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감염병의 위험에 대한 큰 교훈을 남겼다. 코로나19가 등장하면서 한켠으로 밀려났지만 공중 보건을 오랜 동안 위협해 온 감염병이 있다. 바로 HIV다. 발견 초기만 해도 치료 방법이 없어 ‘죽음의 병’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하루 한 알의 치료제로 관리할 수 있고 예방까지 가능하다. 그럼에도 질환에 대한 낙인과 차별은 여전하다. 물론 검사를 회피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의 그림자는 여전하고, 감염의 위험도 크다. 약업신문은 감염자에겐 올바른 관리법을 안내하고, 일반인에겐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HIV 특집을 6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동안 HIV 검사 건수가 급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보건소의 HIV 검사 규모가 코로나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9년 44만 144건이었으나 2020년 17만 8653건으로 60%나 감소했다.
HIV 환자가 갑자기 줄었을리는 없다. 더 무서운 감염병 앞에서 잠시 움츠러들었을 뿐으로 HIV 검사건수는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HIV가 의심되는 정황이라면 반드시 조속한 시일내에 검사와 치료를 받으라’는 공익성 광고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도 코로나 팬데믹 동안은 자취를 감췄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화되면서 ‘HIV'에 대한 뉴스들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요즘 기자는 ‘HIV' 검사는 어떻게 하지?’ 이런 의문이 들었다.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30대 건장한 청년인 기자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8일 동대문구 보건소를 방문했다. HIV 검사를 직접 받아보기 위해서.
◇빠르고 간단하게…철저한 익명 보장까지
HIV 검사는 가까운 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다. 현재 전국 약 250개의 보건소에서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민간기관을 합치면 900여곳이 넘는다.
동대문구 보건소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다. 특히 비어 있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눈길을 끌었다. 우선 검사를 위해 감염병관리팀을 찾았다.
관계자는 “동대문구 주민이면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 “익명성이 보장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관계자는 “2층에 위치한 검사실로 바로 올라가셔서 말씀하시라"고 친절히 안내해 줬다. 익명이 보장되는 HIV 검사는 신속검사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신원을 밝혀야 하는 검사도 있다는 얘기다.
2층으로 올라가 HIV 신속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하자, 관계자가 “조그마한 종이 한 장을 주며 원하는 4자리 숫자를 쓰라”고 했다. 숫자를 써서 제출하자 관계자는 몇 가지 도구를 꺼냈는데, 코로나19 신속항원키트와 아주 유사해 보였다.
“조금 따끔할 수 있어요” 그는 이렇게 말하며 노란색의 작은 뚜껑과 같은 물건으로 기자의 손가락 끝을 건드렸다. 손가락 끝에서 피가 한 두 방울 올라오기 시작했다. 관계자는 피를 아주 얇은 빨대와 같은 도구로 검사 키트 위로 옮기며 처음 제출했던 종이를 돌려줬다.
그는 “약 20분 후에 여기 나와있는 번호로 전화 주면 결과를 알 수 있다”고 안내했다. “문자로 검사 결과를 보내주는 게 아니냐”고 하자 고개를 내저었다. 관계자는 “철저한 익명을 유지하기 위해 검사 받으시는 분의 정보가 전혀 없다 보니, 연락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표기된 번호로 전화한 뒤 4자리 번호를 말하면 결과를 알려준다는 것. 보건소로 들어와 검사가 끝나기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빠른 신속검사 vs 정밀한 혈액검사
보건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HIV 검사는 크게 △혈액검사 △신속검사 2가지다. 신속검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에게 익숙한 신속항원 검사 방식을 닮았다. 방식은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혈당 검사와 동일하다. 신속검사는 HIV 항체에 대한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로 HIV 외 다른 질병에 대한 확인은 어렵다. 좀 더 자세한 검사를 원한다면 혈액검사를 받으면 된다.
신속검사에서 양성 결과가 나올 경우도 혈액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혈액검사는 익명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신분증이 필요하다. 이 검사도 본인 거주 지역의 보건소에선 무료다.
