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다파글리플로진 (포시가)와 엠파글리플로진 (자디앙) – 새로운 심부전증 치료제
편집부
입력 2021-04-01 11:34   수정 2021-04-01 11:36
“이것이 이번에 새로 처방받으신 약이군요!”

Mr. T는 45세의 환자로 지난 주 심부전증 (heart failure)이 악화되어 4일간 입원했었다.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 가정의학과는 모든 환자들이 퇴원 후 2주안에 자신들의 일차의료제공자를 만나도록 하고 있다.  일차의료제공자는 환자 돌봄에 있어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하므로 환자가 입원했을 때 받았던 치료를 검토한 후 외래에서는 어떻게 치료할지 결정하고 주도하기 위해  환자가 퇴원한 뒤 만나는 것이다.  이때 일차의료제공자의 진료를 돕기 위해, 심부전증 같이 여러 약을 동시에 써야 하는 질병을 가진 환자들은 가정의학과 소속 약사를 일차의료제공자보다 먼저 만나서 약에 대해 교육과 상담을 받도록 하고 있다.  

“네, 이 약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새로 시작한 약입니다.”

Mr. T가 새로 시작한 약은 다파글리플로진 (dapagliflozin), 상품명으로는 ‘포시가 (Farxiga)’라고 불리는 약이다.

“저는 이 약이 당뇨병에 쓰이는 약이라고 들었는데 당뇨병이 없는 저한테 왜 처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파글리플로진은 SGLT2 억제제로서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다.  그런데, 이 약과 또 다른 SGLT2 억제제인 엠파글리플로진 (empagliflozin)은 최근 발표된 여러 임상시험에서 심부전증 치료제로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었다.  그래서, 미국 심순환기 학회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는 금년초에 개정한 치료지침서에서 심장의 수축능력이 떨어져 발생한 심부전증 환자들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체, 알도스테론 억제제 등과 더불어 SGLT2 억제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심부전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SGLT2 억제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한 임상시험은 현재까지 두 개로, 2019년에 발표된 DAPA-HF라 불리는 임상시험과 2020년에 발표된 EMPEROR-Reduced라고 불리는 임상시험이 그것이다 (소타글리플로진 – sotagliflozin - 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SOLOIST-WHF라는 임상시험이 2021년 초에 발표되기는 하였지만 이 임상시험은 심부전증과 당뇨병을 동시에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제외하기로 한다).  

DAPA-HF시험와 EMPEROR-Reduced시험은 각각 다파글리플로진과 엠파글리플로진이 심순환기 질환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심부전증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할 위험을 낮추는지를 위약과 비교하였다.  이 두 시험에서, 다파글리플로진은 심순환기 질환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심부전증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할 위험을 26%, 엠파글리플로진은 25% 낮추었다.  또, 두 약은 심부전증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할 위험을 각각 30% 줄였다.  뿐만 아니라, 다파글리플로진은 심순환기 질환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도 18%나 낮추었다 (엠파글리플로진은 심순환기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을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낮추지는 못하였다).  

다파글리플로진과 엠파글리플로진이 이처럼 심순환기 질환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심부전증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할 위험을 줄이는 것이 이 두 임상시험에서 확인되었기 때문에 미국 심순환기 학회가 이 두 약을 심장의 수축능력이 떨어져 발생한 심부전증 환자들에게 사용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심부전증은 심장의 수축 능력이나 이완 능력이 떨어져 발생하고, 이 두 부류의 심부전증은 치료 방법이 좀 다르다.  그런데, DAPA-HF시험과 EMPEROR-Reduced 시험 모두 심부전증 환자들 중 심장의 수축 능력이 떨어진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다파글리플로진과 엠파글리플로진은 심장의 수축 능력이 떨어진 환자들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  또, 두 임상시험은 당뇨병 여부에 관계없이 심부전증의 진단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으므로 Mr. T와 같이 당뇨병을 가지지 않은 심장 수축 능력의 저하로 인해 생긴 심부전증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파글리플로진이나 엠파글리플로진을 심장 수축 능력의 저하로 인해 생긴 심부전증 환자들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다파글리플로진이나 엠파글리플로진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알도스테론 억제제 등도 함께 복용해야 한다.  이 약들 역시 심장의 수축 능력이 저하되어 발생한 심부전증 환자들의 수명을 늘려주고, 심부전증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할 위험을 낮춰주는 것이 그동안의 여러 임상시험에서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DAPA-HF시험과 EMPEROR-Reduced 시험 모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 약들을 복용하도록 하였기에 시험에 참가한 환자의 70%이상이 이 약들을 SGLT2 억제제와 같이 복용하고 있었다.  

