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100세 시대에는 노인의 건강관리와 운동이 중요한 관심사로 등장하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관절이 뻣뻣해지고 근력도 약해져서 활기차게 거동하지 못하면 노인들은 이를 ‘노화’의 결과라고 푸념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 노인의 운동부족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주목해야하는데 기력이 부족해지면 거동까지 불편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노인은 일반적으로 감각 및 지각의 기능장애와 운동통제에 문제를 느낀다. 노인에게 가장 흔한 질병은 관절통(57.8%), 만성요통(32.6%), 고혈압(18.8%), 소화기 질환(18.7%) 등인데 대다수 우리나라 노인들은 2~6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의료나 복지시설의 대비는 어떠하며, 어떻게 해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근래 우리나라에는 노인약학(Geriatric Pharmac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노인의 건강은 약물요법만으로는 잘 유지되지 않는다. 그래서 노인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전문인은 노인을 위한 운동요법에 대한 안목도 갖추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인의 운동생리학적 변화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만성적인 피로와 여러 신체기관에서 질병과 기능적 퇴화가 진행된다. 게다가 사회적 활동으로부터 소외감, 일상의 고독감,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이 가중되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쇠약해지기 쉽다.
중년 이후는 신진대사가 30% 가량 감소하므로 음식섭취량을 줄여도 비만에 빠지기 쉬우며 골밀도는 30~50%가 줄어들어 골다공증 발생위험이 높아진다. 근력도 악력(손아귀 쥐는 힘)은 20% 이상, 골격근 수축력은 40% 이상 감소한다. 여기에 심장 및 각종 내장근육의 힘도 줄어들어 폐활량까지 감소한다.
70대 이후에는 평형감각까지 둔해져 순발력이 필요한 운동을 하기 어려워지고, 척추와 무릎관절에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 전반적인 운동능력이 현저히 감소되고 약화된 근력 때문에 낙상(fall)하여 엉덩이 뼈가 골절되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져 삶의 질이 매우 나빠진다.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위험요인이 증가하는 이유는 골격 및 근육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바른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한데, 심폐지구력, 근력, 그리고 유연성을 고르게 향상시키기 위한 운동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천하는 것이 유익하다.
운동의 효과
적절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시하면 삶에 엄청난 변화와 풍요로움이 찾아온다. 노인이 운동을 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활기차게 움직이면서 생활하려는 것이 아닌가? 이 시기에는 돋보이는 근육미를 위해 무리한 웨이트 운동은 불필요하므로 가장 손쉽고 이로운 운동은 스트레칭이다. 이는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켜 관절의 굳어짐을 예방하며 신체활동의 핵심 부위인 허리를 단단히 지탱해 준다.
규칙적 운동으로 체력이 향상되면,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활동이 가능해진다. 노인의 근육도 젊은이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운동효과가 확실하나 과도한 운동은 심장에 부담을 주거나 근육과 뼈에 무리를 가하므로 운동전문가의 과학적 처방을 근거로 실시하면 더욱 좋다. 특히, 등속성 운동기구나 밴드류를 이용하면 관절에 큰 무리없이 효과적으로 근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규칙적 운동이 제공하는 혜택은 근력과 움직임의 향상, 심장의 수축력 증가, 당대사능의 향상, 지방의 과다축적 방지와 같은 일차적 효과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불안증을 개선하는 이차적 효과도 있다.
근력운동은 적절한 부하를 가하여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으로써 근력과 근지구력을 향상시키고 움직임을 개선시킨다. 근력운동을 하면 노인의 근육량도 증가한다고 보고되었다. 이는 연령 증가와 활동량의 감소에 의해 근량의 감소를 지연시킬 수 있어 낙상이나 골절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기초대사량 저하를 방지하는 것으로 지방이 연소하기 쉬운 신체를 만들어, 비만과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의 예방, 개선 효과가 있는데, 근력운동에 의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것과 골밀도 유지에도 유익하다.
노인의 근력운동
운동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운동부하검사’를 실시한다. 1992년도 오가와의 연구에 의하면, 노화로 유산소성 능력이 감소하는 근본적 원인은 최대 심박수가 감소하여 초래하는 심박출량 감소와 1회 박출량의 감소 때문이었다. 최대 유산소성 능력은 20세 이후부터 평균적으로 매년 1%씩 감소한다. 또한, 72세 노인 피험자에게 6개월 동안 자전거 운동을 시킨 1994년도 바보크의 연구결과, 최대 산소섭취량은 21.7ml/kg/min에서 26.2ml/kg/min로 21%나 향상되었다.
1987년도 스미스와 길리건의 연구에 따르면, 노인의 신체활동 프로그램은 심폐능력 저하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사망까지 초래하는 급성골절의 원인인 골다공증을 예방하는데 유용했다. I형 골다공증은 50~65세에 빈발하며 척추와 아래쪽 요골의 골절을 흔히 일으키는데 여성이 남성보다 8배 높게 발병한다. II형 골다공증은 70세 이상에서 흔한데 대퇴, 골반, 상완골 골절을 일으키며 여성에서 2배 높게 나타난다. 뼈는 직립자세와 근육수축에 관련되므로 척추와 골반의 무기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보다 걷기나 조깅같이 근육자극이 가해지는 운동이 좋고, 체력이 약하거나 골절 경험이 있는 노인에게는 자전거 타기나 수영이 더 좋다는 결과를 얻었다.
