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특허출원명세서 실시예 작성 – 과거형 동사 혹은 현재형 동사?
편집부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21-07-22 09:04

미국에 등록된 특허 혹은 공개된 출원 명세서에 현재형 동사를 이용하여 쓰여진 실시예 (Examples or Embodiments)를 종종 보게 된다.  특히 미국에 본거지를 둔 제약/바이오테크 회사들의 특허명세서에서 더 흔히 볼 수 있다.   

미국특허 실무에서 실제 실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기대되는 혹은 simulated 결과를 예측하는 형태로 (예를 들면, 장차 실시하고자 계획하고 있는 실험 프로토콜 혹은 예측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실시할 수 있는 가상의 실험, 혹은 아직 실험하지 않은 후보 물질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이미 알려져 있는 실험방법을 적용한다고 하면 사용할 수 있는 실험 법 등) 들을 실시예 (Examples or Embodiment)로 기술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실시예를 예언적 실시예 (prophetic examples)라고도 부른다.  

이런 예언적 실시예를, 발명자가 실제 실험하여 얻은 결과를 설명하는 실시예와 구분 짓기 위해, 실제 실험한 것을 기술하는 실시예는 과거형 동사를 이용하여, 예언적 실시예는 현재형 (간혹 미래형) 동사를 이용하여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컴퓨터 simulation program 등을 이용하여 얻은 결과를 명세서에 실시예로 기재하는 경우에는, 그 결과가 simulated results임을 명확하게 표시할 필요가 있다.

Genus 개념의 발명을 착상하고 genus를 대표할 수 있는 여러 다양한 species 구현예를 실제 만들거나 그 효과를 시험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제약/바이오테크 분야의 발명에서는, 명세서 기재요건과 실시가능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런  예언적인 실시예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예언적 실시예를 포함시킬 때에는, 반드시 현재형 동사를 사용하여 그 실시예가  예언적 실시예임을 명확하게 표시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불공평한 행위 (inequitable conduct)를 이유로 하여 특허권의 행사가 불가능 (unenforceable)해질 수 있다.  더불어 한 실시예에서 과거형과 현재형 동사가 섞여 사용되어 그 실시예가 실제 행해진 실험을 설명하는 것인지 가상적인 것을 설명하는 것인지 불분명한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국특허법에서는 출원인으로 하여금 출원의 특허성 판단에 중요한 모든 정보(material information)를 출원 전 과정을 통해 특허청에 제출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있다. 소위 “duty to disclose”라고 하며, 발명자, 변리사, 혹은 특허변호사가 출원명세서를 준비하기 위해 행한 선행기술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선행기술 자료, 관련이 있는 다른 미국출원에서 심사관이 지적한 선행기술, 타국에서 심사가 진행되면서 발견된 선행기술, 혹은 선행 family 특허가 미국내 혹은 타국에서 이의신청, 무효심판, 혹은 침해소송의 대상이었다면 그 관련 정보 및 그때 발견된 선행기술 등도 모두 현재 심사 중인 관련 출원에서 제출하여야만 한다.  

이런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경우, 향후 특허침해 소송의 디스커버리 과정 중에 이런 정보 들이 제출되지 않은 것이 밝혀지면, 상대방이 inequitable conduct를 항변으로 내세우는 말미를 주게 된다.  물론 이런 자료들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자동적으로 특허가 unenforceable하다고 결정되지는 않는다.  불공평한 행위가 있는 것을 이유로 특허가 unenforceable하기 위해서는, 출원인이 특허청 심사관을 속이거나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고 그 제출되지 않은 정보가 특허성에 중요했다는 것 (혹은 추가적인 실험데이터 등과 같이 특허청에 제출된 정보가 거짓을 포함하거나 다른 중요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삭제하였다는 것)을 불공평한 행위 항변을 주장하는 측이 설득력 있게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특허침해 소송에서 상대방의 불공평 행위 항변에  대응하여 특허를 방어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경비를 들여야 하고, 그리고도 특허를 방어할 수 있다고 하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만일 불공평한 행위 항변을 일으킬만한 사유가 있다면 그건 시한폭탄이 장치된 특허라고 불러도 과장이 아닐 수 있다.

불공평한 행위를 이유로 하여 특허권 행사가 불가능하게 된 사건 들은 제약특허 침해소송에서 많이 발견된다.  출원심사 도중에 추가실험 데이터가 제출되는 경우가 많아 그만큼 데이터의 진실성 여부에 대하여 소송에서 세밀히 검사될 가능성이 많고, 다수의 국가에서 출원되어 심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대응 해외출원에서 나오는 관련자료가 많으며, 또 미국특허 전략상 계속 출원과 후발 출원을 많이 하는 관계로, 의도치 않게 관련 정보들이 누락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명세서에 예언적 실시예를 과거형 동사를 이용하여 기재한 것 때문에 혹은 실제 실시한 적이 없는 실험을 실시한 것처럼 기재한 것 때문에 특허 전체가 무효로 된 사건으로는 Hoffmann-La Roche, Inc. v. Promega Corp., 323 F.3d. 1354 (Fed. Cir. 2003), Apotex Inc. v. UCB, Inc., 763 F.3d 1354 (Fed. Cir. 2014) 등을 들 수 있다.  법에 규정된 특허요건 (예, 명세서 기재요건, 신규성, 진보성 등)을 미비한 경우에는 그런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개별 청구항 만 무효로 되지만, 불공평한 행위를 이유로 하는 특허권 행사 무효 (unenforceable)의 경우에는 특허 전체에 적용이 된다. 

미국특허청은 2021년 7월 1일자 연방 관보 (Federal Register)에서, 예언적 실시예는 반드시 현재형 동사를 이용하여 기술하고, 가능하면 예언적 실시예와 실제 행한 실험 실시예는 별개의 실시예로 나누어 기술하거나, 예언적 실시예를 “예언적 실시예 (Prophetic Example)”로 명시적으로 표시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필자소개>
이선희 변호사는 30여년 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출원 뿐만 아니라, 특허성, 침해여부, 및 Freedom-to-operate에 관한 전문가 감정의견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 또한 생명과학, 의약품, 및 재료 분야 등에서 특허출원인이 사업목적에 맞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자문을 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한미약품이 아스트라제네카를 대상으로 하여 승소하였던 미국뉴저지 법원의 에스오메프라졸 ANDA 소송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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