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약업계의 혁신역량을 자주 언급하다 보니 독자에게 혁신을 마치 타인의 일이나 선택사항처럼 여기는 매너리즘을 조장하지 않았나 싶다. 기업의 존재목적이 이윤추구라지만, 이것도 사업이 영속된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하다. 세계적 불경기나 코로나19와 같이 유래가 없는 충격적 변수를 만나면 생존전략부터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에 기업이 생존하면서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데 참고가 될 다음의 ‘NEXT 전략’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NEXT 전략이란?
Nature: 기업은 현재를 진단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1)조직과 인적자원 측면의 강약점 파악, (2)사업경쟁력 파악, (3)성장전략 파악, (4)기술로드맵 파악이 필요하다. 이를 행하면 기업의 핵심역량과 발견된 문제와의 간극(gap)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과제와 실행전략의 수립이 수월해진다. Environment: 기업은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3C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1)Customer의 needs, wants, seeds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 (2)Competitor의 전략, 관리, 혁신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 (3)Change 곧 세상이 변화하는 것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이 포함된다.
X-project: 기업은 미래성장을 위해서 ‘비밀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준비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1)인재육성 프로젝트, (2)신사업 프로젝트, (3)신제품 프로젝트, (4)사업의 본질을 바꿀 블루오션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Technology: 기업은 각종 기술을 조화시켜 불확실한 미래상황을 주도하도록 바뀌어야 하는데, (1)관리기술 개발, (2)고유기술 개발, (3)자사기술 공유 체계화, (4)기술에 의한 신기능 발굴 및 사업으로 연계시키는 지식경영의 실천 등이 NEXT전략의 구성요소들이다.
그렇다고 NEXT전략을 아무 조직이나 쉽게 실행할 수 없다. 첫째, 주인의식과 조직문화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강한조직의 전제조건은 신뢰이며, 신뢰란 상대의 행동이 예측가능하여 상호 긍정적 영향을 주고,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논란과 갈등이 줄어들어 주인의식과 시너지 창출의 에너지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핵심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핵심가치란 구성원이 생각하는 바에 대한 공유에서 시작되며 구성원의 업무수행 원칙과 기준에 영향을 준다.
셋째, CEO의 국제화 역량이 갖춰져야 하는데, 여기에는 글로벌 경영을 수행할 (1)시스템적 사고에 기반한 분석력, (2)생각은 크지만 행동은 작게 추진하는 전략적 민첩성, (3)세계 시장에 지속적으로 사업전략을 적용하는 글로벌 마인드, (4)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역량, (5)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양질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는 네트워크 역량, (6)해외시장의 거래처 및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역량이 필요하다.
과제 해결에의 유용한 도구
경영전략을 수립, 실행하기 위한 다양한 경영모델과 분석도구가 이미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기업수준의 전략에는 (1)BCG 매트릭스 전략, (2)다각화 전략, (3)수평적 통합 전략, (4)수직적 통합 전략, (5)아웃소싱 전략, (6)국제화 전략 등이 있고, 본원적 경쟁전략에는 (1)원가우위 전략, (2)차별화 전략, (3)집중화 전략 등이 있다. 이번에는 기업수준의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
-BCG 매트릭스 전략
기업은 각 사업단위에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 기업이 어떤 사업을 전개하여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지속적 성장을 달성할 지 선택 또는 포기를 결정하는 것이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이 전략은 기존 사업뿐만 아니라 전략적 사업단위(strategic business unit, SBU)를 위해서도 신중히 수립해야 한다.
조직의 사업포트폴리오와 각 SBU를 평가, 분석하는 일반적 모형이 BCG 매트릭스이다. Boston Consulting Group (BCG)이 개발했으며 4개의 상한에 제품이나 서비스 영역을 분류한 뒤 시장의 성장률과 점유율을 활용하여 어떤 사업영역에서 기업의 위치와 성과 및 시장매력도를 평가하고 해당 SBU를 유지, 철수할 지 주기적으로 결정한다(그림 1).
