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국악 Prologue!
국악인들의 공부 시간
김보람
입력 2024-07-19 10:28 수정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국악인들의 공부 시간

녹음 짙은 심심산골, 폭포수 떨어지는 계곡. 바위 위에 부채 하나 들고 서서 득음에 이르기 위해 독공하는 소리꾼. 국악인들의 공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다. 스승이 노래 한 마디 하면 따라 부르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전통 음악의 교육법은 현 시대에도 유효하지만 예술가가 평생을 갈고 닦아 이룬 예술적 성취만으로는 전통 공연 예술의 지평을 넓히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국립극장 청소년 창극아카데미(© 국립극장)


 

국악 전공생을 위한 직업 아카데미(©국립국악원)


10여 년째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청소년 창극아카데미는 올해, 창극단 단원들의 판소리 교육 외에도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의 극작가․연출가 등이 합류해 통합 예술 교육을 진행했다. 공연의 전반적인 흐름을 경험케 함으로써 새싹 소리꾼들의 시야를 확장시키기 위함이었을 테다. 
국립국악원은 지난해부터 국악 전공생을 위한 '직업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상․하반기 2회로 나누어 총 열두 개 강좌를 연다. 전공자라면 으레 관심을 갖게 될 공연과 음원 제작뿐 아니라 인접 분야인 방송과 영화, 게임 음악 그리고 홍보와 저작권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섰다. 국악 콘텐츠 기획과 제작에서부터 공공 예술 기관의 업무 프로세스에 이르기까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전공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세상 속으로 뛰어들 채비를 돕는다.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미래의 다채로운 경로를 가늠해 볼 기회라면, 현장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영역을 세분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올해 '전통공연예술 홍보 마케팅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전통공연예술 언론홍보지원’과 함께 ‘언론홍보 역량 레벨 업 교육’을 병행한다. 신청자가 보도 자료 초안을 작성하면 재단에서 이를 감수해 언론에 배포하고 SNS를 통한 홍보도 지원한다. 한 달에 한 번 홍보 전문가들이 나서 홍보 전략과 보도 자료 작성 방법 등을 교육한다. 한 차례 지원 사업에서 그치지 않고 수요자의 역량 강화 방안을 함께 모색한 사업이다. 보도 자료 등 홍보에 관한 교육이 공연 제작 과정에서 유용하다면, 4회째 접어든 국립국악원의 ‘국악 평론 쓰기’ 교육은 공연 후의 작품에 힘을 싣는 데 목적이 있다. 작품에 관한 담론을 만들고 비평하며, 논점을 제시해 더 나은 공연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평론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연극 <틴에이지딕>, 음악 공연 <함께, 봄>과 음악극 <합체>, 연극 <우리 읍내>와 <맥베스>. 2021년 초청 공연 <소리극 옥이>를 시작으로 국립극장이 성황리에 이어가고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혹은 무장애 공연이라 이름 붙인 작품들이다. 공연 관람에 장애 요소를 최소화한 공연들은 필연적으로 시간과 예산이 더 들게 마련이어서 국공립 기관이나 단체의 작품에서 우선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배리어 프리 공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고 소극장의 작은 공연들에서도 장면을 대사로, 배경 음악을 자막으로 설명함으로써 공연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소리극 옥이(©국립극장)

 

맥베스(©국립극장)



 

접근성 높은 국악 공연 제작 워크숍(©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은 지난 6월, 전통 예술 창작자와 제작자 등을 대상으로 한 '접근성 높은 국악 공연 제작 워크숍'을 시범 운영했다. 한자어와 옛말, 사투리가 뒤섞여 진입 장벽이 높은 판소리나 창극 공연에 자막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정가나 민요의 가사도 자막으로 함께 보여주는 공연이 많다. 여기에 더해 시청각 장애인이나 지체 장애인들의 관람에도 제약이 없는 공연에 이르는 것이 이 교육의 목적이다. 참가자들은 사흘의 짧은 과정을 이수하고 2개 팀으로 나누어 소리극의 한 장면을 ‘접근성 높은 국악 공연’으로 구성해 무대에 올렸다. 소리꾼과 수어 연기자가 한 무대에 서고, 자막과 대사로 장면에 대한 설명을 더했다. 수어와 판소리. 사람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두 가지를 짧은 기간에 모두 섭렵해 낸 참가자들의 고군분투가 오롯이 담긴 무대였다.

앞서 소개한 교육 프로그램들은 궁극적으로 한 방향을 가리킨다. 무엇으로 어떻게 향유자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치열한 고민의 기회가 되었다면, 배움 끝에 얻어야 할 것은 그것 하나로 족하지 않을까.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전체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기사 더보기 +
인터뷰 더보기 +
[인터뷰] 이노크라스 이정석 대표 “인간유전체 유한한 영역…WGS '캔서비전·레어비전' 정밀의료 실현"
[인터뷰] "CSO 교육기관 지정 위한 준비 철저...일각의 우려까지 놓치지 않을 것"
"당뇨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치료하는 것"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국악 Prologue!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국악 Prologue!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