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짜르트의 B급 코드 >
2017년 가수 비가 내놓은 '깡'이라는 노래가 현재 역주행하고 있다며 지인들이 동영상을 보내왔다. 댓글을 꼭 읽어 봐야한다는 덧붙임과 함께.
노래도 노래지만 "시대를 뒷선 노래"," 빈틈없이 촌스럽고 끊임없이 어긋났으며 쉴틈없이 안타깝다"등 조롱거리 가득한 댓글들 속의 촌철유머는 역대급 재미를 안겨주었다. 촌스러운 노래와 재치있는 댓글이 삶에 활력을 준다며 1일1깡(하루에 한 번은 '깡'을 봐야한다)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다니. '깡'이 B급 유희문화의 놀이터가 된것이다.
B급 코드는 현재 대세다. 주류 A급에 돌직구를 날리며 상투적인 틀을 깨버리는 펭수가 인기를 끌고 수많은 광고들이 '병맛'(맥락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 캐릭터를 내세운다. 정형화된 주류라는 틀에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사회에 탈권위적인 비주류 캐릭터들이 가져다주는 쾌감이 짜릿할 터.
35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며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주피터 교향곡, 레퀴엠과 같은 불후의 명곡들을 써내려간 모짜르트의 B급 감성은 어땠을까?
사실 그는 허무한 장난을 즐겼으며 남세스러운 대화에있어서도 거침없었다. 여기 유명한 일화가 있다.
랑엔만텔(Langenmantel)이라는 사람이 당시 명성이 자자했던 모짜르트를 피아노 제작자였던 슈타인(Stein)이라는 사람에게 소개하기로 했다. 모짜르트는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랑엔만텔씨는 깜박하고 "피아노의 대가를 소개합니다"라고 운을 띄운다.
당황한 모짜르트가 자신은 뮌헨의 지겔이라는 선생의 하수 제자일 뿐이라며 한껏 자신을 낮추자 슈타인씨가 "분명히 모짜르트씨를 만나고 있는 것 같은데"라며 의심한다. 그때 모짜르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제 이름은 '트라촘' 입니다." 트라촘? 트라촘은 다름이아니라 Mozart를 거꾸로 읽어 트라촘(Trazom)으로 발음한 것으로 모짜르트가 평소 즐겼던 언어유희였던 것이다.
그 외에 그에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더티'한 대화 속에 드러난 그의 면모도 주목해보자.
사촌누이 마리아 안나에게 보낸 편지속에 등장하는 모짜르트와 그의 어머니의 대화내용을 소개한다.
모짜르트가 자신의 방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난다며 서성이던 중 대뜸 어머니가 등장하며 모짜르트에게 묻는다.
" 모짜르트, 너 방귀꼈구나?" 모짜르트는 대답한다. " 저는 아닙니다 어머니." 이에 질세라 어머니는 말한다."너가 확실하다." 결국 모짜르트는 자신의 엉덩이에 손을 갖다대고 냄새를 맡고는 " 역시 어머니가 옳았다'고 고백?하며 편지를 마친다. 허무하고 하찮은 것을 심각하게 풀어내는 요즘의 B급 코드와 비슷하다.
독일 속담을 연구했던 버몬트대 볼프강 미더 교수는 문헌들을 조사한 결과 18세기 당시 지저분한 주제를 담은 글과 유머들이 성행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러한 경향이 심지어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글에서도 발견된다고.
모짜르트의 음악속에서도 그의 B급 취향은 빛을 발한다.
1787년 발표된 '음악적 농담' (Ein musikalischer Spass)은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악장마다 유치한 재밋거리들이 포진해있다. 1악장은 따분한 테마가 반복되며 당시 화성법적으로 거의 금기시된 병행 5도를 집어넣었다.
2악장은 호른주자가 불협화음 솔로를 연주하고 느린 3악장에서는 '카덴차' 부분에서 조잡한 구성과 뜬금없이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피치카토'(손으로 튕기는 주법)가 방점을 찍는다. 4악장은 화려한 불협화음으로 대미를 장식하는데 역시 지루할 틈이없이 싼 티나는 음악의 정수를 보여준다.
당시 사람들은 이 음악을 듣고 폭소를 터뜨리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지 않았을까? 이 외에도 한껏 진지한 돌림노래에다가 'Leck mich im Arsch'(내 엉덩이에 키스해)라는 가사를 붙이는등 일탈적인 재미를 살린 노래도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여섯 살의 나이에 궁정음악회에서 만났을 정도로 어릴적부터 신동으로 이름을 날리며 궁정 예법에 익숙했던 모짜르트.
나중에 궁정 음악가로도 활동했지만 귀족 주류를 상대하는 비주류로 살며 그 인위적인 엄숙함 속에서 '싼티'나는 재미를 추구하며 권위와 차별의 피로감을 덜어내지 않았을까.
현재 A급을 거침없이 일갈하는 펭수로부터 대중이 느끼는 카타르시스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다만 이 시대의 B급이 이제 주류로 성큼 올라섰다는 차이만 있을 뿐.
다난한 하루, 오늘도 어김없이 1일 1깡 실천하고 잠들어야겠다.
'음악적 농담'의 영문제목은 'Musical joke'. 한마디로 음악으로 '조크'를 날리는 것이다. 모든 악장 곳곳에 재미가 숨어있는데 4악장을 추천한다. Presto (매우 빠르게)의 속도감과 더불어 테마가 매력적이다. 어설픈 푸가기법, 끝날듯 안끝나는 지루한 반복악구들을 비롯해서 곳곳에 '저급함'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화룡점정은 역시 통렬한 불협화음으로 끝나는 곡 마무리다.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