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준석 교수의 약업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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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약국 및 약무의 혁신: 약국의 미래를 위한 창의적 도전

편집부

기사입력 2021-09-24 09:25     최종수정 2021-09-24 09:3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우리나라 약국이 선택할 수 있는 혁신의 종류를 미시적, 거시적인 것으로 나눠본다면, 미시적 혁신이란 전국에 산재한 23,000여개 약국이 각자도생 할 구체적 방안을 뜻하겠지만 거시적 혁신은 아마도 공동운명체로서 약국의 미래상을 결정하는 고뇌가 동반되는 중요한 선택일 것이다. 

지난 번에 급속한 성장을 이룬 한국경제가 미래의 근본적인 도약을 위한 체질개선을 위하여 개념설계능력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약국의 미래상에 대한 지도층의 능력이 제고되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공학자들이 주장한 개념설계라는 개념이 왜 약업계의 지도층에게도 요구되는 것일까? 

이는 전술한 바와 같이 현재 우리나라 약업계에는 ‘창의적이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개념(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약업계는 더 이상 뛰어난 현안 관리자(manager)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설계 역량을 지닌 창의적 지도자(leader)이자 길잡이(path finder)가 요구된다. 

현재의 모습에서 미래의 길을 찾는 지도자

불투명한 우리나라 약국의 미래를 발전과 번영의 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약사와 약국이 가진 경쟁력과 기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첫째, 전국에 걸쳐 형성된 약사회의 행정 체계와 각 약국이 지닌 축적된 역량을 십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약사들이 가진 발전과 혁신에 대한 열망과 더불어 난관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이미 잘 형성된 정부, 정당, 시민단체, 약학대학 등과 연대한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학연, 지연, 정치사회적 성향을 초월한 연대감과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발적 동질감을 위기극복의 원동력으로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창의적 미래 개념을 설계하고 추진할 조직력과 리더십, 경영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약국은 가치기반 산업으로 육성되어야 한다

이제 약업계는 약국과 약사의 기능이나 역량을 냉정하게 분리해서 고찰하고 접근할 전략이 필요하다. 약업계는 전통적으로 약국과 약사를 일체화시키는 것을 당연시 해왔으나, 국민과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꼭 그렇지 않다는 점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의 권익을 강조했으나, 사실은 약사의 배타적 권리 수호와 약국의 수익성을 우선시 하지는 않았는지 반추해보아야 한다.

전국에 산재한 24시간 편의점은 시공간적 접근성이 소비자에게 가장 큰 편의성을 제공한다. 약국도 이와 유사하다. 즉, 누가 개별 편의점의 점주이거나 시간제로 근무하는지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과 가격측면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어떤 약국이나 약사인 지가 고객에게 얼마나 차별성과 만족을 제공하고 있는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현재 약국은 ‘시간’과 ‘장소’라는 결정 변수를 놓고 강도높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간의 변수란 편의점과 안전상비약의 조합으로서 유관 유통산업의 침투에 이미 침해당했고, 장소의 변수란 중대형 의료기관 인근에 위치한 문전약국과 그렇지 않은 약국으로 구분되어 상호 경쟁이 심화되어 있다. 

대형병원의 경우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편의성이나 가치가 다양하다. 병원의 위치, 병상 수, 최첨단 진단기기 보유율, 대기시간, 원스톱서비스 수준, 친절도, 오진율, 난치성 질환자 치료율, 수퍼스타급 전문의사의 보유율, 심지어 주차장 이용의 편의성 조차도 모두 차별화 요소이다. 더구나 병원은 1, 2, 3차 의료기관으로 구분되므로 환자 관점에서는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유통채널이 다층화 되어 있어 병원 상호간 경쟁환경이 약국과는 다르다. 그래서 시대적 명제인 ‘디지털 전환’이나 ‘전문화’의 요구도, 심도, 속도가 약국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이 같은 사실은 2023년이면 전대미문의 ‘전문약사제도’의 전면적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향후 약사회를 통해 리더십을 발휘할 인사들이 심각하게 연구하고 해법을 강구해야 할 분야이다. 그러므로 미래의 약업계 리더는 이러한 약국과 약사가 직면한 환경적,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면서 또한 전문화되고 다층화, 다변화 될 가능성에 적절한 해법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 

약국은 확장가치산업으로 육성되어야 한다

선진국은 일반적으로 자국 산업의 속성을 ‘기반가치산업’에서 생산한 가치를 더욱 높이는 ‘확장가치산업’으로 발전시키려 노력한다. 간단한 예로써, 기반가치산업에서 생산한 재화(제품)나 용역(서비스)의 가치가 1만원이라면 외국시장으로 수출하여 2만원의 가치를 획득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즉, 어떤 재화나 용역을 시∙공간적으로 이동시킴으로써 기반가치에 새로운 가치를 추가하도록 산업역량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가치확장산업의 속성을 가지려면 지원산업군이 함께 발전되어야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금융서비스나 법률서비스 영역 등이다. 의약품이란 정보라는 꼬리표가 붙는 아주 특별한 유형의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그래서 약사라는 전문직이 필요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의약분업 이후에 이를 잘 살리지 못하여 약사 스스로가 가장 원초적으로 전문약의 처방조제와 복약지도 및 의료제품의 판매행위에 스스로 집중해버리고 역할과 직능이 하향평준화의 늪에 빠져버렸다. 

