AI의 실례는 아직까지 등장한 사례가 없지만 연구자들은 이러한 AI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딥러닝과 머신러닝 모두는 AI의 부분집합이며 딥러닝이 머신러닝보다 하위영역이다. 딥러닝은 신경망으로 이뤄지는데, 딥러닝의 "딥"은 입력과 출력을 포함하는 3개 이상의 계층으로 구성된 신경망을 뜻하며 일종의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여겨진다. 그 차이는 각 알고리즘의 학습방법에 있다. 딥러닝은 프로세스의 기능추출 부분을 대부분 자동화함으로써 그동안 필수불가결했던 사용자의 개입활동 일부를 제거하여 더 큰 데이터의 사용을 가능케 한 것으로, 이른바 "확장형 머신러닝"인 것이다. ‘고전적 머신러닝’, 또는 ‘딥러닝이 아닌 머신러닝’은 학습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편이다.
AI의 산업적 활용 사례
우리의 일상에는 AI가 이미 사용되고 있다. 딥러닝과 머신러닝 기반 AI 실용사례는 TIK TOK 같은 APP, 음성인식형 AI비서, 자율주행자동차 시스템,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 게임, 스마트 공장이나 농장, 아마존 고 같은 지능형 무인매장, 원격감시 및 범죄예방 시스템, 챗봇, 휴머노이드 로봇 등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그 중에서 헬스케어 분야의 발전속도가 눈부신데, 최근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헬스케어’ 분야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AI기술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환자를 대면하지 않고 진단 또는 수술, 처방이 가능하다. (2)X-ray, CT, MRI 결과를 바탕으로 진단을 내린다. (3)각 환자에게 적합한 약을 택배로 전달한다. (4)질병에 관한 Big data를 활용한 희귀질병, 난치병 연구에 가속도가 붙었다. (5)환자의 음성이나 얼굴색, 근육 움직임을 판독하여 질환의 회복속도, 수명 등 다양한 예측이 가능하다. (6)고난도 수술을 인공지능 로봇이 대신 수행한다. (7)다양한 인공지능 진단키트가 실용화되었다.
AI 기술의 확대 적용에 주목해야
일반적으로, 상용화된 앱이나 플랫폼이 등장해야 우리는 AI기술의 실체를 체감하지만, 사실은 유관 기술이 헬스케어 분야로 확대, 접목되는 상황에 더 주목해야 한다. 예로써, 초중고 교육현장에 도입된 인공지능 교육기술이 확장되면 약사의 복약지도나 환자교육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간파해야 한다(그림2).
그림2. 보건의료 관련 인공지능 시장규모 증가 전망(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디지털타임스)
AI가 접목된 대부분의 교육서비스는 학습자가 학습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여주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례로, 틀린 문제를 분석한 뒤 유사한 유형의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분석기능은 AI 교육이 구체화되기 전에도 가능했었다. AI가 접목된 교육이란, 마치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문제와 원인을 파악한 뒤 해결점을 제공하는 것이다. 즉, 학습자가 특정한 유형의 문제에 오답을 제시하면, 학습자의 이해가 부족한 개념은 무엇이고 어떤 부분에 보완학습이 필요한지, 이전 교육과정까지 조사하여 구체적 개선점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AI 교육이다.
약사도 복약지도를 할 때에 순응도를 높일 기술과 기법을 접목하여 환자의 이해수준 파악과 알맞은 용어의 사용, 순응도 저하 요인의 파악과 대응방안을 제공하는데 AI기술은 일련의 과정에 큰 개선점을 제공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스마트홈 기술도 있다. 이것은 가전제품을 비롯해 집 안의 모든 장치를 네트워크로 연결, 제어하는 기술이다. 심지어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 스피커가 사용자 음성을 인식해 집안의 모든 사물인터넷 기기를 연결하고 사용자 취향에 맞춰 작동, 원격조종까지 가능하다. 더 나아가 AI가 집안 상황과 사용자의 취향을 학습하고 스스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까지 발전하는 중이다.
이런 기술들은 만성질환자의 재택관리에도 활용도가 높다. 복약지도의 고도화와 더불어 생활습관교정, 각종 위해요인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수월해지면 노인환자의 재택관리나 만성질환자의 통원치료, 상시관리에 적합한 원격의료의 기반이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란, 차세대 전력망, 지능형 전력망으로 불리는데,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더하여 전력의 생산과 소비 정보를 양방향,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소규모 또는 대규모 지역에 산재한 의약품 생산, 유통, 재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면 배분과 공급이 원활해질 것이다. 또한, 일부 독자는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의약품 배송분야에 도 이런 기술이 접목되면, 지금 우려하는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위험요소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
끝으로, 번창하는 게임산업에서 획득한 파생기술을 노인의 노쇠 및 질환관리, 식이-음주-흡연-스트레스 등 생활습관관리에 응용하는, 이른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 확산된다면 다양한 헬스케어의 실행이 원격으로, 재택으로, 이동 간, 24시간 상시관리 방식으로 현실화될 것이다(그림4).
그림3 인공지능의 의료 적용분야
어느덧 AI가 대세이자 국가와 기업의 핵심경쟁력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 이미 우리나라의 대표적 물류기업이나 플랫폼기업이 보유한 전산개발자의 수는 회사별로 1,000~2,000명 규모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인데 전문인력도, 핵심기술도, 기술이 작동할 통합플랫폼도, 미래전략과 재원까지 부족한 약업계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약국을 비롯한 약업계 구성원들은 무서운 파도와 같은 격변기일수록 주체성을 잃고 세상 변하는 시류에 편승하면서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유연하고도 분명한 전략과 전술과 조직문화를 기반으로 기술과 인재와 플랫폼과 자본을 축적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지렛대로 활용하면 좋겠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3-03-24 12:58 |
![]() |
[약사·약국] <73> 희망의 약업생태계: 유통산업과 AI 융합으로부터 약국이 얻는 시사점
<73> 희망의 약업생태계: 유통산업과 AI 융합으로부터 약국이 얻는 시사점
최근 전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Open AI라는 회사가 출시한 ChatGPT라는 언어형 인공지능 서비스이다. 지난 회차에서 필자가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의견을 말하였으나 한달 여 사이에 디지털 기반 챗봇(chatbot)의 가능성이 또 한번의 파괴적 혁신의 출발점이 될 듯하여 약사를 포함한 전문가 집단이 놀라운 기술발전의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유통산업의 성격을 가진 약국생태계 안에서 약사의 업무는 처방전 감사와 조제, 투약과 복약지도가 핵심인 듯 보이지만 이면에는 약국경영을 위한 물류관리, 보험처리, 수익관리, 지역사회 환자 및 고객관리라는 유통산업의 속성도 내재되어 있다. 더구나 이러한 행위와 활동은 디지털로 모사되기 수월한 상황에서 약사들의 주요 활동도 디지털로 변환이 가능하도록 상당히 정형화 되어있기에 인공지능이나 기계에 의해 대체될 위험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차별화된 가치란?
약사나 약국의 전문성은 차별화되어야 하는가? 그렇다. 약사의 전문성은 지속적으로 차별화되어야 하지만 약국의 전문성에 대한 차별화는 모든 이의 관심사가 아닐 수 있다. 경쟁자보다 더 나은 ‘고객가치’를 제공하여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차별화의 목적이다. 즉, 창출하려는 고객가치로부터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인데, 고객가치는 차별화의 대상이고 경쟁우위는 차별화의 목적이다. 그러나 차별화의 본원적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으면서 고객가치의 창출보다 차별화 자체에 집착하여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굳이 차별화를 안 해도 되는 부분, 즉 본인이 경쟁력을 보유한 부분까지 억지로 차별화하다가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다. 차별화는 경쟁위위 확보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차별화 자체가 사업의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거리가 먼 엉뚱한 것을 차별화 하거나, 경쟁우위와 상관없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는 의미가 없다. 차별화의 의미는 경쟁자보다 나은 고객가치를 경쟁자와 다르게 만들어내는 것이지 단순히 경쟁자와 다른 고객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알려진 대로, 차별화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는 방향성이다. 고객가치의 차별화에 성공하려면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림1).
그림1. AI의 발전으로 기대하는 점(출처: 한국리서치, 2020)
편의점 산업의 사례에서 배우는 가치추구의 양상
고객들이 약국의 미래상에 바라는 것은 접근성과 편이성의 향상이며, 약사에게 바라는 바는 전문화되고 개인맞춤화 된 건강관리일 것이다. 그래서 약국은 유통산업이자 소매업태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하고 약사는 당당한 의료인으로서 장점을 회복시킨 후에 보다 직역을 강화해야 한다.
점포 5만개 시대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편의점 산업의 경쟁이 뜨겁다. 성숙기 시장에 이르렀기에 출점 경쟁은 가혹하다. 누가 얼마나 '차별화' 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는데, 업체별 차별화의 방식은 다르다. 오프라인 인프라가 강력한 CU와 GS25는 상품과 서비스 강화를 통한 플랫폼화를 추진했으나,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은 공간혁신에 치중했다(그림2).
그림2. 근래 편의점 기업별 차별화 전략(출처: 비즈니스와치)
플랫폼화 전략은, 택배는 물론 세탁소, 배달까지 편의점 산업 안으로 유인했다. 어떤 유통기업은 배달주문상품 1+1 행사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다른 기업은 취급품목을 다양화하면서, 통신사와 협업하여 알뜰 폰 유심배달 서비스를 하거나 스포츠 레깅스 제품의 판매까지 시도했다.
공간활용 전략은, 식품전문점포 플랫폼을 육성하거나, 폐기상품을 온라인으로 할인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추진했다. 한편, 주류·애플 제품 전문매장, 스무디킹·오피스디포 숍인숍 등 차별화 매장을 추구했으며, 정육판매자판기 시범운영에 이어 점포내 패스트푸드 브랜드까지 출시했다.
업체별 차별화 전략이 상이한 이유는 인프라의 격차 때문이다. 편의점 총 점포 수의 60%를 점유한 CU와 GS25는 전국에 산재한 점포를 엔드라인 물류플랫폼으로 활용이 가능했다. 물류서비스를 도입하여 부가수익을 발생시킴으로써 점포수익성을 높인 것이다. 반면, 이마트24와 미니스톱은 점포 수가 적고, 세븐일레븐은 우량점포가 관광지 위주로 분포하여 골목상권 공략에 불리하므로 플랫폼 인프라를 모방하다가는 비용 부담만 증가하기에 각 점포를 차별화 포인트로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각 편의점 점포의 가치는 '집객'이다.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고객체험(UX)'이 핵심경쟁력이다. 편의점 시장도 체험형 점포 모델이 출현하면 가맹점주 유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비록 편의점 시장은 당분간 성장하겠으나, 이미 과포화 상태이므로 출점을 통한 고속성장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이에 점포 빼앗기 경쟁구도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기에 차별화 모델을 제시하면서 고객과 점주에게 소구점을 제시하는 브랜드가 미래시장을 거머쥘 것이다.
유통산업에 인공지능이 미치는 영향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며 유통산업에서 고객 취향이 다양해지고 있다. 고객분석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갖추고 마케팅을 통하여 매출을 확보하며 지속적으로 고객과 교감하며 ‘충성 고객’을 만드는 것은 본원적 과제이다.
AI를 통하여 유통기업은 유통 4.0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AI를 통하여 제품 공급에서부터 판매, 고객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유통의 각 단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먼저, 전략수립과 의사결정에 있어 수요예측 정확도가 향상되고, 상권분석을 통하여 소비자 분석력은 매우 향상될 것이다. 게다가 물류, 재고, 매장 관리에 있어 적정재고 유지와 자동 가격조정이 가능하여 기존 오프라인의 많은 인력소요를 효율화시킬 것이다.
일본 침구전문점 True Sleeper는 AI기반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했다. 매장에 설치된 4대의 카메라로 소비자의 성별과 연령대를 90% 이상 정확도로 파악했으며, 가게 앞을 지나간 고객의 수, 내점률, 실제로 구입한 비율 등의 데이터를 성별, 연령대별로 분류하여 고객동향을 수치화했다. 이로써, 주로 폐점시간에 구매율이 높다는 것을 파악했고, 여성고객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남녀 비율이 5대 5임을 알고 상품을 전면 재배치하는 점포운영으로 매출을 올렸다.
독일 유통사인 Rewe그룹의 물류센터는 약 4만㎡의 넓은 부지여서 상품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한 RFID를 도입하여 실시간 위치 추적이 가능해졌고 유제품, 육류 같은 신선식품의 폐기율이 낮아졌다. 한편, 미국 슈퍼마켓체인 Giant Eagle은 스마트 선반시스템을 활용하여 재고보충시간을 3분의 2가량 단축했으며, 재고부족으로 인해 품절되는 경우를 절반으로 줄였다.
온라인 패션기업 Stitch Fix는 AI와 고도화된 데이터 분석으로 개인맞춤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고객의 데이터로부터 사용자 패션스타일을 학습한 AI가 수많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개인화되고, 이후 전문 스타일리스트를 투입하여 인간의 감성으로 의복을 추천한다. 한편, 일본 Uniqlo는 AI를 이용해 고객의 뇌파반응을 분석해 유니클로 스코어를 산출한 후, 소비자 맞춤 티셔츠를 제안하는 'U Mood'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AI기술을 선도해야 할 약업생태계
약국이 혁신을 막는 것이 약사들의 상상력 부족과 모험심의 부족이라 주장한다면 독자들은 동의할 것인가?
예로부터 화두였던 고객 중심적 비즈니스 환경구축이 AI의 도입으로 현실화가 앞당겨지고 있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다양한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방대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었고, 정보를 손에 쥔 소비자들은 유통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더구나 소비패턴의 예측이 불가능해지고, 인간의 잠재능력을 분석하여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인공지능 기반의 고객 중심적 비즈니스 환경 구축이 이제는 필수적이다(그림3).
그림3. 조제는 로봇에게 상담은 Chat GPT에게?
AI뿐만아니라 정보수집을 위한 다양한 종단장치(Edge Device) 사용도 활발해질 것이며, IoT, VR, AR, RFID와 같은 기술들이 유통산업에 적합한 비즈니스 환경플랫폼을 발전시킬 것이다. 결국 유통환경의 전 영역에서 AI가 활용될 것이며 이로써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과 편리성을 제공하고, 기업에게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알파고와 같은 AI 알고리즘이 부지불식간에 우리시대의 물류와 유통산업을 변화시켰듯이 수년 내에는 ChatGPT와 같은 기술이 약사의 처방감사, 조제투약, 복약지도, 건강상담 영역까지 위협할 수 있다. 약사 사회가 한 발 빨리 앞서가며 변하지 않으면 약국산업의 미래까지도 암울해질 수 있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3-02-21 09:34 |
![]() |
[약사·약국] <72> 희망의 약업생태계: 현대의 디지털 문해력
<72> 희망의 약업생태계: 현대의 디지털 문해력
최근 약사사회에 디지털 기술에 대한 학습열기가 시작되고 있다. 수년간 디지털 충격을 겪으며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서서히 위기극복과 기술활용 쪽으로 관심의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모양새이다. 선진화된 문화권일수록 문해력에 대한 역사가 뚜렷하기에 21세기 신문명 시대를 살아가려면 소위 ‘디지털 문해력’이 필수적이다.
