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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8> 손주를 보여줘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가 주말에 내려 오기로 한 서울 손주를 맞기 위해서 토요일 하루 종일 집안 구석 구석을 청소해 놓았다. 그 때 며느리로부터 전화가 왔다 ‘애가 바빠서 내일 못 찾아 뵙겠다’는 내용이었다.
할아버지는 “알았다. 다음에 와라”하며 전화를 끊었지만 그날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다.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그 할아버지가 써 보낸 사연이란다.
나이가 들수록 손주와 노는 것 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 재미도 보람도 손주보기가 최고이다. 내가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2019-12-18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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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7> 이목구비(耳目口鼻)
일본 사람들은 동경(東京)을 영어로 쓸 때 Tokyo라고 쓴다. 우리 생각에는 Dokyo가 좀 더 사실에 가까운 표기 같아 보이는데 일본인 생각은 다른 것이다. 오래 전 동경대학에 유학 할 때 비슷한 의문이 생겨서 클라스메이트에게 이 발음을 확인해 본 적이 있었다.
즉 한번은 “토-쿄”라고 하고 한번은 “또-꾜”라고 말하며 어떻게 들리냐고 물었더니 두 발음이 똑 같이 들린다는 것이었다.
몇 번씩 테스트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격음(激音, 크, 프, 트 등과 같은 거센 소리)과 경음(硬音, 끄, 뜨, 쁘 등과...
2019-12-04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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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6> 흔들리는 기준(基準)
군대에 가면 정렬을 시킬 때 한 사람에게 오른쪽 손을 높이 치켜들고 큰 소리로 ‘기준!’ 이라고 외치게 한다. 그러면 그 사람, 즉 기준병(基準兵)은 신속히 자리를 잡고 오른쪽 팔을 들어 기준!을 외친 후 그 자리에 말뚝처럼 서 있어야 한다. 기준병이 왔다 갔다 하면 군인들이 오(伍)와 열(列)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생동성(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은 복제 의약품(제네릭 의약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시험이다. 이 시험의 골자는 오리지날 약과 제네릭을 사람(피험자)에게 투여하였을 때 두 약의 혈중농도가 동등함을 입증하는...
2019-11-20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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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5> 한끼 줍쇼
JTBC 방송에서 2016년부터 주 1회 방송하고 있는 ‘한끼 줍쇼’란 TV 프로그램이 있다. 방송국의 설명에 의하면 이 프로그램은 ‘정글과도 같은 예능 생태계에서 국민 MC라 불렸던 두 남자가 저녁 한끼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다큐멘타리’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경규씨와 강호동씨 두 사람이 각각 인기 연예인 한 명씩을 동반하고 불쑥 어느 동네를 찾아가 아무런 사전 양해 없이 어느 집의 초인종을 눌러 “저녁 한끼 같이 먹으면 안될까요?”라고 묻는다.
당연히 적지 않은 집이 ‘청소가 안 되어 있다’거나 ‘이미 식사를 마...
2019-11-06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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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4> 사람 살려
길을 가다가 실수로 깊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 미국 사람들은 “Help me!”, 일본 사람들은 “다스께떼!”, 중국 사람들은 “救命!”이라고 외칠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알다시피 우리는 “사람 살려!” 라고 외친다. 미국 사람들은 ‘나’를 강조하고, 일본과 중국 사람은 누구를 살려달라는지 불투명한 채로 살려달라고 외치는데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라고 외치는 것이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만 ‘내’가 아닌 ‘사람’을 살리라고 외칠까? 나는 이게 오...
2019-10-16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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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3> 이등병, 병기수입, 조의
1. 이등병, 일등병
군대에 들어가 보니 사병들의 계급을 부르는 호칭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입대 후 소정의 훈련을 받고 나면 계급장에 작대기 하나를 달아주며 ‘이병(二兵) 또는 이등병(二等兵)’이라고 부른다.
다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작대기 한 개를 더 달아주며 이번에는 ‘일병(一兵) 또는 일등병(一等兵)’이라고 부른다. 그 후 세월이 지나면서 작대기가 3개, 4개가 되면 각각 ‘상병(上兵)’과 ‘병장(兵長)’으로 부르는데, 내게는 특히 이병과 일병이라는 호칭이 영 마음에 안 들었다.
작대기 하나를 일병, 작대기...
2019-10-02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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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2> 홍문화 교수님 추모 책자 발간을 준비하며
나는 요즘 고 홍문화(洪文和) 교수님 추모 책자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 약대의 ‘한국약학 10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이다.
홍교수님은 1916년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치고, 1934년 19세의 나이에 경성약학전문학교(경성약전)에 입학하셨다. 1937년 경성약전을 수석으로 졸업하신 후 3년간 주안에 있던 제염시험소 소장으로 근무하신 것을 제외하면 평생의 대부분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로 지내셨다.
홍교수님은 “나의 가장 짧은 자서전”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인생을 설명하신...
2019-09-18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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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1> 아버지의 정리정돈
아버지의 근검절약에 이은 두 번째 좌우명(座右銘)은 정리정돈(整理整頓)이었다. 아버지의 하루 일과는 아침 일찍 바깥마당과 안마당을 쓰시는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비질 소리에 식구들이 아침 잠을 깨는 날도 많았다.
오후에 군청에서 퇴근하시면 자전거를 바깥 마당에 세워 놓으신 채로 마당을 다 쓸고 나서야 대문을 넘어 오셨다. 집안에 들어 오셔서도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는 것들을 정리하기 전에는 옷을 갈아 입지 않으셨다.
