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곡 'Introduzioni(인트로두치오니)'를 소개하며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베네치아 출신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 하면 으레 <사계>를 떠올린다.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으로 통하는 이 작품의 위상 때문일까. 사계의 그림자에 가려 비발디의 다른 작품들이 많이 주목을 받지 못한 건 사실이다. 비발디는 현재 가장 활발하게 연주되고 있는 사계를 비롯한 300곡이 넘는 기악 협주곡들뿐 아니라 성악곡에 있어서도 거장다운 솜씨를 발휘했는데 비발디의 모테트 'Introduzioni(인트로두치오니)'는 꼭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음악이다.
18세기에는 성악이나 솔로악기에 기악반주를 곁들인 협주곡 형식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비발디는 이 장르를 공고히 한 장본인이다. 그가 작곡한 성악곡들은 오페라,칸타타,모테트등 다양한데 'Introduzioni'는 문자 그대로 '도입부'를 뜻하는 모테트로서 바로크 시대의 전례 합창곡 전 순서에 배치된 기악 반주의 '독창곡'을 말한다. 현재 남아있는 8곡의 Introduzioni는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모테트는 르네상스 시대에 탄생했으며 무반주 다성음악으로 출발하여 바로크 시대로 넘어오며 기악반주가 첨가된 형태로 자리잡게 되었는데 비발디의 Introduzioni는 주옥같은 성악의 주 선율 뿐 아니라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비발디의 탁월한 작곡역량이 녹아있는 기악반주가 돋보이는 명곡들이다. 단순한 성악반주를 뛰어넘는 기악 앙상블의 살아있는 디테일함과 비발디 특유의 사운드적 질감은 중독성이 강하다.
Introduzioni는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리아-레치타티보-아리아, 아리아-레치타티보, 레치타티보-아리아-레치타티보 등 순서나 구성에 있어서 자유로운 편이다.
아리아가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적 선율에 집중되어 있다면 레치타티보는 음악적 내러티브를 보완해주며 스토리 전개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여 구조적 완결성에 기여한다. 덧붙여 Introduzioni 대부분 도입부 역할에 걸맞게 채 10분을 넘기지 않는 콤팩트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감상에 있어 부담이 없다.
비발디 음악 속에 내재된 반복적인 리듬 패턴과 선율은 음악을 자연스럽게 뇌리속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8개의 모테트 중 작품 번호상 두번째 Introduzioni에 해당하는 Canta in prato ride in monte (초원에서 노래하고 산 위에서 웃어라) RV 636의 아리아에서는 붓점 리듬 패턴과 8분음표 진행이 독창과 기악반주를 통해 주거니 받거니 끊임없이 대화하듯 이어진다. 4분이 채 안되는 짧은 길이에도 불구, 음악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사실 모테트하면 상당히 올드하고 낯설게 느껴지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장르인 오페라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를 접하듯 부담없이 감상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내용만 다를 뿐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는 내러티브 속 내용과 감정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기능적으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일 터.
프랑스의 위대한 계몽주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베네치아에 들러 비발디의 성악곡들을 듣고 "풍요로운 예술의 경지에서 비롯된 수준 높은 취향"라는 평을 내놨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비발디의 성악곡들은 기악곡들과 마찬가지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이제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사계'는 잠시 제쳐두고 비발디의 성악곡, Introduzioni에 귀 기울여 보자.
무더운 여름의 불쾌지수를 낮춰줄 비발디의 모테트 Filiae Maestae Jerusalem(슬퍼하는 예루살렘의 딸들아) RV 638을 소개한다. 레치타티보-아리아-레치타티보 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리아만 골라 들어도 좋다. 'Sileant zephyri (바람은 침묵하라)'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전주에서부터 찬 기운이 묻어난다. 예수 십자가의 고난을 주제삼은 노래인 만큼 음악적 구조는 단순하지만 영화의 한 장면이 선명히 그려지듯 뇌릿속 깊이 파고드는 음악이 가져다주는 흡입력이 압권이다.
