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H 는 78세의 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로 일차의료제공자로부터 인슐린 용량 조절에 대한 진료의뢰를 받아 내 클리닉을 방문했다. Mr. H의 의무기록을 읽어 보니 그에게 두 종류의 인슐린이 처방되어 있었다:
인슐린 글라진 (glargine) 12 units 하루 한 번
인슐린 아스파트 (aspart) 4 units 식사15분전마다 하루 세 번
“Mr. H, 인슐린 글라진을 어떻게 사용하시나요?”
“매 식사 15분전 4 unit 씩, 하루 세 번 주사합니다.”
“네? 식사 전마다 세 번 주사하신다고요?”
“예. 글라진은 세 번 맞고 아스파트는 매일 자기 전에 8 unit을 한 번 주사합니다.”
나는 깜짝 놀랐다.
“혹시 밤중에 저혈당의 증상, 예를 들어, 허기지고 기운 없으며 식은 땀이 난 적은 없으세요.”
“네, 밤중에 혈당이 60대로 떨어진 적이 두어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마다 단음식을 좀 먹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스파트 용량을 12 unit에서 8 unit으로 줄였습니다.”
Mr. H는 처방받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종류의 인슐린 - 글라진과 아스파트 – 의 용도에 대해 혼동하고 있었다. 그가 이민자이기 때문에 영어가 서툴러서 약병에 쓰인 라벨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 혼동을 일으킨 한 원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인슐린 상품은 여러 종류가 있고 사용목적이 다르다는 것이 많은 환자들에게 혼동을 준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만드는 호르몬으로 혈액 속에 있는 포도당이 우리 몸의 세포안으로 잘 들어 가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즉, 혈액의 포도당이 세포안으로 잘 들어가면 혈액 속의 포도당의 양이 줄게 되므로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 만드는 인슐린은 한 종류인데 왜 여러 종류의 인슐린 상품들이 사용되고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루동안 우리 몸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경향 (pattern)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먼저 인슐린이 우리 몸에서 하루동안 어떤 경향으로 분비되는 지를 아래 그림 1을 이용하여 설명하기로 한다.
그림1.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24시간 동안의 인슐린 분비 경향.
(그림 출처: www.dtc.ucsf.edu)
그림1은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서 혈중 포도당 농도와 인슐린 농도가 어떻게 24시간동안 변하는 지 보여 준다 (위쪽 그림은 혈중 포도당 농도이고 아래쪽 그림은 인슐린 농도이다). 두 그림 모두 가로축은 시간을 나타내며 세로축은 각각 혈중 포도당 농도 (glucose level)와 인슐린 농도 (insulin level)를 나타낸다. 또, 아래 그림의 가로축은 아침 (breakfast), 점심 (lunch), 저녁 (supper) 식사를 먹는 시간도 화살표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윗 그림에서 0으로 표시된 자정에서 아침식사전까지 혈중 포도당 농도는 약 80-100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 (nighttime)동안 인슐린의 농도도 비교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 중요한 점은 밤중에 혈중 포도당 농도와 인슐린의 농도가 0이 아닌,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의 장기들은 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장기들은 낮과 밤에 관계없이 포도당이 필요하다. 즉, 포도당이 24시간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깨어 있는 동안에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포도당을 얻는다. 하지만, 우리는 밤에 자기 때문에 아무런 음식을 먹지 못하므로 우리 몸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포도당을 조달해야 한다. 이를 맡은 우리 몸의 장기는 간이다 - 간은 외부로부터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밤에 포도당을 만들어 다른 장기들에게 공급한다. 이 때문에 밤중의 혈중 포도당 농도는 0이 아니며 80-100 mg/dL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포도당이 장기의 세포안에 들어가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인슐린이 필요하다. 그래서, 밤중에도 인슐린이 분비된다. 그런데, 밤에는 간이 필요한 양만큼의 포도당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분비되는 인슐린의 양은 많지 않다. 그리고, 밤동안 간이 만들어 내는 포도당의 양은 일정하기 때문에 분비되는 인슐린의 양도 일정하다. 이처럼 적지만 일정한 양의 인슐린은 밤에만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하루 24시간동안 분비된다. 왜냐하면,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기간인 식사와 식사 사이 (예: 아침과 점심식사 사이)에도 포도당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인슐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적지만 일정한 양으로 인슐린이 하루종일 꾸준히 분비되는 것을 기저 인슐린 (basal insulin)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식사를 하게 되면 음식으로부터 갑자기 많은 양의 포도당을 얻게 된다. 그런데, 우리 몸은 혈중 포도당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갑자기 외부로부터 섭취하는 많은 양의 포도당을 처리하기 위해 많은 양의 인슐린을 짧은 시간동안 분비한다. 그림 1의 아래 그림을 보면,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한 다음, 인슐린의 양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1의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외부로부터 많은 양의 포도당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분비되는 많은 양의 인슐린 덕분에 식사 후 혈중 포도당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이와같이 식사직후 짧은 시간동안 많은 양의 인슐린이 분비되는 것을 식사 인슐린 (bolus insulin; meal time insulin)이라고 부른다.
