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이 그려낸 괴테의 바다
멘델스존의 서곡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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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주제로 괴테가 지은 두 편의 단시(短詩)로부터 영감을 받아 멘델스존이 작곡한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Op.27> 서곡. 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이 있다. 매해 빈 신년음악회가 개최되는 공연장으로 잘 알려진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리허설을 참관하던 중이었다. 연습지휘자 자격으로 무대와 멀찌감치 떨어져 악보를 뒤적이던 차, 오케스트라 매니저로부터 상임지휘자가 급히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연습지휘를 맡아줄 수 있냐는 요청을 받았다.
당시 세계적인 첼리스트 고티에르 카퓌송이 슈만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얼떨떨한 상태로 무대에 올라 리허설을 지휘했지만 워낙 협연자가 능숙하게 이끌어주어서 무사히 협주곡을 마칠 수 있었다. 협주곡 리허설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오려던 찰나, 악장으로부터 멘델스존의 멋진 서곡 한 곡을 더 지휘할 수 있냐는 부탁을 받았는데 그 곡이 다름아닌 멘델스존의 서곡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였다.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무대에 오르긴 했지만 신비감 넘치는 도입부와 힘찬 항해의 진취적인 악상에 매료되어 지휘하는 내내 떨리면서도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이 곡과 만났다.
1795년 창작된 두 편의 시 '고요의 바다'와 '즐거운 항해'는 내용적으로 정적 속의 바람없는 고요한 바다에 대한 선원들의 불안감과 바람을 타고 육지를 향해 전진하는 희망찬 항해가 대조를 이룬다. 두 편의 시 속에는 1787년 카프리 연안에서 정적 속의 고요한 바다를 마주한 괴테가 실제로 경험한 두려움이 선연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이어 다시 불기 시작한 바람으로 배가 육지를 향해 나아간다는 희망적 메시지가 담긴 시상은 간결하면서도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고뇌와 번민보다는 유쾌한 기운과 온화함을 자아내는 멘델스존의 음악적 근거를 부유한 은행가 가문에서 태어난 유복한 배경에서 찾기도 하는데 이 서곡 또한 음악적 내용면에 있어서 바다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즐거운 항해에 힘이 실려 있다.
2부에 해당하는 '즐거운 항해'에서 멘델스존이 희망의 시그널로 선택한 악기는 플루트로서 바람을 타고 나아가는 즐거운 항해를 예비한다. 이어서 목관악기와 호른을 통해 점층적으로 고조되며 현악기와 합세하여 희망찬 항해의 돛을 올린다. 서주에 제시된 모티브는 즐거운 향해서도 변형된 형태로 반복되는데 1,2부의 유기적인 연결을 도모하며 곡의 통일성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향해를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엮은 작곡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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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9VtHncrhYVc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