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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59> 약국의 미래: 약국은 전문약사제도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편집부
입력 2022-03-18 10:08 수정 최종수정 2022-03-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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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023년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전문약사 자격을 부여할 예정이다. 이제 약사도 의사나 치과의사, 간호사, 영양사처럼 전문 자격을 규정하고 인정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약사는 물론, 약대생들도 전문약사의 실체와 직무, 미래의 가능성에 관심이 매우 높다. 보건의료인의 전문화는 세계적 추세이자 보편적 현상으로서 전문약사에 의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가 환자에게 제공돼야 하기에 전문약사 자격시험의 국가공인은 국시원 주관 하에 실시될 예정이다. 

전문약사제도
환자의 치료성과 및 건강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특정분야의 약물요법에 대해 전문적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임상약사를 전문약사라 부른다. 이에 특정 질환군 전반에 대한 약물요법과 관련 의약품에 대한 지식과 정보 외에 의약정보제공, 임상약동학적 지식 및 실무수행 역량을 갖추고 약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검증받아야 한다. 
미국은 1978년부터 세계 최초로 전문약사제도를 실시하며 핵의학, 영양유지, 약물요법, 정신과학, 종양학, 외래치료, 중환자치료, 소아과학, 심순환계질환, 감염질환, 노인질환 영역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일본은 2008년부터 실시 중인데, 인정약사 중 추가자격요건을 부여한 뒤 전문약사로 인정한다. 그밖에 싱가포르나 캐나다 등 8개국이 본 제도를 시행 중이다.
최근에는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보다 세부적이고 안전한 의료서비스가 요구되기에 전문의사, 전문한의사, 전문치과의사, 전문간호사, 임상영양사 등 다양한 직군에서 전문자격 인정제도가 도입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에 병원약사회가 자체적으로 제1회 전문약사 자격시험을 실시하였고 종양약료, 중환자약료, 소아약료, 장기이식약료, 심혈관질환약료, 감염약료, 내분비질환약료, 의약정보, 영양약료, 노인약료 등 10개 분과, 약 1천명의 전문약사를 배출했다. 
전문약사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미국은 12개 이상의 임상영역에서 자격을 부여하는데, 약 30만명의 전체 약사 중에서 병원약사가 7만여명(27%)이며, 5만여명(16%)이 전문약사이다. 한편, 일본은 6개 임상영역에서 약 30만명의 전체 약사 가운데 약 5만명이(16%)이 전문약사이다.

전문약사의 장점과 효과
전문약사가 어떤 역할을 하여 보건의료 시스템에 효과를 보이는지 우리나라의 한 병원에서 활동한 사례를 보면 보다 확실해진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전문의사와 약제부 노인약료전문약사가 팀을 이뤄 2016년부터 1년간 입원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활동한 성과를 보면, 환자 1인당 평균 처방약물수는 19.5종에서 6.5종으로 줄었고, 절약된 약제비는 1인당 연간 46만원이었는데, 연구 대상자 300명의 총합이 연간 약 1억3700만원 절감되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동일효능약물 중복처방 환자수는 59명에서 3명으로 줄었고, 노인부적절약물 복용자는 227명에서 114명으로 49.8% 감소했기에 약사에 의한 적절한 약물 관리는 노인환자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결과가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전문약사제도 법제화 
전문약사를 국가에서 관리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약사의 전문성이 보장되고 향상되어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할 수 있고, 의료기관이나 임상현장에서 전문인력의 부족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익하다. 그래서 법제화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대한약사회 측에 전문약사가 실제 활동할 분야를 발굴하고 현장 수요에 대한 면밀한 조사작업을 요청했었다. 
아쉬운 점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청회를 개최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구체적 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했지만 지난 대약 집행부의 처음이자 마지막 공청회는 집행부의 임기만료 수일 전에 단 한 번만 개최되었을 뿐이다. 지난 1993년 소위 ‘한약분쟁’ 이후에 한약사제도가 도입될 때를 되돌아보면, 어떤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는 것 못지 않게 단계별 절차와 운영 준비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성급히 도입되었고 미비한 사항을 차일피일 미루며 해결하지 못했던 그 한약사제도는 어느덧 20년이 흘러 지금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도 점검해 보아야 한다. 

