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아신 (niacin)– 임상시험의 중요성을 다시금 보여주는 약
비타민 B3 또는 니코틴산 (nicotinic acid)으로 알려져 있는 니아신 (또는 나이아신; niacin)은 고지혈증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약이다. 니아신은 혈중 중성지방 (triglyceride) 수치를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스타틴은 이런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중성지방의 수치가 높거나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환자들에게는 니아신이 많이 사용된다. 전세계적으로 시판되고 있는 여러가지 니아신 제형 중 천천히 흡수되어 간독성과 얼굴의 홍조 현상이 비교적 적은 니아스파노(Niaspan)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중성지방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역학조사에 의하면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동맥경화성 심순환기질환의 위험이 더 높다. HDL-콜레스테롤은 말초로부터 간으로 콜레스테롤을 수송하여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이 말초에 쌓이지 않도록 한다. 그래서, HDL-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동맥경화의 위험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약을 써서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HDL-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높이면 심근경색등 동맥경화성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이 감소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최근에 발표된 두 개의 대규모 임상시험인 AIM-HIGH와 HPS2-THRIVE를 살펴보기로 하자.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AIM-HIGH 연구는 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뇌경색 등 동맥경화성 심순환기 질환을 앓고 있는 3000여명을 무작위로 두 군으로 나누어 동맥경화성 심순환기 질환의 재발률을 비교하였다.
첫번째 군은 하루에 심바스타틴 40 mg과 니아스파노 500-2000 mg을, 두번째 군은 하루에 심바스타틴 40 mg 과 위약을 평균 3년간 복용하였다.
AIM-HIGH 연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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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아신 군 |
위약군 |
시험시작하기 전 중성지방 (mg/dL) |
167.5 (131-219) |
163 (131-216) |
시험을 시작하고 3년뒤 중성지방(mg/dL) |
120 (84-172) |
151 (114-204) |
시험시작하기 전 HDL-콜레스테롤 (mg/dL) |
34.5 ± 5.6 |
34.9 ± 5.6 |
시험을 시작하고 3년뒤HDL-콜레스테롤(mg/dL) |
44.1 ± 11.3 |
39.1 ± 7.7 |
동맥경화성 심순환기 질환 재발률 (mg/dL) |
16.4% |
16.2% |
중성지방 자료는 중간값 (25-75% 값); HDL-콜레스테롤 자료는 평균 ± 표준편차
시험결과, 두 군의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시험시작전이나 3년뒤 서로 비슷하였다. 하지만, 3년동안 위약군은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7.6% 줄어든 반면 니아신군은 거의 두 배인 13.6%가 떨어졌다. 또, 혈중 HDL-콜레스테롤 수치도 니아신군이 위약군에 비해 두 배이상인 25% 증가하였다.
그러나, 니아신군이 혈중 중성지방치를 낮추고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동맥경화성 심순환기 질환의 재발률은 두 군이 통계적으로 서로 다르지 않았다.
HPS2-THRIVE 시험은 AIM-HIGH 시험과 마찬가지로 동맥경화성 심순환기 질환을 앓았던 25000 여명의 환자를 하루에 니아스파노 2000mg과 라로파이프란트 (laropirprant) 40mg을 복용하는 군과 위약군으로 무작위로 나누어 동맥경화성 심순환기 질환의 재발률을 비교하였다 (라로파이프란트는 니아신의 홍조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막아주는 약이다).
시험에 참가한 거의 모든 환자들은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어 시험을 시작하기 전 평균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63 ± 17 mg/dl이었다.
평균 약 4년의 추적기간 중 니아신과 라로파이프란트를 복용한 군은 위약군에 비해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10 mg/dL, 중성지방은 33 mg/dL이 더 낮았으며 HDL-콜레스테롤은 6 mg/dl 더 높았다. 하지만, 동맥경화성 심순환기 질환의 재발률은 니아신과 라로파이프란트를 복용한 군이 13.2%, 위약군이 13.7%로 서로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다르지 않았다.
반면, 위약군에 비해 니아신과 라로파이프란트를 복용한 군은 위장관 관련 부작용, 근육관련 부작용, 홍조, 당뇨병 발생률, 감염질환 발생률이 모두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더 높았다.
이 두 임상시험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첫째, 스타틴으로 LDL-콜레스테롤이 잘 조절되면 동맥경화성 심순환기 질환을 앓았던 환자들은 중성지방을 낮추거나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려고 니아신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 니아신을 복용하면 오히려 당뇨병 발생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만 더 높인다.
둘째, 우리가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수치를 낮추거나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동맥경화성 심순환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아무리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수치를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여도 그 약을 복용하는 진짜 목적인 동맥경화성 심순환기 질환의 발생률을 줄이지 못한다면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어떤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사용하기 전에 복용하는 근본적인 목적에 대한 임상시험 자료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좋은 검사 결과보다는 질병을 예방, 지연, 치료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 필자소개 / 신재규교수 프로필
-서울대약대 대학원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
-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 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
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