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살리고 환자 죽이는 ‘집단휴진’ 당장 철회하라”
환자단체연합회, 13일 국회 앞서 92개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
입력 2024.06.13 11:52 수정 2024.06.1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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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환자단체 회원이 피켓을 들고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약업신문

다음주 의료계가 집단휴진을 예고하자 환자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92개 환자단체가 의료계와 정부를 향해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며 무기한 휴진과 전면 휴진 결정 철회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13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 촉구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중증아토피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가 함께 연대해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촉발된 장기간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환자들은 오는 17일 예정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무기한 휴진 결의와 18일 예정된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 제도와 법률 개선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희귀질환자, ‘희귀’라는 말처럼 드물고 귀하다면 이렇게 하면 안돼”
 

92개 환자단체가 합동으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며 집단휴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약업신문

자녀가 10만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희소혈관질환’을 앓고 있다는 서이슬 한국PROS환자단체 대표는 “완치법이 없는 이 질환은 써볼 수 있는 약물이 단 하나다. 아직 임상 중인 약물이라서 현재 한국에서는 식약처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이라는 제도를 통해 시도가 가능하다”며 “문제는 이를 시도하는 병원이 국내 단 한 곳이다. 올해 저희 아이는 해당 병원에서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시도하려했는데 그러려면 조직검사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조직검사가 전공의가 맡은 업무라는 게 이유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이슬 대표는 “그 큰 병원에서 전공의가 없으면 희소질환 환자의 조직검사를 진행하지 못한다니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별 도리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사태가 시작되던 무렵 제가 사는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에 조직검사를 문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냥 그 병원에 가서 진행하라’는 말이었다. 저희 회원들도 어쩔 수 없이 모두 그 병원에 다닌다. 어디에서도 이 질환을 흔쾌히 받아주고 치료해주는 곳이 없어서다. 전공의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저희 아이는 영영 조직검사를 못하게 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 대표는 “매일 출혈이 생겨 거즈를 갈아야 하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원인 불명의 감염에 시달리며, 남들과 다르게 생긴 발과 다리 때문에 매일 사람들의 시선을 감수해야 하는 제 아이는 이번 사태로 임상시험 약물을 시도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에도 미처 가보지 못했다”며 “저는 희귀질환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희귀’라는 말은 드물고 귀하다는 뜻인데, 정말로 귀하다면 이렇게 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며 울먹였다.

이어 “그런데도 지금 이런 국면에서 저희같은 사람들은 뭐라 말하기조차 어렵다”며 “당장 생명이 위험해지는 건 아니어서다. 당장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환자들이 있는 걸 아는데 검사 먼저 하게 해달라는 말도 염치없다. 저희는 어차피 못고치는 병이다. 당장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분들이 있는데 희소질환자의 삶의 질 문제, 임상약물 접근성 같은 문제는 그야말로 사치 아니겠나”라며 억울해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여러 희소질환자들에게 얼마나 괴롭고 참담한 일인지 알라고 싶어 환자들을 대신해 이 자리에 섰다”고 전했다.

◇ “암 환자 항암 치료 못받고 불안에 떨어…당장 복귀해달라”
 

한 환자단체 회원이 의료진 총파업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약업신문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곽점순 대표는 “주부가 아프면 가정이 다 무너진다”며 “유방암은 항암치료가 최하 6번이다. 저같은 경우 방사선 치료는 30번, 항암치료 6번 받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금 환자들은 왜 항암 치료도 받지 못하고 불안에 떨어야 하는가? 의료진들은 누구를 위해 있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곽점순 대표는 “암 환자와 모든 환자에게 핑계대며 자기이익만 추구하는 의사들은 필요없다. 의료진은 국민을 위해 나와서 진료를 해야 한다”며 “오늘부터 의료진은 바로 복귀하길 바란다. 복귀하지 않으면 범국민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 대표는 이날 오후 회원들과 함께 서울대병원과 의사협회에 항의 방문하겠다고 덧붙였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서울대병원 비대위와 대한의사협회는 무기한 휴진‧전면 휴진 결정을 지금 당장 철회하라”며 “정부는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 상황에서 위태로운 법적 지위 하에 일하고 있는 진료지원인력(PA)을 합법화해 환자에게 안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국회는 의료인 집단행동 시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가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 입법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회원들이 의료진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약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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