의약품은 제품의 관점에서 보면 생산자 혹은 판매자를 거쳐 최종사용자까지 전달되는 과정이 복합적이고 다단계적 특성을 가진다. 의약품에는 ‘정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재화와 용역(약사의 서비스)이 융합된 속성이 있다는 뜻이다. 재화의 측면에서 의약품은 강제적 인 정찰제 품목인데,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구성된 건강보험 급여대상 품목이기 때문이다. 한편, 약사 용역의 측면에서는 조제료와 복약지도료가 설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약국이 확장가치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어느 분야부터 눈여겨보아야 할까? 필자는 의약품의 유통분야와 약국 업무의 가치사슬의 연장선에서 시작함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평소에 약사전문성의 가치는 의약품의 배송에 있지 않으므로 약국 밖에서 이뤄지는 의약품 배송사업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자고 주장하곤 한다. 대신, 아예 더 나아가 약국에서 조제된 의약품의 택배사업을 약국산업의 유관 사업분야로 포함시켜 더욱 확장시키자고 제안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일단 동일지역 내 소재한 약국 간 신사적 협정과 상도덕의 준수가 강력히 요구된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사항을 통제 및 중재할 수 있는 주체는 지역약사회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 호에서 지역약사회가 가칭 ‘약업협동조합’을 결성하고 그 조합은 유한회사의 성격을 가지되 혹시나 조합장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존 지역약사회와 악업협동조합은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준비하여 출범시킬 필요성이 커진다. 

협동조합이라고 하면 기존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형과 그 활동의 장단점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기에 굳이 협동조합이 아닌, 우선적으로 ‘특수목적법인(Special Purpose Company, SPC) 형태로 일부 특정지역을 선정하여 시범사업을 먼저 전개한 뒤에 목표로 정한 완전한 기능을 가진 협동조합으로 완성해 가는 점진적 방식이 적절하다고 사료된다(그림1).

            그림1. 특수목적법인을 활용한 약국연합체 구축과 우리나라 농협의 조직구조

일개 신생 스타트업(Startup)이 기존 약업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직간접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끼쳐서 기존의 질서를 훼손시키고 있으니 약사회는 일단 일개 기업에 의한 의약품의 배송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데 집중했으나, 이는 향후에 만일 지역 혹은 전국적으로 약국연합체가 의약품 배송사업으로 진출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자승자박이 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하면 좋겠다. 

의약품은 최종 소비자가 사용하기까지 모든 단계에 고도의 안전성이 지속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특성이 있고 약사회는 이를 지속적으로 정부와 국민에게 알려왔다. 그러므로 이제까지 소비자나 그 보호자가 수령하여 운반하던 일을 약업영역으로 흡수하는 것은 일견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더불어 향후에는 여하한 형태의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 지향 운송 체계를 약사가 책임지고 보장하는 전문영역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는 약사의 영역도 아니고 약국의 영역도 아니기에 기업형태를 지닌 약국연합체를 우선 결성함으로써 사업의 규모와 짜임새를 갖추어 진출하는 것이야말로 약업산업을 ‘확장가치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예가 아닐까?

이때가 되면 필연적으로 이 같은 제반 활동을 통제, 관리하는 전산프로그램 및 다수의 회원으로가입한 다수의 약국연합체가 탄생할 터인데 이것이 이른바 ‘플랫폼 기업’의 속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기존의 기업 행태와 달라야 하는 점은 소수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거나 과점하지 못하도록 한 지역 안에서 발생하는 처방전 전달, 조제, 배송의 총량에 대하여 배분비율을 정하여 통제와 자율경쟁을 병행하고, 타 지역으로 유출이나 유입 분에 대하여 일단 처방전이 발생된 해당 지역적 배타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구조설계가 필요하다. 이러면 한편으로 제약기업, 의약품 유통기업, 병의원연합체나 지역의사회와 대등한 수준의 협상이나 협력도 유리해질 것이다. 

                            그림2. 플랫폼 기업 모델 (출처: 구글 이미지)

약국연합체는 모범적인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표적 플랫폼 기업이 지나친 사업영역의 확장으로 인해 관계 당국의 제제를 받았다. 그러나 이를 플랫폼 기업의 폐단으로 규정짓고 무조건 배타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방식을 지키는 것보다 새로운 방법을 창안하고 서서히 정착시키는 것이 수십 배는 어려운 과정이기 대문이다.

전국의 약국과 종사자는 네트워크화된 조직이다. 여기에 기업형조직과 경영기법, 그리고 리더십까지 더해지면 약업생태계를 새롭게 할 훌륭한 플랫폼이 구축되지 않을까?(그림2). 약국의 산업화, 약사직능의 전문화,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건강사회를 구현하면서 확장가치산업적 속성까지 보유하는 약국연합체를 설계하고 운영할 지도력의 등장과 약업계 구성원들의 협력을 기대한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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