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집단휴진을 예고한 의료계가 정부에 전공의 행정처분 ‘철회’가 아닌 ‘취소’ 조치와 사직서 소급적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2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자리에서 “미복귀자에 대한 행정처분에 대해선 정부가 행정명령 자체를 취소할 수는 없다”며 “정부는 이미 일단 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을 마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은 물론, 행정처분 또한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지난 4일 수련병원에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개별 전공의에 대한 진료유지‧업무개시명령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수련병원장 재량으로 전공의 사직서 처리가 가능해졌고 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은 중단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공의는 미복귀 시 행정처분을 우려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사직도 복귀도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의료계는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각종 행정명령을 ‘취소’가 아닌 ‘철회’한 것이 기존 행정명령의 유효성을 확보해 향후 전공의 행정처분의 근거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행정명령을 취소한다면 이전에 있었던 위반행위도 소멸되지만, 철회할 경우 철회시점 이전에 발생한 행정명령 위반행위는 여전히 유효하고 그에 따른 행정처분도 언제든 집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다음주 집단휴진을 예고한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 행정명령 철회가 아닌 ‘취소’ 조치를 요구사항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전병왕 실장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는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하는지, 의료현장의 비상진료체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대응 방안을 만들 계획임을 이미 밝혔다”며 “돌아오고 싶은 전공의들도 있는데, 해당 지역에선 다 아는 사이다보니 전공의 과정을 마쳐도 그 지역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용기를 못 내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전 실장은 미복귀자에 대한 행정처분과 관련해서는 “일각에선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야지 왜 자꾸 후퇴하느냐는 비판도 제기한다”며 “정부 입장에서 행정명령 자체를 취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처분을 하지 않는 방법은 가능하다”고 말해 처분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의료계가 요청한 전공의 사직서 수리일자 소급적용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현재 일부 수련병원은 2월에 전공의가 제출한 사직서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행정명령 시행 이전의 상황에서 사직서가 수리되기 때문에 전공의 입장에서는 행정명령 위반행위 자체가 사라져 완전 면책이 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전 실장은 “일부 병원의 요청이 있어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복지부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이지만, 현재까지 법률 검토 결과로는 사직서 소급수리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말했다.
이는 원칙적으로 사직 효력이 사직서 제출일자가 아닌 수리일자를 기준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 6월 사직할 경우 6월 사직일자에 그 효력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공의들은 병원과 개별계약을 통해 고용계약을 맺었다. 한 번에 3~4년을 계약한 경우도 있고, 단년 계약을 한 곳도 있다. 또 사직서를 제출하면 한 달 뒤에 처리하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며 “개별로 다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이에 대해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그는 의료계를 향해 “지금과 같은 집단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으로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현재도 비공식 라인을 통해 의료계 여러분을 만나 설득작업을 하고 있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이 날 환자단체는 다음주 집단휴진을 예고한 서울대병원을 찾아 “중증환자가 죽음에 내몰리고 있다”며 휴진 철회를 촉구했다.
암환자권익협의회와 폐암환우회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의대 교수진은 환자 생명과 전공의 처벌 불가 요구 중 어느 것을 우선하냐”며 “무엇이 중하고 덜 중한지를 따져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고, 환자들과 눈을 맞춰 대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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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집단휴진을 예고한 의료계가 정부에 전공의 행정처분 ‘철회’가 아닌 ‘취소’ 조치와 사직서 소급적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2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자리에서 “미복귀자에 대한 행정처분에 대해선 정부가 행정명령 자체를 취소할 수는 없다”며 “정부는 이미 일단 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을 마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은 물론, 행정처분 또한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지난 4일 수련병원에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개별 전공의에 대한 진료유지‧업무개시명령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수련병원장 재량으로 전공의 사직서 처리가 가능해졌고 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은 중단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공의는 미복귀 시 행정처분을 우려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사직도 복귀도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의료계는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각종 행정명령을 ‘취소’가 아닌 ‘철회’한 것이 기존 행정명령의 유효성을 확보해 향후 전공의 행정처분의 근거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행정명령을 취소한다면 이전에 있었던 위반행위도 소멸되지만, 철회할 경우 철회시점 이전에 발생한 행정명령 위반행위는 여전히 유효하고 그에 따른 행정처분도 언제든 집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다음주 집단휴진을 예고한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 행정명령 철회가 아닌 ‘취소’ 조치를 요구사항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전병왕 실장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는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하는지, 의료현장의 비상진료체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대응 방안을 만들 계획임을 이미 밝혔다”며 “돌아오고 싶은 전공의들도 있는데, 해당 지역에선 다 아는 사이다보니 전공의 과정을 마쳐도 그 지역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용기를 못 내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전 실장은 미복귀자에 대한 행정처분과 관련해서는 “일각에선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야지 왜 자꾸 후퇴하느냐는 비판도 제기한다”며 “정부 입장에서 행정명령 자체를 취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처분을 하지 않는 방법은 가능하다”고 말해 처분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의료계가 요청한 전공의 사직서 수리일자 소급적용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현재 일부 수련병원은 2월에 전공의가 제출한 사직서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행정명령 시행 이전의 상황에서 사직서가 수리되기 때문에 전공의 입장에서는 행정명령 위반행위 자체가 사라져 완전 면책이 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전 실장은 “일부 병원의 요청이 있어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복지부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이지만, 현재까지 법률 검토 결과로는 사직서 소급수리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말했다.
이는 원칙적으로 사직 효력이 사직서 제출일자가 아닌 수리일자를 기준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 6월 사직할 경우 6월 사직일자에 그 효력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공의들은 병원과 개별계약을 통해 고용계약을 맺었다. 한 번에 3~4년을 계약한 경우도 있고, 단년 계약을 한 곳도 있다. 또 사직서를 제출하면 한 달 뒤에 처리하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며 “개별로 다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이에 대해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그는 의료계를 향해 “지금과 같은 집단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으로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현재도 비공식 라인을 통해 의료계 여러분을 만나 설득작업을 하고 있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이 날 환자단체는 다음주 집단휴진을 예고한 서울대병원을 찾아 “중증환자가 죽음에 내몰리고 있다”며 휴진 철회를 촉구했다.
암환자권익협의회와 폐암환우회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의대 교수진은 환자 생명과 전공의 처벌 불가 요구 중 어느 것을 우선하냐”며 “무엇이 중하고 덜 중한지를 따져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고, 환자들과 눈을 맞춰 대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