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후 전문의약품 성장세에 크게 밀렸던 일반의약품 시장이 다소나마 회복되는 조짐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생산실적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의약품은 3조 8482억 원 어치가 생산되어 전년대비 7.3% 증가했다고 한다. 전체 완제의약품시장에서 일반의약품이 처지하는 비율도 2년 사이 13.7%에서 14.3%대로 높아졌다고 한다. 반면 전문의약품은 23조 139억 원대 생산실적을 기록해 지난 2012년 11조 4526억 원과 비교해 딱 2배 성장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시행으로 환자들의 병의원 방문이 증가하면서 처방약 시장이 확대됐고 상대적으로 일반약 시장은 위축됐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매년 급성장세를 나타내며 일반약 시장을 잠식하기도 했다.

근 20여년 가까이 이같은 흐름이 유지돼 왔지만 와중에 지난해를 기점으로 일반의약품 생산이 늘어난 배경에 대해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엔데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21년 말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으면 하루에 수십만 명 쏟아지면서 코로나19 증상 완화 용도로 사용되는 해열진통제나 감기약 판매가 크게 늘었고 작년의 경우 코로나 앤데믹 영향으로 독감이나 감기 환자가 급증하면서 일반의약품 시장의 호황이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일반의약품 성장세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전문약 생산 규모는 일반약 대비 6배 이상 되는 등 전체 완제의약품 생산액 중 일반약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것은 개선돼야 할 대목이 아닐수 없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전문의약품시장 역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혁신신약이나 오리지날 의약품 주도로 시장이 형성되고 제네릭의약품에 대한 상대적 약가인하 정책이 지속될 경우 이 시장 역시 향후 전망이 밝지 않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식약처 통계연보 자료에 따르면 의약품 국산화의 지표가 되는 자급도 기준으로 완제의약품 자급도는 68.7%, 원료의약품은 11.9%선에 머무르고 있다. 이 지표는 원료의약품은 해외의존도가 높은 수준이지만 그나마 완제의약품은 제네릭을 기반으로 국내에서 생산, 환자들에게 공급되는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제네릭의약품이 왜 효자인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보건의료산업 글로벌 각축전에서 제약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인지를 여실히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균형 있는 산업발전이 필요하다는것은 의약품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제네릭의약품 산업의 근간이 유지되고 있기때문에 완제의약품 자급도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제네릭의약품이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한 정상적인 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정부가 추진중인 약가인하 정책, 그중에서도 선진 외국약가와의 비교 재평가는 아예 한국적 상황을 무시한 채 제약산업 구조가 우리와 상이한 외국의 약가와 단순 비교하는 밀어부치기식 행정의 표본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정책이 강행될 경우 제네릭의약품 산업을 포함한 우리 보건의료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게 될 지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