문해력 수준이란 다층적이며, 분야도 다양하고 역사적, 사회문화적, 정치제도적 배경과 밀접하다. 고대 이집트 사회는 불과 1%만 문해자였다고 추정되며, 1940년대 12세 이상 한국민의 비문해율, 즉 문맹률은 전체 국민의 78%에 달했었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문해능력이 향상되면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삶의 질과 권리가 신장되었으므로 문해력이 곧 인권이며 문해력의 역사가 민주주의 역사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문해력의 개념
인류의 문해력은 지속적으로 향상되었다. 그러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문해력은 최근에 후퇴했는데, 특히 상하위 간, 세대 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한다. 2006년 이후 한국 학생의 읽기능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국어 학업성취도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문해력과 관련한 첫번째 문제점은 기본적 국어능력이 저하되었다는 것이며, 디지털 강국이라 자부하지만 오히려 국민의 디지털 문해력이 OECD 평균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 두번째 문제점이다.
우리나라 평생교육법 제2조에 따르면, ‘문해’란 기초생활 능력에 필요한 ‘문자해득’을 의미하며, 국어교육계에서는 포괄적 개념을 더 강조하고자 ‘문해력’ 대신 ‘문식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21세기 문해력의 의미는 글자에 대한 독해력을 넘어 디지털 문해력, 비판적 문해력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디지털 기술로 제공되는 다양한 언어나 영상 자료에 대한 비판적 이해, 표현 능력까지 갖춰야 함을 강조한다. 문해력에서 가장 기본은 언어를 이용해 읽고 쓸 줄 아는 ‘(일반)문해력’인데 바탕에 어휘력이 있다.
디지털 시대 기본 문해력의 의미와 향상 방안
14~15세기 인쇄술의 발명은 소수 계층만 향유하던 정보를 대중으로 확산시켜 문해력을 높여서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았다. 그런데 21세기 디지털 기술은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오히려 문해력은 낮아지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냈다. 긴 문서를 집중하여 읽고 깊이 사고하기보다 여기저기 검색하고 분절화된 텍스트를 대충 훑어보는 비선형적 읽기행태가 일반화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활자인 책보다 스마트폰의 단문 텍스트와 동영상에 익숙해진 지금의 청소년 세대에게 이런 비선형적 읽기행태가 초래한 부정적 영향이 크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2012~2018년 사이 OECD국가 15세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량은 66퍼센트나 증가했고 이는 한 주에 35시간에 이르렀다.
인류는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스마트폰이라는 휴대용 두뇌를 소유했다. 이는 사전을 포함해 인류의 축적된 지식과 경험과 정보를 손쉽게 접속할 수 있기에 복잡하고 어려운 단어나 지식을 개인이 학습하고 내재할 필요성을 감소시켰다.
읽기 기반이 아닌, 시각 및 영상 자료를 통해 정보를 접하는 환경이 보편화되었고, 학생들은 요약된 정보를 조합하는 방법을 주로 활용하고, 정보에 대한 신속한 접근성은 읽고, 해석하고, 이해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줄이거나 없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읽기’를 하지 않으면 ‘사고하기’ 자체가 되지 않고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한편, 디지털 기기를 제대로 활용할 시스템과 콘텐츠도 보완해야 한다. 고도의 검색과 평가를 통한 정보의 취사선택 역량, 통합을 통한 창의적 재구성 능력을 높이는 것이 디지털 시대 문해력 향상의 과제이다.
디지털 문해력의 의미와 향상 방안
청소년의 디지털 기기 이용능력은 높아졌지만, 문서자료의 정리와 필수정보의 분별력은 현저히 낮아졌기에 유년기부터 정보검색 및 진위 판별, 문서제작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문해력이란 미디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현재 각급 학교에서 진행하는 디지털 교육은 단순한 기기활용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청소년의 디지털 문해력 수준을 향상시키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또한, 미디어 교육학자 루블라와 베일리는 디지털 문해력을 '디지털 기술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아는 능력'이라고 정의했고, 미국도서관협회(ALA)는 '디지털 정보에 대한 탐색·평가·창조·소통 능력'이라고 정의하였다. 즉 기술과 도구 사용 능력, 뉴스 등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이해력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디지털 문해력 수준이 국가의 디지털 경쟁력을 좌우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1년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64개국 중 12위였는데 이는 1년전 8위에서 4단계나 낮아졌다(그림1).
디지털 경쟁력 평가에서 스마트폰 보급률과 인터넷 속도 등 하드웨어 인프라의 중요성은 낮아지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플랫폼과 접목하는 능력이 중시되었다. 이는 디지털에 대한 한국인의 이해와 디지털 정보를 다루는 역량이 디지털 발달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림1. 세계 상위권 국가의 디지털 경쟁력 순위 (출처: IMD, 연합뉴스)
한국 청소년의 디지털 문해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매우 낮았다. 2020년 OECD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 보고서에서 회원국의 만 15세 학생 순위에서 상위권인 덴마크, 캐나다, 일본, 네덜란드, 영국과 대비하여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헝가리 등과 더불어 한국은 최하위 집단에 머물렀다.
한국 청소년의 디지털 정보에 대한 사실과 의견 식별율도 OECD 회원국 평균이 47%인 반면, 26%로서 최하위권이었다. 이는 '정보가 주관적이거나 편향적인지 식별방법을 교육받았는가 질문에 호주, 캐나다, 덴마크, 미국은 70% 이상이었지만 한국은 49%로 폴란드, 이탈리아, 그리스, 브라질과 함께 평균 이하 그룹에 속한 것을 볼 때 당연한 결과이다.
디지털 문해력 수준이 국가의 디지털 경쟁력을 좌우
성인의 문해력도 위험한 수준이다. 한국의 조사대상 25개 OECD 국가 중 22위로 하위 8%에 머물렀다. 근래 유튜브나 블로그에는 ‘3줄 요약’, ‘1분 요약’ 등을 흔히 볼 수 있다. 지금은 읽기 편하고 쉽게 정리된 것을 좋아한다. 사고하고 분석하고 고민보다는 단순히 추종하기 좋아하고 힘든 학습과정을 피하려 한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이런 추세를 ‘반지성주의’라 부르기도 한다.
직업인이나 대학생조차 문제상황을 접하면 인터넷 검색한 내용을 답으로 제시하는 것을 쉽게 만나게 된다. 심지어 찾은 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고민하는 과정 없이 즉흥적으로 표현하며 어떤 경우는 검색하여 얻은 타인의 자료를 자신의 생각인 양 표현한다. 일말의 고민이나 양심조차 없기에 문제해결역량은 기대할 수 없고 향후 유사한 상황을 만나도 문제해결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인간의 뇌는 고민하는 과정을 겪어야 학습이 되는데 이 과정을 생략했기에 학습조차 이뤄진 것이 없다. 더욱 무서운 것은 배우지 않고 고민하지 않는 사고방식도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인은 학습하지 않고 아카이빙(archiving)만 한다(그림2).
△그림2. OECD 주요국의 디지털 정보파악 능력
약업생태계의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기 위하여
디지털 정보의 사실과 거짓 여부를 판단하는 교육도 강화되어야 한다. 디지털 문해력 수준이 높은 국가는 대체로 디지털 정보에 대한 비판, 문제해결, 가공활동을 많이 교육한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문해력의 기초를 형성할 교육을 받아야 성인이 되어서 제대로 된 정보판단능력을 갖출 수 있다. 유년기부터 신문기사 읽기활동을 통해 어휘수준을 높이고, 정보에 대한 자기생각을 발표하며 비판적 사고를 길러야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문해력 교육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미디어 플랫폼이 어떤 성격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어떤 플랫폼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효과적인지에 대한 교육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유튜브 알고리즘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수준 높은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구조와 특징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힘을 배양해야 한다(그림3).
△그림3. 디지털 문해력의 활용분야(출처: 구글이미지)
더불어,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려면 전문지식을 갖춘 교육자도 필요하다.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교수법 연수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 분야의 인적자원 개발이 절실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개념이 일천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집단이 이를 표준화하고 실제 교육과정에 적용해야 한다.
근래 약계에도 디지털 시대를 헤쳐 나갈 역량을 강화할 목적으로 디지털 기술 트렌드 교육 과정이 늘고 있다. 약업계 종사자들은 디지털 신기술도 터득해야 하고 이것이 초래할 미래 세상의 순작용과 역작용까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신기술은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던 비즈니스모델이나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결과물이 우리 국민의 삶의 질과 약사나 약국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깊이 고민하고 꾸준히 학습해야 한다.
만약 필요 시 미래의 예측과 대안의 수립을 위해 적절한 가설을 세우고 실증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디지털 문해력의 핵심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줄 아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 근거가 부족한 지나친 염려나 추측, 막연한 낙관주의, 패배주의에 빠진 과도한 공포감, 집단 이기주의적 선동행위도 모두 지양해야 한다.
미래는 준비하고 노력하고 증명하는 자의 편에 서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올 해도 희망이 가득한 약업생태계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3-01-11 10:45 |
![]() |
[약사·약국] <71> 약국의 미래: 정보 전문가로서 약사의 가치창출
<71> 약국의 미래: 정보 전문가로서 약사의 가치창출
약사들은 약의 전문가라고 불린다. 약의 전문가란 의미는 매우 광범위하다. 왜냐하면 의약품과 관련한 연구와 개발, 정책수립과 실행, 제조와 품질관리, 유통과 판매, 임상적 사용과 사후관리 등 넓은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을 언급하면서 약사는 연구, 개발, 임상, 기타 어느 분야에 종사하던지 의약정보의 전문성을 보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내년부터 시작될 전문약사면허 자격의 종류 중에는 ‘의약정보’ 영역이 포함되어 있기에 매우 시의적절하다.
필자는 예전부터 의약품에 대해 교육할 때는 ‘의약품이란, 정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의료용 수단’이라고 정의해왔다. 그렇기에 약사가 약효물질인 약을 다룬다는 것은 그 본질적 영역인 정보란 속성이 더욱 부각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물리적 실체로서 의약품에 대한 전문성과 더불어 물리적 실체는 거의 없지만 가치를 지닌 정보라는 것에 대한 전문성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하기에 약사는 정보에 대한 원론적 인식부터 새로이 정립할 필요가 있다(그림1).
그림1. 정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의료용 수단으로서 의약품
이제 ‘데이터’와 ‘플랫폼’이 주요 가치 창출의 대상이자 무대가 될 미래시대 약사의 활동상을 고려할 때, 물리적 실체로서 의약품과 무형의 가치속성의 정보를 다룰 양수겸장의 전문가로 발전하기 위해서 특히 정보가 만들어 내는 가치의 속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보도록 하자.
정보의 특성
‘정보’란 어떤 목적에 맞게 정리된 자료(데이터)를 말한다. 자연이나 사회 또는 인간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와 지식을 모아둔 것을 자료라고 말하고, 이 자료가 어떤 목적에 맞게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을 정보라고 부른다. 정보는 글, 그림, 부호, 소리, 언어, 음악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정보는 경험재이다
정보는 실제 사용해야만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경험재이다. 이는 특성이나 품질을 구매하기 전에 쉽게 판단할 수 있는 탐색재와 비교된다. 정보재는 그 정도가 물리적 제품에 비하여 심하다. 정보는 소비자가 경험하기 전에는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 개인마다 느끼는 가치의 편차가 심하다는 점이 정보의 가격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다. Shareware와 같이 정보를 사용하고 나서 원하는 만큼 지불할지, 견본품을 사용해 보고 미리 정해진 만큼 지불할지, 공짜로 사용하고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지 등의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이 정보화 시대에는 자주 발생한다.
정보는 가공성이 크다
정보는 쉽게 쪼개거나 더하거나 붙일 수 있다. 즉 물리적 제품에 비하여 낮은 비용으로 여러가지 형태로 정보를 차별화하여 제공할 수 있다. 전자책의 일부를 발췌하여 무료샘플로 제공하거나, 다수의 전자책 부분들을 발췌하여 판매하거나, 한 저자가 슨 책들을 한데 묶어 판매하거나, 상이한 독자들에게 적합하도록 개인화된 책을 만들어 제공할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어떻게 편집하거나 엮을지가 중요한 의사결정 대상이다. 물론 패키지(또는 버전)마다 어떻게 가격을 책정할 지가 어려운 문제이다.
정보는 공짜가 되기를 바란다
정보는 공짜가 되기를 바란다(Information wants to be free)란 흔히 해커들이 주장하는 말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되는데 첫째, ‘정보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정보는 공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얻게 된 장점은 많은 뉴스나 이메일 등 각양각색의 컨텐츠나 서비스를 공짜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의 모형에 의하면, 완전경쟁시장에서 가격이 한계비용(marginal cost)에 수렴한다. 무한한 공급과 한정된 수요를 나타내는 인터넷 시장은 가장 완전한 경쟁시장에 가까운데 인터넷 상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경우 한 단위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드는 비용(즉 한계비용)은 0이라 할 수 있기에 정보의 가격이 0에 수렴하는 것이다.
정보의 한계비용은 0이다
정보재의 생산비 구조는 물리적 제품의 그것과는 다르다. 후자는 고정비 비중이 낮고 변동비 비중이 높은 반면, 전자는 고정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즉, 정보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상당한 고정비용이 소요되지만 추가생산에 필요한 한계비용은 거의 0이다. 정보의 비용구조는 인터넷 속에 떠다니는 많은 컨텐츠와 서비스의 가격을 무료에 가깝게 만든다. 정보가 무료일 수 있는 것은 한계비용이 0이기 때문이며 이러한 비용구조는 원가에 근거한 가격 설정을 무의미하게 만든다(그림2).
그림2. 정보의 한계비용
이런 비용구조가 소위 ‘규모의 경제’ 현상을 초래하는데 제조업 분야에서 말하는 규모의 경제 현상과 상이하다. 물리적 제품은 한계비용 체증현상이 있기에 생산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규모의 불경제’가 나타나 결국 손실이 생기므로 물리적 제품의 경우는 ‘최적생산량’이란 개념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보재의 경우에는 제품의 고정비가 높고 한계비용은 0에 가깝고 한계비용의 체증이나 생산용량의 제약도 없으므로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규모의 경제에서 얻는 이익이 증가한다.
그래서 정보에 가격을 매기는 것은 물리적 제품의 가격결정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고정비가 100만원인 전자책을 1천원 받는 것이 합리적일지, 아니면 100원을 받는 것이 적당한지, 아니면 공짜가 적정한지 쉬운 결정은 아니다. 이렇듯 원가가 기준이 될 수 없다면 정보재 가격의 새로운 기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공유는 가격을 낮춘다.
정보기술은 과거에 불가능했던 규모의 정보나 지식의 공유를 가능케 해준다. 대규모의 정보와 지식 공유는 공짜대안을 만들어 내는데 여기에는 합법적 및 불법적 공유라는 두가지 형태가 있다.
먼저 합법공유의 대표적 예는 위키피디아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와 같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다. 위키피디아는 다수의 저자가 자신의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류의 대안을 만든 예이다.