검사 전에 ‘성병검진 동의서’ 및 ‘성병 검진용 문진표’를 작성해야 한다. 혈액검사는 매독, 에이즈 등을 확인하는데, 요청에 따라 HIV까지 포함할 수 있다. 채혈 된 혈액은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정밀 검사를 진행한다. 이후 최종 확진 판정이 나와야 HIV 양성으로 분류된다. 검사 결과는 약 7일 후 보건소를 재방문 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에이즈는 3개월의 잠복기 동안 감염여부가 검사상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관계 후 3개월 뒤에 재검사를 받도록 한다. 또한 성병치료를 받게 된다면 성관계 상대자와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동대문구 보건소의 경우 하루에 1~3명이 HIV 신속검사를 받는다. 최근 3개월간 검사를 받은 사람은 약 80명 정도다. 코로나19 이후 많이 줄었지만,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보건소 관계자는 전했다. 검사를 받는 사람들 주로 남성이며, 결과는 대부분 음성으로 나온다고 했다.
◇두근 거리는 20분…그리고 깨달은 입장
신속검사의 결과는 20분이면 나온다니 간단하다. 근데 불안하다. “왜 지?”
검사가 끝나고 보건소를 나와 건물 앞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커피를 시키고 앉아 남은 15분을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긴장됐다.
1시간 같았던 15분이 지나고 전화를 걸었다. 번호를 말하며 결과가 나왔는지 물었다. 스마트폰에서 “음성으로 나오셨습니다”라는 말이 들리자 ‘휴’ 나도 모르게 안심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HIV의 경우 8주가 지나도 항체가 안 생길 수 있으니, 나중에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아 보시는 게 좋다”는 친철한 설명을 붙였다.
문득 ‘아… 취재를 위해 검사를 받은 나도 이렇게 불안했는데, 정작 의심이 들어 검사를 받았던 사람들은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자도 HIV 질환에 대한 선입견이 남아 있었던 탓은 아닌지 되돌아봤다. HIV 환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말 의심스러운 무엇인가가 있어서 검사 받은 사람들은 보건소 관계자들의 시선조차 무서웠을 것이다. 그런 상태를 이해하고 있어선지 기자라고 밝히기 전에도 보건소 관계자들은 굉장히 친절했다. 마스크를 착용해 정확한 표정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분명 눈은 웃고 있었다.
질병관리청에서 산출한 최신 통계(2023 HIV/AIDS 관리지침)에 따르면, 국내 HIV 감염인(내국인 기준)은 2021년 기준 총 1만 5196명이다. 이 중 남성이 1만 4223명으로 9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은 973명으로 6.4%에 불과하다. 이들 중 1만 4505명 감염인(95.5%)가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4.5%다. 이들은 자신의 생명을 단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HIV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감염의 온상이다.
◇ 우리나라 HIV 검사 역사…HIV와 AIDS는 어떻게 다른가?
보건소에서 HIV 검사를 시작한 것은 1980년 중후반이다. 1985년경 국내에서 HIV 감염인이 처음 발견되면서 AIDS가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건소는 HIV 감염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특수업태부를 대상으로 HIV 항체검사를 시작했다.
HIV와 AIDS는 흔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두 가지는 다른 개념이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라고 부르는 HIV는 에이즈(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의 발병 원인이다. HIV는 AIDS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로, 인체 내에 들어와 면역체계를 파괴시킨다. 특히 CD4+T세포를 공격하는데, CD4+T 세포는 바이러스 정보를 다른 세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HIV로 인해 CD4+T 세포가 줄면 몸 속 면역체계가 망가져 기타 다른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
AIDS는 HIV 감염 후 인체 내 면역세포가 파괴돼 면역체계 손상이 심해져 여러 면역결핍 증상이 나타나는 면역결핍증후군을 의미한다. AIDS 환자는 HIV 감염 후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체계가 파괴돼 CD4+T 세포 수가 200cell/mm3 이하이거나, AIDS 정의 질환에 속하는 각종 기회감염과 2차적인 암 등의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를 말한다.
즉 AIDS는 HIV 감염 후 진단이 늦거나 적절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시행하지 않아 질병이 진행된 상태를 가리킨다.