둘째, 다파글리플로진과 엠파글리플로진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혈압, 체중, 신장기능, 혈당, 비뇨생식기 감염, 정상혈당을 동반한 당뇨병성 케톤산증 등을 모니터해야 한다.  SGLT2 억제제는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래서, DAPA-HF시험과 EMPEROR-Reduced 시험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95-100 mmHg미만인 환자들을 제외시켰다.  즉, 수축기 혈압이 95-100 mmHg미만인 환자들은 다파글리플로진이나 엠파글리플로진을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  또, 시험기간 중 두 약은 수축기 혈압을 평균 2 mmHg 정도 낮추었으므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동안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  만약 혈압이 많이 낮아지면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잠시 중단하는 것이 좋다.  

또, 심부전증 환자들은 부종이 쉽게 생기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뇨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뇨제와 SGLT2 억제제는 모두 오줌의 양을 늘리고 혈압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다파글리플로진이나 엠파글리플로진을 시작할 때 이뇨제의 용량을 미리 줄이는 것은 혈압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이 된다.  또, 심부전증 환자들에게 꼭 필요하지는 않은 혈압약들, 예를 들면, 칼슘 차단제나, 클로니딘 (clonidine)을 중단하는 것도 저혈압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체중은 심부전증 환자의 치료 효과를 알아보는 데 있어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심부전증이 악화되면 몸안의 물의 양이 늘어나고 체중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체중이 하루만에 1 kg 이상 늘거나 일주일 사이에 3 kg 이상 증가하면 이는 심부전증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따라서, 몸안의 물의 양이 늘어나기 전의 체중 – 영어로는 dry weight라고 하고 우리말로 기준 체중이라고 하겠다 – 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SGLT2 억제제 자체가 체중을 줄일 수 있으므로 기준 체중도 줄일 수 있다.  가령, SGLT2 억제제를 시작하기 전의 기준 체중이 70 kg인 환자가 SGLT2 억제제를 시작하고 나서 체중이 2 kg 줄었다면 68 kg이 새로운 기준 체중이 된다.  따라서, 약을 시작한 이후에 체중의 변화를 잘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SGLT2 억제제는 신장기능을 일시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DAPA-HF시험에서는 신장기능을 알려주는 지표인 사구체 여과속도 (eGFR; 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의 약자로 단위는 ml/min/1.73 m2이다)가 30미만인 환자들, EMPEROR-Reduced시험에는 20미만인 환자들을 시험에 참가시키지 않았다.  약을 시작하고 첫 한달동안 신장기능이 5-10% 정도 떨어질 수 있으므로 혈액 검사 등을 통해 이를 잘 모니터해야 한다.  그리고, 신장기능이 30%이상 저하되면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SGLT2 억제제가 장기적으로는 신장을 보호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장기능이 갑자기 크게 저하되지 않는 이상 약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SGLT2 억제제는 원래 당뇨병약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혈당을 떨어뜨린다.  다행인 점은 SGLT2 억제제가 혈당을 떨어뜨리는 정도는 혈당 수치에 비례하기 때문에 혈당이 정상인 환자들의 경우 SGLT2 억제제에 의해 저혈당이 일어날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  

비뇨생식기 감염은 SGLT2 억제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이다.  비뇨생식기 감염은 SGLT2 억제제에 의해 소변의 포도당 양이 증가하기 때문에 비뇨생식기 주변에 사는 곰팡이가 번식하여 발생한다.  중요한 점은 이 감염증은 보통 항진균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비뇨생식기 감염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다파글리플로진이나 엠파글리플로진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비뇨생식기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변을 본 뒤 휴지로 잘 닦아 피부에 소변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SGLT2 억제제는 정상 혈당을 동반한 당뇨병성 케톤산증 (euglycemic diabetic ketoacidosis)이라는 드물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성 케톤산증을 의심할 수 있는 메스꺼움, 구토, 복통, 정신 혼미, 숨쉴때 나는 과일 냄새 등의 증상들이 나타나면 빨리 구급차를 불러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그리고,  정상혈당을 동반한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탈수, 감염 등에 의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평소에 물을 충분히 마시고 감염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며 감염이 생겼을 때에는 빨리 의사를 만나 치료해야 한다.

Mr. T는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알도스테론 억제제를 다파글리플로진을 시작하기 전부터 처방받아 복용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수축기 혈압은 110으로 95-100보다 높았으며, 어지러움과 같은 저혈압의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의무기록을 보니 다파글리플로진을 시작하기 전에 측정한 사구체 여과 속도는 70으로 30보다 훨신 높았다.  그리고, 다파글리플로진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체중에는 변화가 없었다.  또, 저혈당, 비뇨생식기 감염, 또는 정상혈당을 동반한 케톤산증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그에게 다파글리플로진을 계속 복용하도록 권고하였다. 그리고, 신장 기능을 모니터하기 위해 한달 뒤 재진을 예약해 주고 혈액을 검사하도록하였다.  아직 젋은 나이인 Mr. T가 처방받은 약들을 잘 복용하여 증상이 개선되고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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