반면, 불법공유의 대표적 예는 불법복제(piracy)이다. 이것은 첫째, 많은 네티즌들이 불법복제를 불법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적발하기도 어렵고, 둘째, 불법이지만 품질면에서 떨어지지 않기에 합법적 유료정보(컨텐츠)에 비해 매우 저렴한 대안이기에 근절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불법공유를 완벽히 제거할 방법은 없거나 있다해도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보는 불법복제가 흔하다
정보는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저렴한 비용으로 품질에 차이 없는 복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물리적 제품이라면 개인적 차원의 불법복제는 곤란하며 불법복제가 반드시 저렴한 비용 때문에 일어나지도 않는다. 다수의 경우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합법적 경로로 정보재를 구할 수 없을 때 불법복제가 발생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인터넷에서 불법복제가 흔하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DRM (Digital Right Management) 기술이 도입되었지만 비용대비효과는 크지 않다. DRM을 적용하는 경우 이를 적용하는 사용된 직접비 외 DRM 기술의 표준화가 불충분하거나 지연되어 발생하는 플랫폼의 파편화, 혁신의 둔화, DRM으로 인해 겪는 소비자의 불편 등 부수적 비용도 크다.
한편, 불법복제는 매출손실 같은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시장을 확대시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게다가 불법복제를 근본적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불법복제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불법복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정보의 가격은 공짜?
정보기술의 빠른 확산과 더불어 태어나서 성장한 세대는 인터넷 상의 정보가 공짜라는 사실을 당연시한다. 이런 심리적인 기준가(anchor price)는 소비자가 어떤 제품에 대해 보유한 기대 가격인데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 세대는 인터넷 정보가 공짜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품질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이런 저변의 인식과 심리적인 거래비용(mental transaction cost)을 고려할 때 정보에 대한 유료화가 굳이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Free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세상에는 공짜와 공짜가 아닌 두 가지 가격이 존재하며 이것을 창출하는 시장은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사실 공짜는 신규시장에 진입할 때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자 동시에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진입을 제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이다.
거의 무의미할 정도의 낮은 가격이라도 지불해야 하는 경우에는 소비자는 구매하려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과연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지 고려한다. 이것을 ‘심리적 거래비용(mental transaction cost)’이라고 하는데, 이런 심리적 비용 때문에 0원과 100원의 차이가 100원과 10,000원의 차이보다 더 크며,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는 것이 기존의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이에 약사들은 가시적 의약품이 아닌, 데이터와 정보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여기에 가격을 매기는데 앞으로 더욱 고심해야 한다.
약사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디지털 기반 약료와 헬스케어의 중신자로 전환을 모색 중이다. 그런데 약국이 가진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디지털화를 추진하면서 약사가 활용가능한 정보를 이용한 사업을 전개한다고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를 대비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의 가치를 어떻게 매기고 인정받을지는 전문약사 시대를 대비하는 약사들에게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다. 전문약사라고 완전히 신약들만 자신들의 약료활동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의약품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더구나 근거중심의료행위를 시행하면서 기존 의약품에 더하여 정보화된 고도의 임상적 지식과 술기를 어떻게 사용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가는 새로운 도전이다(그림3).
그림3. Canadians Embracing Expanded Role of Pharmacists (출처: 캐나다약사회)
전문약사란 이제 약사가 기존 약의 전문가임을 주장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무슨 질병에 대해서 어떤 약물요법과 환자케어서비스를 어떻게,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시행하여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보건의료자원을 합리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로 진입한다는 의미도 가진다. 이제 약사는 더 똑같은 수준의 의약품 전문가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10-31 17:35 |
![]() |
[약사·약국] <70> 약국의 미래: 정보의 저장소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의 명암
<70> 약국의 미래: 정보의 저장소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의 명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을 언급할 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약방의 감초와 같이 인구에 회자된다. 데이터는 정보를 생성하기 위해서 일단 한 곳에 모아야 가치가 창출된다. 하지만 최신 기술의 활용에는 장단점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어제 오늘 사이에 우리나라 국민의 절대다수가 이용하던 카카오 플랫폼의 데이터센터가 화재로 인해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그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서울의 주요 KT 지국 지하통신구 화재로 인하여 통신대란이 발생했던 사건이 있었다. 당일 필자는 부근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에 참석 중이었는데, 통신장애로 음식점의 결제용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러한 사건들은 디지털 기술 기반 플랫폼 사업의 시장지배력과 통신인프라의 중요성과 의존도, 그리고 보안시스템 및 백업시스템이 우리의 삶 속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상기시켜준다. 데이터가 매우 중요한 변화의 모멘텀을 제공하는 디지털 시대에 약국과 약사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요소를 짚어보도록 하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은 인터넷을 통한 구독기반의 데이터 스토리지, 보안,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및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사용자의 직접적이고 활발한 관리 없이 컴퓨터 시스템 리소스를 필요시 즉시 제공(on-demand availability)하는 것을 말한다.
이 용어는 1965년 미국의 컴퓨터 학자인 존 매카시가 "컴퓨팅 환경은 공공시설을 쓰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유래하였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스토리지 솔루션은 사용자와 기업에게 개인 소유나 타사 데이터센터의 데이터를 저장, 가공하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도시를 넘어 전세계 어디든지 세울 수 있다.
장점으로는, (1)기업이 서버 등 선행 투자비용을 줄이고, (2)컴퓨터 인프라에 시간 및 비용 투자하는 대신에 본원적인 사업에 집중할 수 있고, (3)응용프로그램의 기동 및 실행속도를 빠르게 하여 취급용이성을 개선하며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고, (4)유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사업수요에 대하여 기업의 전산팀이 이를 충족하는데 자원을 더 빠르게 집중할 수 있다.
클라우드 제공자은 종량제(pay as you go) 모델을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관리자가 클라우드 가격모델을 잘 활용하지 않으면 의외로 높은 비용을 지불할 위험도 있다. 기업은 컴퓨팅 수요가 증가하면 규모를 키울 수 있고, 반면에 수요가 줄면 규모를 낮출 수도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높은 컴퓨팅 파워, 값싼 서비스 비용, 고성능, 확장성, 접근성, 이용성의 이점으로 인해 매우 수요가 높은 서비스나 유틸리티가 되고 있다. 일부 클라우드 업체는 매년 50%씩 성장 중이지만, 앞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사용자 친화적으로 발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그림1).
그림1.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주변환경
데이터센터의 현황
IDC (Internet Data Center)라고도 부르는 ‘데이터센터’는 기업에서 서버와 스토리지(저장소)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장소를 말한다. 대형서버들을 한 곳에 모아 놓은 공간인데, ‘Server Hotel’ 혹은 ‘Server Farm’이라고도 부른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하드웨어가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정교하게 관리됨으로써 백업, 보안, 공조, 전원관리시스템과 화재나 폭우,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에도 견딜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에는 서버가 10만대 이상 존재한다. 천재지변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특히 데이터에 의존하는 기업은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우므로 핵심 보안시설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에는 156곳 정도가 존재한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거나 이용하는 업체는 자체적 재해복구계획을 마련하는데, 세계적인 기업들은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여 비상복구훈련도 진행한다. 따라서 이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태는 국가적으로는 물론, 향후 각양각색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과 공존이 필요한 약업계에도 사업설계 및 운영을 위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카오스 엔지니어링의 개념
이것은 복잡한 분산시스템 환경에서 시스템의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혼돈(Chaos) 상황을 야기하여 시스템의 약점을 찾아 보강하는 엔지니어링 기법이다. 일종의 성능테스트로써, 무차별적인 부하를 가하여 어떤 구성시스템이 장애를 일으키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따라서 분산 시스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주목받았다.
OTT사업 기업인 넷플릭스가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분산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전환하던 시기에 고안했던 ‘카오스 몽키(Chaos Monkey)’는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기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무기를 든 야생 원숭이가 데이터센터(또는 클라우드 영역)에 침입하여 무작위적으로 전산인프라를 파괴하는 다소 발생하기 어려운 사태’가 생기더라도 중단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의 관리 개념”으로 창안되었다.
카오스 몽키는 2011년 아마존 웹 서비스 인프라를 무작위로 마비시키도록 고안해서 약점이 노출되면 넷플릭스 엔지니어들이 넷플릭스는 이미 재난의 규모에 따라서 (1)카오스 몽키, (2)카오스 고릴라, (3)카오스 콩 이란 3단계 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 중이다(그림2).
그림2. 카오스 관리기법(넷플릭스의 사례)
'카오스 엔지니어링(Chaos Engineering)'의 개념에 따르면 카오스 몽키란 가장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되면 문제에 대처하는 자동화된 트리거를 엔지니어가 설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예측불가한 상황에서 장애가 발생해도 엔지니어를 호출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가진다. 이후 카오스 몽키는 ‘카오스 엔지니어링’이라는 명칭으로서 종합적인 재난대비 프로그램으로 발전하였다.
카오스 엔지니어링의 원칙
카오스 몽키는 ‘카오스 고릴라’, ‘카오스 콩’을 거치면서 그 규모를 확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카오스 엔지니어링이라는 원리를 구축했고,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4단계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1)시스템의 “정상상태”를 정의해 정상동작의 기준선을 설정한다.
2)대조군과 실험군 양쪽에서 모두 이 정상상태가 계속된다는 가설을 세운다.
3)서버멈춤, 하드드라이브 고장, 네트워크 연결끊김 등 실제 상황을 반영한 변수를 도입한다.
4)대조군과 실험군 사이의 차이점을 확인해 가설이 틀렸음을 입증한다.
이러한 정상상태를 파괴하기 어려우면 이는 견고한 시스템을 의미하고, 만약 약점이 발견되면 수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카오스 엔지니어링의 활용과 재난대비
넷플릭스는 카오스 몽키를 오픈소스로 만들어서 일반에 공개하였다. 즉 이는 보편적 위기관리 시스템 원리로 자리 잡혔는데, 금번 위기 시 카카오의 대응수준을 겪으면서 아직 카카오가 카오스 엔지니어링을 이용한 재난복구(Disaster Recovery, DR) 시스템 구축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동시에 얼마나 우리나라 국민이 카카오 서비스망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도 확실히 인식하였다.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소위 ‘디지털 정전’ 사태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데이터센터 규제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필자가 서두에 언급했던 2018년 11월 KT의 서울 아현동 지사 화재사건 이후 통신재난 방지 및 안정성 강화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됐었던 법률안이다. 수년 전 국회에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으로 발의됐다가 동의를 얻지 못했었다.
핵심적 내용은 지상파 방송사와 주요 통신사에 집중된 재난관리 대책을 카카오, 네이버처럼 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데이터센터 사업자)’로 넓히자는 것이다. 또 재난대비 항목에 ‘주요 데이터의 보호’를 추가하도록 했었다.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의 인터넷 기업이 “지나친 규제”라며 반발했지만 결국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다 안전성을 높이는 발향으로 변화되리라 기대한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 기반 서비스가 스마트폰에 집중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수 아이템인 데이터센터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다고 지나친 회의론에 빠질 필요도 없다. 전술한 대로 카오스 엔지니어링 기술은 이미 보편화 되어있고 소비자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강제적 규제가 생기기 전에 예견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선행투자를 통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는 다수의 기업들이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10-18 14:57 |
![]() |
[약사·약국] <69> 약국의 미래: 정보의 거래와 유통 시대를 항해하기 위한 준비
<69> 약국의 미래: 정보의 거래와 유통 시대를 항해하기 위한 준비
일반에게 알려진 ‘4차 산업혁명’이란 개념이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이란 목표로 구체화되고 있다. 산업현장에는 디지털 기술 기반 사업모델로 인하여 산업간 경계가 희미해진다는 뜻의 ‘빅 블러(Big blur)’ 현상까지 등장했는데, 이는 C-19 팬데믹의 결과로 약업과 헬스케어 생태계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데이터 3법’이 2020년부터 시행되고 이어서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이 2022년에 발효되면서 이 법안들은 ‘데이터 경제’라는 험난한 바다를 기업들이 항해하는데 필요한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되었다. 특히 금융과 헬스케어 분야에서 추진 중인 My Data 및 My Health Way 서비스가 다양한 이용자에게 데이터 이동권(Right to Data Portability)을 보장하고,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면 ‘초개인화 서비스’ 시대라는 새로운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다.
이제, 약국을 포함한 약업계 종사자는 데이터 경제 시대를 헤쳐가기 위하여 정보시스템 환경과 초개인화 비즈니스를 구현해 줄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정보처리시스템 환경
현실 세계의 데이터(RWE)를 수집, 저장, 가공하여 유용한 정보를 생성하고 의사결정에 적용하는 것을 정보처리시스템이라 부른다. 이것은 비즈니스 활동을 추적, 관리하는 (1)’거래처리시스템(Transaction Processing System, TPS)’과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2)’의사결정시스템(Decision Support System, DDS)’으로 구분한다.
한편, 데이터 처리방식에 따라 구분하면, (1)’온라인 처리 시스템’과 (2)’일괄 처리 시스템’이 있는데, 전자는 데이터 사용자를 중심으로 실시간 데이터(real-time data)를 처리하나, 후자는 데이터 사용자가 아닌 시스템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차이점이 있다.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는 현실 세계 데이터의 사실을 설명하는 개체(Entity)와 개체를 구성하는 속성(Attribute) 간 ‘복잡한 관계’에 대해 식별과 표현에 편리하므로 운영데이터를 저장, 활용할 때 온라인 처리 시스템, 일괄 처리 시스템의 구분없이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가 주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네트워크에 분산된 다수의 DB로부터 데이터를 수집, 통합, 분석하려면 Data Warehouse (DW)를 구축하고(예: 심평원 DB 등), Data Mart란, 특정 부서나 사업을 지원할 목적의 소규모 DW로서(예: 개별약국의 약국관리 혹은 보험청구 DB 등), 최종 사용자가 이것을 기반으로 직접 데이터를 탐색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하게 된다.
데이터의 저장과 컴퓨팅 환경
세상에 넘쳐나는 데이터 중에서 텍스트, 비디오, 오디오, 서버로그 등 비정형 데이터(Unstructured data)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사실 의료데이터나 개인이 수집하는 PHR이 비정형데이터가 주류인데, 이런 데이터를 처리하여 비즈니스 통찰력을 얻게 하는, 곧 버려지거나 활용가치가 낮은 정보를 재활용하는 기술이 의료나 헬스케어 분야에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현실 세계의 정보를 DB로 관리하려면 데이터 구조에 대한 정의(Schema-On-Write)가 필요했던 이전의 ‘관계형 DB’와는 달리, 빅데이터라 불리는 방대하게 쌓이는 원시자료를 저장, 사용하면서 실사용자가 원하는 속성(컬럼)을 대상으로 데이터 구조를 유연하게 정의(Schema-On-Read)할 수 있는 기술이 더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 처리하는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흔한데, 고사양 단일 컴퓨팅시스템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기 보다 다수의 저사양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한 ‘아파치 하둡(Apache Hadoop) 프레임워크’가 활용된다. 이런 환경은 통계적 기법을 적용하여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활용할 정보의 획득분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이나 기계학습(ML) 같은 고급기술을 적용한 초개인화 서비스 모델의 구성에 더 적합하다.
