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웰 에이징(well-aging)’이 주목받고 있다. 노인들은 80대부터 신체기능이 급격히 저하되어 식사, 목욕, 청소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85세 이상 인구 중 56%가 '일상생활 수행능력(ADL)'과 '수단적 일상생활 수행능력(IADL)'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ADL이란 앉기, 걷기, 식사하기, 목욕 등 기본적 활동을 자력으로 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IADL이란 집안일, 장보기, 교통수단 이용 등 기본적 활동을 넘어 수단적 일상생활이 가능한지 여부를 알게 해준다. 즉, 85세 이상 노인 중 절반 이하만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더구나 85세 이상 4명 중 1명(25.5%)은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걷거나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실태의 주요 원인을 근육 감소로 파악한다.
노인 건강의 적신호인 근육 감소
노인성 근 감소증은 말 그대로 노화 진행에 따라 근육이 줄어드는 질환이다. 낙상이나 신체기능 장애를 유발한다. 대사질환, 비만, 당뇨, 골 감소증 등까지도 연결된다. 근육 감소는 고령화의 자연적인 현상으로 여겨지는 때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새로운 질병으로 지정하고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근 감소증이 나타나는 주요 원인은 노화로 인해 근육세포가 주는 데다 활동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병원에 입원해 활동할 수 없는 노인의 경우 3일만 지나도 제지방(체중에서 지방을 뺀 것)의 10%가 준다. 제지방이 10% 줄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염 위험도 커진다. 제지방량이 30% 감소하면 힘이 없어 앉기 어렵고 폐렴을 겪을 수도 있다. 근육량이 감소하고 근력이 떨어지면 3가지 이상의 신체 장애를 동반할 위험이 4배로 높아지고, 신체 균형 장애도 2~3배로 늘어난다. 중장년층이 비만·고혈압·당뇨병 등의 성인병이 없어도 근육량과 근력이 지나치게 낮으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76%나 높았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인체의 근육량은 30세가 넘으면 650개가 넘는 우리 몸의 근육이 매년 1%씩 감소하여 80세에는 평생 보유했던 최대 근육량의 50%수준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근육량과 근력이 과도하게 축소되는 것을 '근 감소증(근육량이 몸무게의 30% 이하로 줄어드는 증상)'이라 부른다. 근육감소를 단순 노화현상이 아닌, '질병'으로 인식하여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추세이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2016년 10월 근 감소증에 질병분류코드를 부여하였다.
키(m)의 제곱을 팔다리 골격근육량(㎏)으로 나눈 결과가 여자는 5.27 ㎏/㎡, 남자는 7.09 ㎏/㎡, 이하일 때를 근 감소증이라고 정의하는데, 우리나라 65세 이상 중 남자 35.3%, 여자 13.4%가 근 감소증이라고 알려지며, 근 감소증 환자는 요양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할 확률이 일반인의 5배나 높고, 뇌혈관질환이나 암에 걸렸을 때 근력이 약한 노인의 사망위험이 훨씬 높다고 알려지므로 적극적인 예방과 대응이 필요하다.
노인은 근육량뿐 아니라 체중도 줄어든다. 노인의 체중감소는 사망률을 82%까지 높인다고 알려지며, 근 감소증 환자는 심장병과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 위험성이 최대 4배나 높은데, 이는 근육이 혈당을 낮추는 등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근 감소증을 앓으면 체내 염증 물질인 IL-6나 CRP 수치가 증가하는데, 근육 대신 세포에 채워진 지방에서 이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염증 물질은 근육을 더 위축시킬 뿐 아니라, 심장병·뇌졸중 등의 원인이 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65세 이상 노인 56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근감소증군에서 심장병·뇌졸중의 위험인자인 L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인슐린 저항성 등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근감소증의 위험
근육이 감소하면 관절의 통증이 심해지고,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2011년 미국 국립보건원의 조사결과, 근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혈당을 분해하는 인슐린이 기능을 잘해 당뇨병 발병률이 크게 떨어졌다. 근육은 콜레스테롤 대사에도 영향을 주므로 근육량이 적으면 대사증후군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65세 이상 한국인 565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근 감소증이면서 비만한 사람은 대사증후군 발생확률이 8배 이상 높았는데 특히 근육량의 감소가 뚜렷한 남성에게서 두드러졌다. 또한 근육량이 줄어들수록 뇌 신경조직이 감소하면서 치매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신의 근육량이 정상수준인지 확인하려면 도쿄대 노인의학연구소가 개발한 간편한 '핑거링 테스트’를 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그림 1). 핑거링이란 양쪽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연결해 넓게 만들어진 원을 일컫는다. 자신의 종아리 중 가장 굵은 부분을 핑거링으로 감쌀 때, 종아리가 핑거링에 딱 맞는 사람은 근 감소증 위험이 2.4배, 핑거링이 헐렁한 사람은 위험이 6.6배 높다고 한다.
