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이코노미가 온다] "美 자국 우선주의, 해법 있나?"
특별법안·정책 지원 등 국가 차원의 전방위적 대응 필요성 제시
입력 2022.11.09 06:00 수정 2023.01.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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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바이오산업에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전 세계 바이오산업에 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미국은 바이오를 산업 일부에서 바이오이코노미(BioEconomy)라는 국가 경제 전반의 개념으로 발전시키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승호 유스바이오글로벌 대표이사, 김현수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제도연구팀 팀장, 김태호 큐어세라퓨틱스 대표이사는 지난 8일 코리아라이프사이언스위크(KOREA LIFE SCIENCE WEEK 2022) 콘퍼런스에 참가해, 미국 생명공학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현황과 대응전략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월 12일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주도계획(National Biotechnology and Biomanufacturing Initiative)’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앞으로 자동차, 반도체산업과 같이 바이오산업에도 자국 우선주의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유승호 대표는 “미국은 바이오를 더 이상 의료, 과학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바이오이코노미라는 개념으로 확장시켜가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이니셔티브에서는 바이오를 전반적인 산업과 더불어 국가적 안보의 개념으로 설정하고, 자국력 강화와 글로벌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자국 내 바이오 인프라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고, 미국 전역에 걸쳐 바이오 제조 인프라 구축과 관련 공급망 강화 계획을 설정했다. 또한 바이오 우선 사용 프로그램(BioPreferred Program)을 통해 연방정부가 자국의 바이오 기반 제품을 의무 구매하도록 해, 바이오 기반 제품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유 대표는 “미국 기업들은 기술 유출을 매우 민감하게 여겨왔다. 미국 기업에 근무할 당시, 기술유출 등의 이유로 특정 국가에 진출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며 “이번 이니셔티브에 따라 주 정부와 기업들은 자국의 기술과 산업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미국의 다양한 기관과 협회는 이니셔티브와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다”며 “미국제조기업협회(Manufacturing USA)는 2,300여 회원 기업과 국가 제조 공급망에 대한 혁신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미국생물의약품제조컨소시엄(NIIMBL)도 바이오 분야의 제조 활성화, 고용 창출, 신속한 제품 출시를 위한 활동을 개시했다”고 말했다.

김현수 팀장은 “미국의회조사처(CRC)는 지난 9월 19일 'The Bioeconomy: A Primer(바이오이코노미 입문서)'라는 제목으로 바이오이코노미 개요와 미국의 역할에 관한 보고서를 최초로 발간했다”며 “이는 미국이 자국의 바이오이코노미를 위한 법률 및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오이코노미 보고서에는 △국가 전략개발 및 실행 △R&D투자 △지역노력 추진 △바이오 기반 제품 시장 창출 △바이오이코노미 인력 개발 △대중 참여 및 수용 △국제 협력 △지속가능성과 순환경제 창출이 정책 고려사항으로 제시됐다.

김 팀장은 “해당 보고서에는 민간 수준을 넘어 연방정부 차원에서 국가 바이오이코노미 전략을 개발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며, 새로운 생명공학 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술과 제품에 대한 규제과학 및 관련 사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팀장은 “한국도 기술패권 경쟁과 대응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선, 바이오 분야에 국가전략기술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의 경쟁력은 패러다임 변화의 시점에서 제도가 가장 큰 역할을 한다”며 “최근 입법 발의된 국가전략기술육성에 관한 특별법안과 이와 관련된 모든 법안들이 조속히 입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호 대표이사는 “바이오이코노미는 미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 지역 균형 발전 등, 미국의 전반적인 사항과 연결된 전략적인 부분”이라며 “최근 주목받는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와도 관련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에서는 주에 따라 의료 사각지대가 발견됐고, 이는 미국의 심각한 지역 불균형 문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미국 정부는 지역 내에서 진단부터 의약품 제조, 치료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토록 하는 지역 균형 발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특히 CAR-T 치료제나 첨단바이오의약품 중 일부는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블록버스터 개념이 아닌, 환자 맞춤형의 작은 생산용량을 기반으로 한다"며 "이는 최근 미국의 지역 중심 정책 방향과 일맥상통하며, 전통적인 케미컬 의약품의 대규모 제조소 개념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바이오 산업은 치열한 패권경쟁이 심화되며 복잡한 형국을 맞이했다. 한국은 바이오이코노미 핵심 국가로서 자리 잡지 못하면, 향후 첨단바이오 분야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신속히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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