한편, 데이터 레이크(Data Lake)란, 정보처리시스템의 데이터, 센서 데이터, 소셜 데이터 등 다양한 원시 데이터의 복사본이나 탐색적 분석보고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ML)에 사용되어질 변환 데이터를 망라해서 부르는 ‘단일 데이터 저장소’를 뜻한다. 데이터 레이크는 데이터의 유형이나 형태와 무관하게 저장이 가능하고 저장을 하기 전에 처리할 필요가 없다.
데이터 마이닝과 인공지능, 기계학습, 심층학습
데이터 마이닝은 대량의 데이터 더미에서 유용한 정보나 패턴을 찾아내는 과정인데,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이상치 탐지, 연관규칙 찾기, 군집분석, 분류, 회귀분석 등이 있다.
ML과 심층학습(Deep Learning, DL)을 활용한 정보시스템이 등장하기 전에는 특정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규칙기반의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을 구축했지만, 지금은 ML, DL을 활용해서 업무를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RPA)하고 초개인화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AI는 기계가 사람의 지각, 학습, 추론 능력을 모방한 것으로서 기계학습(ML), 심층학습(DL)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먼저, ML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로 구분한다:
(1)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이란, 입력 값에 대해 출력 값을 나타내는 데이터(Labeled Data Sets)로부터 새로운 데이터가 추가될 때 출력 값의 결정패턴을 찾아내는 학습방법으로써 ‘분류’나 ‘회귀분석’이 대표적 예이다.
(2)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이란, 입력 값에 대해 출력 값을 나타내지 않는 데이터(Unlabeled Data Sets)로부터 특정한 패턴을 찾아내는 학습방법으로써 ‘군집분석’이 대표적 예이다.
(3)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란, 학습 알고리즘이 데이터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주어지는 누적기대보상값(Reward)이 최대가 되는 정책을 학습하는 방법으로서, 상태전이가 현재의 상태와 입력에 의해 확률적으로 정해진다는 ‘마르코프 결정 프로세스(Markov Decision Process)’에 기반한다.
한편, DL은 마치 인간의 두뇌처럼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을 활용하여 원시 데이터로부터 특징을 추출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학습까지 동시에 진행하는 ML의 한 유형인데, 이미지로부터 객체를 분류하거나,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등이 대표적 예이다.
ML 과정과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의 빅데이터
데이터 마이닝을 위한 개방형 표준프로세스로써 CRoss-Industry Standard Process for Data Mining이 있다. CRISP-DM은 데이터로부터 지식을 창출하는 표준프로세스인 KDD (Knowledge Discovery in Databases)의 한 변형인데, 비즈니스 과정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을 위한 절차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 특징이다(그림1).
그림1. 비즈니스 문제해결을 위한 기계학습 과정
데이터 기술을 도입하거나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주 고민하는 점은 다음에 열거했는데, 이를 모두 해결하고 수용하려면 인프라 투자와 다양한 분석, 가시화 도구까지 요구된다(그림2).
그림2.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 샌드박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적용한 데이터 분석 샌드박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서버, 스토리지,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 같은 자원이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자원에 대한 수요가 생기면 인터넷을 통해 즉시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기술인데 이것을 사용하면 다음과 같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첫째, 데이터 저장소에 대한 조직 및 기업 차원의 데이터 카탈로그 관리와 백업, 감사, 추적이 용이하므로 데이터 거버넌스 환경을 손쉽게 구축할 수 있다.
둘째, 데이터의 종류와 형태에 무관하게 대규모 저장이 가능하고, 데이터가 요구하는 사항에 적합한 DB도 선택할 수 있다. 저장소를 데이터 레이크로 구성하면, 사용자는 셀프서비스를 사용해서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과 가용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
셋째, 자원의 사용량에 비례해 비용이 발생하므로 처음부터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불필요하며, 데이터 처리를 위한 컴퓨팅 자원을 목표성능에 맞춰 탄력적으로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
데이터에 대한 지배력과 품질관리
데이터 경제 시대를 선도할 정보시스템과 초개인화 비즈니스의 구축을 가능케할 기술들을 열거하였다. 그러나 약업 기업이나 개별 약국이 이렇게 다양한 데이터 기술 중에서 특정한 몇 가지를 자기의 일터나 업무에 도입했다고 비즈니스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데이터 기술에 대한 투자는 약업종사자 개인이나 조직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목표와 잘 연결되도록 설계하고 점진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의 가용성, 유용성, 무결성, 보안성 등 ‘데이터 품질’을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개별 약사나 약국에서 추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즉 데이터와 플랫폼은 더욱 많을수록 더욱 연결될수록 가치가 커지기에 소위 “뭉치면 산다”라는 기본 속성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규모가 적거나 순도가 낮은 데이터 다발은 개인이나 조직이 수행하는 비즈니스의 의사결정에 활용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임상환경에서 잘못 사용되면 약료와 비즈니스 실패로 인한 비용이 상상하기 어렵고, 고객에게 해를 끼치거나 심지어 고객에게 제공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가지 상승시켜 사회적 비용의 증가까지도 초래한다.
세계적으로 데이터 경제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약국과 약업의 혁신방향은 데이터 경제시대의 지향점에 맞춰 핵심적 기술을 파악하고 이를 실현할 생태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데이터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원칙과 조직, 프로세스의 구축도 필요하다.
약업계는 혁신기술의 현업적용의 전후 단계의 장단점을 심사숙고한 전략수립과 정책개발(의약품정책연구소가 주도)이 더해져야 한다. 그리고 핵심기술을 활용하여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유관 기업들과 유무형의 클러스터를 구축해야(약학정보원이 주도)한다. 또한 대국민, 대정부 설득과 홍보하는 역할을 유기적으로 추진할 리더십과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9-30 11:32 |
![]() |
[약사·약국] <68> 약국의 미래: 약학정보원 기능의 고도화
<68> 약국의 미래: 약학정보원 기능의 고도화
원격진료, 전자처방전, 약배송, 커뮤니티 케어 등에 대한 정부의 입법화 시간표와 실시 예정일이공개되는 가운데 약업계는 어느때보다 미래지향적, 실질적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행동력의 확충이 시급하다. 하지만 약업계가 진정한 개정개혁을 추진하려면 8만 약사의 의견을 대표하는 대한약사회의 리더십과 정무, 행정 기능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산하에는 약사공론, 의약품정책연구소, 약학정보원, 약사교육연수원 등의 주요 기관이 맡은 소임을 열심히 진행을 하지만, 찬찬히 내부를 살펴보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역할보다는 현실적 이슈사항을 지원하는 기능에 더 치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미래 약사직능의 고도화와 약국의 디지털화된 플랫폼을 동시에 기획,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는 ‘약학정보원’이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약업계로 하루가 멀다 하고 급격히 밀어닥치는 디지털 변환 요구에 보건사회적, 기술경제적, 법제적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약학정보원의 개혁과 역량강화가 시급하다(그림1).
그림1. 국내 공익법인 현황 및 사업유형별 현황(단위: 원, %) 출처: 한국가이드스타
약학정보원의 역할
약학정보원(이하 약정원)은 재단법인(공익법인)으로서 국내생산 및 수입 의약품 정보 DB를 만들어 약학 및 보건의료제도의 발전과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였고, 정부기관, 대형병원, 스타트업, 일반 국민이 의약품 정보를 활용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픽토그램 복약정보를 비롯하여 성분정보, KPIC 약효분류정보 등을 제공하며 약국에 무상제공 중인 약국경영관리프로그램(Pharm IT 3000 및 PM+20)을 개발, 유지하기도 한다. 또한 대한약사회의 사이버교육시스템 및 회원, 면허 신고사이트를 개발, 운영함으로써 팬데믹 상황에서도 회원의 학습 욕구를 충족시켰고 민원처리의 편리성까지 갖추었다.
특히 약국경영프로그램은 의약분업의 시작과 더불어 회원의 처방조제, 보험청구, 복약정보, 판매 등을 지원하는 약국경영의 동반자로서 전국적으로 1만여 약국에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임상현장에서 접하는 부작용 사례를 보고하는 편의기능까지 탑재함으로써 약사가 의약품과 환자의 안전을 책임지도록 지원에 힘쓰고 있다.
약학정보원의 취약점
약사 사회에 지금은 약사의 일상 업무에 필수불가결한 기능을 제공, 유지관리하는 약정원도 그 기능을 보다 원활히 하면서 더 확대하려면 몇 가지 개선할 사항이 있다.
첫째, 약정원은 약사회 산하 기구이므로 독립성과 자율성이 부족하다. 특히 약사회의 정치적, 정무적 관여가 상존하는데 특히 전국의 크고 작은 약사회들의 세부적인 요청까지 모두 수용하다 보면 큰 틀에서 효과적이거나 효율적인 경영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약정원의 이사 및 임원진은 경영적 측면의 효율적인 의사결정보다는 정무적 의사결정에 치우치기 쉬우므로 현행 정관이나 운영 세칙을 정비함으로써 관행은 지양하고 투명하고 신속한 업무시스템으로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그림2).
그림2. 비영리 법인이 적용 받는 세법
과도한 정무적 의사결정이 누적되어 초래하는 전문성의 약화와 시의성(타이밍)의 저하는 심각한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기에 약정원은 현대적 경영기법을 적극 채용하면서 IT엔지니어링은 물론, 약사회가 결정할 정무적 기능을 보좌하여 미래 약국의 디지털 혁신 설계도를 선제적으로 작성할 역량까지 갖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기업에게 IT엔지니어링 보다 더 중요한 분야가 ‘서비스 기획 영역’이다. 무엇을, 왜, 어떻게,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제공할지 충분한 고민의 시간과 명확화 하는 능력이 취약하면 디지털 시대의 약국과 약사의 혁신적 서비스의 방향과 심도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선이 거듭될 수 있다.
둘째, 약정원은 ‘공익형 재단법인’이므로 향후 다양한 종류의 수익사업을 진행하기 적합하지 못 한 한계점을 가진다(공공성). 일개 경영조직은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성장해야만 직원의 처우를 향상시키며 동시에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신제품을 개발할 투자 여력도 생긴다(기업성). 결국 약정원은 입은 옷은 공익재단이지만 실제 몸은 수익을 창출하고 지속적 성장을 해야 하는 기업체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공기업으로서 약정원은 약사업무를 지원할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작, 개선하여 공급해야한다. 그래서 약사회로부터 예산지원도 받지만 자체 사업도 추진하여 수익을 창출하는게 필요하다. 하지만 매출과 사업에 의한 수익은 비용 및 투자액과 수지를 맞춰야 한다. 따라서 공기업과 사기업의 특장점을 동시에 보유한 경영조직으로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그림3).
그림3. 비영리조직 회계기준(출처: 한국회계기준원, 2013)
셋째, 약정원의 기능과 역할이 제한적이다. 본디 약정원은 약사의 업무를 약국에서 수행하기 수월하도록 각종 프로그램과 정보를 만들어 제공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작금의 디지털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으며 약사 업무와 약국 환경의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분석과 예측을 기반으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방안까지 도출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책, 경영, 기술, 사회 환경변화를 파악하고 여기에 적합한 대응방안을 유기적인 협조하에 수립해야 하는데, 솔직히 약사사회에는 이런 씽크탱크 기능과 기술적, 정무적 실행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이런 기능을 가능하도록 기존의 유사조직을 재설계하고 기능을 보완해보는 것이다(그림4).
한 예로써, 내년 6월이면 약배송을 가능케 하도록 약사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법률은 6개월 전에 입법 예고되므로, 어쩌면 올 연말이면 약배송의 범위와 한계, 세부사항을 담은 약사법 개정을 위하여 약사회 측의 구체적 요구사항이 정부 측에 전달되어야 한다.
그림4. 대기업 집단이 보유한 공익법인 현황과 공익활동 조직 유형
약정원의 미래상
학생시절에 해부학과 생리학을 학습하며 깨달은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생명체의 구조와 기능은 불가분의 관련성이 있다는 점이다. 무거운 하중을 견디고 외부의 충격에 완충력이 높은 것이 돔구조체이다. 그래서 인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장기인 두뇌와 폐부를 보호하는 두개골과 흉곽이 돔 형태를 가진다고 한다.
공기업과 사기업의 성격을 균형 있게 갖춘 조직은 매우 드물다. 형태와 기능이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약정원의 수익창출 능력을 향상시키고 역할도 확장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하려면 구조를 바꾸든지 아니면 구조에 적합한 기능만을 기대하는 것이 옳다.
책상 앞에서 공부만 한 학생은 현실세계 속에서도 이론적 원리와 원칙의 틀 안에 갇히기 쉽다. 때론 상식의 틀을 뛰어 넘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고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약정원의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그 기능을 강화함과 동시에 확장까지 원한다면, 약정원의 공적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미흡한 기능은 이를 발휘하기에 적합한 새로운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합리적 대안일 것이다.
이전에 필자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약사회 산하에 또는 약정원과 병렬적으로 소유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약정원이 공익성을 최고의 가치로 보장하면서 신뢰도 높은 약국경영, 약료실행, 환자(고객)관리, 의약품 정보, 기타 부가기능을 포괄하는 표준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는데 집중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
대신 아직 시장에서 선택 받지 못한 시험적 성격의 신생 프로그램이 그 가치를 인정받고 기존의 공공적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가지지 못한 상업적 요소를 보완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갖추는 것은 어떨까? 시장원리와 자본주의 원칙에 충실하되 공익성이 훼손되지 않고 균형을 갖춘 소위 ‘K-약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모두의 상생을 위하여
시장원리에 충실한 플랫폼 산업이 약국을 포함한 의료영역에서는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기존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명목으로 비판을 받고있다. 고객과 소통하고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과 비즈니스 모델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필자는 학생들에게 환자소통이론을 강의할 때, “환자에게 말하지 말고, 환자와 말하라(Do not talk TO patients, but talk WITH patients)”고 강조한다.
시장과 소통하지 못하는, 아니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려는 기업이나 재물 지향형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의 구성원으로부터 환영 받지 못한다. 근래 우후죽순격으로 등장하는 스타트업 기업들과 일부 대기업이 플랫폼 지향적 사고방식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기업체를 운영하면서 고객의 필요 만을 충족시킨다는 일차원적 자세를 벗어나 먼저 환자와 소통하고, 사회와 소통하고, 산업생태계와 소통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칭찬과 더불어 따가운 비판과 저항의 목소리가 들릴 때 전혀 겁낼 것이 없다. 왜냐하면 동료들에게 검증 받으며 소통하면서 천천히 내딛는 것이 사실은 옳고 바른 길이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9-14 09:23 |
![]() |
[약사·약국] <67> 약국의 미래: 약국 플랫폼의 고도화
<67> 약국의 미래: 약국 플랫폼의 고도화
플랫폼 기업이란 용어가 근래 자주 인구에 회자된다. Platform이란 기차역의 승강장, 무대, 강단이나 컴퓨터 시스템,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데, IT 분야의 용어로는 '판매자(공급자)와 구매자(수요자) 양쪽을 하나의 장으로 끌어들여 거래를 성사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산업적 의미의 플랫폼이란 '다수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돼 상호 작용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과 산업생태계'를 말한다. 플랫폼 기업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산업생태계를 만든다는 것과도 같은 의미이기에 현대 기업들은 '플랫폼 기업'으로 불리며 또 변모하기를 희망한다. 왜냐하면 사업확장이나 열정적 소비자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플랫폼 기업은 다음 5가지로 구분한다.
