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이상의 추락과 파멸 /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신을 믿어 지독하게. 하지만 그건 축복을 통해서가 아니야, 저주를 통해서지. 만약 신이 없다면 누가 이 세상을 이런 지옥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 내가 추구하는 과학은 먼 미래를 열자는 것이 아니야, 지금 당장을 바꾸자는 거지. 죽음, 지옥, 운명, 저주! 이런 미신 같은 속박에서 벗어나 좀 더 훌륭한 인간의 세계관을 만들고 싶어.”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단 하나의 미래’ 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2014년 초연된 뮤지컬로, 당시 제8회 ‘더뮤지컬 어워즈’에서 총 9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시즌을 거듭할 때마다 대단한 인기를 끈 작품이다.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한 올해부터는 EMK뮤지컬컴퍼니의 품에 안겨 한층 더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할 것이라 예고돼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또 새로운 프로덕션과 함께하는 만큼 올 시즌 캐스팅은 신구 조화가 돋보인다. 쿼드러플 캐스팅을 선택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는 2014년 초연의 주역이었던 유준상을 포함해 신성록, 규현, 전동석이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박은태와 카이, 이해준, 고은성이 앙리 뒤프레 역을 맡았다. 그리고 선민, 이지혜, 최지혜(줄리아 役), 전수미, 장은아, 김지우(엘렌 役), 이희정, 문성혁(슈테판 役), 김대종, 신재희(룽게 役) 등도 함께한다. 지난 6월 5일에 개막한 이번 시즌 공연은 오는 8월 25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흔히 프랑켄슈타인을 초록빛 피부를 가진 괴물로 오해하나, 이는 괴물이라 불린 피조물을 만든 과학자의 이름을 딴 제목이다. 작품은 신이 되기를 바란 인간과 그런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의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인간 본성과 사회적 책무, 생명 가치의 중요성 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다. 원작 소설과는 스토리부터 시작해 등장인물, 기타 설정까지 많은 부분에서 다른 면을 보이지만, 뮤지컬로 재탄생되면서 서사의 깊이를 더하고 작품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또 하나의 명작을 만들었다. 또 주요 등장인물 모두 1인 2역을 맡는데, 워낙 대조적인 캐릭터라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이처럼 좋은 작품이 한국 창작 뮤지컬이라는 사실은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우리’ 뮤지컬을 향한 기대감을 드높인다.
175분간 쉴 새 없이 휘몰아친 전개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19세기 유럽, 스위스 제네바 출신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워털루 전쟁에서 ‘죽지 않는 군인’ 연구를 진행하던 중 ‘인간 사체 재활용’과 관련된 논문을 쓴 앙리 뒤프레와 만나 친구가 된다. 확고한 신념을 토대로 자신의 연구를 멈추지 않은 빅터에게 크게 감명받은 앙리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의 실험실에서 생명을 창조하기 위한 여정에 동참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과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실험 또한 중단될 처지에 놓이는데, 빅터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끝내 실험을 이어간다. 결국 제 손으로 피조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나, 완성된 피조물은 창조주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로 충격을 안긴다. 직감적으로 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빅터가 그를 공격하지만 괴물은 홀연히 실험실을 떠나버리고, 3년의 세월이 흐른 뒤 애증으로 점철된 괴물의 핏빛 복수가 시작된다.
이처럼 묵직한 이야기로 여러 철학적 질문을 떠올리게 한 작품은 풍성한 음악과 어울려 더 큰 감동을 준다. 왕용범 연출 및 작사, 이성준 작곡가가 함께한 <프랑켄슈타인>은 유독 좋은 명곡이 많이 담긴 뮤지컬로 잘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글 앞머리에 담았던 ‘단 하나의 미래’, ‘너의 꿈속에서’, ‘난 괴물’, ‘혼잣말’은 각 캐릭터의 성격과 심리상태를 명확히 드러내면서도 멜로디까지 좋아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위대한 이상의 추락은 안타깝고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인간의 교만으로부터 비롯된 비극이 남긴 그림자가 채 걷히기도 전, 어둡게 막 내린 무대를 바라볼 때면 온갖 감정이 뒤섞여 묘한 기분이 든다. 특히 후반부 북극 장면은 배우마다 조금씩 전해지는 느낌이 달라 더욱 흥미롭다. 그래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의지를 지닌 인간이기에 가슴 아픈 이야기도 교훈이 된다. 이것이 바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가진 힘이다.
