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 백신접종 르포] ‘공포의 2일’ 병주고 약준 얀센

얀센 백신 맞은 후 얀센 아세트아미노펜으로 회복하다

기사입력 2021-06-18 06:00     최종수정 2021-06-18 09:2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혈전이 생길 수 있으니 접종 후 1~2주 동안 두통이 지속될 경우 병원을 꼭 찾으세요”

백신 접종 3시간 후 두통이 시작되자,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 의사의 주의사항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기준으로 혈전이 발생한다는 0.0004%의 확률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이 엄습했다.

질병관리청 COOV 어플을 통해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 COOV 어플을 통해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30대 건장한 예비군인 기자는 지난 15일 오전 10시 동대문구에 있는 한 내과에서 얀센 백신을 접종했다. 이미 얀센 백신에 관한 르포 기사나 후기들이 많이 올라와 있지만, 좀 더 다양하고 자세한 경험담을 나누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어 보도를 결심했다.

기다리던 접종…“로또 맞을 확률로 혈전 생길 수도”

백신 접종을 위해 내과를 찾았을 당시, 병원에는 이미 15명 이상의 대기 인원이 있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대기 중인 어르신 7명을 포함해 얀센 접종을 기다리는 건장한 청년 10명 정도가 눈에 띄었다. 본인의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한 손에 종이 한 장을 손에 쥐고 있었다. 종이에는 자신의 개인정보와 접종을 위해 측정한 체온이 적혀 있었다.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백신 접종 대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5분 간격으로 병원을 빠져나가는 이들을 봤을 때부터다. 이어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접종 후 15분 대기하고 돌아가세요.”

45분 정도 기다린 후 진료실로 들어서자, 웃는 얼굴로 반겨준 의사는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열, 두통 등 이상반응과 대처 방안을 설명했다.

의사는 “혈전에 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접종 후 1~2주 뒤에도 계속 두통이 진행될 경우 꼭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으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접종 대기자를 안심시키려는 듯 “로또 맞을 확률”이라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그 말에 “혈전이 발생하면 로또 사면 되느냐”고 웃으며 되묻자, 의사는 정색한 표정으로 “발생 안 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말해 민망했다.

접종은 간단했다. 이미 준비된 백신 주사기를 보여주며 얀센 백신임을 확인시켜 주고 “조금 따끔하고 뻐근하다”라는 말과 함께 시작됐다. 접종 당시 느낌은 정말 뻐근하고 따끔했으며, 평소 주사를 싫어한 탓에 끔찍했다. 진료실에서 나와 15분 대기 후 병원을 나왔다.

접종받은 병원에서 꼭 찍어가라 했던 문구▲ 접종받은 병원에서 꼭 찍어가라 했던 문구

접종 후 진통제 구매, 어쨌거나 현실은 ‘타이레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약국 2곳에 들러 “얀센 백신을 접종하고 왔다”고 하니 첫 번째 약국에서는 자연스럽게 ‘타이레놀’을 내밀었다. 2통 구매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약사는 현재 재고가 얼마 없어 1통만 구매해 달라고 답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다른 해열‧진통제는 없나요?”라고 묻자 약사는 기자를 3초 정도 바라보고는 ‘펜잘’을 내밀었다. 약사는 “아직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대다수 사람들이 타이레놀을 찾는다”며 “기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알려줘도 그냥 ‘타이레놀’만을 고집하니 더 이상 권유하기도, 설명하기도 힘들어서 그냥 타이레놀만 준다”고 말했다.

두번째 약국도 상황은 비슷했다. 백신 접종하고 왔다는 말에 약사는 자연스럽게 ‘타이레놀’을 건넸다. 이유는 첫번째 약국과 같았다. 정부 발표가 있었음에도 소비자들이 찾는 상품은 ‘타이레놀’이라는 것. 내친김에 몇가지 궁금한 점을 약사에게 질문했다.

우선 소비자들이 타이레놀만 찾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쉽게 기억이 되는 것이 타이레놀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하나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것”이라며 “타이레놀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으로 만들어진 제품의 ‘이름’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겐 없다”고 답했다.