플랫폼 비즈니스
생태계 기반
플랫폼은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다. 생태계 참여 기업은 공급자와 수요자, 광고 기업 등 다면 플랫폼의 구성원을 포함한다. 확대해석하면, 하드웨어 제조사나 플랫폼에 기술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사도 포함된다.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구성원이 만든 가치가 생태계의 활성화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유튜브는 크리에이터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영상콘텐츠를 제작하느냐에 따라 사용자 수와 시간이 결정된다. 플랫폼 생태계의 성패는 참여자에게 얼마나 많은 효용과 가치, 수익을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으므로 유튜브는 영상콘텐츠를 공개한 크리에이터들에게 광고수익을 제공함으로써 성공적인 플랫폼으로 번화한다.
비즈니스 경계 파괴
플랫폼에서는 산업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며 비즈니스 사이의 융합과 확장과 다변화가 일어난다. 카카오가 은행업(카카오뱅크)에 진출하고 네이버가 금융결제서비스(네이버패이)를 시작하듯이, 중국의 알리바바도 전자상거래 사업으로 시작하여 핀테크, 동영상 스트리밍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이렇듯 기업간 거래 서비스가 플랫폼화 되면서 법률, 회계, 보험, 인사, 세금과 같은 전문서비스까지 점차 패키지, 원스톱 형태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추세이다.
네트워크 효과
플랫폼 비즈니스는 다수가 상호작용으로써 가치를 만들기에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1인당 거래와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은 절감되고 연결과 상호작용이 활성화되어 효용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구조와 특징을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직접 및 간접 효과가 있다. 직접효과는 주로 이용자(user) 측면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증가할수록 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할 가능성이 더 커지므로 신규 가입자는 더욱 증가하고 기존 가입자도 카카오톡을 이탈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편 간접효과란, 공급자와 이용자 중 한쪽 참여자의 증가가 다른 쪽 참여자의 효용성을 증대하는 것이다. 카카오톡 사용자가 늘어나면 광고 플랫폼으로서 카카오톡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더 많은 기업이 카카오톡에 광고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 간접 네트워크 효과이다.
승자독식 수익구조
플랫폼 생태계는 성장할수록 기존 이용자가 이탈하지 못하는 락인(Lock-in)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플랫폼 비즈니스는 실시 초기에 임계점까지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기업은 플랫폼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초기에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무료 혹은 매우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적자까지 견디며 규모를 키우는 것이 플랫폼 기업의 생존전략이다.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참여자가 많은 플랫폼에 더욱 이용자가 몰리는 경향을 나타낸다. 결국 임계점을 넘겨 이용자를 보유한 소수의 플랫폼만 수익화에 성공하여 시장에서 독보적 존재로 성장한다.
양면(다면) 시장구조
플랫폼 기업은 대부분 양면 또는 다면 시장구조가 특징이다. 양면 플랫폼은 2개 이상 고객집단이나 참가자 집단의 직접적 상호작용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이나 서비스를 뜻한다. 주로 구매자, 판매자, 광고주로 이뤄진 3면 플랫폼이 일반적인데, 구매자, 판매자로 구성된 2면 플랫폼이나 제4의 주체가 참여하는 4면 플랫폼도 가능하다.
양면구조에 따라 플랫폼의 수익모델이 결정되는데,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 각 집단의 수익과 효용성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한쪽의 가치가 극단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소셜네트워크 구인/구직 서비스인 링크드인은 채용기업(담당자), 이용자(구직자), 광고주를 연결하는 3면 플랫폼이며, 이들에게 각각 채용솔루션, 프리미엄 구독서비스, 광고솔루션을 제공하여 매출이 발생하는 수익구조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구조
플랫폼은 수직적, 수평적 플랫폼으로 구분하는데, 대표적인 수직적 플랫폼은 한가지 분야를 심도있게 운영하는 예로 동영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유튜브’가 대표적이다. 한편, 수평적 플랫폼은 네이버와 같이 폭넓은 플랫폼을 추구하기도 한다. 이들은 플랫폼 제공자의 구성요소와 규칙의 합집합으로 이루어진다(그림1).
그림1. 비즈니스 생태계(출처: 창조경제연구소)
플랫폼 기업 모형
플랫폼 기업에는 다양한 모형이 있는데, (1)’서비스 플랫폼’으로는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있으며, (2)’입점몰 플랫폼’은 이베이, 타오바오가 있고, (3)’소셜커머스 플랫폼’은 쿠팡, 티몬 등이 있다. (4)’결제 플랫품’으로는 알리페이, 페이팔이 있고, (5)’투자 플랫품’에는 렌딩클럽이 있으며, (6)’소셜네트워크 플랫폼’에는 메타, 카카오톡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 다양한 플랫폼 스타트업 모델이 존재한다. 아직은 초기단계이지만 그 다양성과 창조성을 약업생태계를 위한 연구개발에 참고하는 것도 필요하다(그림2).
저작권 모형 광고추가 모형
광고 모형<1> 광고 모형<2>
부가서비스 추가 모형<1> 부가서비스 추가 모형<2>
혼합 모형<1> 혼합 모형<2>
그림2. 플랫폼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형(출처: 매거진 뉴스미디어 스타트업)
플랫폼 기업의 상생을 위하여
플랫폼 산업의 과도한 경쟁과 시장교란 행위를 방지하고 자율규제와 상생발전을 위한 민간기구가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출범했다. 이 '플랫폼 자율기구'에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관련 기구는 물론 소비자를 대변하여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참여한다.
이 기구는 민간주도로 운영되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데, 기재부와 과기통신부, 고용노동부, 중기부, 공정거래위, 방통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플랫폼 관련 부처도 참여한다. 더불어 분과별 회의체를 가동하는데, 여기에는 갑을, 소비자·이용자 분과가 오픈마켓과 배달앱 등 업종별로 기업, 입점업체·소비자·소비자 단체 등이 모두 참여한다.
또한 플랫폼 기술과 관련한 데이터·인공지능 분과도 마련되는데 데이터와 AI 관련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 개인정보보호 등에 대해 정부와 기업, 전문가가 협업하여 세부적 자율규제 방안을 도출한다. 게다가 플랫폼이 사회적 가치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ESG 분과도 운영된다. 이 분과는 정부와 기업, 전문가 등이 협업해 플랫폼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자율적 거버넌스 개선방안까지 모색한다.
약국 플랫폼의 산업화
약국의 디지털화가 소수의 민간기업이 개발한 솔류션에 속수부책으로 잠식되지 않으려면 가장 유효한 방안의 하나로는 현재 대한약사회 산하기관인 (재)약학정보원을 혁신하여 그 본원적 기능을 보완하고 더 나아가 선제적으로 디지털 기술 기반의 고부가가치 약국 및 약료 서비스를 공급하는 플랫폼 기능을 개발, 공급하는 수준으로 개편되기를 희망한다.
이미 공개된 다양한 모델을 연구하여 차근차근 시도해 나간다면 약업계의 미래는 비관적이지 않다. 여전히 약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약업서비스와 약료서비스를 확장하기에는 약국이란 주체의 기능이 제한적이다. 더욱 확장성을 가지도록 연구하고 협력해야 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8-22 17:42 |
![]() |
[약사·약국] <66> 약국의 미래: Self Innovation?
<66> 약국의 미래: Self Innovation?
디지털 시대에 약국의 변혁은 누가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 최근 필자는 디지털 시대 약국의 비전을 논하는 좌담회에 다녀왔다. 무려 3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정말 유익했다. 왜냐하면 약사회 집행부가 변화로 디지털 변화로 촉발된 약국 변화의 방향성과 속도를 이제야 좀 차분하게 논의하는 첫 발을 떼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할 일은 뚜렷하고도 단순하다. 비록 이런 주제가 개인적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고 진행방향이 수용하기 힘들더라도 앞으로 간단없이 만나서 뜻을 모으고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 낸 수 있다면 첫 단추는 잘 꿰어진 것이다.
변화가 선택인가?
세계 각국은 환경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 중인데, 이는 온난화 등으로 환경과 생태계가 악화되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와 대응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약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상황만을 고수하면서 부분적 손질을 하는 점진적 개선을 하기보다는 급진적, 파격적 혁신을 준비해야 할 만큼 현실은 냉혹하다.
이번에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약사와 약업종사자들이 그동안 느껴왔던 만큼 우리의 약국이 디지털 변혁을 이끌어가는 주체들인 정부와 기업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약사들이 자주 푸념하는 말이 “약사는 희생하고 노력한 만큼 정부나 사회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라는 표현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외부에 있지 않다. 모두 약사 사회 내부에서 속히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약국은 변화된 생태환경의 피식자인가 포식자인가?
약국과 약사는 정글의 법칙이 통하는 유관산업 생태계 속에 형성된 먹이사슬 가운데 최상위 포식자가 아니다. 즉, 약업계 종사자는 최상위 포식자의 위치에 있고 싶은데 정작 먹이사슬의 상층부에 속해있지 않기에 희생하고 노력한 만큼 정부나 사회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약국은 제약업이나 의료서비스업도 아니고 엄밀하게 말하면 양약 유통업에 정체되어 있다. 디지털 전환, 비대면 시대에 가장 빠르고 심하게 구조 조정되는 분야가 바로 유통 및 운송업 분야이다. 그러니 약국이 배송관련 가치사슬의 디지털 혁신이란 쓰나미의 영향권에 손쉽게 빨려 들어간 것이다.
약국은 믿을 수 있는, 가치 있는 변화의 파트너인가?
전투는 목숨을 맡길 전우와, 혁명은 뜻을 같이한 동지와, 비즈니스는 최적의 파트너와 하라는 말이 있다. 과연 약사 사회와 약국이란 비즈니스는 다른 산업분야의 주체와 비즈니스를 함께 전개할 파트너가 되기에 충분을 자격을 갖추었을까? 비즈니스 협업의 자격이란 주체가 보유한 자본이나 자원, 기술, 그리고 고객, 시스템, 채널 등으로 다양하다.
비즈니스 관계는 정보와 이익을 상호교환 또는 창출하거나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을 때 맺어지며 불이익이 일방에게 전가되면 성립되지 않는다. 산업의 관점에서 약국 비즈니스가 지금과 같이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에 새로운 이익을 창출시킬 수 있을지는 중요한 판단요소이다. 비즈니스 관계는 ‘상호성’이 가장 중요하기에 디지털 전환에 따른 혁신의 결과가 약국(약사)에게 이익을 창출시킴과 동시에 다른 협업자에게도 생성되어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국은 자신은 물론 외부 협업자와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절충점을 속히 찾아내야 한다. 약국의 변혁을 위한 투자는 약국보다는 외부 협업자가 대폭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전통적으로, 약국이 유통업태로서 판매채널로 활용되어 의약품과 외품 등 각종 재화의 거래로 인한 수익이 발생하기에 이를 협업자와 나눌 수 있었고, 의료서비스 제공처로 활용될 때는 국가가 원하는 수준의 내용을 약사가 제공한 뒤 사전에 정해진 의료수가 형태로 환급 받았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시대에는 약국이 유통채널로서 판매수익이나, 의료전달채널로서 정부가 제공하는 의료수가수익 외에 새로운 수익과 약사의 가치를 바로 데이터에서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약국의 데이터도 수집-분류-분석-정제-가공-제공-활용이란 새로운 가치사슬 구조를 구축해야 가능하다. 그래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동발전을 위한 협업 대상이 될 수 있다.
솔직히 약국은 협업 대상이자 가치창출 원천인 데이터의 수집, 분류, 분석, 정제, 가공, 활용을 위한 인프라나 기술, 표준화 규정이나 규칙, 자본을 모두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 미래 협업자인 정부, 기업, 타직능단체, 국민, 일반소비자가 약국을 변화와 공생의 파트너로서 협업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등한 교환이나 협업 관계 형성이 불가하다면, 이제는 가치창출을 위해 점령하여 개발하거나 투자를 통한 활용 대상이 될 뿐이다. 가치를 창출을 위한 자원은 보유했으나 대등한 협업 대상이 아니었던 저개발국을 제국주의 국가들이 강제로 병합했던 가슴 아픈 사례를 참고할 수 있겠다.
변화 현상의 관찰과 비판은 누구나, 하지만 혁신의 설계도는 아무나 만들지 못한다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고 대응하려면 먼저 제1차 산업혁명부터 상세히 공부해야한다는 선배 학자들의 조언을 처음에 필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약국의 혁신과 디지털 혁신의 상세 전략과 방법론을 연구하면서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적이었는지 깨닫고 있다.
약국이 보유한 다양한 데이터는 분명히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원이 될 수있다. 정부라는 정치세력과 기업이란 기술세력, 금융이란 자본세력은 이를 이미 알고있다. 저개발국은 막대한 인구와 지하자원을 보유하고도 그 가치를 측량, 채굴, 운반, 가공, 소비를 위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이나 기술, 자본, 시장을 모두 갖추지 못했기에 눈뜬 채 강제로 빼앗기고 대신 강대국이 만든 상품과 서비스의 단순 소비 시장으로 전락했었다.
산업혁명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산업혁명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성공시킨 시기와 그 국가들이 보유했던 해외 식민지의 면적과 산업생산력 그리고 국부의 축적과 세계적 영향력에는 상관성이 있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가 선발국이라면 독일,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은 후발국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독일의 산업혁명 모델을 벤치마킹했고 한국은 일본모델을, 중국과 동남아 및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국의 산업혁명모델을 벤치마킹했다. 그래서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브랜드(brand)와 기술(technology)로 구별된다고 한다. 그 브랜드와 기술의 가치가 곧 1~3차 산업혁명에 성공했던 결과물이다.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열강은 세계경영을 해본 덕에 거시적 시야와 미시적 시야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의 진정한 힘과 역량은 시대 혁신의 설계도를 직접 그려 실행해 본 경험을 가졌다는 것이다. 남이 한 일에 대해 곁눈질과 비판은 쉽다. 그러나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할 때 그 시점과 방향을 판단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역량은 아무나 가지는게 아니다.
누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즐탁동시
약사 사회는 약업분야의 세계사에서 이렇다 할 혁신사례를 만들어 주도하거나 경험한 적이 없다. 선진국이 만들었던 약국 모델, 법규와 제도 모델, 면허자격 모델, 교육훈련 모델, 약료서비스 모델을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부와 기업들은 비록 지난 70여년 동안 자력에 의해 1~3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약국을 중심으로 한 약업계는 이들의 역량과 경험을 활용하여 디지털 시대에 약업혁신을 감행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토록 우려해 온 ‘약국의 법인화’는 이제 논의할 필요도 없다. 정부와 기업들은 더 이상 약국의 법인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급속히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이 기업의 사활을 좌우한다고 받아들인다. 물론 정부도 적극 이러한 과정을 제도적으로 추진 중이다. 의료계는 진단-치료-케어-예방이란 의료의 본질 속에 과학기술을 적극 받아들여 각종 양질의 데이터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성을 부각시켜 의료계 스스로 보유한 기술이나 자본이나 제도가 아닌, 정부와 기업의 역량을 자기의 산업 속으로 유입하여 4차 산업혁명을 착실히 추진중이다.