<필자소개>
최윤영 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 바 있다.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 왔고 현재 한국영상대학교 미디어보이스과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으며,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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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이상의 추락과 파멸 /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신을 믿어 지독하게. 하지만 그건 축복을 통해서가 아니야, 저주를 통해서지. 만약 신이 없다면 누가 이 세상을 이런 지옥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 내가 추구하는 과학은 먼 미래를 열자는 것이 아니야, 지금 당장을 바꾸자는 거지. 죽음, 지옥, 운명, 저주! 이런 미신 같은 속박에서 벗어나 좀 더 훌륭한 인간의 세계관을 만들고 싶어.”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단 하나의 미래’ 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2014년 초연된 뮤지컬로, 당시 제8회 ‘더뮤지컬 어워즈’에서 총 9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시즌을 거듭할 때마다 대단한 인기를 끈 작품이다.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한 올해부터는 EMK뮤지컬컴퍼니의 품에 안겨 한층 더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할 것이라 예고돼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또 새로운 프로덕션과 함께하는 만큼 올 시즌 캐스팅은 신구 조화가 돋보인다. 쿼드러플 캐스팅을 선택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는 2014년 초연의 주역이었던 유준상을 포함해 신성록, 규현, 전동석이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박은태와 카이, 이해준, 고은성이 앙리 뒤프레 역을 맡았다. 그리고 선민, 이지혜, 최지혜(줄리아 役), 전수미, 장은아, 김지우(엘렌 役), 이희정, 문성혁(슈테판 役), 김대종, 신재희(룽게 役) 등도 함께한다. 지난 6월 5일에 개막한 이번 시즌 공연은 오는 8월 25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흔히 프랑켄슈타인을 초록빛 피부를 가진 괴물로 오해하나, 이는 괴물이라 불린 피조물을 만든 과학자의 이름을 딴 제목이다. 작품은 신이 되기를 바란 인간과 그런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의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인간 본성과 사회적 책무, 생명 가치의 중요성 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다. 원작 소설과는 스토리부터 시작해 등장인물, 기타 설정까지 많은 부분에서 다른 면을 보이지만, 뮤지컬로 재탄생되면서 서사의 깊이를 더하고 작품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또 하나의 명작을 만들었다. 또 주요 등장인물 모두 1인 2역을 맡는데, 워낙 대조적인 캐릭터라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이처럼 좋은 작품이 한국 창작 뮤지컬이라는 사실은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우리’ 뮤지컬을 향한 기대감을 드높인다.
175분간 쉴 새 없이 휘몰아친 전개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19세기 유럽, 스위스 제네바 출신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워털루 전쟁에서 ‘죽지 않는 군인’ 연구를 진행하던 중 ‘인간 사체 재활용’과 관련된 논문을 쓴 앙리 뒤프레와 만나 친구가 된다. 확고한 신념을 토대로 자신의 연구를 멈추지 않은 빅터에게 크게 감명받은 앙리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의 실험실에서 생명을 창조하기 위한 여정에 동참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과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실험 또한 중단될 처지에 놓이는데, 빅터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끝내 실험을 이어간다. 결국 제 손으로 피조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나, 완성된 피조물은 창조주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로 충격을 안긴다. 직감적으로 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빅터가 그를 공격하지만 괴물은 홀연히 실험실을 떠나버리고, 3년의 세월이 흐른 뒤 애증으로 점철된 괴물의 핏빛 복수가 시작된다.
이처럼 묵직한 이야기로 여러 철학적 질문을 떠올리게 한 작품은 풍성한 음악과 어울려 더 큰 감동을 준다. 왕용범 연출 및 작사, 이성준 작곡가가 함께한 <프랑켄슈타인>은 유독 좋은 명곡이 많이 담긴 뮤지컬로 잘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글 앞머리에 담았던 ‘단 하나의 미래’, ‘너의 꿈속에서’, ‘난 괴물’, ‘혼잣말’은 각 캐릭터의 성격과 심리상태를 명확히 드러내면서도 멜로디까지 좋아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위대한 이상의 추락은 안타깝고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인간의 교만으로부터 비롯된 비극이 남긴 그림자가 채 걷히기도 전, 어둡게 막 내린 무대를 바라볼 때면 온갖 감정이 뒤섞여 묘한 기분이 든다. 특히 후반부 북극 장면은 배우마다 조금씩 전해지는 느낌이 달라 더욱 흥미롭다. 그래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의지를 지닌 인간이기에 가슴 아픈 이야기도 교훈이 된다. 이것이 바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가진 힘이다.
<필자소개>
최윤영 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 바 있다.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 왔고 현재 한국영상대학교 미디어보이스과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으며,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