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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244> 대학원 신입생들에게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8-03-14 09:38 수정 최종수정 2018-03-1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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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얼마 전 서울대학교 약학과 석박사 과정 신입생들에게 강의(2월 28일)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학생 중에 타 학과 출신도 많은 점을 고려해서 그들에게 약과학자로서의 책임감과 자긍심을 불어 넣어 달라는 주문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은 ‘바담 풍(風)’ 하면서도 학생들에게는 ‘바람 풍’ 하기를 바라던 훈장님과 같은 처지이지만, 용기를 내서 다음과 같은 요지의 강의를 준비하였다.

1. 인생을 조금 긴 안목(眼目)으로 바라 보라 – 젊을 때는 1~2년이 긴 세월로 느껴진다.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성취를 이루고자 조바심을 내기 쉽다. 그러나 나이 70이 되어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1~2년 정도는 인생에서 그리 긴 시간이 아닐 수 있더라. 그러니 행여 출발이 남보다 1~2년 늦었더라도 너무 초조해 하거나 배우기를 포기하지 마라. 늦었다고 생각할 때, 실은 전혀 늦지 않은 경우가 많음을 믿어라.

2. 생명 현상의 본질적인 의문에 도전하라 – 일생을 걸고 해명할 가치가 있는, 예컨대 생명 현상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에 도전하라. 때로는 저널을 덮고 혼자 생명의 신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라. 기성 연구자들과 다른 시각에서 생명을 바라보라. 석사 과정 때부터 자기 연구 주제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젊을수록 자연과학 전반에 대한 건강한 상식을 갖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3. 세계적인 학자가 되어야 한다 – 서울 약대 연구진이 국제 저널에 발표하는 연구 논문은 그 수(數)로는 이미 세계 최고이다. 이제는 연구의 질(質)을 높이는 것이 과제이다. 앞으로 여러분은 질적인 면에서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지 않으면 스스로 만족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여러분은 충분히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자신감을 가져라. 여러분은 장차 외형적으로는 권위 있는 국제학회에 특별강연 연자로 초청받는 연구자로 성장하여야 한다.

4. 머리만 쓰지 말고 수고를 아끼지 마라 – 꾀 많은 연구자는 흔히 실험이라는 수고를 아끼려 든다. 우직한 연구자가 10번 반복 측정할 때에, 꾀돌이 연구자는 3번만 측정해도 결론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고를 아끼면 결과의 재현성(再現性, reproducibility)이 낮아지고, 덩달아 결론의 설득력도 떨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손이 게으른 자는 결코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없는 법이다.

5. 연구 윤리를 지켜라 – 세계적인 학자가 되려는 야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논문 발표가 급해도 생명의 존엄성을 허술히 생각하거나, 또 불확실한 실험 데이터를 발표해서는 안 된다. 데이터를 조작해서, 또는 생명윤리를 지키지 않아서, 저 높은 곳에서 나락으로 추락한 스타 연구자들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라. 욕심이 지나치면 죄를 낳는 법이다.

6. 초고령화(超高齡化) 시대를 상정하라 – 2017년 Lancet 2월호를 보면 2030년대에는 우리나라 남녀의 평균 수명이 90세를 넘게 된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초고령화 시대에 살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 인구 중 일상생활기능이 저하된 노인이 차지 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커진다는 말이다. 여러분의 연구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선도하거나 또는 적어도 그 변화에 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연구는 현실에서 외면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7.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라 – 연구에 몰두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런 생활 중에서도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해야 한다. 나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나머지 인생 문제는 남이 다 해결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절대 오지 않는다. 여러분은 아무리 바빠도 인간으로서의 도리는 다 하며 살아야 한다.

때를 놓쳐 끝내 결혼을 하지 못하는 연구자들이 많다. 가정을 이루지 못하면 오히려 계속 연구에 몰입하려는 초심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그러니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라. 결혼과 육아는 사람이 마땅히 거쳐가야 하는 하는 필수 과정이다. ‘결혼하라!’ 이는 내가 가장 확신을 갖고 젊은이에게 권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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