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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할리우드와 함께 한 반세기, 앨런 실베스트리

편집부

기사입력 2021-09-17 05:55     최종수정 2021-09-17 09:13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당신은 ‘블레이드 러너’(리들리 스콧, 1982)를 기억하는가? ‘미래소년 코난’(미야자키 하야오, 1978)이나 ‘2020 원더 키디’는?. ‘블레이드 러너’는 2019년을, ‘미래소년 코난’은 2008년을, ‘2020 원더 키디’(정세권, 1989)는 202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우리는 과거의 영상 콘텐츠들이 막연히 상상했던 미래를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외계인의 침입이나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수십 년 전에 기대한 만큼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백 투 더 퓨처’(1985) 시리즈 중 2편에서는 2015년을 예측한 부분이 나오는데, 홀로그램이나 화상통화 등은 현대 사회에서 상용화된 것들이라 더 눈길을 끈다. 3편까지 제작된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시간여행 영화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질 만큼 영화사적 의미가 큰 작품이다. 

시간을 뛰어넘는 모험을 묘사하고 있는 만큼 화려하고 웅장한 테마 음악은 앨런 실베스트리의 작품이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경쾌한 멜로디들 또한 코믹한 브라운 박사 캐릭터 및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들과 잘 어우러진다. 한스 치머처럼 그 이름만으로 티켓 파워를 가질 만큼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보디가드’(1992), ‘캐스트 어웨이’(2000), ‘레디 플레이어 원’(2018) 등 그가 수십 년간 참여해온 작품들은 대개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가장 최근의 흥행작은 물론 ‘어벤져스’ 시리즈일 것이다. 

50년간 백 삼십여 편의 작품이 그의 손을 거쳤지만 그의 음악들은 ‘백 투더 퓨처’의 경우처럼 로버트 저메키스와의 협업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장르를 불문한 저메키스의 휴머니즘과 실베스트리의 따뜻한 감성이 정확히 합을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뛰어난 스코어들이 많지만 ‘포레스트 검프’(1994)의 첫 장면에서 깃털 하나가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흐르는 ‘feather theme’은 오랜 세월을 다루는 이 영화의 오프닝 곡으로 탁월한 결과물이었다. 한 사람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미국의 지난한 현대사가 녹아 있는 멜로디는 단순하지만 강렬해서 주인공이 소개될 때까지 벌써 관객들의 뇌리에 박히게 된다. 실베스트리의 잘 알려진 스코어들 중에서는 가장 미니멀하면서도 중독성이 강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1972년 ‘도베르만 갱’(바이런 처드노)으로 영화음악 커리어를 시작한 앨런 실베스트리는 곧 데뷔 50주년을 맞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영화음악의 경향도 많이 달라졌지만 그는 관록과 적응력으로 여전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윤성은의 Pick 무비 / 
‘너의 결혼식’이 아닌 ‘여름날 우리’

코로나와 함께 한 두 번째 여름. ‘이글이글’이라는 부사를 그대로 체험했던 뜨거운 날들도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다. 우리의 2021년 여름은 어떻게 기억될까. 마스크와 무더위, OTT 드라마 외의 추억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여름날 우리’(감독 한톈, 2021)는 여름을 배경으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저우 샤오치’(허광한)는 열일곱 살에 같은 학교로 전학 온 ‘요우 용츠’(장약남)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수영반에 있지만 운동보다 싸움을 일삼았던 샤오치는 그 때부터 모든 남학생들의 우상이 된 용츠를 따라다니며 순애보를 드러낸다. 용츠도 순수한 샤오치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면서 둘 사이는 가까워지지만, 용츠의 가정 문제로 인해 두 사람은 헤어지고 만다. 2년 후 용츠가 입학한 대학을 알게 된 샤오치는 투지를 발휘해 재수에 성공하고 캠퍼스에서 다시 그립던 첫사랑과 재회한다. 이번에는 용츠의 킹카 남자 친구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친구와 연인 사이의 연옥에서 허우적대던 샤오치는 결국 먼저 용츠에 대한 마음을 접고 연락을 끊어 버린다.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연애는 다시 몇 년이 흘러 사회인으로 만났을 때에야 성사된다. 수영 챔피언을 꿈꾸던 샤오치가 경기를 포기하고 용츠를 사고에서 구해낸 직후다. 

그러나 행복의 시작점인 줄만 알았던 그 사건에는 비극의 그림자도 함께 드리워져 있다. 재활 후에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샤오치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 뒤돌아본다. 첫사랑의 판타지로 가득한 이 영화가 논리를 갖는 것은 사실상 이 대목이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샤오치가 성공한 친구들 속에서 자신을 낙오자처럼 느껴며 용츠에 대한 사랑을 되짚어 보고 잠시나마 후회를 내비치는 순간에 영화는 비로소 현실에 발을 딛고 관객들에게 말을 건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아야 하는 법이라고. 미래의 어느 순간에 당신은 그 선택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후회한들 어쩌겠는가. ‘여름날 우리’는 김영광, 박보영 주연의 우리 영화, ‘너의 결혼식’(이석근)의 리메이크작으로, 중국판 제목도 ‘너의 결혼식’(你的婚礼)이었지만 한국에서 개봉할 때는 ‘여름날 우리’라는 제목을 달았다. 원제는 두 사람의 긴 인연이 어느 한쪽의 결혼으로 인해 일단락되는 과정을 강조했다는 느낌을 준다. 서로의 행복을 빌어준다는 점에서 주인공들이 미련 때문에 처절하게 울던 20세기 멜로드라마와는 다르다 해도 서사가 이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러나 ‘여름날 우리’라는 제목에는 두 사람이 함께했던 시간에 방점이 있다. 후회하든 안 하든 다시 돌아갈 수 없고, 이제 조금씩 희미해질 과거라도 그 여름날의 풋풋하고 설렜던 감정들은 영원히 그 시간 속에 놓여 있을 것이다. 각자의 길을 가는 샤오치와 용츠의 마지막 모습이 슬퍼 보이지만은 않는 것은 추억만은 여전히, 그 계절 속에 남아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필자소개>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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