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전쟁 영화 OST?
181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베토벤의 '웰링턴의 승리' Op.91. 15분 남짓한 곡이다.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때 고전시대에 영화가 존재했다면 영화 OST로 제격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토벤의 음악이 생생하게 묘사한 군대행진과 전쟁씬은 20세기 흑백 시대극 배경음악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 전쟁 교향곡 '웰링턴의 승리'는 스페인 비토리아 전투에서 나폴레옹 군대를 격파한 웰링턴 장군이 이끌던 영국군의 승리를 기념하는 작품으로 메트로놈을 발명한 멜첼이 의뢰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초연 무대에 100여명의 연주자가 참여했고 살리에리,훔멜,마이어베어와 같은 빈의 주류 음악가들이 연주자로 합세했으며 대포, 소총 소리까지 안배하여 극적효과를 배가시켰다. 드라마틱한 음악 속에 스펙터클한 효과를 노린 웰링턴의 승리는 베토벤 교향곡 7번과 함께 연주되었으며 연주회는 대중의 뜨거운 환호 속에 대성공을 거두었다. 전세가 나폴레옹 대군과 맞서던 동맹군쪽으로 기울고 있었던 기류도 작용했을 터.
그렇다면 현시대에 이 작품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결과적으로 몇 안되는 작품성이 결여된 베토벤의 그저 그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연주가 되는 경우도 드물다. 20세기 중반 클래식 작곡가들을 집대성한 책으로 잘 알려진 <Men of Music>이라는 책에서 웰링턴의 승리는 ‘돈벌이를 노린 형편없는 작품'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작품이 평가절하된 이유를 몇 가지를 꼽자면 전쟁을 주제 삼아 음악이 가벼운 표제음악적 셩격을 띄고 있다는 것. 전쟁의 서사에 결부하여 음악이 극적 내용에 치중하다보니 예술적 심미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평가받는다. 또 다른 이유는 베토벤 특유의 구조적 혁신을 찾아보기 힘들고 음악적 밀도도 낮은 편이다. 화성적으로는 대부분 예상가능한 진행을 견지하고 대위법적인 진행 또한 치밀하지 않다. 피상적인 효과에 치중했다는 평이 지배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한편의 단편 전쟁 영화에 흐르는 영화음악을 떠올리듯 현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일단 이 곡에 대한 관점은 스펙터클한 요소가 부각된 이벤트적인 목적성을 가진 작품이라는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공연의 목적 자체가 부상병의 사기 고취와 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함이 아닌가. 애초에 상업성을 고려했던 베토벤은 두둑히 수입을 챙길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총 2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의 주제는 <전투>다.
전쟁을 알리는 시그널과 함께 영국군의 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이어서 좀 더 경쾌한 템포의 프랑스군의 행진이 뒤를 잇는데 다이나믹을 통해 효과적으로 거리감을 묘사하며 점점 가까워지는 군대의 행진을 묘사했다.
각 나라를 상징하는 군가와 더불어 격렬한 전투장면이 음악으로 생생히 묘사되는데 특히 '돌격 행진곡(Sturm Marsch)'은 오늘날의 전투씬 배경음악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현대적 감성이 묻어난다. 또한 곳곳에 안배된 소총과 대포소리가 현장감을 더한다. 전투가 잦아들며 프랑스군의 패전 기색이 음악에 묻어나는데 베토벤은 템포를 늘리고 키를 단조로 바꿈으로써 우울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연출한다.
흥미롭게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쟁 영화 <덩케르크> 후반 장면에 영국을 상징하는 배경음악으로 에드워드 엘가의 '님로드'가 쓰이는데 템포를 늘리고 질감을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의 음악적 내러티브와 묘하게 닮아 있다.
2부의 주제인 <승리 교향곡>에서 베토벤은 영국의 국가 'God save the King'을 쉽고 단순한 관현악법으로 풀어내고 대중의 취향을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국가 선율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하는데 pp로 시작하는 단촐한 푸가토에서 점진적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음악은 '베토벤'다운 대가적인 면모가 드러남과 동시에 짜릿한 감흥을 선사한다.
베토벤의 전쟁 교향곡 '웰링턴의 승리'는 각 잡고 듣는 진지한 음악이 아님에는 분명하나 전쟁 상황 속으로 대중들을 몰입시키고 승리감을 선사하는 심플하고 명확한 음악어법을 통해 대중성을 꾀한 베토벤의 상업적인 작품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유럽 시대극 전쟁 영화의 OST를 감상하듯 동시대적 감성으로 이 작품을 감상해도 큰 무리가 없다. 깊이와 심미성을 추구하는 베토벤의 음악이 있는가 하면 '웰링턴의 승리'와 같은 대중의 눈높이에 부합한 베토벤의 음악이 있다. 추구하는 목적성이 다를 뿐 모두 가치있는 음악이다.
유튜브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R_ibES7i-HU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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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전쟁 영화 OST?
