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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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약국 및 약무의 혁신: 약국의 미래를 위한 개념설계 역량

편집부

기사입력 2021-09-13 10:17     최종수정 2021-09-13 10:2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지난 호에서 개미가 지닌 개별성 및 집단적 속성의 장점들을 현행 약국비즈니스에 빗대어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였다. 이는 약국이 마주한 규모 확장의 한계, 특화된 전문성 증대의 한계, 약료 및 경영 서비스 확장의 한계,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수준과 속도의 한계를 고려할 때 진지한 고민과 적극적인 검토를 당부하고자 함이었다. 

약 6년 전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26명의 의견을 엮은 ‘축적의 시간’이란 책이 발간되어 세간에 큰 울림을 주었다. 여기에 많이 쓰인 어휘가 ‘개념설계능력(conceptual design capability)’ 이다. 책의 저자들은 이를 ‘창의적이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개념(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표현하였다. 또한 이 역량은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서 한 산업의 패러다임을 설정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 역량이라 강조하였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산업화 역사를 이끌어 온 초대형 기업들에서 연구개발, 전략기획, 사업개발 분야에 종사했던 관점에서 볼 때 앞서 소개한 멘토들이 언급했던 내용에 구구절절이 공감한다.

역사로부터 혁신의 아이디어를 얻자

의학의 역사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사와 약사의 구분이 없었다. 아마도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필요성과 합리성에 의해 의약의 전문직이 분리되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지금 우리나라의 약국은 위기를 맞고있다. 약사의 권리 및 활동 영역과, 약국의 비즈니스 영역은 일심동체이자 불가분의 관계이다. 만약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동네 약국이 사라져버린다면 약사 직능의 존재감은 얼마나 남게 될까?

의사가 의료계의 핵심직능으로 존속하게 된 이유가 많이 거론되는데, 전통적인 도제식 의사양성체계에 의예과 과정인 2년 간의 기초과학교육이 추가되었는데, 이는 의술(Art of Healing)에서 의과학(Medical Science)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 촉진되어 전통과 경험을 중시하던 기존의 의술을 급속히 발전하는 최신 과학기술이 적용된 진단 및 검사장비를 채용하였고, 연구와 시험결과에 바탕을 둔 이른바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더불어, 개별 의사가 운영하는 의원(clinic)에까지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중증 환자를 의료진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는 왕진의료체제로부터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종합병원(General Hospital)체계를 발명하였다. 이렇듯 의사 양성과정에 기초과학 교육을 강화하고 전문화된 의료인이 한 장소에 모여 있기에 다양한 중증환자의 입원과 협진 및 집중치료에 용이한 종합병원이란 발명품을 만들어 발전시킨 것도 미국의 업적이다. 

지난 2천여년간 이어져 내려오는 서양의학은 그동안 유럽 제국이 발전을 주도하였는데, 19~20세기 변환기와 연이어 발생한 세계대전들을 지나면서 선진의학체계는 미국이 선도하는 양상으로 변모하였다. 미국은 후발 산업국가로서 선진기술의 적극적인 수용과 대량생산을 중시했는데, 플래밍이 발견한 페니실린도 원개발국인 영국이 아닌 미국의 제약회사를 통하여 대량생산되어 전세계로 공급된 사례가 이를 잘 뒷받침한다. 

더 나아가 미국은 1950년대부터 ‘임상약학(clinical pharmacy)’이란 개념이 태동되었고, 1960년대에는 캘리포니아 소재 대학들부터 임상약학 교육 및 실무체계가 자리잡혔다. 이윽고 1970년대에 ‘전문약사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것도 미국이었고, 국가가 주도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으로 의료, 약료가 시행되던 것을 프랜차이즈형 ‘체인약국’ 비즈니스 시스템을 발전시킨 것도 미국이다.
이처럼 국민, 곧 고객의 편의성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체계를 창출할 수 있는 ‘개념설계 역량’을 시의적절하게 발전시키고 활용하였기에, 과학적인 의학교육체계, 고효율의 첨단의료를 제공하는 종합병원체계, 임상약학 교육체계, 전문약사제도, 체인약국체계, 인구고령화에 대응할 MTM 같은 보건의료체계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면 이는 필자의 지나친 억측일까?

