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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 서울대 약대 보드게임 동아리 '파컴'
입력 2004-03-24 12:15 수정 최종수정 2006-09-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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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를 맞은 대학가의 벽보판은 온통 학생회, 동문회, 동아리들의 신학기 모임과 신입생 모집 공고 등으로 가득하다. 얼마 전 서울대 약대 1층 로비에 색다른 벽보가 나붙었다. '보드게임 동아리' 모임이 있다는 공고였다. 최근 들어 각종 매스컴을 타며 인기를 끌었던 보드게임이라는 단어는 익숙했지만, 그 게임을 하는 동아리라니... 이번 호에는 컴퓨터에서 보드게임이라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 코드로 화두를 바꾸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대 약대 '파컴' 멤버들을 만나봤다.

파컴은 서울대 약대 재학생으로 구성된 '보드게임'을 즐기는 이들의 모임이다. 당초 컴퓨터 동아리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파컴이 보드게임이라는 새 옷을 입게 된 것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신학기 들어 처음 새내기를 맞기 위해 어느 동아리보다 열정적인 홍보활동에 나서고, 또한 새내기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파컴 회원은 16명. 매주 금요일 방과 후 신림동 녹두거리의 보드게임카페 'Fun'에 10여명의 회원들이 정모를 갖는다. 물론 특별한 장소의 제약이 있는 것도, 참가 인원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모임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동아리방에 몇 명만 멤버가 모여도 금방 게임은 시작된다.

피트, 카탄, 스코틀랜드야드, 카후나루미큐브, 할리갈리, 쿨루, 보난자, 젠가… 보드게임을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여러 명이 모여 이런 저런 대화도 나누며 다양한 게임을 배우고 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파컴은 원래 80년대 윈도우즈가 나오기 전 MS-DOS상에서 베이직 등 프로그램 언어로 컴퓨터를 운영하던 시절, 다양한 프로그램 언어를 공부하며 컴퓨터의 내부 구조를 알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컴퓨터 동아리로 시작됐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선배들이 발표를 하고 서로 토론하며 함께 공부하는 것을 위주로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윈도우즈가 보편적인 컴퓨터 운영 체계로 자리잡으며, 전문적인 수준에서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중요성이 증가했지만 일반인들에게서는 사용이 줄어들면서 점차 이 분야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들었다. 더욱이 약대에 여학생들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도 파컴의 활동을 위축시킨 한 이유였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서는 거의 가끔 모여 친목을 다지는 수준이 됐고, 회원 수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매년 예전 선배까지 참여하는 홈커밍데이 행사를 1회씩 개최하는 등 선배들과의 교류는 이어져 동아리로서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동아리 개혁의 칼을 뽑아든 것은 'Black Cloud'라 불리는 02학번 6명의 회원들이 회를 맡으면서다. 시커먼 남자들 6명이서만 몰려다닌다고 해서 먹구름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고 우스갯소리로 파컴이 망해간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지만, 파컴 회원들은 좌절하지 않고 동아리에 대한 애정을 기둥 삼아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고 수많은 논의 중 '남녀, 학번의 구분 없이 다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화두 아래 '보드게임'이라는 해답을 얻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신세대 놀이문화 찾기
"새로운 게임 개발에도 도전할 것"


물론 일부 졸업한 선배들은 동아리의 성격이 전혀 다른 곳으로 바뀌었다는데 섭섭함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제 점점 쇠퇴해 가고 명맥을 잇기도 힘들어져 감에도 모임의 이름을 이어가고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는 후배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파컴 회원들은 특히 보드게임이 "술이나 당구, 게임 등 기존의 놀이문화가 소비적이거나 개인, 혹은 소수의 인원만이 함께 할 수 있던 것에 반해 많은 인원이 얼굴을 맞대고 게임을 즐길 수 있고, 현실 사회 속의 다양한 주제들을 축소해 놓았을 뿐 아니라 전략을 통해 승부를 결정지으며 게임을 하면서도 지능개발 등에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무엇보다도 게임을 풀어가며 서로서로 대화를 나누며 친해질 수 있다는 점과 술 이외에 마땅히 즐길 문화가 없던 학생들이 함께 모여 할 수 있는 놀이라는 점에서 큰 장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우선 파컴은 동아리 개편 후 첫 신입생을 맞이하는 만큼 신입 회원 모집에 주력하고 있다. 각 동아리를 소개하고 신입생들이 찾아볼 수 있는 첫 개강모임에서도 보드게임의 인기 때문인지 많은 신입생들이 관심을 나타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앞으로 단순히 동아리에서 게임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 약학을 비롯한 다양한 주제를 접목시켜 기존 보드게임을 변형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전혀 새로운 차원의 보드게임을 만들어 내 보겠다는 당찬 포부도 내비쳤다.

보드게임이란?



간단히 바둑, 장기, 고스톱, 포커 그리고 부루마불을 떠올리면 된다. 어떠한 판(보드)을 두고, 그 위에 몇 개의 말을 올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진행하거나, 고스톱, 포커처럼 일정한 카드를 가지고, 역시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게임을 진행하는 것들이 모두 보드 게임 범주에 들어간다.

그러나 요즘 불고 있는 보드게임 열풍은 80년대 인상적인 만화 광고로 기억되는 씨앗사의 부루마불과 그 축을 같이 한다. 부루마불처럼 주사위를 굴리고, 말을 진행하며, 땅을 사고, 돈을 지불하고, 상대를 파산시켜 게임을 끝낸다. 종류만도 자그마치 1만가지가 넘는다. 특히 지난해 서울대 앞에 생긴 '쥬만지'라는 보드게임 카페를 시작으로 새로운 청소년 놀이문화이자 놀이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놀이공원을 가는 것 이외에는 자녀들과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약사님들. 자녀들의 손을 잡고 가까운 보드게임 카페를 찾아보자. 즉석에서 게임 방법도 알려주고, 차를 마시며 즐거운 게임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린시절 게임의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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