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의 양면성…체중 감량부터 인지장애 감소...관절염·소화기 위험은↑
워싱턴대 연구팀, “42가지 이점 vs 19가지 부작용 확인”
“치매·중독 줄이면서도 소화기·관절 질환 위험은 증가”
입력 2025.01.23 06:00 수정 2025.01.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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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GLP-1 당뇨·비만 치료제가 알츠하이머와 중독 위험을 낮추는 등 폭넓은 이점을 보여주지만, 관절·소화기 질환 등 여러 부작용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DALL.E

지난 몇 년간 엄청난 주목을 받은 GLP-1 계열 당뇨·비만 치료제가 심혈관 질환, 수면무호흡증 등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하지만 기대감만큼이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확인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에 심혈관 질환 예방 효능을 추가 승인했고,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터제파티드(Tirzepatide)는 수면무호흡증 치료 효과를 인정받았다.

세마글루티드(브랜드명 오젬픽·위고비)와 티르제파티드(브랜드명 마운자로·젭바운드) 등 GLP-1 또는 GLP-1/GIP 이중 작용제는 당뇨병 환자뿐만 아니라 비만 환자에게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신약들은 단순 체중 감량 효과 외에도 다양한 건강상 이점을 보여주고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심혈관계나 수면 관련 질환뿐 아니라 다른 질환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 캠퍼스 연구진은 이 신약들의 잠재적 효과와 위험을 전방위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미국 재향군인 보건청(VA)의 의료기록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새 GLP-1 계열 치료제를 복용한 당뇨 환자 21만 5970명이었고, 비교군으로 기타 다른 방식의 당뇨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 240만 명의 기록을 함께 검토했다. 이는 이 계열 치료제 가운데 최대 규모로 진행된 실증적 연구다.

연구진이 175개의 건강 상태(질환 및 증상 범주)를 추적한 결과, GLP-1 계열 신약을 사용하면 총 42가지 영역에서 이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동시에 19가지 측면에서는 새로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우선 주목할 만한 점은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인지장애(뉴로 인지 질환) 위험이 12% 정도 감소했다는 부분이다.

연구를 이끈 지야드 알-알리(Ziyad Al-Aly) 워싱턴대 임상역학·연구 교수는 언론 브리핑에서 “알츠하이머병은 증상이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나는 질환이라, 실제 감소 폭은 이 연구 결과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물질 남용(중독) 위험 역시 낮아졌는데, 알코올·오피오이드·담배·마리화나 사용이 줄어드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 외에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혈액 응고, 간암, 신장질환, 폐렴, 파킨슨병 위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유의미한 감소세가 발견됐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절통과 관절염, 췌장염, 저혈압, 실신, 두통, 신장결석 등 여러 가지 부작용 위험이 상승했다.

특히 소화기 분야에서 속 쓰림, 메스꺼움, 위·장 염증, 치질 같은 문제가 비교적 빈번히 보고돼 “폭넓은 소화기계 부작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GLP-1 계열 약물이 위장관 운동에 영향을 미쳐 식사량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기전이 있는 만큼, 부작용 역시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만성 콩팥질환 위험은 오히려 줄어들었는데, 신장결석 위험은 높아졌다는 상반된 결과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알-알리 교수는 “이 연구가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확실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런 모순되는 결과를 포함해 전체적인 ‘지도(Atlas)’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 신약들이 심혈관계, 대사질환, 그리고 알츠하이머나 각종 중독 감소 등 광범위한 긍정 효과를 보인다”고 밝히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복용하기엔 부작용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특정 약물을 처음 투여한 시점부터 평균 3년 반 동안 추적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알츠하이머와 같은 장기적 질환의 실제 효과는 더 클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장기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개별 질환군에 대해 더 정밀한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지, 어떤 환자군에서 중독 예방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지 등 다양한 세부 질문에 대해 추가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야드 알-알리 교수는 과거에도 장기 코로나(Long COVID)에 대한 위험 요인을 규명하고, 대기오염과 당뇨병, 프로톤펌프억제제(PPI)와 심장·신장질환의 연관성을 밝히며 주목받은 인물이다.

알-알리 교수팀은 방대한 데이터 분석으로 의학계 주요 이슈를 밝혀낸 경험을 여러 번 쌓아왔기에, 이번 연구 결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연구가 모든 인과관계를 확정 짓거나, GLP-1 계열 신약이 누구에게든 ‘만병통치약’임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오히려 우리는 이 약물들이 갖는 커다란 가능성을 주목하는 동시에, 부작용과 다른 건강 위험이 무엇인지도 환자와 의료진이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GLP-1 계열 치료제가 가진 잠재력을 한눈에 보여주는 동시에,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별 특성과 위험 요인을 꼼꼼히 검토해야 함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비만과 당뇨 치료를 넘어 새로운 질환 예방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으나, 동시에 일부 환자에게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알리 교수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에 근거해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마련하고, 장기 추적 관찰을 통해 효능과 부작용을 면밀히 살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인해 당뇨·비만 치료제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전 세계적 논의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향후 세부 연구가 이뤄지면서, 알츠하이머나 중독 등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 전략이 수립될지, 혹은 부작용 감소를 위한 투약 가이드라인이 새롭게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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