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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커튼 콜 
편집부
입력 2022-01-14 11:26 수정 최종수정 2022-01-1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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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밀림의 왕은 사자다. 위대한 정글의 왕 무파사는 어린 아들 심바에게 자연의 섭리를 일깨워주려 한다. 그러나 호시탐탐 왕좌를 노리던 무파사의 동생 스카는 어린 심바를 이용해 형을 제거하고 아무도 몰래 그 죄값을 물어 심바를 변방으로 추방하고 하이에나를 시켜 제거하려 한다. 어린 사자는 아무 위협이 안될 것이라 생각했던 하이에나는 귀찮은 나머지 추격을 포기한다. 
사막에서 죽음을 맞이할 뻔한 심바는 미어캣 티몬과 멧돼지 품바를 만나 근심 걱정을 잊으라는 ‘하쿠나 마타타’를 노래하며 성장하게 된다. 한편, 하이에나 무리와 손을 잡은 스카는 왕으로 군림하고 프라이드랜드는 황폐해진다. 사냥감이 사라진 것은 새로운 왕에게 왕비가 없어서라고 생각한 스카는 심바의 여사자 친구인 날라와 결혼하려 한다. 이에 무리를 떠나 달아나던 날라는 우연히 심바와 재회를 하고 고향 소식을 전한다. 심바는 과연 아버지의 복수를 이뤄내고, 정글의 왕자였던 자신의 본분을 되찾을 수 있을까. 뮤지컬 ‘라이언 킹’에서 펼쳐지는 무대위 이야기다.


뮤지컬은 작품마다 ‘명당’이 다르다. 워낙 다양한 볼거리나 독특한 연출이 공연을 즐기는 재미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페라의 유령’을 볼 때는 1층 가운데 앞줄이 좋다. 유령이 천장에서 흔들어대던 샹들리에가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듯한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마틸다’는 가운데 조금 뒤쪽 자리가 좋다. 알파벳이 별처럼 수 놓인 무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2막 첫 장면의 그네 씬에서도 가장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위치다. 
객석 통로쪽 자리를 강하게 추천하고픈 공연도 있다. 내한공연이 올려지는 ‘라이언 킹’이다. 압권을 이루는 노래 ‘써클 오브 라이프’탓이다. 코끼리에서 기린, 코뿔소 그리고 형형색색의 열대 조류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동식물 인형들이 그 통로를 통해 무대로 모여든다. 아기사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말 그대로 입이 딱 벌어지는 대장관이 연출된다.

지금까지 인류역사상 입장권을 가장 많이 판 문화 콘텐츠는 영화가 아닌 뮤지컬이다. 디즈니가 만화로 만든 원작을 가져다 무대용 뮤지컬로 탈바꿈시킨 이 작품 ‘라이언 킹’이다. 지금까지의 매출 규모는 우리 돈으로 환산해 9조 6천억원에 육박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기록이라는 점이다. 신년 벽두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번 프로덕션은 인터내셔널 투어팀으로 꾸며져 외국 배우들과 스텝들이 직접 내한해 무대를 꾸미는 ‘오리지널’ 공연이다. 이제 심지어 극동아시아인 대한민국에서까지 벌어갈 금액마저 감안하자면 감히 그 돈벌이의 끝을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라이언 킹’은 백인 위주인 서구 공연계에 흑인 배우들을 대거 등장시켜 글로벌한 흥행을 이뤄낸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색인종은 단역이나 조연으로만 활용되던 고정관념을 깨고 오히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음악과 정서, 리듬과 문화를 적극 빌려 이국적인 정취를 즐기게 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덕분에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막을 올리는 이 작품에는 남아공출신의 흑인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는 전통이 생겨났다. 뉴욕 타임즈가 ‘라이언 킹’이 어떻게 남아공 사람들의 경제와 일상을 바꿔놓았는가에 대한 특집기사를 기획취재해 대서특필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엘튼 존과 레보 M이 만들어낸 뮤지컬의 음악들은 원작 애니매이션보다 훨씬 생동감 넘치고 날 것 그대로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악기나 발성, 소리 심지어 등장인물의 이름조차 그렇다. 극중 사회자 역할을 하는 라피키는 아프리카어로 ‘친구’라는 의미이며, 주인공 이름인 심바는 ‘사자’라는 뜻이다. 애니매이션 때부터 유명한 노래인 ‘하쿠나 마타타’도 원래는 스와힐리어다.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알고 봐야 더 즐길 수 있는 이 뮤지컬의 묘미다.
영미권 공연가의 디즈니 뮤지컬 공연장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극장을 들어서는 입구는 길가에 있지만, 출구는 대개 디즈니샵을 거쳐야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함께 공연을 찾았다면 아이를 위한 기념품 하나쯤 사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문화가 돈이 되고, 산업이 되며, 미래를 여는 창구라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그리고 영악(?)하기까지 한 디즈니의 마케팅 노하우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라이언 킹’이 세상에 첫 선을 보였던 것은 1994년의 일이다. 디즈니사의 23번째 장편만화영화였던 이 작품은 당시 디즈니 애니매이션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이끌어낼 정도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무대용 뮤지컬로 각색된 무비컬 ‘라이언 킹’이 시작된 것은 1997년이다. 이후 뉴욕과 런던 등 영미권에서 20여년 세월을 훌쩍 넘는 장기 흥행을 기록하며 지금 이 순간까지도 파죽지세의 흥행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1999년 일본의 극단 시키(四季)가 막을 올린 일본어 버전이 가장 오래 공연된 사례로 역시 수십년이 넘는 세월이 무색하게 지금도 사랑받는 인기 뮤지컬로서의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2002년 독일어 버전과 2004년 네덜란드어 버전, 2007년 프랑스어 버전, 2010년에는 스페인어 버전이 제작되면서 글로벌 문화상품으로서의 위용도 넓히게 됐다. 


‘라이언 킹’의 글로벌 흥행은 원작에 대한 여러 뒷이야기도 탄생시켰다. 제일 뜨거웠던 논쟁은 일본산 만화영화에 얽힌 것이다. ‘우주소년 아톰’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 원작 애니매이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밀림의 왕자 레오’라는 제목으로 방송됐던 일본 애니매이션의 표절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자면 ‘라이언 킹’의 극 구조는 세익스피어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적이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삼촌에게 아들이 복수를 한다는 줄거리는 바로 ‘햄릿’의 극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삶은 결국 다시 돌고 도는 것이라는 이야기의 결론은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과 다소 결이 다르지만, 인간 세상에 빗대 표현한 무대적 상상력은 많은 가족단위 관객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집중시키며 말 그대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한류의 위기가 뜨거운 화두가 됐던 시절이 있다.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가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BTS가 그래미상에 후보로 오르는 등 새로운 한류 붐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요즘, 우리는 다시 한번 한류의 위기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진짜 위기는 콘텐츠의 생명력이나 창작인력의 부재가 아닌, 한국 문화가 지닌 가능성, 그 부가가치 극대화에 둔감한 우리가 아닐까. 디즈니와 ‘라이언 킹’을 곰곰이 곱씹어 봐야 하는 진짜 이유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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