요약하면, 우리 몸은 두 가지 경향으로 인슐린을 분비한다. 하나는 적지만 일정한 양으로 인슐린이 하루종일 꾸준히 분비되는 기저 인슐린, 다른 하나는 식사직후 짧은 시간동안 많은 양으로 분비되는 식사 인슐린이다. 따라서, 인슐린을 약으로 이용하여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조절하려고 할 때 인슐린의 정상적인 분비 경향 – 기저 인슐린과 식사 인슐린 - 을 따라야 효과적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우리 몸은 혈중 포도당 농도를 인지하고 이에 따라 알맞은 양의 인슐린을 분비한다. 하지만,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사하여 혈당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 시시각각 변하는 혈중 포도당 농도를 24시간내내 측정하고 이에 따라 인슐린 양을 조절하여 24시간내내 주입하는 것은 대부분의 환자에게 실용적이지 않다. 그래서, 하루 2-4 회라는 비교적 적은 횟수의 주사로도 하루동안의 혈중 포도당을 조절할 수 있도록 여러 인슐린 상품들이 인슐린의 용도 - 기저 인슐린과 식사 인슐린 -에 따라 개발되었다.
표.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인슐린 상품들 (혼합인슐린 제품은 포함하지 않음).
기저 인슐린의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슐린 상품은 하루 한 번이나 두 번의 피하주사로 일정량의 인슐린이 주사맞은 부위로부터 24시간내내 혈액으로 분비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켜 기저 인슐린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인슐린 상품으로는 인슐린 글라진, 디터머 (determir; 영어로는 데트미어라고 읽는다), 데글루덱 (degludec) 이 있다 (아래 그림 2 참조). 이 인슐린 상품들을 용량에 따라 하루에 두 번 주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인슐린 상품들은 하루에 한 번 주사한다.
그림 2. 주사한 후 시간에 따른 인슐린 상품들의 혈중 인슐린 농도 (괄호안의 시간은 작용시간을 말한다).
인슐린 NPH는 기저 인슐린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작용기간이 24시간동안 지속되지 않아 하루에 두 번 주사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기저 인슐린들은 혈중 농도가 24시간동안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에 비해 NPH는 시간에 따른 혈중 농도의 변동이 커 저혈당의 위험이 더 높다 (그림 2 참조). 하지만, NPH는 주사하고 4-6시간 후에 혈중 인슐린의 농도가 최고로 높아지기 때문에 이 시간에 섭취한 음식으로부터 증가한 혈당을 내릴 수 있다. 즉, 식사 인슐린의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NPH는 기저 인슐린과 식사 인슐린의 두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인슐린 글라진은 두 종류가 있는데 글라진과 글라진-300이 그것이다. 글라진과 글라진-300은 내용물 – 글라진 - 이 같지만 내용물의 농도가 다르다. 글라진은 1 ml에 인슐린 글라진이 100 unit 들어 있지만 글라진-300은 1 ml에 300 units이 들어 있다. 즉, 같은 용량에서 글라진-300은 글라진보다 3배 더 글라진의 농도가 더 높은 것이다. 따라서, 글라진-300은 많은 양의 글라진 용량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유용할 수 있다.