멀리서 아버지가 퇴근해 오시는 기척이 나면 나는 부리나케 주변을 정리하고 공부...
2019-09-04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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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0> 아버지의 근검절약
우리 아버지의 첫 번째 인생 철학은 내가 보기에는 ‘근검절약(勤儉節約)’이었다. 넉넉하지 못한 농촌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아버지는 근면하게 일하고 검소하게 절약하며 사는 것만이 잘 사는 비결이라고 믿으셨던 것 같다.
40대까지 군청에 다니셨던 아버지는, 당시 대부분의 시골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새벽같이 일어나 농사 및 집안 일을 돌 본 후 출근하셨고, 퇴근 후에도 저녁 늦게까지 같은 일을 돌보셨다.
우리 집에서는, 제법 잘 살게 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하루 한끼는 김치죽을 쑤어 먹었는데, 이는 묵은 김...
2019-08-21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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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9> 의식하지 못하는 존재의 고마움
“자고 일어나 눈을 뜨면 사물이 저절로 보이고, 물을 마시면 저절로 오줌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그 동안 눈과 신장이 수고를 해주는 덕택에 사물을 보고 소변을 봤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 했어요. 그래서 눈과 신장의 노고에 감사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온누리 교회의 고 하용조 목사가 오래 당뇨를 앓아 온 몸에 이상이 생긴 시점에서 한 말이다.
나도 나이를 좀 먹으니 안 아픈 데가 어딘가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 쑤신다. 무릎과 허리가 아프고, 잘 안보이고 덜 들리며 소변도 잘 안...
2019-08-07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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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8> 젊은이에 건다
지난 64회 현충일 아침, 티브이로 기념식 중계 방송을 보면서 3.1 운동, 독립운동, 6.25 전쟁과 4.19 혁명 같은 우리나라 근 현대사의 변곡점에는 젊은이들의 용감한 참여가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젊은이의 혈기(血氣)가 역사를 바꾸는 구동력(驅動力)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 우리나라가 오늘날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된 것은 ‘지금은 늙었지만 그 때는 젊었던’ 사람들의 희생이나 기여 덕분일 것이다.
세상은 엄청 바뀌었다. 과거 우리 세대에게 클리프 리차드나 엘비스 프레슬리, ...
2019-07-17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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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7> 사서 기뻤던 물건, 티브이
1972년, ‘여로(旅路)’라고 하는 티브이(TV) 일일연속극이 시청률 70%를 넘기며 전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시골 소읍에 사시던 장모님은 저녁마다 이 연속극을 보러 이웃 마을까지 걸어 다니셨다.
그래서 아직 결혼 전이었던 아내는 어머니를 위해 흑백 티브이 한 대를 사서 안방에 설치하였는데, 그 일이 지금껏 가장 기뻤던 일로 회상된다고 하였다. 당시 컬러 티브이는 아직 나오지 않았던 때였다.
티브이를 사 놓자 장모님이 더 이상 이웃 마을까지 가시지 않아도 되어 좋았지만, 대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
2019-07-03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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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6> 빛과 소금: 세상을 따듯하고, 맛있게까지 만들어야
내가 1966년에 졸업한 제물포 고등학교의 교훈은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었다. 모자에 붙이는 모표(帽標)도 세 개의 소금 결정 한 가운데에 고(高)자를 등대(燈臺) 모양으로 써서 만들었다(그림 참조).
1954년에 문을 연 이 학교는 이미 5회 졸업생이 서울대에 전체 수석으로 합격한 바 있고, 1966년에는 300명의 졸업생 중 80여명이 서울대에 합격하여 ‘학식’ 면에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이 학교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특별히 ‘양심’ 교육을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이 학교는 국내 ...
2019-06-19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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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5> 섭섭증 극복하기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참 효자이시네”, “늘 챙겨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제일이야”, “은혜 잊지 않고 삽니다”, “존경합니다”, “대단하십니다” 또는 “믿음이 참 좋으시네요” 같은 소리를 들으면 은근히 기분이 좋아진다.
누구나 ‘듣기 좋은 말’을 듣기 좋아한다. 또 좋은 사람이라는 인정(認定)을 받고 싶어 한다. 때로는 아부의 말이 분명한 데도 들으면 기분이 살짝 좋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남에게 인정받을 만한 것이 없어질수록 더욱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생전의 우리 아버지는 건성으로 인사하는 사람들을 못마...
2019-06-05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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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74> 불천위(不遷位) 종가(宗家)
지난 4월 6일, 경주 김씨 충암공파 17대 종손(宗孫)이자 서울대 약대 동기인 김응일의 초청을 받아 대전에 있는 충암(冲菴) 김정(金淨)선생의 종가를 방문하였다. 충암 선생은 중종(中宗) 반정(反正) 이후 순창 군수로 재직 시, 반정으로 폐서인(廢庶人)이 되어 생을 마감한 왕비 신씨의 복위를 상소하다가, 보은(報恩) 지방으로 귀양을 갔다.
9개월 뒤 정암 조광조 등의 신진사림(新進士林)의 구원에 힘입어 방면되었으나 정치에 염증을 느껴 속리산과 금강산에 칩거하였다. 그러던 중 중종 14년(기묘년)에 조광조의 끈질긴 권유...
2019-05-22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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