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하는’ 약사회 보여주고파…가이드북‧달력에 약국경영 ‘노하우’ 다 담았다”
인천 약사 팜페어 앞두고 소회 밝힌 김명철 인천시약사회 부회장
입력 2023.03.14 06:00 수정 2023.03.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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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약사 시절부터 20년 넘게 약사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인생을 함께했는데 ‘약사회가 하는 일이 뭐냐’는 댓글을 볼 때면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아요. 약사회가 기득권 세력이 아닌 약사와 약국을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의 어느 골목길 입구, 그 곳엔 김명철 인천시약사회 부회장(미추홀구약사회장)이 신입약사 시절부터 22년째 운영 중인 약국이 있다. 그는 낮 시간 이곳에서 약을 조제하며 환자들에게 복약지도를 하고, 문을 닫은 후엔 약사회 살림과 약학박사로서 강의까지 해낸다. 여기까지만 해도 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업무량이 적지 않은 데다 오랜기간 같은 일을 반복해 타성에 젖을 법도 하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일을 더 벌이고 말았다. 그동안 그 누구도 해본 적 없는 약국관리 가이드북과 달력을 제작한 것. 말만 들으면 가이드북은 단순 안내책자로, 달력은 해마다 여기저기서 찍어대는 판촉물을 떠올릴 지 모른다. 하지만 막상 실물을 들여다보면 정성을 꽤나 쏟은 흔적이 역력하다. 약사로 일하며 겪은 고충을 밑거름삼아 후배들이 안정적으로 약국 살림을 꾸릴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는 그는 가이드북과 달력에 자신의  약사 노하우를 다 담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일을 하게 된 걸까.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제8회 인천 약사 팜페어를 앞두고 김 부회장을 그의 약국에서 최근 만났다. 

“약국관리 가이드북은 인천시 약사회에서만 만듭니다. 지난해 제가 미추홀구 약사회장에 취임한 후 분회 사업으로 시작했어요. 신입 약사들이 신상신고를 할 때 약국 경험이 없다보니 약국에서 일어나는 행정처리와 각종 서류 작업을 어려워하거든요. 신입 약사들이 안정적으로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하게 됐습니다.”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처럼 이 책자에는 개국약사가 약국을 운영하며 경험할 수 있는 대부분의 내용들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약국 개설시 필요사항과 노무 관련 서식부터 의약품 보관‧관리 가이드, 전산입력‧청구 가이드와 약화 사고 관련 가이드 및 각종 첨부양식까지. 쉽게 말해 ‘한 권으로 끝내는 약국경영서’인 셈이다. 

“처음엔 미추홀구 분회사업으로 시작했다가 인천시약사회장님이 내용이 좋다고 해서 인천시 사업으로 확대하게 됐죠. 다만 작업은 미추홀구 약사회 임원들이 해요. 지난해 2022년판이 처음 나왔고, 2023년도 가이드북은 지난해 12월에 만들어 인천시 전역에 배포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신입약사가 개국 후 약국 경영에 익숙해지기까지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라고 털어놨다. 가이드북이 생기기 전만 해도 약사들은 친한 선후배를 비롯한 인맥과 개인 정보망을 통해 약국경영을 배워왔다는 설명이다. 약사회는 약사가 개국하면 신상신고비를 받는 만큼, 약사를 위한 공익사업으로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가이드북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시작은 신입약사 때문이었지만, 이미 개국한 약사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약사법 위반 사례 등 약국경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부터 약사를 보호하고, 회원들의 권익보호와 행정업무에 대한 서비스도 약사회에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5월 첫 가이드북이 탄생한 이래, 같은 해 7월에는 평택시약사회가 미추홀구로부터 내용을 받아 같은 책자를 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시가 제작한 가이드북을 서울과 경기, 대구를 제외한 전국 13개 지부가 신청해 제작 규모가 커졌다. 김 부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매년 가이드북 내용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판인 2024년 책자에는 매년 바뀌는 청구시스템 내용을 업그레이드하고, 약물 정보를 좀더 늘릴 계획이다. 

“올해 9월에 내년도 책 제작을 시작하게 됩니다. 올해 1~8월까지 시행된 내용 중 바뀐 것들을 모두 모아 정리할 계획입니다. 그래도 기본 틀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겁니다.”

가이드북 제작 후 약사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지난해 처음으로 제작한 가이드북의 소식을 뒤늦게 들은 서울‧제주 등지의 약사들이 약사회로 전화해 '책자를 받을 수 없느냐'고 문의했다는 후문이다. 부랴부랴 남아있는 책자를 보내 줄 정도로 가이드북은 약사들에게 꽤 인기가 높았다.  

“말씀드린 것처럼 가이드북은 신상신고에 걸맞는 서비스가 우선이고, 그 다음 목적은 회원 권익보호입니다. 또 약사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와 서류도 담고 있습니다."

가이드북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는 품절약 관련 근거 서류양식도 있다.  지난해 2월 유난히 품절약 사태가 많았는데, 도장만 찍어 제출할 수 있도록 만든 서류양식은 행정원무를 원활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개봉 시 의약품 유효기간,  건조시럽 조제에 대한 내용 등도 도움이 됐다고 약사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 개정판에는 약물 부작용 사고 발생 시 환자에게 사망이나 장애 진단이 나올 경우 활용할 수 있는 피해구제 제도를 소개했다. 약화사고 보험 내용도 업그레이드해서 담았다.