치료제의 발달로 HIV도 제대로 된 치료만 받는다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고, 전염 위험도 ‘0’이다. 감염에 대한 의심이 든다면 망설이지 말고 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어떨까? 그래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 치료를 받아야 걱정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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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은 감염병의 위험에 대한 큰 교훈을 남겼다. 코로나19가 등장하면서 한켠으로 밀려났지만 공중 보건을 오랜 동안 위협해 온 감염병이 있다. 바로 HIV다. 발견 초기만 해도 치료 방법이 없어 ‘죽음의 병’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하루 한 알의 치료제로 관리할 수 있고 예방까지 가능하다. 그럼에도 질환에 대한 낙인과 차별은 여전하다. 물론 검사를 회피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의 그림자는 여전하고, 감염의 위험도 크다. 약업신문은 감염자에겐 올바른 관리법을 안내하고, 일반인에겐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HIV 특집을 6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동안 HIV 검사 건수가 급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보건소의 HIV 검사 규모가 코로나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9년 44만 144건이었으나 2020년 17만 8653건으로 60%나 감소했다.
HIV 환자가 갑자기 줄었을리는 없다. 더 무서운 감염병 앞에서 잠시 움츠러들었을 뿐으로 HIV 검사건수는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HIV가 의심되는 정황이라면 반드시 조속한 시일내에 검사와 치료를 받으라’는 공익성 광고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도 코로나 팬데믹 동안은 자취를 감췄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화되면서 ‘HIV'에 대한 뉴스들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요즘 기자는 ‘HIV' 검사는 어떻게 하지?’ 이런 의문이 들었다.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30대 건장한 청년인 기자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8일 동대문구 보건소를 방문했다. HIV 검사를 직접 받아보기 위해서.
◇빠르고 간단하게…철저한 익명 보장까지
HIV 검사는 가까운 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다. 현재 전국 약 250개의 보건소에서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민간기관을 합치면 900여곳이 넘는다.
동대문구 보건소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다. 특히 비어 있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눈길을 끌었다. 우선 검사를 위해 감염병관리팀을 찾았다.
관계자는 “동대문구 주민이면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 “익명성이 보장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관계자는 “2층에 위치한 검사실로 바로 올라가셔서 말씀하시라"고 친절히 안내해 줬다. 익명이 보장되는 HIV 검사는 신속검사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신원을 밝혀야 하는 검사도 있다는 얘기다.
2층으로 올라가 HIV 신속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하자, 관계자가 “조그마한 종이 한 장을 주며 원하는 4자리 숫자를 쓰라”고 했다. 숫자를 써서 제출하자 관계자는 몇 가지 도구를 꺼냈는데, 코로나19 신속항원키트와 아주 유사해 보였다.
“조금 따끔할 수 있어요” 그는 이렇게 말하며 노란색의 작은 뚜껑과 같은 물건으로 기자의 손가락 끝을 건드렸다. 손가락 끝에서 피가 한 두 방울 올라오기 시작했다. 관계자는 피를 아주 얇은 빨대와 같은 도구로 검사 키트 위로 옮기며 처음 제출했던 종이를 돌려줬다.
그는 “약 20분 후에 여기 나와있는 번호로 전화 주면 결과를 알 수 있다”고 안내했다. “문자로 검사 결과를 보내주는 게 아니냐”고 하자 고개를 내저었다. 관계자는 “철저한 익명을 유지하기 위해 검사 받으시는 분의 정보가 전혀 없다 보니, 연락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표기된 번호로 전화한 뒤 4자리 번호를 말하면 결과를 알려준다는 것. 보건소로 들어와 검사가 끝나기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빠른 신속검사 vs 정밀한 혈액검사
보건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HIV 검사는 크게 △혈액검사 △신속검사 2가지다. 신속검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에게 익숙한 신속항원 검사 방식을 닮았다. 방식은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혈당 검사와 동일하다. 신속검사는 HIV 항체에 대한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로 HIV 외 다른 질병에 대한 확인은 어렵다. 좀 더 자세한 검사를 원한다면 혈액검사를 받으면 된다.
신속검사에서 양성 결과가 나올 경우도 혈액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혈액검사는 익명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신분증이 필요하다. 이 검사도 본인 거주 지역의 보건소에선 무료다.
