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국고 지원액, 선진국 반토막 수준…요식행위 멈춰야”

의약단체장들 ‘2022년 수가협상 관련 공단-의약단체 간담회’서 작심 발언

기사입력 2021-05-06 11:37     최종수정 2021-05-06 16:1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2022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계가 만난 자리에서 현실적인 수가협상과 계약을 요구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건강보험공단은 김용익 이사장을 중심으로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의약단체장들과 상견례 자리를 마련해 2022년도 상생협력의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우선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확산 예방과 신속한 치료를 위해 밤낮으로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들에 깊이 감사한다”며 “장기간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은 지쳐있고 가입자는 경제‧고용위기로 기업‧가계가 한계 상황이며, 공급자는 의료이용량 감소로 경영여건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올해 수가협상에 대해서는 “그 어떤 해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안정적 재정운영과 차질 없는 보장성 확대 추진, 적정수가 보상을 통한 경영정상화로 보험자‧가입자‧공급자 간 합리적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느 때보다 상생 파트너십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충분한 대화와 설득을 토대로 성공적인 수가 계약이 될 수 있도록 가입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마무리했다. 

다음으로 의료단체장들이 차례로 인사말을 통해 뼈가 담긴 말들을 이어갔다. 특히 이필수 의협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진료과목의 경우 지난해 폐업숫자가 과거 20년간 평균치의 30배 가까이 치솟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며 “의료기관 폐업은 국민건강과 보건산업에 중대한 위험요소이며, 이는 노동력 저하와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자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2월부터 관련 수가 개선 논의를 시작해 지난해 4월 코로나19 환자 진료수가를 2배 인상했고, 코로나19 환자 진료로 인한 의료기관 피해가 급증하자 코로나19 중환자와 관련한 진료 수가를 3배로 인상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과감히 펼쳤다. 반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국내 첫 발생 이후 올해 1월까지 부분적인 수가신설과 개선만 이뤘을 뿐 의료기관 피해상황에 대한 보상에는 크게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수가 인상률은 매년 2%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공급자가 배제된 건보공단 재정소위원회에서 수가협상 밴딩규모를 낮게 책정해 일방적으로 계약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이미 총 재정지출을 정해놓고 의료계가 제로썸 게임을 하는 것이며, 명분만 수가협상일 뿐 사실상 수가통보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험제도를 택한 주요 선진국의 경우 건강보험 국고 지원비율은 네덜란드 55%, 프랑스 52.2%, 일본 38.8%, 벨기에 33.7%, 대만 22.9%인 반면 우리나라는 2013년과 2014년 15.4%, 2016년 15%, 2018년 13.2%, 2020년 14% 수준”이라며 “선진국 수준인 30% 이상은 되지 못할지라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하고 있는 20% 수준은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정영호 병원협회장은 “의료기관이 가진 의료인력은 무한하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쥐어짜듯이 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접종자가 급증하는 7월부터는 업무과중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료진 모두에게 좀 더 힘내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자고 요구할 것이지만, 종사자들이 용기를 갖고 정부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고 느끼는 데에는 수가가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가협상은 보건의료 여건이 정상적일 때 반영하는 것이 적합하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비정상적이고 긴박한 상황인 만큼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며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의료기관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특별한 결정, 배려를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상훈 치과협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위해 의료진들은 최전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수가협상 결과는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치과협회 조사 결과 진료수익의 25% 감소, 환자 내원수의 23% 감소 등 동네의원과 동네치과가 무너지고 있어 파탄날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치과의 경우 코로나19 비말감염에 취약한 업무환경 탓에 전파를 막기 위한 마스크, 페이스쉴드, 장갑 등을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제공하느라 관리비용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수준이지만, 의료의 질과 접근성은 의료진들만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수가라는 그늘 속에서 외형적으로만 제도가 자랑스러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더 이상 의료진들만의 희생만 강요하지 않고, 의료진들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지난해와 같은 실망스런 결과가 반복된다는 의료계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말했다. 

홍주의 한의사협회장은 “지난해부터 의료기관, 공무원, 보건의료단체 등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한의원은 진료비 감소로 인해 지난해 역성장했다. 건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인 만큼, 국민건강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면 코로나19 극복에도 좋을 게 없다”며 “일선 의료진들이 버틸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며, 의료진들도 거기에 화답해 열심히 진료하겠다. 여유있고 합리적인 배려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대업 약사회장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번째 수가협상 자리에 참석했으나, 올해가 단체장님들이 가장 비장한 각오로 오신 것 같다”며 “지난해에는 코로나19가 1년이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해 어려운 것도 감수했지만 상황은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로 약국이 입는 타격은 너무 크다. 2019년 대비 조제건수는 15.08%가 감소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비상상황이니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면밀히 검토해서 지난해보다 나은 결과가 나오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옥경 조산협회장은 “조산사들은 산모 집을 찾아다니면서 출산을 돕고 있지만, 수가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시대에 산소통을 들고 가서 산모 집에 가서 아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수가는 많아봐야 건당 3만원 수준으로 굉장히 열악하다. 심지어 우리 단체는 보건의료인력 지원 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하는 25개 단체에도 포함되지 않아 깊은 유감을 느꼈다. 산부인과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에서 아기를 받기 위해 고생하는 조산사들에게 격려가 될 수 있도록 부탁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는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 이상훈 대한치과의사협회장,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 김대업 대한약사회장, 김옥경 대한조산협회장 등 6개 의약단체장들이 내년도 수가협상을 위해 참석했다. 또한 건보공단에서는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김남훈 급여보장선입실장, 박종헌 빅데이터운영실장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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