가이드북 제작비용은 인천 약사 팜페어의 주관사인 MMGi(메디칼매니지먼트그룹아이)가 전액 부담해 김 부회장은 "약사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무료로 제작‧배포할 수 있었다"며 MMGi에 고마움을 전했다. 
 
 
인천시약사회가 약사들에게 무료 배포하는 것은 또 있다. 바로 탁상달력. 이것도 인천시를 중심으로 약사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필수 아이템이 되고 있다. 

“2015년에 제가 인천시약사회에서 탁상달력을 제작해서 배포한 적이 있었어요. 나중에 우연히 들었는데, 어느 약사님이 그걸 버리지 않고 조제실에 놓고 일하시면서 참고한다는 거예요."

연도가 바뀐 달력이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뒷면에 게재된 건강정보 때문이었다. 김 부회장이 제작한 달력이 '꽤 유용하다'는 입소문이 나자 2019년 조상일 인천시약사회장이 취임 후 다시 제작해보라고 제안했다.

탁상달력도 MMGi의 후원 덕분에 2020년부터 다시 만들고 있다. 매년 다른 주제의 건강정보가 그림과 함께 실려 약사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2020년 일반의약품, 2021년 전문의약품에 이어 지난해에는 가장 큰 관심사였던 코로나19와 관련한 약물과 치료제, 올해는 여성호르몬과 정맥질환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현재는 인천을 넘어 전국 시도지부로 나가고 있으며, 각 지역마다 해당 지역 약사회 이름으로 제작‧배포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탁상달력 제작은 조상일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까지만 계획돼 있다고 전했다. 이후 바통을 이어받을 후임 회장의 판단에 따라 추가 제작과 배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내년을 끝으로 더 이상 달력을 제작하지 못할 경우 약사들이 매우 아쉬워 할 것 같다. 하지만 달력이 컬러인쇄라서 가이드북보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고 작업도 간단치 않아 달력 만들기를 계속 고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 부회장이 만든 자료를 토대로 디자이너가 일러스트를 제작할 때 수정 작업도 꽤 까다롭다. 약 이름이 일반인에겐 어렵고 생소하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이 만들기 시작한 가이드북이나 달력 모두 약사들의 업무에 좋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약사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을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곤 하는데, 솔직히 ‘약사회가 도대체 하는 일이 뭐냐’는 댓글을 보면 너무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약국을 열었던 신입약사시절부터 22년간 약사회 일을 해오고 있는 김 부회장은 "계속 도움이 될 일을 고민하고 찾고 있다"고 했다. 

"실은 약사회 일을 지금 인천시 부회장을 끝으로 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동안 너무 바쁘게 다녔거든요. 그래서 더 이상 달력을 제작하지 못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책 출간 계획을 갖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다음달 9일 개최를 앞둔 제8회 인천 약사 팜페어 및 연수교육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인천 약사 팜페어는 인천시약사회 주최 및 MMGi 주관, 대한약사회 후원과 약업신문이 미디어파트너로 참여해 인천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한다. 최신의약정보 세미나이자 연수교육으로, 인천시 약사회원 및 개국약사 약 2500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올해 8회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1회 때 ‘인천 약사 학술제’라는 이름으로 당시 인천시 회장이던 최병원 회장과 강근형 부회장, 조상일 운영팀장, 조혜숙 학술이사, 김명철 약학이사의 주도로 시작됐다. 4회는 인천약사회장이 조상일 회장으로 바뀌고 열린 첫 행사로 참가자 전원을 대상으로 골든벨 대회를 처음 시행하기도 했다. 다음 해 열린 5회 행사에선 학술제라는 이름을 팜페어로 변경했고, 이후 6회와 7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개최됐다. 올해 열릴 8회 팜페어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하는 행사로 주최측이 특별히 정성을 쏟고 있다.   

김 부회장은 4회 행사 때 처음 시행했던 골든벨 대회가 참신했지만 아쉬움이 컸다며, 이번에 열릴 ‘제2회 도전! 약사 골든벨’ 행사는 보다 심혈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첫 대회에선 실시간 카메라 연결이 원활하지 못해서 행사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어요. 올해는 ‘올댓페이’를 이용해서 OX퀴즈를 진행할 예정이라 기대됩니다. 또 인천 동아리인 시나브로 그룹사운드의 연주와 약사 출신 음악평론가인 정지훈 약사의 클래식 음악 해설 교양강의도 마련됐습니다.”

다음달 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는 8회 팜페어에선 △자살약 예방 강의 △일반약 복약 상담 실전 노하우 △약화사고 실제사례 및 대처방법 △건강기능식품 판매 및 약국활용 방안 △호흡기질환 약물 복약지도 △당뇨병과 비타민B의 상관관계 등 다양한 강의도 진행된다. 특히 약학박사인 김 부회장은 ‘혈액순환제의 이해와 약국의 응용’이란 주제로 강의를 준비했다. 

그는 팜페어를 통해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 진단키트 대란 등 팬데믹을 온몸으로 겪은 약사들이 즐거운 소통과 교류의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 약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파동과 진단키트 파동을 겪으면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약국이 삶 속에 필요하다는 걸 인식하게 됐을 거예요. 이제는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서로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이번 팜페어가 그런 만남과 교류의 자리가 되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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