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경쟁력’ 낮은 국산신약, ‘의약품 주권’ 흔들린다
박성민 변호사, ‘합리적인 약가제도 정책 세미나’서 신약약가제도와 의약품 주권 강조
서동철 중앙대 교수 “정부, 탄력적인 ICER값으로 신약 접근성 높이는 균형 조절 필요”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플러스 아이콘
입력 2021.11.29 06:00 수정 2021.11.29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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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주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이를 확보하려면 국산 신약의 약가 제도를 보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내 제약사가 어렵게 개발한 신약을 낮은 시장성 등을 이유로 자진 취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주최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관한 ‘제2차 합리적인 약가제도 정책 세미나’에서는 국산 신약개발 육성을 위해 개선해야 할 약가제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제안이 등장했다. 특히 신약개발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ICER 임계값 보완과 의약품 주권 확보를 위한 약가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이 눈길을 끌었다. 

박성민 HnL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제약산업 육성과 신약 약가 제도’를 주제로 다루면서 “의약품을 대외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개발‧생산‧공급할 수 있는 능력인 의약품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신약 접근권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LG화학의 신약 ‘제미글로’는 사용량-약가협상 제도가 적용돼 6회나 약가가 인하됐고, 동아에스티가 자체개발한 항생제신약 ‘시벡스트로’는 어렵게 개발에 성공했지만 낮은 시장성과 약가 등을 이유로 지난해 6월 등재를 자진 취하한 바 있다. 

또한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수면장애신약 ‘수노시’와 뇌전증신약 ‘엑스코프리’는 2019년 3월과 11월 한국이 아닌 미 FDA 허가를 얻고 미국 시장에서 처음 발매했다. 국내 제약사가 어렵게 개발에 성공했음에도 불구, ‘낮은 약가’가 국내시장 출시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박 변호사는 “한미FTA에는 의약품 급여액 설정에 적용되는 절차‧규칙‧기준 등 지침이 공평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이어야 한다고 나와있다”며 “이런 통상이슈를 생각하며 약가제도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약업계에서 약가 제도 개선을 위해 제시한 ▲대체약제 범위 축소 ▲협상 유연화 ▲약가인하 적립제도 ▲한국인 대상 임상 약가제도 ▲혁신형 제약기업 약가 우대 등 5가지 의견도 소개했다.

박 변호사는 “신약 가격 기준이 되는 대체약제가 사후관리에 의해 지속적으로 인하되고, 대체약제 범위에 특허만료로 53.55%로 인하된 오리지널 및 제네릭 약제가 모두 포함돼 있다. 이는 최근 등재 신약일수록 약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라며 “신약 약가가 대체약제 제네릭 약가보다 낮아지면 R&D 투자 의지를 떨어뜨리고, R&D 성과 및 혁신 가치의 가격보상이 어려워져 투자금 회수와 신규투자가 어려워진다. 결국 신약개발 생태계에 요구되는 선순환 고리가 끊어져 제약강국으로의 도약이 요원해지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대체약제에서 특허만료된 의약품은 제외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 외국 평균가격대비 80~120% 수준에서 책정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협상의 유연화’에 대해서는 국내시장을 전제로 가격협상을 하는 우리나라 신약 가격을 해외 국가들이 참조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시장 수출 시 추가 비용을 약가에 반영할 수 없게 되는 문제점에 주목했다. 이는 우리나라 약가가 글로벌 가격대를 바로 형성해 부가가치 창출에 제동이 걸리는 결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독일의 리베이트 제도, 영국의 순이익률 보장제도 등을 참조해 약가협상 유형을 다양화시켜 글로벌진출 신약의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는 건보재정이나 환자부담 증가없이 신약의 환자접근성 제고와 글로벌 진출 및 수출 증대를 통한 국부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약가인하 적립제도에 대해서는 신약 특허기간동안 약가를 인하하지 않고 적립한 후 특허 만료 후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는 “대체약제에 비해 비용효과적인 신약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은 리스크가 실현되는 것이 아닌 마이너스 리스크가 실현되는 것”이라며 “이는 재정이 좋아진다는 의미로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는 불합리하다. 이 부분을 적립으로 해달라는 제약사의 요청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한국인 대상 임상 약가제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한국인 대상 임상시험(제3상)을 일정 규모 이상으로 수행한 신약의 경우, 약가협상 생략금액을 현행 대체약제 시장가격의 90%에서 95~100%로 상향 평가해달라는 것이다. 단, 추가 재정 소요는 없어야 하고, 복지부장관의 재량으로 판단해줄 것을 제안했다. 

실제로 대만, 일본, 중국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임상 약가제도를 적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만은 자국 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임상시험을 진행한 신약에 가산 10%를 적용한다. 일본은 일본에서 최초 허가된 신약에 ‘우선도입가산’ 10~20%를 적용하고 있다. 또 소아에 대한 용법용량이 명시적으로 포함된 신약에는 ‘소아가산’ 5~20%를 적용한다. 자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의 가치를 보상하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혁신형 제약기업의 약가 우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제약산업법상 혁신형 제약기업이 제조한 의약품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상한금액 가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 하위법령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혁신형 제약기업의 비율을 따져봤을 때 국내제약사보다 다국적 제약사의 비중이 더 높다”면서 이 역시 아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획일적 경제성평가 ICER 임계값, 어느 나라가 그리 하나” 

서동철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우리 정부의 획일적인 경제성평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신약의 경제성 평가시 일반신약은 2,500만원, 항암신약은 5,000만원 이내로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며 “이렇게 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신약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약가 책정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가 지적한 ICER는 신약의 경제성 평가 시 활용되는 비용효과성 지표로, 치료 비용의 차이를 효과 차이로 나눠 계산한다. 우리나라는 일괄적으로 일반 신약 2,500만원, 항암신약 5,000만원 이하로만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가 가능하다. 이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때론 고가의 약가로도 신약을 등재하는 영국과는 구분되는 점이다. 

서 교수는 “이는 시장 변화와 신약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무시하는 것이며,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ICER 임계값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질병 위중도, 사회적 질병부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신약 혁신성 등 다른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 점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고가 항암제나 희귀질환 의약품에 대한 우리나라 GDP대비 약가는 네덜란드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국내에서 등재될 수 있는 약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외국에 비해 국내에서 등재돼 있는 약의 개수는 절대적으로 적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NICE는 ICER값을 하나의 척도로 삼는 것이지, 절대기준으로 삼지 않고 있다. 때론 반드시 필요한 약이라고 판단되면 7만 파운드, 10만 파운드에 등재되는 약도 있을 정도”라며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과 의약품 급여 자문위원회인 PBAC을 주목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일반약은 5,100만원, 항암제는 7,700만원으로 임계값을 정해놨으나, 이 기준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계단식 약가조정률’을 적용해 단계별로 약가를 조절하게 만들었다”며 “우리도 가치기반 약가제도 등을 적용해 경제성평가를 개선함으로써,  정부 규제와 지원 간 균형을 맞춰 국민들에게 신약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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