스스로 달걀껍질을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지만, 외부에서 억지로 깨면 달걀후라이가 된다. 그러나 부화의 과정에서 껍질 속의 병아리와 껍질 밖의 어미 닭이 껍질을 동시에 깬다고 한다. 이것을 이르는 말이 “즐탁동시(茁啄同時)”이다. 약사 사회 스스로 디지털 변혁을 스스로 추진할 수 있다고 오판하거나 사회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역행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은 약사 사회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만 변화를 하겠다는 용기만 가지면 된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글귀가 있어서 여기에 소개한다(. 오리지널스; 1장 창조적 파괴’, 애덤 그랜트 <한국경제신문>).
심리학자 엘렌 위너는 신동이나 천재들은 어른이 되면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자기 조직에서 지도자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동들 가운데 아주 극소수만이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창의력을 발휘한다.” 고 말합니다.
신동이나 천재들은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평범한 방식으로 사용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은 자신의 평범한 능력을 천재적으로 발휘합니다. 예를 들면, 천재들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지만 기존 의료체계에 대한 비순응자들은 사람들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고장 난 의료체계를 바꾸기 위해 싸운다는 것입니다.
천재들은 불합리한 법을 바꾸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법률을 위반한 고객을 변호하는 변호사가 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불합리한 법에 맞서 새로운 시대를 엽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역사학자 잭 래코브는 미국의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이들은 혁명가적 기질이 전혀 없는 이들이었다고 합니다. 다만 두려움에 맞설 용기를 가진 이들이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들은 적응력이 강한 천재들이기보다는 의심을 품고 편한 자리에서 내려와 아슬아슬한 모험을 즐길 줄 아는 용기 있는 이들이었습니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8-01 10:52 |
![]() |
[약사·약국] <65> 약국의 미래: 약업계는 플랫폼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
<65> 약국의 미래: 약업계는 플랫폼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
요즘 약사사회로부터 자주 요구 받는 주제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상과 약사의 대응방안이다. 솔직히 필자도 우리나라의 디지털 헬스케어 미래 모습이 궁금하다. 따라서 하루 앞을 예측하기 힘든 지금의 상황에서 미래상을 논하기 보다는 변화된 시장환경을 이해하고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 생각한다. 특히 약업계 구성원들은 디지털 시대의 ‘기술’과 ‘플랫폼’에 대해 심화된 이해가 필요하다.
기술의 이해
하루하루 기술의 발전이 빠르고 경이롭다. 기술을 표현하는 영단어에는 technique과 technology가 있다. 먼저 technique (technic)은 ‘솜씨’라고 번역하며 사람의 손이나 발을 사용하여 사물을 대상으로 전문적 행위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종이카드로 마술 쇼를 하는 것이다. 이는 종이를 변형시키지 않고 손을 움직여 관객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수리, 정비하는 것도 technic에 속한다. 하지만 technology란, 사물을 가공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종이를 가지고 종이비행기를 만든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산업혁명’이란, 기술에 의한 생산성의 증대를 시대적으로 구분하는 용어다. 지금은 제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1차와 2차 산업혁명은 그 기술이나 파급효과, 사회적 변천상 등으로 그 구분이 어느정도 뚜렷했지만, 3차부터는 모호하다는 주장이 있다(그림1).
그림1. 연속되는 산업혁명의 구분
3차와 4차 산업혁명을 구분하는 명백한 차이는, 4차 시대에 들어와서 기존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이외 분야 즉, 전통 산업분야가 다시 신성장 산업으로 재조명 받게 되었다는 것인데, 기존의 비 ICT산업에 ICT가 융합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로 꼽는다. 왜냐하면 3차 산업혁명은 전기, 전자 및 ICT 산업으로 불리는 기술의 진보가 한정된 영역에서 이루어졌고, 그 밖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 ICT산업 분야에서 기술의 진보가 한정되었기 때문이다(그림2).
그림2.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인공지능과 기술의 파도
예로써, 그 유명한 ‘무어의 법칙’은 전자 및 ICT 분야에만 적용되고 기계나 화학 분야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반전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을 ‘2차 산업혁명의 시즌2’ 라고도 불린다.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부의 기반, 플랫폼
플랫폼(platform)이란, ‘구획된 땅’ ‘형태’란 의미의 ‘plat’과 ‘form’이 합쳐진 말이다. 이는 ‘구획된 땅의 형태’,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이해한다. 플랫폼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협력’과 ‘상생’이 전제되어야 한다. 플랫폼에선 참여자가 공평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 때 발전하는데, 다수가 각자의 뚜렷한 역할을 갖고 참여하며 협업을 전제로 자생하여 각기 ‘다르면서도 같은’ 운명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그림3).
현재는 각종 최신 기술(technology)로 무장한 일명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였다. 경영학자들에 의하면, “플랫폼 사업(business)은 인공위성과도 같다”고 표현한다. 인공위성은 종종 올라가야 할 곳에 오르지 못하며 최악의 경우, 공중에서 폭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궤도에 잘 정착하기만 하면 오랜 기간 궤도를 공전할 수 있다.
그림3. 플랫폼과 플랫폼 기업
플랫폼 기업들이 설립 초기에 ‘급격히 성장’했던 것은 플랫폼의 본질인 협력과 상생이란 철학을 가지고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Microsoft는 제3자(3rd party)의 도움을 받았으며, Google은 모든 참여자에게 자사 플랫폼을 개방한 뒤 여기서 창출되는 혜택을 차별없이 분배했었다. ‘동등한 연결’이란 이상을 추구했던 META (구 Facebook)나, 클라우드 기술에 기반한 Amazon도 이 같은 철학을 유지할 때 성장했었다.
플랫폼 전략론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Andrei Hagiu MIT 경영대학원 교수는 ‘장(場)을 가진 자가 부의 미래를 지배한다’고 주장했고,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 역시 ‘21세기 부(富)는 플랫폼에서 나온다’고 예측하였다.
플랫폼 활성화의 본질은 ‘연결’의 속성
전통시장이나 시골장터, 슈퍼마켓도 플랫폼이다. 학교도 종합병원도 약국도 교육과 의료를 위한 플랫폼이고, 도시 자체도 거대한 생활 플랫폼이다. 모여서 교류하고 교환하면서 가치를 창출하고 부가 축적되는 모델로서 이 플랫폼이 인류의 역사에서 언제 어디서나 등장하는 속성을 지녔다면, 현대의 플랫폼 기업이란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하여 소위 디지털 전환에 빠르게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특히 서비스 플랫폼을 예로 들면, 그 성패를 좌우하는 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안에서 연결되느냐, 즉 구성원 간 협력이 중요하다. (1)기술과 규모, (2)서비스의 양과 질, (3)차별화와 경쟁우위, (4)시장 지배력과 표준으로서 위치 등을 모두 갖출 수 있는게 플랫폼이므로 많은 기업들이 플랫폼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최근 약업생태계도 플랫폼 기업을 약국과 약사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하여 경계하는 시각이 우세하고 대응도 거칠다. 아쉽게도 국내 등장한 소규모 플랫폼 기업들이 코로나19라는 틈새를 활용해서 주요 사용자들의 협조와 상생을 유도하기보다는 정부의 정책기조나 사회경제적 변화상에 편승해서 소비자의 편리성 이란 모토를 내세우면 모든 것이 용인되고 수용된다는 단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약업계도 플랫폼 기업의 등장 때문에 약국경영수지가 악화되었거나, 폐업이 유의미하게 증가했거나, 개별 약사의 수입 감소폭이 크거나, 의료 플랫폼 기업 이용자의 약화사고의 빈도와 강도를 실증적으로 입증해야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다. 약업계의 경계심과 거부행위의 근거가 데이터로 증명되었기 보다는 관측과 예상과 추론에 기인한다는 것도 일부 인정하면서 그동안 왜 약국은 스스로 플랫폼 이면서도 디지털 전환에 뒤쳐지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약국은 진화가 정체된 플랫폼
인류는 정보와 산물을 교환하며 생산이 증가하고 부의 규모가 커지는 플랫폼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호해왔다. 생산성의 증가가 산업혁명이며 이번 4차 혁명은 ICT기술에 바탕을 둔다고 언급하였다. 그렇다면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과 이를 활용하려는 플랫폼 기업의 등장을 약업계는 과연 예측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대비하지 못한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은 자사 서비스 특징에 적합한 오픈 API 정책을 도입하여 빠르고 편리하게 사용자층을 확대시켰다. 이에 따라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도 자사가 아닌 대부분 제3자에 의해 개발됐다. 플랫폼 보유 기업이 개발자 지원에 힘썼기 때문이다. 단순히 API 개방에서 멈추지 않고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개발자 지원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이런 사회경제적 역사로부터 시사점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도 이미 언급했었다. 이제는 약국이 전통적 플랫폼의 특성을 벗어나 환자와 의약품과 질병과 케어와 상행위 관련 정보가 교환되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일상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다 약국의 생태계를 디지털 전환시켜줄 크고 작은 기업들을 적극 수용해야한다(그림4).
그림4. 디지털 전환 시대의 가치창출방법과 이를 위한 플랫폼의 역할
20여년전 의약분업 이후에 안정된 플랫폼을 유지하다가 약국은 많은 사람을 연결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약화시켰다. 한국형 의료전달체계의 좁은 채널에 적응하면서 자신이 가진 ‘플랫폼의 확장성’까지 제한시켰다. 환자나 소비자와 접촉을 늘릴 수 있는 일반약, 건기식 등을 제쳐두고 전문약 처방조제와 복약지도에만 전념하였다.
조제와 복약지도에서 추가적 가치창출을 하지 못한 채 정작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란 시대적 흐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이다. 환자의 안전보장은 너무나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환자 1인당 복약지도 시간과 상담 수준을 높이면 환자의 안전성과 건강증진이 얼마나 증가한다는 실증데이터는 아직도 축적하지 못하고 있다.
약업생태계는 미래 약국모델과 약사의 위치를 어떻게 안착시킬 지 마스터플랜이 불확실하다. 그래서 이러한 전략수립이 이뤄지는 동안에 현행 약국모델을 당분간 유지하면서 어떻게 디지털 전환을 실현할 지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무차별적인 플랫폼 기업의 위협에 근본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7-08 11:07 |
![]() |
[약사·약국] <64> 약국의 미래: 약업계의 위기관리시스템은 실용적인가?
<64> 약국의 미래: 약업계의 위기관리시스템은 실용적인가?
국가나 기업과 비슷하게 약업생태계도 끊임없이 위기상황을 만난다. 특히 약사회는 직능단체이므로 회원의 이익을 신속히 대변해야 한다. 그래서 주요 이슈들이 항시 현안으로 떠오르면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상시 가동시켜야 한다. 그러나 최근 약업계가 겪어 온 위기상황을 되돌아보면서 답답함이 느껴진다. 과연 약업계의 위기관리시스템은 누가 구축하고, 어떻게 운영하며, 무엇이 강화되는 중일까 라는 자문을 하게 된다.
전문가들에 의하여 위기관리시스템의 혁신을 위한 성공 10계명으로 알려진 것이 있기에 향후 약업계도 이를 차용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의미에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 것, (2)AI와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것, (3)통합적 위기관리센터를 구축할 것, (4)돌발 리스크에 대비할 것, (5)현장전문가를 중시할 것, (6)SNS를 적극 활용할 것, (7)원칙을 지키되 유연하게 적응할 것, (8)분권화 된 의사결정을 할 것, (9)위기관리에 피드백을 중시할 것, (10)스마트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할 것(그림1).
그림1.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분석한 취약했던 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
위기관리의 개념과 실제
피컨과 블록에 따르면, ‘위기관리’란 (1)위기발생을 예방하고, (2)위험을 최소화하고, (3)이미 발생한 위기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4)가능한 빠르게 정상상태로 복귀를 돕는 것이라 정의하였다.
최근 수년간 약업계 안에서 발생한 위기상황을 돌아보면 안전상비약의 소매점 판매, 한약국의 일반약 취급, 코로나19 감염 확산, 마스크 대란, 신속진단키트 대란, 타이레놀 등 해열진통제류의 품귀현상, 비대면 진료와 약배송 대란, 화상투약기 대란 등 다양하고 파급력도 크다.
미래에도 이와 유사한 패턴의 위기현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리라 예상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양상의 연속적인 위기를 극복하려면 약업계도 복합적인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에 관한 연구가 보다 심화되어야 하고 대응체계 역시 고도화되어야 할 것이다.
현대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근거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등장하였다. 구시대적 위기대응 방식은더 이상 현장에서 실용성이 덜어진다. 웬만한 조직은 항상 문제의 원인과 예방대책을 사전에 예측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종합적인 비상계획을 수립했는지 여부가 중요해지고 있다(그림2).
그림2. 위기관리의 개념과 과정
위기관리체계는 ‘예방’이라는 1단계와 ‘대비’라는 2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5가지로 세분화한질문을 하는데, (1)최신의 기술과 방법으로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예견했는가? (2)문제발생에 따른 종합대응수칙에 따라 사전예측과 평가를 수행했는가? (3)위기관리의 핵심체계를 중심으로 사전예방대책을 수립했는가? (4)문제의 발생단계별로 피해를 경감시키거나 예방할 대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했는가? (5)위기관리 시스템에 따라 최신기술(4차 산업혁명의 성과물 등)을 기반으로 첨단화된 인력과 기술을 운용하여 종합적인 예방대책을 수립했는가? 등이다.
2단계를 위한 질문으로는 (6)빅데이터 혹은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로써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문제가 야기할 위기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및 비상계획을 수립했는가? (7)위기관리 대응수칙에 따라 문제의 위기상황 단계별로 종합적인 비상계획을 수립했는가? (8)문제의 발생단계별로 위기관리 핵심체계 및 협력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대비계획을 수립했는가? (9)실제 문제발생 시를 대비해 사전에 비상훈련과 교육을 실시했는가? (10)직면한 문제나 유관 문제들에 대한 핵심위험요소 및 돌발상황 그리고 스마트 위기관리의 목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비했는가? 등이다.
대표적인 위기관리 방안
위기를 대응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이 세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각종 재난이나 위기에 대한 제도주의적 연구이다. 이는 위기의 종류 및 성격에 따라 법이나 제도적, 또는 실증적 사례 중심으로 연구하고 대비하는 방식이다. 가장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방식이다.
둘째, 위기를 극복하면서 그 가운데 발생한 복합적 상황을 극복한 정책이나 방안, 사례 등을 이론화, 체계화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1)정보화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주요한 방향이었고, 한편으로는 (2)문제의 복합화 현상에 따른 공공정책 실행의 갈등관리 방안에 대한 연구방식이 있으며, (3)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역할분담 같이, 대한약사회와 지회/분회 간 문제관리 체계에 대한 역할분담 접근방식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셋째, 최근에 확산 중인 것으로서, 크고 작은 복합적 문제의 발생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한에 있어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성과를 적극 연계시키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AI기술혁명이나 4차 산업혁명의 성과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획득된 경험을 약업계가 직면한 전통적 문제해결 혹은 위기관리 시스템의 혁신에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위기관리시스템의 구성
시장환경, 기술환경 등이 근본적으로 바뀌면,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렵냐 하면, 수백, 수만 개 기업이 번창하다가 환경이 급변할 때 적응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10%도 생존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진다. 그래서 100년기업 200년 지속기업은 3대를, 6대를 이어서 살아남은 기업들인 것이다.