전문약사제도를 견제하는 의료계
전문약사를 통해 특정 질환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약물치료계획 수립을 통해 본격적으로 의료서비스를 확대하려는 시도는 의료계와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견된다. 약사회가 주장하는 전문약사제도의 필요성은 일차적으로는 환자의 안전과 약사의 전문성 강화이지만, 약사의 전문성을 병원약사 직역에 한정하지 않고 전체 약사를 대상으로 확대시켜 약료서비스 확대 등의 디딤돌로 여기는 것이다.
질병 양상이 복잡해지고 약물요법이 고도화됨에 따라 환자중심의 전문서비스가 요구되고, 약사의 역할도 조제에서 임상 중심으로 변하면서 최적화된 약물치료설계가 치료기간을 단축시키고 치료비까지 절감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역할은 의료법상 환자상태를 평가하고 약물처방의 주체인 의사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의료계에서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의료계도 중환자 치료를 위한 다학제 팀의 일원으로서 전문약사의 역할을 인정한다. 중환자약료 전문약사는 약물의 적응증 및 용량 적절성, 약물상호작용, 알레르기 검토와 효과 및 부작용 발생 모니터링, 약품정보제공, 영양수액 공급, 약동학적 모니터링 등을 수행한다. 중환자케어 과정에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약사의 조언과 조정역할은 중환자실에서는 대체 불가한 기능이며 중환자 치료는 다학제적 협진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전문약사의 자격과 기대수준
전문약사 비율이 약사 사회 전체로 일시에 확대된다면 신속히 각 분야별 전문약료도 체계화되어야 하고 동시에 건강보험 수가에 대한 상승 요구도 높아질 것이다. 지난 법제화 심사과정에서도 병원에 근무중인 대다수의 전문약사급 자격자가 조만간 지역사회 약국으로 이동하면 발생할수 있는 건보수가 지급액 상향 압박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었다.
현행 병원약사회 주관의 전문약사 자격기준은 전공별 실습 및 약물치료학, 전공이론, 임상약학연구, 전문약사의 역할 및 정책 등 600~700시간 전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이 교육시간을 300~400시간으로 축소하자는 안이 제시되었다. 전문약사란 임상현장에서 고도의 약물요법을 수행하는 전문가인데 굳이 국가면허로 격상되는 상황에 이 자격기준을 하향평준화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성이 있다.
즉, 일단 제도를 시작하는 것 보다는 지금은 교육프로그램의 시간이나 수준을 합의하고 전문약사제도 의 도입 취지를 달성하고 자격유지를 위한 보수교육 프로그램까지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기존 취득자의 처리방안
민간단체가 부여했던 전문약사의 자격인정도 주요 관심사이다. 우리나라에서 ‘전문약사제도’를 준비하고 도입했던 주체는 (사)한국병원약사회이다. 자격시험 실시, 자격증 교부, 재인증 등 자격관리 전반을 10여년간 운영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업무를 정부가 주관하면, 병원약사회로부터 자격을 부여 받았던 전문약사 1천여명은 현재 대다수가 전국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활동 중이므로 이들의 자격유지방안이 넘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기존 취득자들에게 자격인증특례가 주어질 수도 있다. 이는 과거 사단법인이 운영하던 자격제도가 법제화된 후에도 인정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상영양사제도가 도입된 후, 기존 자격자에게 자격시험 응시 조건이 완화되었다. 구체적으로는 2년의 제도 유예기간이 주어지고 기존 임상영양사들은 별도 교육없이 자격시험만 통과하면 국가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내년에 전문약사제도가 시작되면 약사의 지위도 상승하고 건보수가까지 높아진다고 단지 밝은 측면만 부각하여 생각하는 것은 전문약사제도를 이해하는 바른 모습은 아닐 것이다.

약사의 도약보다 국민보건수준의 도약이 먼저
특정분야의 약물요법에 전문적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임상약사라는 상식적 개념에 입각하여 바라본 지난 첫번째 전문약사제도 공청회에서 제시되었던 15개 전문약사영역을 보고 필자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1년전만 해도 기존 병원약사회가 부여하던 분야에 더하여 가정(방문, 재택)약료, 보건‧안전관리, 심리상담까지 더해질 것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제약산업 현장까지 전문영역을 확대하여 전문약사자격을 부여하는 안에 대해서는 필자는 반대한다. 
더구나 연구약학 분야는 이미 대학원 석박사과정도 운영 중이고, 특히 제약산업특성화 대학원과정까지 존재하는데 굳이 이것이 필요한지 의구심이 생긴다. 풍문에 따르면 정부의 모부처에서 산업분야까지 전문약사자격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는데 아직은 협의가 더 필요한 사안이다. 
지난 1년간 소수 연구진에 의해 도출된 안을 시급히 시행하고자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세계 8개국 외에는 운영하지 않는 전문약사제도를 굳이 산업약학 분야까지 확대하여 서둘러 도입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전문자격제도는 시험대상이 아니다. 올해 통6년제 학부교육이 시작되었다. 여기에 기존 대학원 과정과의 연계발전과 약사인력 수급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 확인되지도 않았다.
전문화된 인력을 전문약사와 동일하다고 착각하는 모습도 자주 확인된다. 얼마전 국회에서 개최된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정부측 대표 공무원의 전문약사에 대한 인식수준이 상당히 낮고 전문약사제도의 기대효과에 대해서 왜곡되어 있음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 
전문약사제도는 약국 종사자, 의료기관 종사자, 산업체 종사자 등에게 전문성을 균등 분할하여 인정해주는 그런 제도는 아니다. 미국에서 1976년도에 핵약학 전문약사 자격이 도입 되었듯이 점차 의료 및 제약산업 현장에서 그 필요성과 전문성의 수준을 고려하여 자격이 추가 되었듯이 천천히 그리고 신중히 추가되기를 희망한다. 

조금 천천히 그러나 신중히
35개 OECD 국가 중에서 불과 20%인 8개국만 도입, 운영하는 제도를 지금 세계 15위권 경제규모에 불과한 국가에서 6년제 학제도입 시행 10년만에 일거에 15개 분야에서 전문약사제도 도입하려는 것은 솔직히 졸속행정이나 조급한 마음의 표출이 아닐까? 
더구나 시행되기 불과 만 1년전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충분한 자격조건이나 수련과정, 수험제도, 공인교육기관 조차 정하지도 않고 시행을 재촉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더구나 고도약물요법 시행이 가능한 자격을 너무도 간편하게 취득하려는 일부 약사들의 의견은 과연 국민을 위하고 약사의 사회적 책임까지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도 자문해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일단 기존 병원약사회가 부여하던 10여개 임상분야 중에서 다시 선별하여 국가면허자격을 도입하고, 차츰 그 범위를 확대시키는 것이 합리적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새로 구성된 대한약사회 집행부는 전문약사제도 사안을 신중히 추진해줄 것을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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