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해바라기 꽃이 필 무렵인 늦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에 산기슭이나 반 그늘진 숲 속을 다니다 보면 모양새가 해바라기 꽃처럼 생긴 미니 해바라기 꽃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꽃이 담배풀이다.
전국의 산지에 분포되어 있지만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식물은 아니고 국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월년초)로서 꽃송이가 작고 꽃잎이 없는 대롱꽃(통상화)만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꽃이 화려하지 않아 시각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줄기는 50-100 cm 정도 높이로 비스듬히 자라고 잔털이 많고 가지가 갈라진다. 뿌리 잎은 꽃이 필 무렵 없어지고 긴 타원형의 줄기 잎은 어긋나고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지며 잎의 뒷면에는 정유를 분비하는 선점(腺點)이 있고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8-9월에 잎겨드랑이에 연노랑색 꽃이 1개씩 아래를 향하여 핀다. 꽃송이는 둥근 종 모양으로 총포로 둘러싸여있고 총포는 3줄로 배열되어 있으며 냄새가 난다. 꽃자루가 없어서 꽃송이가 줄기에 바로 붙어있고 수꽃과 양성화가 섞여 있으며 모두 꽃잎이 없는 대롱꽃만으로 되어있다. 암수가 있는 양성화와 수꽃이 같이 있음으로 웅성양성동주(雄性兩性同株)라고 할 수 있다.
꽃이 피는 시기와 꽃의 모양새가 해바라기를 닮았고 분류학적으로 동일한 국화과에 속하지만 식물체의 크기에 있어서 엄청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바라기는 줄기가 2-3 m 자라는 대형식물로서 꽃송이의 지름이 보통 8-30 cm 정도로 대형인 반면에 담배풀 꽃의 크기는 지름이 6-8 mm 정도로서 아주 작아서 40-60배 차이가 난다. 해바라기는 원산지가 북유럽이지만 담배풀은 우리나라 토종식물이다.
담배풀이라는 식물명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담배는 우리의 고유의 것이 아니고 외국에서 들어 온 것임을 감안할 때 담배풀은 담배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이후에 밝혀진 식물이거나 아니면 다른 명칭으로 불리던 것이 담배와 연관되어 추가로 생겨난 이름일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담배가 문명세계로 전래된 과정을 살펴보면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당시 원주민들이 피우는 담배를 처음 목격하게 된다. 원주민으로부터 담배를 선물로 받은 선원들이 유럽으로 흡연습관을 퍼뜨려서 급격히 문명세계로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니라에 담배가 전해진 연대와 경로에 대해서 국내 문헌에 나타난 기록들을 종합하면 1608~1816년 사이에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전해지고 있다. 1614년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과 인조 때 장유(張維)의 계곡만필(谿谷漫筆)에도 담배에 관한 기록이 있다. 밭에 재배하는 담배를 연초라 하고 담배풀의 잎이 연초 잎을 닮았고 또한 꽃의 모양이 노인들이 담배 피울 때 사용하던 기구인 담뱃대의 담배를 담는 부위인 담배통처럼 생겨서 담배풀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담배풀의 연한 노란꽃 모양이 실제로 담배통에 담배를 담은 다음 불을 붙인 것과 매우 닮았다는 사실이다. 이 식물을 담배와 연관 짓게 된 핵심 포인트이다. 담배풀을 담배 대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그러한 설명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담배풀에는 종류가 많아서 구별이 용이하지 않으나 꽃 크기와 잎의 모양을 비교하여 구분 할 수 있다. 여우오줌, 긴담배풀, 애기담배풀, 두메담배풀, 좀담배풀이 있다. 속명 카르페시움(Carpesium)은 방향식물(芳香植物)이라는 뜻의 라틴어 카르페시온(karpesion)에서 비롯되었고 이 식물에서 나는 냄새를 표현한 것이다.
한방에서는 식물 전체 말린 것을 천명정(天名精)이라 하고 열을 내리고 진통작용이 있으며 피를 맑게 하고 해독작용이 있다. 급성편도선염에도 사용하고 정유성분은 항암작용이 밝혀졌다. 열매를 학슬(鶴蝨)이라 하여 구충제로 사용한다. 어린 싹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알려진 성분은 카라브론(carabrone), 텔레킨(telekin), 카르페지올린(carpesiolin)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