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평범을 갈망하는 모두에게,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편집부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22-07-20 15:09
평범을 갈망하는 모두에게,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음의 병은 겉으로 드러내면 안 될 치부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대중의 인식도 조금씩 달라지는 추세다. 갈수록 더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가 미친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커졌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 속 주인공 다이애나도 같은 상황에 놓여있었다. 평생 지워질 것 같지 않던 멍을 품고 살아가던 그가 과연 오랜 아픔을 이겨내고 자신을 보듬을 수 있을까.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 지난 5월 17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했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완벽한 뮤지컬’이라고 할 정도로 극찬받은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일찍이 2011년 공연을 통해 첫인사를 전한 바 있다. 그 뒤 두 시즌을 더 거치면서 ‘넥스트 투 노멀’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기몰이했다. 이번 공연은 마지막 시즌 이후 무려 7년 만에 돌아온 무대다.
오랜만에 올라오는 만큼 뮤지컬계 슈퍼스타와 차세대 슈퍼스타가 한데 모인 새 시즌 출연진 역시 기대를 모았다.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이번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는 박칼린, 최정원, 남경주, 이건명, 양희준, 노윤, 이석진, 이아진, 이서영, 이정화, 김현진, 최재웅, 윤석원, 박인배가 함께해 오는 7월 31일까지 보랏빛 여정을 이어간다.

작품은 오랜 기간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 온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온통 보라색으로 물든 포스터 속에서 나른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이 한편으론 마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다이애나의 심리를 의미하는 듯하다. 인물이 내면의 고통과 마주하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심도 있게 그려냈는데, 이는 작품 제작과정에서 비슷한 아픔을 지닌 환자를 대상으로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하고 또 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그만큼 매우 뛰어난 묘사와 전문성이 돋보인다.

철제 구조물이 층층이 세워진 무대 위로 신비로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피아노 선율이 무대를 타고 흐르면 드디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140분에 걸쳐 평범해 보이는 굿맨(Goodman) 가족을 집중 조명한다. 댄과 다이애나, 나탈리, 그리고 게이브는 언뜻 보면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는 듯하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오래전 일련의 사건을 겪은 이후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남편 댄은 그런 아내를 사랑으로 보듬으면서 소중한 가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한다. 하지만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는 점점 더 심각한 상태에 빠져든다. 불안정한 나날이 계속되는 가운데 모범생 딸 나탈리는 이제 더 이상 엄마를 이해할 수 없게 되고, 결국 모든 가족이 각각 한계에 다다르면서 전과 다른 위기에 처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같은 경험을 하고, 또 각기 다른 선택을 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우리 일상과 닮았다. 누구나 평범하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 주변에 머물기조차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만큼은 모두 같았다. 행복과 고통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인생이 늘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더라도 상처를 감추기보다 마주할 용기를 내는 인물들의 모습이 큰 감동을 준다.
또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평온은 결코 오래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며 때로는 고통스러운 기억마저도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음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누구나 저마다의 사연 하나쯤은 품고 산다는 시대에서 과거의 아픔으로 침전하기보다 직접 대면할 결심을 한 굿맨 가족의 모습이 더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결국은 적극적인 삶의 의지가 우리를 살게 한다는 이야기다.
<사진제공: 엠피엔컴퍼니> 

작품에는 놀라운 반전이 담겨있다. 비교적 일찍 드러나는 반전이긴 하나 첫 관람을 계획하고 있다면 본 칼럼에 담긴 작품 소개나 시놉시스에 공개된 기본 정보 정도만 읽어보고 가길 추천한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담긴 의미나 의상 색상, 무대 위 소품들도 유심히 봐두면 더 재미있다. 에너지 음료를 손에 들고 다니는 나탈리와 철제 기둥 주변을 맴도는 게이브 역시 눈여겨봐도 좋다.

다양한 장르의 넘버와 만날 수 있다는 점 또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이 지닌 매력이다. 록과 재즈, 발라드, 컨트리풍 음악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는 멜로디가 매우 인상적이다. 아마도 공연장을 나설 때쯤이면 귓가에 잔잔하게 맴도는 라이브 연주에 한껏 젖어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희망 없이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누구나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는다. 영원한 행복이 없는 것처럼 영원한 고통 역시 존재할 수 없다. 긴 어둠이 지나고 나면 한 줄기 빛이 내리쬐듯, 언젠가 그 끝엔 분명 더 나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는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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