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국회 법안심사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반면 약사사회가 강력하게 지지했던 ‘병원지원금 금지법’은 심사문턱을 넘어 공포 즉시 시행키로 해 두 법안의 희비가 엇갈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1일 제1차 법안심사소위에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 4건을 상정해 병합심사한 결과 계속심사(보류)하기로 결론지었다.
이날 병합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최혜영, 신현영 의원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과 보건복지부 제시안이었다.
앞서 복지위 여‧야 간사는 지난 17일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에 대한 긴급 합의를 이끌어내 법안심사소위에 바로 상정하면서 제도화에 속도가 붙는 듯했다. 하지만 이날 막상 법안 심사 뚜껑을 열자 의료계 반대 여론과 의료영리화 우려 등이 적잖이 작용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가게 됐다.
심사현장에 참석한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해당 정책에 대한 시급성과 당위성을 강조했고, 소위원이자 법안을 대표발의한 신현영 의원 역시 법안 타당성에 힘을 실었으나 결국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결국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비대면진료가 불러올 부작용을 지적하며 좀 더 시간을 갖기로 결론을 내면서 ‘보류’로 일단락됐다.
의료계와 약계가 비대면 진료에 대한 반대 의견을 소위원들을 통해 전달한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두 직역은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든 만큼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중단하고 제도화를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달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제2차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재진 중심, 1차의료기관 중심의 비대면 진료 원칙에 합의했으나, 아직도 진료과목별 의사회에선 제도화와 관련 반대입장을 내놓고 있는 상황. 특히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최근 가진 학술대회에서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들은 산업계가 어필하는 ‘초진’ 허용에 대해 크게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비대면 진료 제도화 법안은 다음 복지위 소위원회 심사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복지부가 계획했던 4월 국회통과는 어렵게 됐다. 다만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사업인 만큼 재심사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는 전망이다. 박민수 2차관 역시 지난달 가졌던 기자간담회에서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어, 제도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약사사회가 적극 찬성하고 나섰던 ‘불법 병원지원금 금지법’은 소위 심사를 무사통과했다.
이는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과 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복지위는 이날 법안심사소위서 이를 수정의결했다.
법안의 핵심은 처방전 알선 등 부정한 목적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약국 및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자’ 또는 중개하는 제3자인 부동산업자 또는 브로커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소위에선 '약국개설자와 의료기관 개설자 간 담합행위를 해선 안된다'는 조문에 ‘개설하려는 자’를 포함하기로 의결했다. 또 처방전 알선 등 담합행위를 알선 또는 중개하는 브로커 또는 중개업자 등 제3자에게는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앞서 대한약사회는 심사 하루 전인 지난 20일 “불법지원금 금지법안이 통과된다면 약사회 내 관련 조직을 구성할 것”이라고 적극 찬성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의사협회는 검토의견으로 “‘개설하려는 자’의 대상이 매우 모호하고 범위의 한계를 설정할 수 없는 데다 ‘처방전 유지’의 의미가 불명확해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냈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범위 확장에 따른 해석상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지 추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불법 병원지원금 금지법’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