*유튜브 링크
제목: Filiae Maestae Jerusalem RV 638 중 아리아 '바람은 침묵하라'
https://www.youtube.com/watch?v=xW19qNYQDXQ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인기기사 | 더보기 + |
1 | ‘그 곳에 기회가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인도네시아 ‘주목’ |
2 | 씨엔알리서치, 뉴로바이오젠 알츠하이머 신약후보 '티솔라질린' 임상시험 협력 |
3 |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대, 현대바이오 '제프티'로 롱코비드 연구자임상 진행 |
4 | 한림대성심병원 박경희 교수가 전하는 '건강한 다이어트' 방법 |
5 | [인터뷰] 듀셀바이오 이민우 대표 "혈액 부족 끝내겠다…'인공 혈소판' 대량생산 목전" |
6 | 티움바이오, ESMO서 'TU2218+키트루다, 고형암 1b상' 중간결과 발표…부분관해 3명 등 |
7 | AI 활용한 마케팅…제약 업계, "신중하게 다가가는 중" |
8 | 랩지노믹스,미국 클리아랩 3개 추가 인수...노벨상 랩 지아니코풀로스 박사 영입 |
9 | 보건의료기술 R&D, 5년간 2조원 투입…보건의료>생명과학>뇌과학 순 |
10 | 아토피 피부염 치료 새 IL-13 저해제 FDA 승인 |
인터뷰 | 더보기 + |
PEOPLE | 더보기 + |
컬쳐/클래시그널 | 더보기 + |
성악곡 'Introduzioni(인트로두치오니)'를 소개하며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베네치아 출신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 하면 으레 <사계>를 떠올린다.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으로 통하는 이 작품의 위상 때문일까. 사계의 그림자에 가려 비발디의 다른 작품들이 많이 주목을 받지 못한 건 사실이다. 비발디는 현재 가장 활발하게 연주되고 있는 사계를 비롯한 300곡이 넘는 기악 협주곡들뿐 아니라 성악곡에 있어서도 거장다운 솜씨를 발휘했는데 비발디의 모테트 'Introduzioni(인트로두치오니)'는 꼭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음악이다.
18세기에는 성악이나 솔로악기에 기악반주를 곁들인 협주곡 형식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비발디는 이 장르를 공고히 한 장본인이다. 그가 작곡한 성악곡들은 오페라,칸타타,모테트등 다양한데 'Introduzioni'는 문자 그대로 '도입부'를 뜻하는 모테트로서 바로크 시대의 전례 합창곡 전 순서에 배치된 기악 반주의 '독창곡'을 말한다. 현재 남아있는 8곡의 Introduzioni는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모테트는 르네상스 시대에 탄생했으며 무반주 다성음악으로 출발하여 바로크 시대로 넘어오며 기악반주가 첨가된 형태로 자리잡게 되었는데 비발디의 Introduzioni는 주옥같은 성악의 주 선율 뿐 아니라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비발디의 탁월한 작곡역량이 녹아있는 기악반주가 돋보이는 명곡들이다. 단순한 성악반주를 뛰어넘는 기악 앙상블의 살아있는 디테일함과 비발디 특유의 사운드적 질감은 중독성이 강하다.
Introduzioni는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리아-레치타티보-아리아, 아리아-레치타티보, 레치타티보-아리아-레치타티보 등 순서나 구성에 있어서 자유로운 편이다.
아리아가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적 선율에 집중되어 있다면 레치타티보는 음악적 내러티브를 보완해주며 스토리 전개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여 구조적 완결성에 기여한다. 덧붙여 Introduzioni 대부분 도입부 역할에 걸맞게 채 10분을 넘기지 않는 콤팩트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감상에 있어 부담이 없다.
비발디 음악 속에 내재된 반복적인 리듬 패턴과 선율은 음악을 자연스럽게 뇌리속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8개의 모테트 중 작품 번호상 두번째 Introduzioni에 해당하는 Canta in prato ride in monte (초원에서 노래하고 산 위에서 웃어라) RV 636의 아리아에서는 붓점 리듬 패턴과 8분음표 진행이 독창과 기악반주를 통해 주거니 받거니 끊임없이 대화하듯 이어진다. 4분이 채 안되는 짧은 길이에도 불구, 음악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사실 모테트하면 상당히 올드하고 낯설게 느껴지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장르인 오페라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를 접하듯 부담없이 감상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내용만 다를 뿐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는 내러티브 속 내용과 감정을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기능적으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일 터.
프랑스의 위대한 계몽주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베네치아에 들러 비발디의 성악곡들을 듣고 "풍요로운 예술의 경지에서 비롯된 수준 높은 취향"라는 평을 내놨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비발디의 성악곡들은 기악곡들과 마찬가지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이제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사계'는 잠시 제쳐두고 비발디의 성악곡, Introduzioni에 귀 기울여 보자.
무더운 여름의 불쾌지수를 낮춰줄 비발디의 모테트 Filiae Maestae Jerusalem(슬퍼하는 예루살렘의 딸들아) RV 638을 소개한다. 레치타티보-아리아-레치타티보 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리아만 골라 들어도 좋다. 'Sileant zephyri (바람은 침묵하라)'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전주에서부터 찬 기운이 묻어난다. 예수 십자가의 고난을 주제삼은 노래인 만큼 음악적 구조는 단순하지만 영화의 한 장면이 선명히 그려지듯 뇌릿속 깊이 파고드는 음악이 가져다주는 흡입력이 압권이다.
*유튜브 링크
제목: Filiae Maestae Jerusalem RV 638 중 아리아 '바람은 침묵하라'
https://www.youtube.com/watch?v=xW19qNYQDXQ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