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방학이 더 힘든 아이들
초등학생에게 방학은 어떤 의미일까? 시대를 불문하고 모든 아이들에게 방학은 기다림의 대상이다. 보충수업, 학원수강에 시달리는 중고등학생과 달리 초등학생들의 여름방학은 그야말로 '자유'였다. 그러면 학부모들은 어떨까? 보통 학부모들은 방학이 두렵고, 우리 부부와 같은 맞벌이 부부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평상시보다 아이에 대한 관심과 돌봄의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도 어쩔 수 없이 여름방학에 아이들을 이곳 저곳 캠프에 참여시켰다. 그런데 말이 캠프지 이건 돈장난 이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캠프는 주당 20만원을 넘고 '글로벌', '영재' 이런 말이 들어가 있는 사설캠프는 하루 당 20만원을 호가한다. 최근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초등학생들의 여름방학마저 소득 수준별로 질적 차이가 벌어지고 있고,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방학 중 돌봄'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고소득층 아동의 경우 여행, 캠프, 해외연수 등에 참여하고, 해외 연수나 캠핑을 하지 않는 초등학생들도 영어학원, 수학학원, 피아노학원, 논술학원 등을 다니느라 학기 중보다 더 바쁘다. 그러나 저소득층 아동의 경우 부모가 대부분 맞벌이이고 같이 놀아줄 친구가 없고, 점심을 먹기 위해서라도 보통은 지역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 간다.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시간이 다 가버리거나, 공부방에서 점심만 먹고 아이들과 PC방 등을 전전하기가 일쑤이다. 지자체에서 지원을 하는 저렴한 캠프에는 일반 학부모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참여할 수도 없다. "상류층 자녀는 여름방학이 지나고 9월에 돌아오면 읽기 성적이 15점이나 뛰어오른다. 반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빈곤층 자녀의 읽기 성적은 거의 4점이나 떨어진다. 빈곤층 아이들은 학기 중에는 앞서 가지만 여름방학 동안 상류층 아이들에게 뒤쳐지고 마는 것이다."(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295쪽)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에서는 방학 중 학습의 기회 정도가 아이들의 성적 차이로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 나라도 심하면 심하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저소득층의 아이들에게는 그나마 학교에 나가는 것이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공교육의 활성화를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학교가 평생교육의 중심에 서서 적극적으로 내실 있게 운영되어야 한다. 영어, 수학, 축구, 피아노, 노래교실, 비누공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학교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가야하고, 운동장과 도서관도 개방되어야 한다. 같이 만나 어울리고 공부할 때 학습의 성과는 물론 사회성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갈 곳 없는 아이들에게 방학은 힘들고 외로운 무관심의 시간이다. 결국 학교와 지역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 다음 겨울방학에는 이들과 학부모의 입에서 "방학!. 아예 없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이 나와서는 곤란하다.
2010-09-08 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