약사회와 약업계의 역사는 해방 후 현대식 약학교육과 제약산업의 태동, 현대식 약국모델의 등장만을 기준으로 판단해보면 불과 70여년, 약 2세대가 지났을 뿐이다. 그간 위기의 순간마다 일본이나 서구 선진국의 약국비즈니스모델, 의약분업모델, 의료보험모델, 약료비즈니스모델, 사업다각화모델 등을 벤치마킹해서 토착화시켰지 고유한 정책이나 제도, 사업이나 위기극복 모델을 개발하여 외국에까지 수출한 경험은 일천하다.
산업생산력의 근본적 혁신을 산업혁명이라 부르며 혁신적 기술이 이를 주도한다. 인류는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비대면시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전화기와 라디오, TV와 인터넷의 발명에 이어서 증강현실, 가상현실, 메타버스 기술이 등장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즉, 전략이 바뀐 것이다.
수천년간 지속되던 대표적 대면활동인 가족생활, 종교의식, 교육, 의료가 이제는 나홀로 가구의 증가, 인테넷 원격예배, 원격진료 및 진단, 원격교육프로그램, 사이버대학, 원격케어 및 약배송이란 변화상이 도드라지고 있다. 타다, 쏘카라는 공유모빌리티 서비스와 새벽배송이나 로켓배송, 택배형세탁 서비스, 파송가사도우미 서비스 등과 같은 변화상은 우리의 생활을 바꾸고 있다. 이런 모습은 전략변화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의 사회적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기술에 따른 제품과 서비스, 플랫폼의 변화가 밀려드는데 원격진료와 약배송을 터부시하고 배격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의사와 약사 및 소비자들의 조직문화적 변화를 이루는 필연적인 진통과정일 것이다. 그러기에 이해관계자들을 안심시킬 제도와 법, 이해당사자들은 자체적인 위기관리시스템을 더 정교하고 준비하고 운용해야 하는 것이다.
스마트 위기관리시스템과 혁신하는 약업계
스마트 위기관리시스템이란, 4차 산업혁명의 성과를 토대로 다양한 위기에 대한 예방, 대비, 대응, 복구에 이르는 ICT기반의 통합적이고 첨단화된 시스템이다. 즉, 지능정보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ICBMS를 문제발생에 대한 안전관리의 전과정에 적용하는 것이다. ICBMS란 IoT (사물인터넷), Clouding (클라우드 컴퓨팅), Big data (빅데이터), Mobile (모바일) & Machine intelligence (인고지능), Security (보안)의 줄임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추진할 12개 핵심기술에는 ICBMS 외에 블록체인 및 핀테크 기술,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 기술, 플랫폼 기술, 3D 프린팅과 로봇기술, 게임화 기술, LBS (location based service), IoB (웨어러블), CPS (디자인) 등이 제시되었다. 이제 악업계 종사자들도 이런 12개 핵심기술을 약국이나 약업현장에 접목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이런 기술의 성과와 경험을 가지고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위기를 예측, 예방, 대응, 복구하는 위기관리시스템을 누가 언제 어떻게 갖출지 더 진지하게 고민하면 좋겠다.
레이더는 군사용 장비이다. 군사용 비행기기의 공습을 탐지하는 레이더 기술이 2차 세계대전의 종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레이더를 보유한 미군과 없었던 일본 간의 해상 및 항공전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군사역사가들은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레이더는 군사용 위기관리시스템으로 부를 수 있다. 지금은 기상관측 레이더가 태풍이나 급격한 일기변화를 예측, 대응하는 재해위기관리시스템의 일부로 활용되고 있다.
기술의 혁신적 진보가 전쟁의 양상과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쌍안경으로 적기의 공습에 대응하려 24시간 하늘을 지켜보는 수백~수천 명의 육안관측병을 배치하다가, 레이더가 도입된 후에는 실내에 앉아서 화면을 지켜보는 소수의 인원만 배치하도록 바뀐 것이 비즈니스 모델 변화의 한 예이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화상투약기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서 정부와 힘겨루기로 힘을 소진하기 보다는, 미래를 향한 변화욕구, 국민의 삶의 질 향상, 전문직능인의 권리보호와 책임강화 등 윈-윈 할 수 있는 시스템적 대응체계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식과 속도의 증가가 생산력의 증가로 이어졌다. 미래는 생산의 주체가 인공지능과 로봇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약업계 종사자들은 당황하거나 좌절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고유한 특징인 창조성, 의지, 변화 적응력, 관계 맺기 능력 등에 주목하여 지금 맞이한 위기를 대응하고 관리하는 지혜가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6-22 12:12 |
![]() |
[약사·약국] <63> 약국의 미래: 약업에도 인공지능과 로봇이 사용될까?
약업생태계는 매우 노동집약적 구조이다. 경제학의 전통적 이론에 따르면 토지, 자본, 노동이 생산을 위한 요소인데, 과거 200년을 회고해보면 3차에 걸친 산업혁명은 생산력의 근본적 혁신을 의미했기에 이번에 다시 맞는 제4차 산업혁명 시기에 약국 및 약사도 생산성 증대를 위한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약국의 부가가치는 약사의 노동생산성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개별 약사 생산력의 총합이 약국의 생산력이다. 한데 약국이나 약사의 생산력은 과연 무엇이며 또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
생산력의 의미
생산력은 막스주의 및 역사적 유물론의 중심관념이다. 칼 막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에서, 생산력이란 노동수단과 인간 노동력의 조합을 의미한다. 막스와 엥겔스는 이 개념을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언급했던 “노동의 생산적 힘”(productive powers of labour)에서 차용했다고 추측되며 독일의 프리드리히 리스트도 ‘정치경제학의 국민적 체계’란 저서에서 비슷한 개념을 언급했다.
생산과정에서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힘(신체와 두뇌, 도구와 기술, 원료, 자원, 노동자의 협력의 질, 장비, 경영, 공학 등)들이 ‘생산력’이란 포괄적 개념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사람의 지식도 생산력이 될 수 있으며 생산력이 사회기술적 생산관계와 조합되면 역사적으로 특정한 생산양식을 구성하게 된다.
국가의 생산력
GDP란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시장가치이고 국가의 경제수준이자 생산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참여자의 국적을 불문하고 한 국가 안에서 이루어진 생산활동을 모두 포함시킨 개념이다. 현대 자본주의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재화의 생산'(Product)이며 자본주의 시대에 화폐의 축적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돈은 원한다면 중앙은행에서 쉽게, 무한으로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GDP를 평가할 때, 돈의 가치로 나타내는데 이는 단지 한 국가의 생산력을 화폐의 가치로 나타낸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상품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좋은 품질로 생산하고 이를 사용하면서 효용을 누리는지가 중요하다. GDP는 국가의 생산력 측정 지표이다. 국내총생산이 1.6조원이다,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넘었다 하며 GDP를 자본의 양으로 측정하지만 자본의 축척이 GDP의 진정한 의미는 아니다. GDP가 커진다 혹은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많은 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량이 많아진다'를 뜻한다.
그동안 우리 약업계는 약국의 GDP를 측정한 것이 있었던가? 그리고 약사 1인당 생산력과 생산성을 측정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약국과 약업계는 제4차 산업혁명을 맞이했다. 산업혁명이란 생산성의 획기적 변화를 말하는데, 약국과 약사는 생산성 척도나 지표를 지니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생산성의 혁신기를 맞이했기에 아직 발전의 방향을 못 정한 채 우왕좌왕하는 것은 아닐까?
약업통계의 중요성
국가와 기업, 개인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책이나 의사결정의 기초가 되는 것은 통계이기에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동안 약국이 독립된 산업으로 인정받지도, 육성되지도 못했던 원인 중 중요한 점은 신뢰성 높은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전국의 약국과 약국장 수는 약국개설등록을 통해 알 수 있으나 전체 종사하는 약사와 종업원의 수, 평균적인 근무시간, 약국면적, 급여수준, 약국의 지역적, 위치 분포 등은 거의 파악되지 않았기에 약국이나 약사의 생산성도 산출하기 어렵다. 그러니 생산력의 획기적 증대를 의미하는 ‘제4차 산업혁명’과 그 생산의 주체인 산업적 인프라와 시스템을 디지털화 시키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우리의 약국은 실천하기 어려운 것은 아닐까?
필자가 회장으로 봉직하는 ‘경영약학연구회’는 약사는 물론, 다양한 전공의 경영학자가 참여 중인 연구모임이다. 올해는 약국을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첫 시도로서 통계청과 대한약사회의 도움을 받아 약국의 기초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볼 계획이다. 이는 유무형의 약료자원 보유량과 분포정도를 알아야 약국의 미래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성 증가를 위한 로봇의 등장
로봇(robot)은 인간과 유사한 모습과 기능을 가진 기계 또는 한 개의 프로그램으로 작동하고(programmable), 자동적으로 복잡한 일련의 작업(complex series of actions)을 수행하는 장치인데, 제조공장에서 조립, 용접, 핸들링 등을 수행하는 자동화된 로봇을 ‘산업용 로봇’이라 하고 환경을 인식해 스스로 판단하는 기능을 가진 것은 '지능형 로봇'이라 부른다.
반복적이거나 따분하고 불쾌한 작업들은 특히 로봇에게 맡기기에 적합하다. 로봇은 언제나 일정한 수준의 정밀도와 정확도로 작업을 계속할 수 있으며, 지칠 줄 모르기에 제품의 품질은 항상 일정하며 게다가 휴식을 취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많은 양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또한 로봇은 위험한 작업을 대신할 수 있다. 가정에서도 점점 많은 로봇이 가사를 돕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육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도 많이 이용될 것이다.
협동로봇의 활용 증가
최근에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협동로봇(Cobot 또는 Co-robot)’이다. 이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사람과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로봇을 일컫는다(그림1).
그림1. 산업용 로봇 기술의 발전추이 (출처: 김광석 등, 2018)
협동로봇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의 게이트와 페시킨에 의해 1996년에 발명되었다. 이듬해 특허출원 때에는 ‘인간과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범용 조작기 사이의 직접적이고 물리적 상호 작용을 위한 장치 및 방법’이라고 표현되었다.
최초의 협동로봇은 내부원동력이 없는 것으로서 인간의 안전을 보장한 대신, 로봇이 움직이기 위한 동력은 인간 작업자가 제공했다. 협동로봇의 기능은 인간 작업자와 협력하여 페이로드를 방향 전환하거나 조종하여 컴퓨터가 동작을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지만 이후 개발된 것은 제한된 양의 동력을 가지는 형태로 발전했다(그림2).
그림2. 동작방식에 따른 협동로봇 분류 (출처: 이남우, 2018)
인간-산업용 로봇 협업 형태
인간-로봇 간 협업은 직접 접촉이나 작업 동기화가 없는 공유작업 공간에서,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조정해, 개별 인간 작업자의 동작을 흉내내는 것까지 다양하다. 사실, 로봇이 작업자의 동작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장 어렵다고 알려졌다.
로봇은 작업자의 움직임에 적응해야 하고, 이 때의 로봇 움직임은 완전히 예측할 수 없으므로 최종 사용자는 잠재적 운동범위의 전체 매개변수가 안전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을 달성하기 위해 정밀성과 반복성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제조업 부문에서 반응하는 협업의 예가 등장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협동로봇의 이점
코콧의 장점으로는 먼저 경제적으로 로봇 자동화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다. 아직 생산공정을 자동화하지 않은 소규모 업체는 로봇이 제공하는 생산성과 품질 개선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생산자동화를 이룬 제조업체는 협동로봇을 사용해 흔히 만성적 허리부상의 원인이 되는 최종조립작업을 완료하는 데 근로자들을 지원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는 전통적 로봇과 새로운 코봇 모두 직관적으로 발전 중이다. 더 간단하고 독립적인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최소한의 로봇교육을 받은 작업자는 로봇을 새로운 작업에 쉽게 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코봇은 가볍기 때문에 공장에서 쉽게 움직인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자에게 상당한 비용요소인 공장(약국과 같은 작업소를 포함)과 같은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위와 같은 기능적 조합은 로봇 자동화 분야에 생소하거나 전문성도 부족한 최종사용자 시장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산업용 로봇은 고정된 채 가동되는 경우가 많지만, 모바일 플랫폼과 (협동형) 로봇을 결합한 이동형 산업용 로봇에 대한 수요도 있다. 즉, 협동로봇공학을 통해서 제조업체와 의료현장은 인간의 기술을 보완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그림3).
그림3. 의사 대신 주사 놓는 로봇<왼쪽>
그림4. 치킨튀기는 로봇을 설치한 무인화 점포<오른쪽>
약국의 미래모델에 로봇을 적용하는 것이 시기상조일까?
협동로봇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이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지만 업종별로 속도와 정도는 차이가 있다. 옥스퍼드대학의 프레이 교수는 2013년 ‘고용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702개 직업군을 분석해 자동화와 기술발전으로 20년내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가장 가능성이 큰 직종 중 하나가 물류·창고 분야였다. 약 9년이 지난 현재 실제 물류·창고 업무는 상당 부분을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던 분야에도 대체로봇 개발이 활발하다. ‘고용의 미래’는 레크리에이션을 활용한 치료처럼 정신적 질환을 돌보는 직업을 ‘사라질 가능성이 낮은 직업’으로 분류했지만, 코로나19 이후 강제격리 등으로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늘면서 이들을 돌보는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스라엘 기업 ‘인튜이션 로보틱스’가 개발한 로봇 ‘엘리큐’는 고령자에게 의사상담과 약물복용시간 알림, 음악과 동영상 추천 등의 업무를 한다.
MIT대학교 에스모글루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근로자 1,000명당 로봇이 1대씩 추가될 때마다 임금은 0.42% 감소하고, 고용률이 0.2%포인트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인공지능 자동화 로봇 1개가 사람 일자리 3.3개를 대체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구인난과 임금상승이 로봇에 의한 무인화를 가속시켰다. 아마존과 코스트코는 최저시급을 15달러에서 17~18달러로 올렸지만 근로자를 구하지 못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치킨집의 인건비가 급상승해서 치킨을 튀기는 로봇을 배치하고 있다(그림4).
로봇이 일자리 총량을 감소시키는지는 논란거리지만 확실한 사실이 있다. 자동화 속도는 국가별·산업별로 다르며 무인화 시대에 대비해 근로자에 대한 재교육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로봇사용이 가장 활발한 국가군에 속하는데.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은 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산업용 로봇밀도)가 932대로써 세계에서 가장 높다.
