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여자들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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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극 배우이자 방송 진행자로 유명한 지정남이 연출과 극작까지 맡았다. 광주에서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 사회를 도맡아 본 실력으로 생생한 사투리를 구사하며 1인 3역을 능란하게 소화해낸다. 그는 이 공연을 위해 능주 씻김굿을 1년여간 공들여 배웠는데, 실제 그의 스승이기도 한 능주 씻김굿 보유자 조웅석 명인이 공연의 악사이자 초짜 무당의 스승 역할로 함께 무대에 선다. 능주에서 이름난 세습무계의 전승자인 조웅석 명인은 징․대금․태평소 연주와 구음 등으로 극의 음악을 이끄는 한편,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 객석의 폭소를 이끌어 내는 일품 연기를 선보인다. 5월 11일(금)에는 마당극 운동 50주년을 기념하여 부산 신명천지소극장에서 공연하였으며, 6월 14일(금)에는 앙코르 공연으로 광주에서 관객과 다시 만날 예정이다.
2014년 8월, 국립극장에서 초연한 ‘사나이’ 버전은 4회 공연 전 회차가 매진되었고, 극작과 소리를 맡았던 소리꾼 최용석은 이 작품으로 그해 말 열린 창작국악극대상 시상식에서 남자창우상을 수상했다. 또 10년 동안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이데일리 문화대상․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서 우수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곡은 황호준 작곡가가 맡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최용석이 연출을 담당하고, 소리꾼 정상희가 배달의 신, 배달순 역에 도전한다.
신의 경지에 이른 자전거 타기 실력으로 광주 짜장면 배달계의 고수가 된 주인공은 5월 어느 날 광주 금남로에 닥친 대재앙에 ‘배달로 평탄작전’에 돌입하며 시대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된다. 시민군의 마지막 거점이었던 전남도청으로 짜장면을 배달하는 주인공과 동료들은, 전남도청에서 밥을 하던 <환생굿> 속 여인들과 꼭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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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소리극으로 프로그램을 꾸렸던 서울남산국악당은 올해 남산소리극축제의 테마를 ‘여설뎐女說傳’으로 하고, ‘싸우는 여자들의 소리’란 부제를 붙였다. 5월 18일(토) <방탄 철가방>까지 총 여섯 개 작품이 이어진다. 세상의 난제 혹은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솔의 기억>(5.8.)은 이화여대 한국음악과의 전통 성악 전공 학생들로 이루어진 앙상블 ‘이화Sori’가 만든 작품이다. 김수미 명창이 야외마당에서 선보인 <유관순 열사가>(5.9.)는 월북한 명창 박동실이 지은 창작 판소리 ‘열사가’ 중 하나로,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 운동을 진두지휘한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창작하는 타루의 공연 <정수정전>(5.11.)은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여성 영웅 소설을 원전으로 했다. 남장을 하고 나라에 큰 공을 세워 대장군이 되는 여걸의 일대기를 다뤘다. 또 제주의 여신을 앞세워 환경 문제를 이야기할 사부작당의 <청비와 쓰담 특공대>(5.15.), 일제 강점기 이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의 투쟁을 담은 <별에서 온 편지_김학순가歌>(5.16.)도 관객을 기다린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