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류장화(路柳墻花)라 했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의 사대부들이 기생(妓生)들에게 붙인 별칭이었다. 길가의 버들과 담 밑의 꽃이란 의미다. 하지만 ‘美人탐방 제2부’에 등장하는 시기(詩妓)와 의기(義妓)는 노류장화와는 의미가 다른 미녀들이다.
사대부들이 독차지 하고 싶어 경쟁적으로 다가가나 되레 그녀들이 물러서며 파트너를 골라서 선택하는 절세미녀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 불붙는 정렬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 양귀비 꽃 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 아, 강낭콩 꽃보다도 푸른 그 물결 위에 / 양귀비 꽃 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수주(樹州) 변영노(卞榮魯·1898~1961)의 《논개》다.
임진왜란(1592)때 일본의 게야무라 로쿠스케(毛谷村六助)를 진주성 촉성루에서 살해 한 논개를 추모하기 위해 지은 시(詩)다. ‘계월향이여, 그대는 아리땁고 무서운 최후의 미소를 거두지 아니한 채로 대지(大地)의 침대 위에 잠들었습니다.’ 나는 그대의 다정(多情)을 슬퍼하고 그대의 무정(無情)을 사랑합니다 // 대동강에 낚시질 하는 사람들은 그대의 노래를 듣고 / 모란봉에 밤놀이 하는 사람은 그대의 얼굴을 봅니다 / 아이들은 그대의 산 이름을 외고 / 시인은 그대의 죽은 그림자를 노래합니다. // 사람은 반드시 다 하지 못한 한(恨)을 끼치고 가게 되는 것이다 / 그대는 남은 한이 있는가 없는가, 있다면 그 한은 무엇인가 / 그대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 그대의 붉은 한은 현란한 저녁놀이 되어서 하늘길을 가로막고 황량한 떨어지는 날을 돌이키고자 합니다 / 그대는 푸른 근심을 드리고 드린 버들실이 되어서 꽃다운 무리를 뒤에 두고 운명의 길을 떠나는 전문 봄을 잡아매려 합니다 // 나는 황금의 소반에 아침볕을 받치고 매화가지에 새봄을 걸어서 그대의 잠자는 곁에 가만히 놓아 드리겠습니다. / 자 그러면 속하면 하룻밤 더디면 한겨울, 사랑하는 계월향이여...‘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의 《계월향》(桂月香)이다.
북(北) 계월향, 남(南) 논개라 하여 회자(膾炙)되는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끄는데 없어서는 안 되었던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의기(義妓)였다. 두 의기는 살려면 살아남을 수 있었으나 조국과 사랑하는 사나이를 위해 깨끗이 순절(殉節)하였다.
조강지처도 아닌 노류장화 정도로 혹자들은 대수롭지 않은 천민으로 폄훼하지만 그녀들은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초개(草芥)같이 버렸다. 그래서 두 의기는 정사에 영원히 역사적 진리로 꽃피워질 것이다.
“창가에는 복희(伏羲)씨 적 달이 밝구나!” 하자 “마루에는 태고 적 바람이 맑도다” 백호임제(白湖林悌)의 수창(酬唱)이다. “비단 이불을 누구와 함께 덮을꼬.”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그네의 베갯머리 한편이 비어 있네...” 맞춤같이 수창이 척척 이어졌다. 천재 시기(詩妓) 일지매(一枝梅)와 천하의 풍류객 백호임재의 마치 연리지 같은 절묘함의 수창이었다.
그랬다. 앞의 두 의기와 한명의 시기도 한국 여류문학에 없어서는 안 되는 미녀다. ‘美人탐방 제2부’는 한국의 미녀들 얘기다. ‘美人탐방 제1부’는 양귀비를 비롯한 중국의 4대미녀(서시·초선·왕소군) 들의 내밀한 얘기와 클레오파트라와 조세핀 등을 주인공으로 하는 서구의 달콤한 스토리였다. 또한 가깝고도 정서적으로 먼 일본의 오노노 코마치(小野小町·809~901)와 호조마사코(北條政子·1156~1225)의 사내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농밀한 얘기들이었다.
하지만 ‘美人탐방 제2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한국 여류문학의 시원(始原)이라 할 수도 있는 황진이(黃眞伊·1511~1551)를 비롯한 이매창(李梅窓·1513~1550)·허난설헌(許蘭雪軒·1563~1589) 등 10여 미녀들을 주인공으로 얘기를 진행시켰다.
매회 두 편의 시(詩)를 삽입하여 시대상황과 주인공의 사회적 관계, 또는 드나드는 남자들의 사회적 위치도 살폈다. 만족하진 않으나 한국풍류여류문학의 시원과 흐름을 대략적이나마 시기(詩妓)들의 역할을 추적하였다. 또한 연대별로 게재 못했음이 생각의 미흡함의 소치가 아닌가 싶다.
본격적인 문학 산책이 아니므로 주간신문 연재물의 재미도 간과할 수 없어 팩션(Faction. 팩트+픽션)의 주인공도 등장시켜 발생할지도 모를 문제의 소지도 염두에 두었었다.
2007년도 9월 12일 시작, 2019년 7월 13일로 장장 13년에 제1부에 83명, 제2부에 10명에 3명의 다이제스트 된 미녀까지 총 97명의 동서고금의 미녀들 얘기였다. 역사를 바꾼 여걸에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목숨까지 던진 정사(情事) 등 글로는 다 표현이 불가능했던 아름답고 위대하기까지 한 히스토리를 미녀들이 만들어 냈다는 역사적 진리의 현장을 보았다.
세기적인 역사의 현장에 미녀가 빠지지 않았다. 그런 사실은 동서고금의 역사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보았던 역사적 진리다. ‘그대 보았는가 / 황하의 강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 바다로 쏟아져 흘러가서 돌아오지 않음을 // 그대는 모르는가 / 고대광실 환한 거울 앞에서 흰머리 슬퍼함을 / 아침에 푸른실 같더니 저녁엔 흰눈처럼 세었다고 / 모름지기 인생은 마음껏 즐길지니 / 중략... 당장 술 받아다 그대 함께 마셔야지 / 오화마(五花馬) / 갑진 갑옷 / 아이 불러 내어다가 살진 술과 바꾸어서 / 그대 함께 만고의 시름 녹여나 보세’ 이백(李白·701~732)의 《장진주》(將進酒)다.
그랬다. 시기와 의기들이 목을 메며 경쟁적으로 구애를 받았던 사대부들은 그렇게 호방하게 세상의 시름은 아랑곳 않고 세월을 낚았다. 지면을 아낌없이 내 준 함용헌 회장님과 흡족하지 않은 글에 맛깔스러운 그림을 그려 준 유기송 화백, 꼼꼼히 워드를 쳐준 송(宋)실장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