검사 전에 ‘성병검진 동의서’ 및 ‘성병 검진용 문진표’를 작성해야 한다. 혈액검사는 매독, 에이즈 등을 확인하는데, 요청에 따라 HIV까지 포함할 수 있다. 채혈 된 혈액은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정밀 검사를 진행한다. 이후 최종 확진 판정이 나와야 HIV 양성으로 분류된다. 검사 결과는 약 7일 후 보건소를 재방문 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에이즈는 3개월의 잠복기 동안 감염여부가 검사상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관계 후 3개월 뒤에 재검사를 받도록 한다. 또한 성병치료를 받게 된다면 성관계 상대자와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동대문구 보건소의 경우 하루에 1~3명이 HIV 신속검사를 받는다. 최근 3개월간 검사를 받은 사람은 약 80명 정도다. 코로나19 이후 많이 줄었지만,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보건소 관계자는 전했다. 검사를 받는 사람들 주로 남성이며, 결과는 대부분 음성으로 나온다고 했다.
◇두근 거리는 20분…그리고 깨달은 입장
신속검사의 결과는 20분이면 나온다니 간단하다. 근데 불안하다. “왜 지?”
검사가 끝나고 보건소를 나와 건물 앞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커피를 시키고 앉아 남은 15분을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긴장됐다.
1시간 같았던 15분이 지나고 전화를 걸었다. 번호를 말하며 결과가 나왔는지 물었다. 스마트폰에서 “음성으로 나오셨습니다”라는 말이 들리자 ‘휴’ 나도 모르게 안심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HIV의 경우 8주가 지나도 항체가 안 생길 수 있으니, 나중에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아 보시는 게 좋다”는 친철한 설명을 붙였다.
문득 ‘아… 취재를 위해 검사를 받은 나도 이렇게 불안했는데, 정작 의심이 들어 검사를 받았던 사람들은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자도 HIV 질환에 대한 선입견이 남아 있었던 탓은 아닌지 되돌아봤다. HIV 환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말 의심스러운 무엇인가가 있어서 검사 받은 사람들은 보건소 관계자들의 시선조차 무서웠을 것이다. 그런 상태를 이해하고 있어선지 기자라고 밝히기 전에도 보건소 관계자들은 굉장히 친절했다. 마스크를 착용해 정확한 표정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분명 눈은 웃고 있었다.
질병관리청에서 산출한 최신 통계(2023 HIV/AIDS 관리지침)에 따르면, 국내 HIV 감염인(내국인 기준)은 2021년 기준 총 1만 5196명이다. 이 중 남성이 1만 4223명으로 9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은 973명으로 6.4%에 불과하다. 이들 중 1만 4505명 감염인(95.5%)가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4.5%다. 이들은 자신의 생명을 단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HIV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감염의 온상이다.
◇ 우리나라 HIV 검사 역사…HIV와 AIDS는 어떻게 다른가?
보건소에서 HIV 검사를 시작한 것은 1980년 중후반이다. 1985년경 국내에서 HIV 감염인이 처음 발견되면서 AIDS가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건소는 HIV 감염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특수업태부를 대상으로 HIV 항체검사를 시작했다.
HIV와 AIDS는 흔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두 가지는 다른 개념이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라고 부르는 HIV는 에이즈(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의 발병 원인이다. HIV는 AIDS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로, 인체 내에 들어와 면역체계를 파괴시킨다. 특히 CD4+T세포를 공격하는데, CD4+T 세포는 바이러스 정보를 다른 세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HIV로 인해 CD4+T 세포가 줄면 몸 속 면역체계가 망가져 기타 다른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
AIDS는 HIV 감염 후 인체 내 면역세포가 파괴돼 면역체계 손상이 심해져 여러 면역결핍 증상이 나타나는 면역결핍증후군을 의미한다. AIDS 환자는 HIV 감염 후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체계가 파괴돼 CD4+T 세포 수가 200cell/mm3 이하이거나, AIDS 정의 질환에 속하는 각종 기회감염과 2차적인 암 등의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를 말한다.
즉 AIDS는 HIV 감염 후 진단이 늦거나 적절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시행하지 않아 질병이 진행된 상태를 가리킨다.
치료제의 발달로 HIV도 제대로 된 치료만 받는다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고, 전염 위험도 ‘0’이다. 감염에 대한 의심이 든다면 망설이지 말고 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어떨까? 그래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 치료를 받아야 걱정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