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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Prologue !

거문고 vs 양금

편집부

기사입력 2021-09-24 06:23     최종수정 2021-09-24 09:24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국악기 가운데서도 거문고와 양금은 판이한 전사와 위상을 지녔다. 거문고의 역사가 삼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데 비해 양금에 관한 기록은 조선 후기에 비로소 나타난다. 오랜 세월 거문고가 선비들의 숭상을 받은 백악지장百樂之丈이었다면, 구라철사금歐邏鐵絲琴 양금은 비교적 최근까지 낯선 이방의 악기로 여겨졌다.  굳건히 제자리를 지켜온 악기와 이제 막 제자리를 찾은 악기. 그래서 거문고와 양금 모두 앞으로의 변화와 불러올 파장이 기대되는 국악기이기도 하다. 

구라철사금歐羅鐵絲琴

                                                       양금  ⓒ 국립국악원 

양금은 유럽의 덜시머, 아랍의 산투르에서 비롯된 악기로, 그 모양새가 흡사한 악기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착한 양금은 사다리꼴 모양의 울림통 위에 금속 재질의 줄을 얹고 대나무를 깎아 만든 채로 줄을 쳐서 소리를 낸다. ‘구라철사금’이라는 양금의 또 다른 이름에는 ‘유럽에서 온, 금속 줄의 악기’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조선 후기 기록에서 중국에서의 양금 목격담, 외래 악기인 양금의 주법을 습득하고 널리 연주하게 된 과정 등을 엿볼 수 있다. 
실내악 합주에 편성되거나 성악곡인 가곡의 반주 악기로 쓰이며 짧은 시간에 널리 사랑받는 악기가 되었지만, 양금이 독자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무대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양금을 돋보이게 하는 창작곡이 개발되고 다양한 주법을 고안하게 되었으며 악기의 개량도 활발해졌다. 14벌의 줄을 얹었던 전통 양금에서 줄 수를 늘리고, 양금채의 재질이나 모양을 다양하게 하여 보다 풍성한 소리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가야금 연주자들이 양금을 함께 연주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에는 양금 연주에 주력하는 연주자들도 많다.

퍼커션과 베이스, 양금 연주자가 포진한 동양고주파의 음악은 록 또는 인디 음악으로 분류되지만 대부분의 곡에서 국악기인 양금의 선율이 도드라진다. 양금이 얼마나 매력적인 악기인가를 체감하고 싶다면 이들의 음악은 꼭 영상을 통해 만나야 한다. ‘독보적 양금 연주자’라는 수식에 걸맞은 윤은화의 연주 모습은, 듣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2018년 음반 「틈」을 낸 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 온 동양고주파는 올해도 ‘Arcade’라는 곡을 발표하고 여러 공연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네이버 온스테이지에서 동양고주파의 뮤직비디오를, 윤은화의 개인 유튜브와 한국양금앙상블(한국양금협회) 유튜브 등에서 다양한 양금 연주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전통 음악에 녹아든 양금의 신비로운 음색에 집중하고 싶다면 ‘천년만세’를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천년만세’는 계면가락도드리, 양청도드리, 우조가락도드리라 불리는 세 곡을 이어서 연주하는, 고즈넉하면서도 경쾌한 실내악곡이다. 양금과 함께 가야금, 거문고, 해금, 장구와 관악기 중에서도 비교적 소리가 작은 세피리, 단소 등이 편성된다.

백악지장百樂之丈, 거문고

                                              거문고 ⓒ 국립국악원 

『삼국사기』에는 익히 알려진 고구려의 왕산악과 신라의 백결 선생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거문고를 연주하는 모습이 남아 있다. 선비들의 악기이자 수신의 도구로 오래 사랑받은 만큼 거문고를 소재로 한 글과 그림, 악보 등 조선 시대를 거치며 남겨진 음악 유산의 가짓수 역시 단연 으뜸이다. 법도를 중시했던 선인들은 거문고를 연주하는 데에 있어서도 ‘오불탄五不彈’, ‘오능五能’ 등의 이름을 붙여 조건이나 자세를 갖추고자 하였는데, 속된 사람을 대하고는 연주하지 않는다거나 시선은 한곳을 향하도록 하고 생각을 한가롭게 한 후 연주해야 한다는 식이다. 

견고한 위치를 점하고 추앙받아온 대신, 변화를 향한 운신의 폭이 넓지 못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악기 개량을 시도한 기록이 남아 있으나 거문고는 다른 악기에 비해 오래도록 본디 모습을 지켰다. 민속 기악의 꽃이라 불리는 산조가 꽃피우던 시기에도 거문고 산조를 만드는 데에는 반발이 있었고, 다른 국악기들이 산조 악기를 구분해 쓸 때에도 거문고는 그냥 거문고로 남았다. 현대에 이르러 전자 거문고를 비롯해 여러 개량 악기들이 개발되었으나 지금도 거문고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더 많이 사랑받는 악기다. 그러므로 거문고를 찬찬히 음미하기 위해서는 줄풍류나 산조 한바탕을 집중해 들어보는 것도 좋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부쩍 조회 수가 올라갔다는 평창올림픽 폐막식 영상에는 잠비나이의 ‘소멸의 시간’ 공연 장면이 남아 있다. 80명의 거문고 연주자가 협연하며 묵직하게 반복하는 음절이 좌중을 압도하며 진한 울림을 남긴다. 잠비나이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 한 획을 그은 거문고팩토리, 블랙스트링의 음악에서도 각기 다른 거문고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한편, JTBC 슈퍼밴드 2에서 거문고 광인이라 불리며 K-Bass 거문고를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게 새겨넣은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은 ‘거문고의 대중화’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를 열어놓았다. 먹빛 악기 거문고는 영상 속에서 오색찬란하게 빛나며 대중들에게 손을 내민다. 천년을 이 땅에 존재해온 거문고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 그의 ‘거문고 연주법’ 만우절 특강을 꼭 들어보시기를.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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