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초향(排草香)은 우리나라 전국의 양지바른 곳이나 그늘진 곳에도 잘 자라므로 주변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허브식물로서 강한 향을 갖고 있는 우리 토종식물이다. 다양한 쓰임새 때문에 오래 전부터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자리하고 있고 보통 방아잎 또는 방아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줄기가 60-100 cm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줄기는 네모지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계란형 잎은 줄기에 마주나고 밑은 심장형이고 끝은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7-9월에 자잘한 자주색 꽃이 5-10 cm 크기의 원통모양 이삭에 돌려 피며 독특한 강한 향기가 있다. 작은 꽃의 모양은 입술모양으로 윗입술꽃잎은 짧고 2개로 갈라지고 아랫입술꽃잎은 길고 3개로 갈라진다. 꽃받침과 꽃잎은 각각 5개, 수술은 4개이고 그 중 2개는 짧고 2개는 길며 긴 수술은 꽃잎 밖으로 뻗어 있다. 이강웅예(二强雄蘂)로 전형적인 꿀풀과 꽃의 특징이다.
배초향은 한자로 밀칠 ‘排‘(배), 풀 ’草‘(초). 향기 ’香‘(향)자를 쓰는데 배초향의 좋고 강한 향기가 거북한 냄새를 밀어내는 풀이란 이름에서 비롯되었으며 실제로 배초향은 육류요리의 냄새나 또는 추어탕의 비린내를 없애는데 많이 사용한다.
외국에서는 배초향을 한국허브(korean herb)로 소개되어 있다. 속명 아가스타쉐(Agastache)는 희랍어로 ’매우 많다‘는 뜻인 아간(agan)과 ’밀 이삭‘이라는 뜻의 스타키스(stachys)의 합성어로 꽃잎 밖으로 수술이 뻗어있는 꽃 이삭 모습이 마치 긴 수염이 달린 밀 이삭과 닮은 모양에서 비롯되었다. 종명 루고사(rugosa)는 라틴어로 ’주름 많다‘는 의미의 루고수스(rugosus)에서 비롯되었다.
배초향은 봄에 돋아나는 어린 식물을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특히 경상도 지방에서는 바아잎 밀가루 전을 부쳐 먹거나 각종 요리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옛날에 염료로도 이용했다. 배초향 잎의 수요가 많아 산청을 비롯한 경상도 남부지역에서는 배초향을 재배한다.
배초향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명칭과 표준명 사이에 차이가 있어서 다소 혼란스럽다. 배초향을 방아잎이나 방아풀이라고 하는데 방아풀이라는 식물은 따로 있다. 방아풀은 배초향과 동일한 꿀풀과 식물이지만 모양이 다른 식물이다. 한방에서는 꽃과 줄기 말린 전초를 곽향(藿香)이라 하며 소화불량, 감기, 두통, 설사, 구토, 구취에 사용한다. 하지만 곽향이라고 부르는 식물도 따로 있다.
따라서 배초향을 방아잎이라고 하면 정확하지만 방아풀이나 곽향이라고 부르면 구체적으로 어느 식물을 지칭하는 것인지 부정확함으로 이들 명칭을 명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줄기나 잎을 증류해서 얻은 방향수를 곽향로(藿香露)라 하며 항진균작용이 밝혀졌으며 무좀과 백선과 같은 곰팡이(진균) 질환에 효능이 있다. 입에 냄새가 날 때 배초향 달인 물로 가글하거나 양치질 하면 구취 제거에 도움이 된다.
배초향과 관련된 전설도 전해오고 있다. 옛날에 곽향(藿香)이라는 처녀가 올케와 단 둘이서 자매처럼 살고 있었는데 오빠가 전쟁터에 나갔기 때문이다. 하루는 곽향이 오빠가 알려준 약초를 캐러 산에 갔다가 독사에 물려 겨우 집에 돌아왔으나 위독했고 입으로 독을 빼려던 올케마저 독사 독에 중독되었다.
다음날 동네 사람들이 이 들을 발견했을 때는 곽향은 이미 죽었고 올케마저도 죽기 직전이었다. 올케는 동네사람들에게 곽향이 캐온 식물의 약효에 대해서 알려주면서 이 풀을 ‘곽향’이라 불러달라고 부탁하고 역시 죽었다. 더위 먹고 머리 아프면서 속이 울렁거릴 때 좋다고 했다. 배초향의 한약 명칭이 바로 곽향이다.
배초향의 정유성분은 메틸샤비콜(methylchavicol), 아네톨(anethole), 아니스알데하이드(anisaldehyde)이고 항산화성분으로 로즈마린산(rosmarinic acid)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