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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커튼 콜 (Curtain Call)

오즈의 마법사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뮤지컬 위키드’

편집부

기사입력 2021-05-14 11:04     최종수정 2021-05-14 11:1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사진제공 : EMK>
“귀가길 안전히 운전하시거나 날아가세요(Safe Driving or Flying)!”
십여년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위키드’를 보고 극장을 나서며 만났던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홍보문구다. 마녀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닌다는 영미권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재치 넘치는 홍보문구로 치장해놓았다. 무대의 환상은 마지막 출구까지도 이렇게 흥미를 자극시킨다. 

서울에서 앙코르 무대의 막을 올린 ‘위키드’가 한창 인기몰이다. 코로나 19로 모든 곳이 얼어붙어버린 듯 경직됐지만, 몇몇 공연장에는 열기가 대단하다. 최근 들어 방역당국으로부터 동반자들끼리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티켓 판매도 70%에 육박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아직 감염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공연을 올리는 사람들, 극장에 직업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위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기본적으로 작품이 재미있어서 가능한 풍경이다. 

뮤지컬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를 비틀어 재구성한 작품이다. 태풍에 실려 ‘오즈’로 날아온 캔사스 소녀 - 도로시는 자신과 함께 날아온 집에 그만 동쪽 마녀가 깔려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초록색 피부의 표독스런 서쪽 마녀는 여동생인 동쪽 마녀의 복수를 다짐하지만, 도로시는 다행스럽게도 착한 북쪽 마녀의 도움을 받게 되고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오즈’에 살고 있다는 마법사를 찾아 나선다. 

노란 벽돌을 따라 떠난 여행길, 도로시는 뇌 없는 허수아비, 용기 없는 사자, 심장 없는 양철인간을 만난다. 어렵사리 찾은 마법사의 성, 그러나 무엇이든 해결해 준다던 마법사는 서쪽 마녀를 없애야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일행을 돌려보낸다. 우여곡절 끝에 서쪽 마녀를 녹여서 물리치게 된 도로시 일행은 다시 마법사를 찾아와 각자의 소원을 얻으려 하지만, 마법사는 사실 기구를 타고다니다 도로시처럼 회오리 바람에 날아온 평범한 발명가에 불과했다. 실망하는 일행에게 마법사는 그러나 못된 초록 마녀를 물리치는 과정을 통해 허수아비는 지혜를 보였으니 학위증을, 사자는 용맹을 보였으니 훈장을, 양철인간은 뜨거운 희생정신을 보여주었으니 똑딱거리는 괘종시계를 대신 가지라 준다. 홀로 남겨진 도로시, 하지만 착한 북쪽 마녀는 도로시가 신고 다니던 죽은 서쪽 마녀의 마법 구두가 그녀를 고향으로 돌려 보내줄 것이라며 마법의 단어를 가르쳐준다. 마침내 도로시는 동화 같은 나라 - 오즈를 떠나 캔사스의 고향집으로 돌아와 잠에서 깨어난다.

원래는 소설이 원작이다. 바로 미국 작가 프랭크 바움이 1900년 발표한 동화 ‘오즈의 멋진 마법사’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좋아하게 된 것은 책보다 1939년에 발표됐던 뮤지컬 영화 때문이다. 볼수록 귀엽다는 당시 최고의 뮤지컬 스타 ‘주디 갈란드’가 타이틀 롤을 맡아 영화 한 가득 매력이 뿜어냈기 때문이다. 그녀가 노래하는 ‘무지개 너머 어딘가(Somewhere over the rainbow)’는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영화음악 중 하나다. 

하지만 과연 도로시가 본 것이 오즈의 진짜 내막일까? 여동생의 죽음에 대한 서쪽 마녀의 분노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며, 사람들을 속인 마법사는 정치적으로 사면 받을 수 있을까? 서쪽 마녀의 초록 피부색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으며, 마법에 걸린 구두는 누구 작품일까? 온갖 마법을 부리던 초록마녀는 겨우 물 한 동이에 그리 허무하게 사라지고 만 것일까? 

뮤지컬 ‘위키드’는 이런 엉뚱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이야기의 주인공을 도로시가 아닌 초록마녀 엘파바와 북쪽 마녀 글린다로 바꾼 것이다. 제목으로 쓰인 ‘위키드’의 사전적인 의미는 ‘기괴하다’ 혹은 ‘괴상하다’는 뜻인데, 태생적으로 마녀라는 뜻인 ‘위치(witch)'와도 자주 어울려 등장한다. 제목에서 이미 마녀들이 주인공이라는 해석도 내재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와 마찬가지로 뮤지컬 ‘위키드’도 원래는 소설이 원작이다. 그레고리 맥과이어가 1995년 발표한 베스트셀러 ‘위키드: 괴상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이다. 그리고 이 기상천외한 발상의 전환을 뮤지컬로 탈바꿈시킨 것은 바로 스테판 슈왈츠다. 디즈니 만화영화 ‘포카혼타스’나 ‘노틀담의 꼽추’에서 알란 멘켄과 함께 작업했던 그는 뮤지컬 애호가 사이에서는 ‘가스펠’이나 ‘피핀’의 제작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뮤지컬 ‘위키드’에서 그는 작곡과 작사를 맡아 대중의 흥행 감각을 읽어내는 변함없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진제공 : EMK>
‘위키드’는 특히 음악 좋은 뮤지컬로 정평이 자자하다. 감미로운 선율들이 흥미롭지만 특히 극 안에서의 쓰임새가 잘 어우러져 극성을 지닌 뮤지컬 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금발의 글린다와 기숙사 룸메이트가 된 초록마녀 엘파바를 여성스럽게 치장해주며 부르는 노래 ‘파퓰러’나 엘파바와 피예로(나중에 허수아비가 되는 인물로 글린다, 엘파바와 함께 사랑의 삼각관계를 이룬다)의 노래도 뒷맛이 오래 남는 수작이다. 기숙사에서 만난 괴상한 룸메이트에 대해 각자 고향집에 편지를 쓰는 장면에 나오는 ‘이 기분 뭐지?(What is this feeling?)’도 공연을 보면 한참이나 잔상에 미소짓게 만든다. 재잘대듯 끊임없이 얘기하는 글린다가 한참을 불평하는데 비해 ‘금발이야’라며 한마디로 룸메이트를 정의내리는 엘파바의 노래말에 객석에선 폭소가 터진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역시 1막 마지막에 등장하는 ‘중력을 넘어서(Defying Gravity)’다. 요즘 세대들에게는 미국 드라마 ‘글리’의 삽입곡으로도 유명한데, 엘파바가 스스로의 사명을 깨닫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극적 장치로 활용된다. 몇 번만 반복해 듣다보면 저도 모르게 따라서 흥얼거리게 되는 수려한 멜로디도 인상적이지만, 글린다와 엘파바가 나누는 우정의 대화는 관극후 감상하면 절로 눈물이 흐르는 감동적인 명곡이다. 꼭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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