약국 비즈니스의 개념설계를 다시 하자

필자는 현존하는 전국의 단위 약사회들이 회원의 권익보호와 직능발전을 위한 회무기능에서 한 발짝 진보하여 회원을 경제연합체로 묶어 발전을 도모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농업협동조합(농협), 축산업협동조합(축협), 수산업협동조합(수협)과 유사하게 가칭 ‘약업협동조합(약협)’을 출범시키자는 주장이다. 농업, 축산업, 수산업에 종사하는 개별 가계가 경제주체로 자립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역단위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해당 업종 가구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애로사항 해소는 물론, 정부 및 소비자를 대상으로 강력한 협상력을 보유한다. 구체적으로는 관련 업종의 차량, 선박, 기계류도 대여(리스)하고, 금융은 물론, 관련 분야의 지식이나 정보의 공유, 생산물의 수집, 저장, 유통 및 가격 안정화에까지 관여하여 조합원의 생활여건 향상은 물론, 외국기업이나 수입업체의 파상공세를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시장보호기능까지 보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농축수산업 종사자가 모두 협동조합의 지배하에 있지는 않다. 조합원으로서 누리는 혜택도 매우 크지만 가입 및 탈퇴도 가능하다. 이 밖에 해당 산업생태계에는 많은 유관 기업들이 있다. 조합과 연계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며 회원 각자가 본인의 편의를 위하여 별도의 온라인 쇼핑몰을 설립, 운영하는 등 적절히 ICT를 활용 할 수도 있다.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의 환경변화나 외부요인이 발생하면 전국의 지역단위 조합원은 서로 연대하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전국의 250개 분회와 16개 지부가 연대한다면 23,000여개 약국은 물론, 의약품과 약료서비스를 위한 연구개발, 생산유통, 기타 서비스에 종사하는 8만명 규모의 약사 조합원을 보유하는 거대한 공동집단체로 변모할 수 있다. 지금의 약사회와 다를 게 무엇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경제공동체는 정치사회적 이념공동체와 상이한 수준의 결집력과 역량을 보유할 수 있다. 거의 전국적 규모의 대기업과 유사한 역량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농축산부 산하에 농촌진흥청이 존재하며 새로운 품종개발, 농업기술, 농지활용 연구 등이 진행되고 대학에 농학과, 농경제학과, 농생물학과 등이 설치되어 다양한 연구도 이뤄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나 산하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가칭 ‘약업산업 진흥부서’를 설치하는 것도 가능해지고 여기를 중심으로 국가차원의 정책연구와 약업산업 발전을 견인할 국책사업과 이에 대한 자금지원도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존의 병원을 의료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중심병원 구축사업’, ‘의료관광 진흥사업’, ‘의료빅데이터 구축사업’ 등을 실행했던 것처럼 약국도 이와 유사한 진흥사업과 정책지원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자는 것이다. 왜 스타트업 기업이 약 배송 앱(App.)을 만들어 기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저항만 할 뿐 약업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여기서 주관하여 전국의 약배송사업을 오히려 주관하면서 약업의 디지털 전환을 실천하여 전국민의 편의성까지 향상시키도록 약사들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개미의 사회성과 집단생존방식을 벤치마킹하여 약사의 생존방식도 재정의하자

약업현장의 목소리에 따르면, 약업현장은 이제 대외적 도전 못지않게 내부의 과당경쟁과 비윤리적 행위와 상도덕의 파괴 정도가 심각하다. 더구나 자정능력까지 부족하여 약국중심의 약업계는 어느덧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있는 듯 보인다. 

의약학 직능인들과 직업 공무원은 타 직군에 비하여 소위 ‘모범생’ 성향이 농후하다. 이들은 대체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며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한다. 전통 및 관습을 지향하고 안정을 추구하기에 법령이나 제도의 틀 안에 고착된 사고체계가 강하며, 책임지기를 꺼려하고, 중요한 결정을 타인에게 위임하고, 리더십 그룹의 지시나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예 판도까지 바꾸어 버리는 이른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잘 시도하지 못한다. 

이와 유사하게, 농업 종사자들도 수십년 간 전래된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 밭고랑이나 이랑의 넓이와 방향까지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그대로 활용한다. 마찬가지로 의사들은 자기가 수련 받거나 공식화된 방식대로 수술을 집도한다. 새로운 의료기술이나 수술법이라도 의료경제성평가가 완료되어 의료보험수가가 책정되지 않으면 한 의사가 자기 맘대로 새로운 방식으로 처치하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의약학 분야에서 ‘대가’라는 소리를 듣자면 수십년 수련받고 숙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존의 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우리는 아직 개미 무리의 리더십 체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철새들은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갈 때 누가 비행 인도자의 위치에 설지, 비행에 지치면 자리를 바꾸어 여유 있는 추종 비행을 하거나, 지쳐서 낙오하는 개체는 어떻게 무리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보호해주고 뒤따라오도록 함께 동반비행하는 방식도 보유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망망대해도 횡단하고 9천미터에 육박하는 높이의 히말라야 산맥도 횡단할 수 있다. 코끼리 무리는 가장 나이 들고 현명한 암컷, 곧 선임자 할머니 코끼리가 이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의료계나 약업계도 현명하고 미래지향적인 지도자가 필요하다. 

약업의 혁신은 지도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유럽의 서양의학 의사가 현대 과학기술을 과감히 현업에 채용하여 의업의 과학화와 현대화를 이룬 반면, 혁신의 타이밍을 놓친 동양의 한의학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반면교사를 삼으면 좋겠다. 약국이 사라져버린 약업은 당장 상상조차 안된다. 약사의 직능이 보존되고 더욱 발전하려면 일단 약국의 기능을 보존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기업형 약국이 싫으면 유사하게라도 지속 가능한 대체모델을 연구하고 시험해보아야 한다. 내가 잘 모르면 타인의 지식이나 경험이나 기술을 요청해야 한다. 이를 경영학과 산업계에서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라 부른다(그림1).

                             그림1. 개방형 혁신의 개념도(출처: 구글이미지) 

올 해는 연말에 전국의 260여개 각종 약사회 회장을 선출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개방형 혁신, 파괴적 혁신, 약업의 고도산업화, 약사직능의 전문화, 약사 권익의 보호와 더불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건강사회를 구현할 개념설계 역량과 상세전략, 실천력을 보유한 지도자들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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