노인 운동프로그램의 지향점은 심폐능력의 증진과 골격기능의 유지이다. 노화에 따른 생리적인 기능쇠퇴는 지구력이나 근력강화 운동을 규칙적으로 실행하여 완화시킬 수 있다. 규칙적 운동프로그램을 준수하면 최대산소섭취량 증가, 혈압저하, 인슐린감수성 개선, HDL 증가 및 LDL 감소가 가능하지만 충분한 효과를 얻기까지 장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노인의 운동훈련지침은 젊은층과 유사하더라도 정확하고 정밀한 의학적 검사와 위험요소 평가가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 한국무용이 남녀 노인의 운동능력과 웰니스(wellness) 자각도 향상에 효과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65세 이상 남녀 16명이 12주 동안 한국무용 참가 전후의 근력, 평형성, 유연성, 반응시간의 운동능력과 웰니스 자각도를 측정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남자의 근력, 평형성, 유연성, 반응시간은 모두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둘째, 여자의 근력, 평형성, 유연성은 유의하게 증가하였지만, 반응시간에는 효과가 없었다. 셋째, 남자의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 웰니스는 유의하게 증가하였고, 사회적 건강, 지적건강, 정서적 건강은 유의한 증가가 없었다. 넷째, 여자의 신체적 건강, 사회적 건강, 정신적 건강, 지적 건강 웰니스는 유의하게 증가하였고, 정서적 건강은 유의한 증가가 없었다.
천천히, 점진적으로 시작하며 매일 가능한 종목을 정하여 생활습관을 조정하되 운동계획을 급히 변화시키지 말고 서서히 조절해야 한다. 첫째, 유산소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5~15분 유연체조와 스트레칭, 에어로빅 활동을 함으로써 근육을 준비시키고 심박수를 증가시킨다. 둘째, 운동빈도 및 시간은 1주일에 3회, 1회당 20~30분 유산소운동을 하는데, 지속적으로 60분까지 점차적으로 증가시킨다. 셋째, 가벼운 것부터 시작하여 숨차지 않는 강도로 한다. 운동강도측정을 위해 ‘Kavonen 방법’을 사용하면, 안정시 심박수를 측정하여 운동목표범위를 50~70%로 결정하여 목표 심박수를 ’[최대심박수(220-연령)-안정시 심박수]*0.5+안정시 심박수’로 산출한다. 넷째, 본인이 좋아하는 운동종목을 선택하고 최소한 6주 이상 지속해야 한다(그림 1).
근육이 수명이다(Muscle is Time)
젊을 때부터 하체근육을 비축해야 중년, 노년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계단운동을 젊을 때부터 꾸준히 한다면 소위 가성비 높게 근력을 키워 중년, 노년을 위한 대비에 유익하다. 암 환자는 암보다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있다가 발생하는 ‘근감소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아진다.
근육량이 급격히 줄면 대사를 조절하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몸 안에 염증이 발생하여 치매발생 위험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신경학'(Neurolog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다리근육을 쓰는 달리기는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허벅지 근육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가벼운 걷기나 요가를 한 사람보다 기억력 및 사고력 테스트에서 더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그림1.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출처: 도쿄도립건강장수센터연구소, 조선일보 번역)
노화가 진행되면 허벅지 등 큰 근육이 줄어드는데, 혈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근육이 줄어들면 당뇨가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나라 임상현장에서 당뇨환자가 정기검진을 받을 때 허벅지 근육강화를 위한 적절한 운동요법이나 식이요법 서비스를 제공받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이는 우리의 의료체계가 당뇨환자 800만 시대에 접어들었음에도 아직도 예방이나 케어(care)가 아닌, 중증질환의 치료(cure)와 고도약물요법 패러다임에 머물러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필자는 약사가 지역사회에서 진정한 건강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2022학년도부터 시작하는 6년제 약학교육체계안에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에 대한 기초교과목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 증세가 악화된 환자에게 자가혈당측정기를 구입하여 혈당수치만을 적극 관리하기를 강조하는 지금의 의료/약료 행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최소한 환자 본인에게 적합한 운동강도산출법을 알려주고 허벅지 둘레의 변화를 측정하도록 줄자를 사용해보도록 제안하는 것도 작은 의미의 약업혁신이자 지역사회 건강관리자의 역할은 아닐까?
전국 지역사회약국에 종사하는 3만명의 약사가 방방곡곡에서 800만의 당뇨위험자를 돌보고 약사 1명당 267명의 국민이 값싸고 양질의 건강관리서비스를 받게 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고령화 시대에 하루라도 젊을 때 시작하는 근육운동은 가장 확실하고 가성비 높은 노령연금이자 건강보험인 것이다. 100세 시대의 대비는 국가정책에 앞서 기존의 관행을 탈피하여 의미 있는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