2025년까지 로봇으로 대체할 경우 감소하는 노동비용을 국가별로 예측한 결과,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33%라고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자동화로 인한 불평등이 가장 빨리 현실화되는 국가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약국과 약사는 생산성 증가를 위해 어떤 구체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가?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6-07 08:18 |
![]() |
[약사·약국] <62> 약국의 미래: 약사 사회가 보유한 집단지성의 활용성 높이기
약국 중심의 약업생태계는 집단지성과 다수결에 의한 결정을 중시한다. 개국약사는 개별사업자이기에 개인의 주장은 상대적으로 미약하여 약사회란 대표기구를 통해 전체 약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의로 표현되며 그것이 옳다는 신념이 비교적 강하다.
약사 사회의 현존하는 전문화되고 조직화된 의사결정기구는 다름아닌 약사회인데, 과연 집단지성의 장점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구조인가?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혁명시대를 맞이하여 빅데이터를 수집하여 AI를 활용해서 해석하고 현실의 문제해결에 적용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기계를 통해 집단지성을 이용하는 또다른 형태라 해석할 수도 있다.
집단지성의 실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다수의 개체가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해 얻게 된 결과이자 능력으로서 소수의 우수한 개체나 전문가의 능력보다 다양성과 독립성을 가진 다수의 비전문가 집단의 통합된 지성이 오히려 더 올바른 결론을 유도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월드와이드웹(WWW)의 발전방향인 웹 2.0의 핵심개념이자, 중지(衆智, 대중의 지혜), 집단지능, 협업지성, 공생적 지능이라고 부른다(그림1).
그림1. 집단지성 플랫폼의 예
대표적 사례로는, (1)다수가 자유롭게 열람하되 불확실하거나 잘못된 정보는 누구나 수정, 삭제하는 자료열람사이트인 ‘위키’와 (2)사용자가 검색어를 제시하면 무수한 웹페이지를 검색하여 연관성 높은 자료를 찾아주고 각 검색사이트의 실제 방문자 수에 비례하여 순위를 매김으로써 인기있는 사이트가 신뢰성도 높다는 전제 하에 검색결과의 제일 앞에 제시해주는 ‘구글’, (3)불특정 다수의 사용자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지식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시켜주는 ‘클라우드 소싱’, (4)익명의 사용자가 제시한 질문이나 고민에 대해 또다른 익명의 사용자가 자발적 응답을 제공하여 지식을 공유하는 ‘네이버 지식iN’ 등이 있다.
투자수익률 경쟁의 결과가 숙련된 주식투자자와 심지어 원숭이 사이에도 별 차이가 없었다는 실례와 같이, 제임스 서로위키러는 투자의 직감력이 특출한 금융전문가 1명과 다수의 비전문가들 사이에 예측력을 비교하여 전문가 1명의 직감보다 다수 비전문가의 직감의 합이 더 우수하다는 실험결과도 제시하였다.
집단지성의 반론
이처럼 다수의 일반인은 ‘집단지성’이 더 정확하다고 여기지만, 인간의 비합리성과 의사결정을 연구하여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2002년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린스턴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대니얼 카너먼은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즉,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힌 것처럼 의외로 군중은 지혜롭지 않으며 사람의 판단 과정은 기분, 날씨, 주변인 등으로부터 영향 받고 이렇게 판단을 흐리게 하는 요소를 ‘잡음(noise)’이라 명명했다. 사실, 다수의 사람이 모이면 이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화뇌동(附和雷同)’ 현상이다. 래브 무치니크 히브리대학교 교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실험을 했다. 추천 수가 0인 게시글 1개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추천버튼을 누르자 다음 사람이 그 댓글에 추천을 누를 가능성이 35%, 5개월 동안 추적 관찰했을 때 게시글의 순위는 평균 25% 상승했다. 즉, 첫 번째 추천이 커뮤니티 이용자의 판단에 잡음으로 작용한 것이다.
투표 대상 안건이 초기에 지지 받지 못하면 그 안건은 끝내 표결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소수가 그 안건에 대해 초반에 지지하느냐 여부에 따라 대중의 판단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초반의 인기는 자기강화(self-reinforcement)적 속성이 있으므로 한 신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출시 첫 주에 인기몰이를 해야 한다. 이를 마케팅이나 광고이론에서 ‘초두효과’라 부른다.
둘째, ‘피로감’이나 ‘스트레스’도 판단을 흐리게 하는 현상이다. 배고픈 시간대에 최종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이 더 중한 형량을 선고했으며, 의사들은 하루 일과시간이 끝날 무렵에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할 확률이 높은데, 이는 진료시간 종료의 압박을 느껴서 부작용을 알면서도 즉효성 약제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셋째, 지능이 높을수록 예측력도 높기에 ‘지능’ 역시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상위 1%의 두뇌가 모인 집단에서도 지능이 더 상위에 속한 사람은 하위 영역 사람보다 박사학위의 취득이나 책을 출판하거나 특허권을 소유할 가능성이 2~3배 높다고 한다.
이처럼 소수의 사람의 결정 혹은 그들의 심리상태와 주변상황에 따라서 좌우되는 이 같은 잡음 요소를 줄이려면 인적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의사결정시스템이 가진 문제점을 이해하고 이를 보완할 별도의 ‘알고리즘’을 마련해야 한다. 게다가 집단지성이 장점을 발휘하려면 5~20명 정도의 소그룹일 때가 최적이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약국의 발전모델을 집단지성으로 결정하는게 항상 옳을까?
약업계는 근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그런데 끝없는 외부환경의 도전에 대하여 ‘약권수호’라는 강성 방어논리로써 약국생태계를 유지하겠다는 목소리가 이에 대한 온건한 대안 논리에 비하여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전국의 약사회장 244명은 선출직이기에 출마 시 제시한 선거공약의 테두리 혹은 족쇄로부터 자유롭기가 힘들다.
244명의 회장을 보좌하는 각 약사회 핵심임원진을 최소 10명씩만 상정하더라도 2,440명의 집단지성 주체들이 있고, 비록 약사 사회가 처한 다양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지만 위의 2~3천명이 선택, 추진하는 정책기조에 단지 찬반의견만 표출할 뿐인 전국의 8만 회원의 지지로 단단히 구축된 이른바 약업계의 ‘집단지성’은 결속력과 효율성이란 장점도 갖지만 반면 자기방어와 폐쇄성, 집단이기주의란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그림2).
그림2. 아이디어 흐름의 패턴 (출처: T-Times)
최근 수년간 약업계의 이슈들을 보도한 뉴스와 기사들을 분석해보니, 기존 '업체 중심형 프랜차이즈'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근거로 철저히 협업(Collaboration)을 지향하는 약국모델의 출현을 기대하며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 약사들의 운명을 시장이나 자본 논리에 맡기지 않겠다는 자발적 각성, 변화에 대한 민초들의 갈망이란 표현들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약국경영으로 획득한 노하우와 뼈저린 시행착오를 효율적 대안과 자양분으로 삼는다고 하는데 약사출신이 아닌 동료 경영경제학 연구자들에 따르면 약사 사회는 약업생태계를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개혁하고, 가장 잘 운영할 수 있다는 자기확신이 과하다는 평가를 한다. 혹시나 약사 사회는 ‘집단사고’를 ‘집단지성’으로 스스로 과대 포장하고 있지 않은지 반추해보는 것도 좋겠다.
약업생태계 안에는 현실 파악과 변화를 추구하는 자발적 그룹도 많다. 약국경영은 소규모 자영업태가 흔해서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를 약사 개인이 수행하기에 개인 역량에 따라 경영성패가 좌우된다. 약국 창업 후 해가 거듭될 수록 피로감과 스트레스는 증가하여 시장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정체하기 쉽기에 다수의 약사들은 '신뢰도 높은 우군의 훈수와 지원'를 내심 기대한다(그림3).
그림3. 바람직한 집단지성 활용 체계의 구축
기존 중대형 약국프랜차이즈 업체, 신생 소규모 프랜차이즈 업체, 약업생태계에 들어오지 못한 스타트업기업 및 대기업, 약사회 회장단과 임원들, 모두 약업생태계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맡고있다. 변화의 새 물결을 수용할 포용성을 지금 보다 확장하면 좋겠다. 건강한 민족이나 집단이나 생태계는 유전적, 사상적 순수성 보다는 다양성, 수용성, 확장성, 협동성, 생존성이 강한 것이 아닐까?
많은 증거와 사례들이 입증한다. 집단지성의 장점이 잘 발휘되려면 전문가와 일반인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보다 다양한 의견과 해법을 발굴하고 시도하면서 약업생태계가 더욱 견실하고 선진적인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5-16 08:50 |
![]() |
[약사·약국] <61> 약국의 미래: 약사는 ‘디지털 코드’를 잘 준수하는가?
드레스 코드(dress code)란, 어떤 행사에 참여할 때 갖춰야 할 적합한 복장규정, 복식예절을 뜻한다. 만약 특정 행사를 개최하면서 미리 고지한 드레스 코드를 참가자들이 지키지 않으면 행사장 입장이 거부될 수 있고 혹시 입장하더라도 주변으로부터 눈총을 받는다. 이 제도는 현대사회에서는 구속력이 작아졌지만 오랜 관습으로 정착된 것이어서 아예 무시하기 쉽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약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디지털 문화와 첨단 도구의 사용설명서 혹은 정보활용 자율규약, 가칭 ‘디지털 코드’가 잘 정립되어 준수되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디지털 코드라는 말은 기존에 통용되는 어의로 숫자, 글자, 단어 등이 어떤 특별한 기호(symbol)들로 표현될 때, 이를 부호화(encode)라 하고 그 기호들을 코드(code)라 부른다.
정보의 전문가인 약사
약국은 보건의료정보가 들고나는 곳임과 동시에 다양한 정보가 생산되는 곳이므로 약사는 정보에 관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 필자가 약대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의약정보학의 핵심요소는 정보마인드와 최신기술을 이해하여 날로 폭증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 진위를 분별, 취사선택하는 역량이며, 교과목의 세부분야는 다음과 같다(그림1)
그림1. 의약정보학의 세부학습분야(출처: Drug Information: a guide for pharmacists 2ed. 1996)
의약정보를 언급하자면 일반적으로 정보자원의 출처와 그것을 다루는 방법에 주목하기 쉽다. 하지만 정보의 전문가란 양질의 정보를 찾아서 활용할 수 있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정보의 진위를 구별하고 분석하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근래에는 많은 인터넷 매체가 등장했고 이 안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중심인물 곧 인플루언서까지 출현했다.
약사 사회도 예외는 아닌데, 온라인 전문지 홈페이지 안에서 영상뉴스 운영, 인터넷TV 고정패널 출연, 1인TV 운영, 유튜브, 약사단톡방 운영, 페이스북, 뉴스클립, 카드뉴스 제작, 쪽강의, 영상강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다양한 정보의 교류와 제공이 일반화되었다. 디지털 매체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특히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적은 방식으로 학습과 정보의 수월한 취득과 교류를 원하는 약사들의 요구가 이 같은 분위기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디지털 코드의 필요성
일단 잘못된 의료정보를 사용하거나 의료정보를 잘못사용하면 환자와 일반 소비자에게 큰 해악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보건의료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어떤 정보를 다룰 때는 먼저 그 진위여부와 정확성을 확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가짜뉴스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어쩌면 21세기는 거짓 정보와의 쉼 없는 싸움이 중단되지 않을 듯하다. 우리나라는 인터넷과 방송을 통한 정보의 취득에 관심이 높고 비교적 잘 믿는 속성이 도드라진다(그림2).
그림2. 가짜뉴스, 가짜정보(출처: 연합신문)
모든 국가에서 유통되는 인터넷 정보들이 잘못되었거나 오류가 팽만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 정보의 신뢰도가 높은 국가의 순위와 인터넷에 올라있는 정보를 쉽사리 신뢰하는 국가간 정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거짓정보에 대해 특히 취약한 환경임을 파악할 수 있다
정보의 질적 제고를 위한 노력
일단 가짜뉴스, 거짓정보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것에서 머무르면 안된다. 정보의 정확성과 무오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우선은 정보를 오염시키는 유형을 분류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여 적극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그림3).
그림3. 메타(구 페이스북)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대응하는 가짜뉴스 종류
인터넷이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은 다양한데 특히 논문처럼 한 장 또는 한 편의 문서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므로 일반적으로 어떤 일련의 정보를 제공하는 특정 사이트를 개별단위로 해당 사이트에 수록된 정보의 상대적 무오성을 공인해주는 비강제적 인증체계가 있다. 스위스에 소재한 비영리기구인 Health On the Net foundation이란 곳에서 제정한 HON code인데, 전술한 바와 같이 이는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 자체가 갖춰야 할 자체 준수규약 8개를 제시하고 있다.
이 8개의 규약이란, (1) Authority(권위) (2) Complementarity(보완성) (3) Confidentiality(기밀성) (4) Attribution(출처) (5) Justifiability(정당성) (6) Transparency of authorship(필자의 투명성) (7) Transparency of sponsorship(후원자의 투명성) (8) Honesty in advertising and editorial policy (광고와 편집방법의 정직성) 등에 대하여 자율적으로 준수할 때 그 사이트가 전달하는 정보가 우수하고 신뢰성을 지닌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수천개의 웹사이트에서 인터넷건강(Health on the Net; HON)재단의 인증을 게시 중인데, 이 인증을 받으려면 해당 웹사이트가 HON 사이트운영 수칙에 제시된 8가지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다. HON 수칙은 포상제도가 아니며 웹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의 질의 등급을 매기려는 것도 아니다. 오직 웹사이트가 기본적인 윤리기준에 따르도록 하고, 읽는 사람들이 읽는 내용의 출처와 목적을 아는 것을 도우려는 의도로 몇 가지 규칙을 정한 것이다. 이에 필자는 우리나라의 약사와 약업계 종사자들은 다양한 정보매체를 만들고 사용할 시 정보의 무오성, 편향성을 지양하도록 노력해주기를 기대한다.
더 빨리, 더 많이를 지양하는 정보전문가의 품격
근래에 약사들도 인터넷을 활용하여 다양한 건강관련 의료정보를 생성하고 전달하고 활용한다. 정부는 물론 공공기관, 기업, 학술기관, 개인 할 것없이 엄청난 날정보와 가공된 정보를 쏟아낸다. 웬일인지 이제는 약업계에서 영향력을 가진 약사들은 자기 블로그 하나쯤은 다 운영 중이다.
내가 올린 정보가 콘텐츠를 누군가 소비하고 인용하고 확산하면 이에 비례하여 금전적 이익을 취하도록 잘 구축된 비즈니스 모델은 성인과 전문가는 물론, 이제는 미성년이나 특정 분야의 비전문가들까지 새로운 권력을 가지게 해주었다.
미래시대의 총아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알고리즘도 왜곡되고 편협한 정보의 산더미를 통해 심화학습을 거치면 사람 못지 않게 편협하고 잘못된 결과를 산출한다는 실례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의약품에도 과용, 오용, 남용, 부작용과 이상작용이 있듯이 정보 그 자체와 각종 정보매체를 사용하는 데 이른바 ‘디지털 코드’를 익히고 준수하지 않으면 차라리 디지털 문맹(digital illiteracy) 상태에 머무르는 것 못지않게 위험할 수 있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2022-04-26 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