그림1. 노인의 근육건강 측정(출처: 헬스조선)
또한, 의자에 앉고 일어섬을 5회 반복 시 15초를 넘기거나, 400 m 걷는 데 6분 이상 걸리면 근 감소증일 확률이 높다. 또한 정상적인 횡단보도를 일반적인 청신호 기간 동안 건너지 못할 정도로 느린 보행자도 근 감소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혈액으로 노인성 근육 감소증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었는데,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서울대병원 공동연구팀이 정상 근육량을 가진 노인과 근 감소증 노인의 혈액을 비교 분석하여 두 군간 4가지 근 감소증 후보 바이오 마커(bio-marker)를 발견했다. 이렇듯 혈액내 바이오 마커 분석을 이용하면 근 감소증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고 신속하고 안전하게 임상적인 분류나 약물반응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근 감소증의 예방과 대응
근 감소증 치료제는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근력운동과 단백질 섭취가 유일한 예방책이다. 운동은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7:3의 비율로 실시하고, 단백질은 체중 1㎏ 당 0.8g 이상을 섭취하는게 적절하다.
근육량이 감소하는 것을 막으려면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근육량 유지에는 근육세포 크기를 키우는 근력운동이 필수다. 몸 전체 근육의 70%가 하체에 있어 하체 운동을 하는 게 효과적이며, 의자에 바르게 앉은 상태에서 다리를 수평으로 올렸다 내리는 동작을 반복하거나 가벼운 중량의 아령 들기 등 간단한 근력운동을 일주일에 3일 정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동할 때는 보통 1세트 10~15회씩 3~5세트 반복하는 방식으로 해주는 것이 근육량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늦어도 20~30대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등의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필수다. 근력운동이 어렵다면 수영·실내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이라도 하는 게 좋다.
근육 생성에 필요한 영양소로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B, 비타민D 군이다. 국내 노인의 단백질 하루 권장섭취량은 남자 50g, 여자 45g이다. 노인은 몸무게를 기준으로 1kg당 1~1.2g 정도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은 닭가슴살이나 어류 등이다. 세포 내 단백질 합성을 조절하는 칼륨(K)을 함께 섭취하는 것도 좋다.
칼슘(Ca)은 근육을 형성하는 단백질 '액틴' '미오신'과 결합해 근육의 이완·수축 작용을 유지시킨다. 하루 칼슘 섭취량이 241.5 ㎎/㎗ 이하면 근 감소증 위험이 6.3%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칼슘의 하루 권장섭취량은 50세 미만 1,000㎎, 50세 이하 1,200 ㎎이다.
비타민D와 비타민B6도 필요하다. 비타민D는 칼슘의 체내 흡수를 촉진한다. 비타민B6는 단백질과 아미노산 이용에 쓰인다. 매일 각각의 영양성분을 권장량에 맞춰 섭취하기 힘들면 이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할 수도 있고, 소화기능이 떨어진 노년층은 되도록 체내 흡수가 빠른 액상 형태로 먹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러한 영양소들을 모두 챙겨 섭취하기 어렵다면, 단백질 및 영양 성분이 고루 포함된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도 대안이다.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 '시니어 밀 플러스' 같은 단백질 보충제는 동물성과 식물성 단백질이 균형 있게 함유되었고, 식이섬유와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등이 들어 있어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소를 한 번에 보충해 줄 수 있다. 근육량 증가 및 유지를 위해 운동 후에 먹거나, 식사 대신 혹은 식사 이외에 1회를 추가해 섭취하면 된다.
최근 근 감소증에 걸린 폐경여성에게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에 비타민D3를 병용 처방했더니, 뼈가 튼실해지고 근육섬유가 굵어지는 현상이 발견되었기에 근 감소증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또한, 운동할 때 근육에서 ‘아이리신’이란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 물질만 주입해도 실제 운동을 한 것과 같이 근육 유지, 심장병 위험감소 등의 효과가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네이처에 발표된 적도 있다.
근육량과 근력은 수명에 절대적이다
여름과 겨울은 중장년층 건강이 취약해지기 쉬운 계절이다. 식욕이 떨어져서 식사량이 줄지만 소화가 잘 안 되고, 덥거나 추워서 실내에서만 생활하니 운동량이 떨어져 배는 나오고 팔·다리는 가늘어지는 '거미형' 몸매가 되기 쉽다. 배에는 지방이 쌓이고 팔다리의 근육량은 줄어드는 것이다. 중장년층의 거미형 몸매는 골다공증, 대사증후군, 심장질환 등 질병 위험을 높인다.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의 약 50%는 홍삼류 제품이라고 알려진다. 이번 주에는 설 명절 기간이 시작된다. 고심하며 부모님과 여러 어르신들에게 선물을 고를 때 홍삼류를 포함한 이른바 자양강장성 제품이 주를 이루곤 한다. 하지만 얼마전 TV광고를 시청하니 부모님이 자녀의 집에 찾아와 TV와 연결된 실내 체력단련용 성인 AR/VR 게임기를 함께 하는 모습을 담고있었다.
운동부족, 퇴행성관절염, 오십견, 요통 등…복잡하고 여유 없는 불규칙한 삶을 살다 보면 내 몸을챙길 시간이 없다는 핑계거리가 많이 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움직여야 건강하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상식이다. 건강의 기본이 되는 근육과 관절 건강을 훼손되거나 약화된 후에는 안타깝지만, 어쩌면 백약이 무효일 수도 있다. 건강한 100세시대를 기대한다면 우선 생활습관을 바꾸자.
다시 새해를 맞는다. 금연, 금주, 스트레스 낮추기, 운동 등 신체 건강과 관련된 좋은 습관을 꾸준히 익히고 실천해보자. 신축년을 맞아 독자 제위의 건강하고 활기찬 새해를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