타이레놀이 없을 경우 소비자에게 어떻게 안내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제는 다른 제품을 권유하지 않는다. 기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제를 권해도 소비자들은 잘 믿지 않는다”며 “특히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설명해도 타이레놀만 찾는다. 더 이상 권하기도 힘들고 지쳐서 그냥 재고가 없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타이레놀이 아닌 다른 제품을 찾는 손님도 있냐는 질문에는 “인터넷에서 공부하고 오는 손님 중 가장 많이 찾는 제품이 ‘펜잘’과 ‘게보린’”이라며 “다만 이 두 제품은 100%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이뤄진 제품이 아니다 보니 구입시 꼭 확인을 해야 한다. 두 제품 모두 카페인 성분이 함유돼 있어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은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고 일러줬다.

해열제 구입시 성분을 꼭 확인하고 구매하자.▲ 해열제 구입시 성분을 꼭 확인하고 구매하자.

접종 후 3시간, 혈압이 올랐다

접종 후 3시간이 지나자 슬슬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혈압이 오르는 것과 비슷한, 뒷통수를 타고 정수리쪽으로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두통이 시작됐다. 열을 재보니 37.3도, 접종 전 병원에서 잰 체온이 35.8도 였으니, 1.5도 오른 셈이다. 몸도 점점 지쳐가는 듯했다. 몸에 느껴지는 부담이 조금씩 누적돼 가는 느낌이었다. 타이레놀 2정을 먹고 침대에 누우니 곧 잠이 들었다.

접종 후 8시간, 오한에 ‘겨울이불’ 등장
부작용인지 후유증인지 모를 그것이 드디어 시작됐다.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두통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선풍기를 껐다. 춥다. 겨울이불을 다시 꺼냈다. 온 몸을 둘둘 말았다. 무서워 지기 시작했다.

한창 더워지고 있는 요즘 겨울이불로 몸을 감싸니 땀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불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너무 춥다. 온몸을 힘껏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처럼 웅크리고 이불 속에서 덜덜 떨었다. 열을 재보니 37.8도 였다. 그렇게 접종 후 첫날밤은 오한에 몸을 떨며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접종 후 24시간, 혹시 나도 혈전?
두통이 심해졌다. 마치 체하고 머리가 아픈 느낌이었다. 눈알 뒤에서 무언가가 눈알을 밖으로 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접종 전 의사가 말한 “로또 맞을 확률의 혈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혹시 내가 혈전 반응의 주인공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웠다.

24시간이 지난 후에는 같은 증상이 반복됐다. 오한이 왔고 머리가 아팠고 소화가 안됐다.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면 증상은 완화됐다. 열은 37.5도에서 37.8도 사이를 유지했다.

접종하고 이틀이 지난 17일 오전 6시, 출근하기 위해 일어나 열을 재보니 37.2도였다. 출근하고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 몸이 힘든 느낌은 조금 남아있지만 다행히 두통은 사라졌다. 업무를 보는데 지장은 없다. 다시 평상시의 삶이 시작됐다. 사람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겪는 이상반응의 강도는 다르다고 한다. 지인 2명은 별다른 반응없이 얀센 백신 주사 맞은 후 접종부위인 팔이 조금 뻐근한 정도였다고 한다. 다만 기자는 공포와 오한이 가득한 이틀을 겪었을 뿐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1차 신규 백신 접종자는 54만248명으로 누적 접종자는 1,379만841명이다. 전체 인구의 26.9%가 1차 접종을 마친 셈이다. 이 중에서 얀센 백신 접종자는 104만1,512명을 기록했다. 추진단은 미국이 지원한 얀센 백신의 경우 현재 대상자의 96.1%가 접종을 마쳤다고 전했다.

이제
104만명의 접종자 명에 속한다고 생각하니 밀린 숙제를 마친 학생처럼 가분하다. 기저질환자인 어머니를 위해 급하게 맞은 얀센 백신이지만 맞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서 빨리 11월이 되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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