식사 인슐린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슐린 상품은 음식의 섭취로 인한 급격한 혈당증가를 막기 위해 혈당 강하 작용이 빠르게 나타나야 한다. 또, 작용기간이 길어 다음 식사 시간 이후에까지 작용하게 되면 그 식사 전에 주사한 식사 인슐린과 함께 작용할 수 있어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식사 전에 주사한 식사 인슐린이 점심식사 이후까지 작용한다고 하자. 그리고, 이 환자는 점심식사 전에도 식사 인슐린을 주사한다. 그러면, 점심식사 후 몸에 있는 인슐린의 총량이 늘게 되어 저혈당의 위험이 증가한다. 따라서, 식사 인슐린은 작용기간이 다음 식사 전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인슐린 상품은 아스파트 (aspart; 영어로는 애스파트라고 읽는다), 리스프로 (lispro), 글루리신 (glulisine; 영어로는 글루라이신이라고 읽는다) 등이 있다. 이들은 식사 15분전에 주사하고 식사를 하지 않으면 주사를 생략한다.
인슐린 레귤라 (regular)도 식전 인슐린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인슐린 상품은 우리 몸에서 만드는 인슐린과 동일한 것이지만 아스파트, 리스프로, 글루리신에 비해 몇 가지 단점이 있다. 먼저, 인슐린 레귤라는 주사 후 혈당강하 작용이 나타나는 시간이 비교적 느려 식사전 30분전에 주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작용기간이 다른 식전 인슐린 상품보다 좀 길어 저혈당의 위험이 높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종합한 것이 그림 3이다.
그림 3. 생리적인 인슐린 분비 경향을 따르기 위한 기저 인슐린과 식사 인슐린 상품의 사용 방법.
당뇨병 치료를 위해 인슐린을 사용할 때 두 종류의 인슐린이 필요하다. 하나는 기저 인슐린, 다른 하나는 식사 인슐린이다. 이렇게 두 종류의 인슐린이 필요한 이유는 생리적인 인슐린 분비 경향을 따르는 것이 혈당 조절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글라진, 데글루덱과 같은 기저 인슐린은 작용시간이 24시간 또는 이보다 길기 때문에 보통 하루에 한 번 자기전에 주사한다 (그림 3에서 빨간 화살표). 아스파트, 리스프로, 글루리신과 같은 식사 인슐린은 혈당 강하 효과가 빨리 나타나기 때문에 매 식사 15분 전에 주사한다 (그림 3에서 녹색 화살표). 하루 세 번 식사하는 환자의 경우, 이 방법은 하루 네 번 주사를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인슐린의 효과와 저혈당을 방지하기 위해 혈당을 하루에 네 번 이상 측정해야 한다. 즉, 환자에게 많은 것들이 요구되는 방법인 것이다. 그래서, 이를 따르기 어려운 환자의 경우, 이번 블로그에서는 다루지 않겠지만, 기저 인슐린과 식사 인슐린을 혼합한 제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두 종류의 인슐린을 혼합한 제품을 쓰면 하루 주사 횟수를 2-3번으로 줄일 수 있어 환자에게 좀 편리하다. 하지만, 하루에 4번 주사하는 방법보다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는 단점이 있다.
Mr. H 는 기저 인슐린으로 써야 하는 글라진을 식사 인슐린으로, 식사 인슐린으로 써야 하는 아스파트를 기저 인슐린으로 사용해 왔다. 글라진은 작용시간이 느리고 혈중 인슐린 농도가 낮아 식사후 급격히 증가하는 혈당을 낮출 수 없다. 그래서, 식사 후 혈당을 낮추기에 부적합하다. 아스파트는 작용시간이 빠르지만 작용기간이 짧다. 그래서, 기저 인슐린으로 사용할 수 없다. 또, 아스파트는 주사 후 혈중 인슐린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저혈당이 발생하기 쉽다. 그래서, Mr. H는 밤에 저혈당이 두어 번 발생한 것이다. 인슐린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저 인슐린과 식사 인슐린을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필자소개>
-서울대 약학대학, 대학원 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