181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베토벤의 '웰링턴의 승리' Op.91. 15분 남짓한 곡이다.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때 고전시대에 영화가 존재했다면 영화 OST로 제격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토벤의 음악이 생생하게 묘사한 군대행진과 전쟁씬은 20세기 흑백 시대극 배경음악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 전쟁 교향곡 '웰링턴의 승리'는 스페인 비토리아 전투에서 나폴레옹 군대를 격파한 웰링턴 장군이 이끌던 영국군의 승리를 기념하는 작품으로 메트로놈을 발명한 멜첼이 의뢰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초연 무대에 100여명의 연주자가 참여했고 살리에리,훔멜,마이어베어와 같은 빈의 주류 음악가들이 연주자로 합세했으며 대포, 소총 소리까지 안배하여 극적효과를 배가시켰다. 드라마틱한 음악 속에 스펙터클한 효과를 노린 웰링턴의 승리는 베토벤 교향곡 7번과 함께 연주되었으며 연주회는 대중의 뜨거운 환호 속에 대성공을 거두었다. 전세가 나폴레옹 대군과 맞서던 동맹군쪽으로 기울고 있었던 기류도 작용했을 터.
그렇다면 현시대에 이 작품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결과적으로 몇 안되는 작품성이 결여된 베토벤의 그저 그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연주가 되는 경우도 드물다. 20세기 중반 클래식 작곡가들을 집대성한 책으로 잘 알려진 <Men of Music>이라는 책에서 웰링턴의 승리는 ‘돈벌이를 노린 형편없는 작품'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작품이 평가절하된 이유를 몇 가지를 꼽자면 전쟁을 주제 삼아 음악이 가벼운 표제음악적 셩격을 띄고 있다는 것. 전쟁의 서사에 결부하여 음악이 극적 내용에 치중하다보니 예술적 심미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평가받는다. 또 다른 이유는 베토벤 특유의 구조적 혁신을 찾아보기 힘들고 음악적 밀도도 낮은 편이다. 화성적으로는 대부분 예상가능한 진행을 견지하고 대위법적인 진행 또한 치밀하지 않다. 피상적인 효과에 치중했다는 평이 지배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한편의 단편 전쟁 영화에 흐르는 영화음악을 떠올리듯 현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일단 이 곡에 대한 관점은 스펙터클한 요소가 부각된 이벤트적인 목적성을 가진 작품이라는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공연의 목적 자체가 부상병의 사기 고취와 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함이 아닌가. 애초에 상업성을 고려했던 베토벤은 두둑히 수입을 챙길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총 2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의 주제는 <전투>다.
전쟁을 알리는 시그널과 함께 영국군의 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이어서 좀 더 경쾌한 템포의 프랑스군의 행진이 뒤를 잇는데 다이나믹을 통해 효과적으로 거리감을 묘사하며 점점 가까워지는 군대의 행진을 묘사했다.
각 나라를 상징하는 군가와 더불어 격렬한 전투장면이 음악으로 생생히 묘사되는데 특히 '돌격 행진곡(Sturm Marsch)'은 오늘날의 전투씬 배경음악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현대적 감성이 묻어난다. 또한 곳곳에 안배된 소총과 대포소리가 현장감을 더한다. 전투가 잦아들며 프랑스군의 패전 기색이 음악에 묻어나는데 베토벤은 템포를 늘리고 키를 단조로 바꿈으로써 우울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연출한다.
흥미롭게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쟁 영화 <덩케르크> 후반 장면에 영국을 상징하는 배경음악으로 에드워드 엘가의 '님로드'가 쓰이는데 템포를 늘리고 질감을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의 음악적 내러티브와 묘하게 닮아 있다.
2부의 주제인 <승리 교향곡>에서 베토벤은 영국의 국가 'God save the King'을 쉽고 단순한 관현악법으로 풀어내고 대중의 취향을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국가 선율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하는데 pp로 시작하는 단촐한 푸가토에서 점진적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음악은 '베토벤'다운 대가적인 면모가 드러남과 동시에 짜릿한 감흥을 선사한다.
베토벤의 전쟁 교향곡 '웰링턴의 승리'는 각 잡고 듣는 진지한 음악이 아님에는 분명하나 전쟁 상황 속으로 대중들을 몰입시키고 승리감을 선사하는 심플하고 명확한 음악어법을 통해 대중성을 꾀한 베토벤의 상업적인 작품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유럽 시대극 전쟁 영화의 OST를 감상하듯 동시대적 감성으로 이 작품을 감상해도 큰 무리가 없다. 깊이와 심미성을 추구하는 베토벤의 음악이 있는가 하면 '웰링턴의 승리'와 같은 대중의 눈높이에 부합한 베토벤의 음악이 있다. 추구하는 목적성이 다를 뿐 모두 가치있는 음악이다.
유튜브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R_ibES7i-HU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