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Prologue!
남사당놀이 vs 양주별산대놀이
편집부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21-02-03 13:50
서편제 이후, 전통 예술을 소재로 해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 ‘왕의 남자’에서는 풍물과 가면극, 줄타기와 인형극 등등의 전통 연희 종목들을 엿볼 수 있다. 국어사전은 연희를 ‘말과 동작으로 재주를 부리는 행위’, ‘각본에 따라 사건이나 인물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무대 예술’로 정의하지만 전통 예술에서 연희의 범주는 곡예와 묘기를 가리키는 재주 부리기, 인형극과 가면극, 노래와 춤, 판소리, 농악, 굿 등으로 좁혀지기도 한다.

전문 예인 집단의 연희, 남사당놀이

“이보게 매호 양반! 저기 저 위에 핀 꽃이 대체 무슨 꽃인가?”

영화 ‘왕의 남자’에 나오는 광대 장생의 첫 대사다. ‘매호 양반’ 혹은 ‘매호씨’라 불리는 이는 남사당놀이에서 광대들과 재담을 주고받는 역할을 하는 어릿광대를 가리킨다. 남사당놀이를 연행하고 전승해온 남사당패는 유랑 예인 집단이다. 그들은 전문적이고 다채로운 기예를 선보였을 뿐 아니라 자신들만의 은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등 독특한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꼭두쇠’가 이끄는 남사당패는 각 종목을 대표하는 ‘뜬쇠’와 종목별로 재주가 출중한 이들을 일컫는 ‘가열’, 신입 광대인 ‘삐리’, 재주를 담당한 무동 ‘새미’와 ‘피조리’ 등 40~50명이 한 패를 이루었다. 매호씨와 재담을 주고받는 뜬쇠들은 주 종목에 따라 줄광대인 ‘어름사니’, 땅재주꾼인 ‘살판쇠’, 대접 돌리는 사람인 ‘버나잽이’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남사당놀이는 크게 여섯 마당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연희 종목들이 남사당패의 레퍼토리에 포함된다. 흥을 돋우는 ‘풍물’로 시작하여 대접이나 접시 등을 나무 막대 끝에 올려 돌리는 ‘버나’, 재주 넘기인 ‘살판’, 줄타기를 가리키는 ‘어름’, 가면극인 ‘덧뵈기’, 꼭두각시놀음으로 알려진 인형극 ‘덜미’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에서 전승되는 전통 인형극으로는 꼭두각시놀음이 유일하다. 1964년에는 남사당놀이 중 꼭두각시놀음만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가 1988년에 여섯 마당이 모두 국가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었다.

지역 공동체의 연희, 양주별산대놀이

양주별산대놀이는 국가무형문화재 제2호이다. 현재는 전문 예인들에 의해 전승되지만, 원래는 지역 공동체의 세시풍속에서 유래한 놀이다. 민중들의 놀이 문화가 왕의 제사 음악인 종묘제례악에 이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이다. 

‘산대놀이’는 고려의 ‘산대잡극’ 혹은 ‘산대연희’가 이어진 우리 전통 가면극의 일종이다. 전통 가면극은 전국 곳곳에서 전승되었는데 북쪽으로는 봉산탈춤과 강령탈춤, 은율탈춤이 있고, 서울 근교로 양주별산대놀이와 송파산대놀이가 전해 내려온다. 경상도에는 익히 알려진 안동의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비롯해 낙동강 서쪽의 통영오광대와 고성오광대, 가산오광대가 전해지며 낙동강 동쪽으로는 동래야류와 수영야류가 있다. 덧뵈기가 포함된 남사당놀이와 관노가면극이 펼쳐지는 강릉단오제, 인형극과 가면극의 요소를 모두 가지는 발탈 그리고 동물 가면을 뒤집어쓰고 노는 사자춤이나 소놀음굿까지 포함하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가면극만 스무 개 가까이 된다.

                                                      '양주별산대놀이(©문화재청)'                         

양주별산대놀이는 중부 지방을 대표하는 탈놀이로, 경기도 양주 지역에서 추석, 단오 등에 연행되었다. 서울의 산대놀이가 파생된 것으로, 서울의 산대놀이를 ‘본산대’ 양주의 산대놀이를 ‘별산대’로 구별하였다. 양주별산대놀이는 다른 지역의 탈놀이에 비해 가면과 극의 내용 모두 사실적인 묘사가 특징으로 꼽힌다. 각 지역의 탈놀이는 탈의 모양을 과장하거나 지역민들이 참여가 두드러지는 등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음악과 춤을 곁들인 종합극의 성격을 띤다는 공통점이 있다. 

2021년의 연희
연희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데에 있다. 광대들은 무시로 객석을 휘젓고 다니며 구경꾼들을 그들의 놀이판으로 끌어들인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고대 제의祭儀에 이르게 되는 이 오래된 공연 양식은, 지금도 여전히 바래지 않은 흥과 신명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게다가 연희판에는 무형문화재를 전승하는 예인들부터 젊고 재주 많은 오늘날의 광대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재기발랄한 즉흥성과 현장 장악력으로 대동단결의 마당을 이끌어 온 광대들은 2020년 무대를 영상 안으로 옮겨야 했다. 공연 영상보다는 농한기에 짚신 삼듯 만든 영상들이 눈에 띈다. 천하제일탈공작소가 전국의 탈춤을 소개하는 ‘명품탈춤-천하제일탈’, 연희집단 The 광대가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역 방언과 무형문화재를 함께 소개하는 ‘재담 리서치-말맛 담기’ 등은 TV 예능 프로그램 못지않게 소소한 재미가 있다. 

유튜브에는 청배연희단이 일찍이 연희집단 The 광대, 연희컴퍼니 유희와 함께 벌인 <연희왕 타이틀 매치 시즌3 – 연희판 도장깨기> 공연 영상이 남아있다. 출사표를 던질 날만 기다리며, 실력을 갈고 닦았을 고수들이 하루 속히 그들의 무대로 돌아오면 좋겠다. 돌아오는 봄날에는 연희판을 훨훨 날아다니는 그들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신명이 세상을 평정하길 바라본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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