4가지 비즈니스 영역(business domain)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1)유망사업(Stars)이란, 시장성장률과 시장점유율이 높은 분야이므로 투자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2)자금원천사업(Cash Cows)이란, 돈이 되는 ‘젖소’처럼 저성장, 고점유 사업이며 성장이 낮아 신규투자는 필요 없으나 시장지위가 확립되어 상대적으로 투자비용은 적고 현금수지의 잉여를 가져다 준다. (3)쇠퇴산업(Dogs)이란, 싸움에 진 ‘개’처럼 저성장, 저점유 분야이고, 가망이 없으므로 처분할 수 있을 때 신속히 퇴출, 철수시켜야 한다. (4)문제사업(Question Marks)이란, ‘문제아(problem child)’처럼 성장률은 높으나 점유율은 낮아 수익이 낮으므로 현금 운용을 주의해야 한다. 개발도상국 중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높고 산업화가 빨리 진전되는 즉, 떠오르는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각화 전략
다각화 전략(Diversification Strategy)이란, 보유한 자원을 활용하여 기존사업과 관련된 분야 혹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성장추구형 전략이다. 크게는 ‘관련 다각화 전략(related diversification strategy)’과 ‘비관련 다각화 전략(unrelated diversification strategy)’으로 나누는데 관련 다각화란, 기업의 기존 가치사슬과 공통되거나 연관성 있는 1~2요소를 가진 영역으로서 기업의 활동을 확대시키며 이러한 연관성은 제조, 마케팅, 물류관리, 기술적 공통성에 근거한다. 반면, 비관련 다각화는 전혀 공통성이 없는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경영활동을 다각화하는 것이다.
초기의 다각화 전략은 기존영역과 무관한 비관련 부문으로 주로 시도했으나, 현대는 기업의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일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관리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기업이 보유한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관련 다각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것은 생산과정에서 제품에 공통적으로 투입되는 생산요소로 인하여 투입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범위의 경제성(economies of scope, 한 기업이 2가지 이상 제품을 동시에 생산할 때 소요되는 비용은 별개의 두 기업이 각각 한 제품을 생산할 때 비용을 합한 것 보다 적게 발생한다는 이론)이 가능해져 기업의 수익률을 증대시키는 효과도 있다.
다각화 전략을 수립할 때 주의할 사항은, 대상 산업이 (1)구조적으로 매력적이어야 하며, (2)다각화를 통해 진입할 신규사업이 기업의 사업간 경쟁우위 확보에 기여해야 하며, (3)진입비용이 잠재수익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한편, 기업의 지속적 성장발전을 위해 무분별한 다각화를 추진하거나 급속히 기업규모를 확대시키면 기업생존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그림 2).
-수평적 통합전략
수평적 통합전략(Horizontal Integration Strategy)이란, 기업이 시장에서 규모와 범위의 상승효과를 위하여 유사업종과 제휴, 인수, 합병하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규모가 확대되면 수평적 통합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격선도자(price leader) 역할을 수행하려고 동종 기업을 인수, 합병해 활동 범위, 지리적 범위, 기업 규모를 확대하는 속성이 있다. 이를 통해 생산설비능력을 증가시켜 생산규모를 확대시키고 판매망을 강화할 수 있으며 판매량의 증가로 기업의 자금조달력도 강해지는 다양한 유익이 있다(그림 2).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통합이 기업의 수평적 통합전략의 좋은 사례이다.
-수직적 통합전략
수직적 통합전략(Vertical Integration Strategy)이란, 공급과정을 기술적으로 구분하는 생산, 유통, 판매와 같은 핵심적 경영활동 일부를 통제하는 전략으로써 단일기업 내부의 통합을 의미한다. 보통 ‘전방통합’과 ‘후방통합’의 2가지로 구분하는데, 전방통합은 원료를 공급하거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 비용절감 목적으로 산출물에 대한 유통 및 판매 부문을 통제하고 유통채널이나 사후 서비스와 같이 소비자 방향으로 기업통합을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그림 2). 자동차를 제조하는 기업이 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역까지 진출하는 것이 전방통합의 사례이다.
한편, 후방통합이란 생산기업이 공급자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생산비용의 절감을 위해 원재료에 대한 소유권과 경제활동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원재료나 부품관련 공급기업을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를 제조하는 기업이 엔진부품이나 타이어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좋은 예이다.
-아웃소싱 전략
아웃소싱 전략(Outsourcing Strategy)이란 기업이 특정 프로젝트나 제품의 생산, 유통, 용역부터 정보화나 정보시스템 개발, 고객관리 같은 내부의 업무 일부를 외부에 위탁,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아웃소싱의 장점은 경쟁이 심화될 때 빠르게 전문성을 높이고, 내부조직을 통한 활동(in-house sourcing) 비용보다 외부를 통한 활동이 원가절감효과까지 있어 한정된 자원을 기업의 핵심역량에 집중하여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외주업체에 너무 의존하면 가격상승이 유발되어 본래의 원가절감 취지를 벗어나고, 계획과 통제권의 상실로 경영의 불확실성이 증가되며, 외주업체와 의사소통의 한계 때문에 핵심정보를 놓치는 정보의 부재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국제화 전략
특정 기업이 외국으로 시장을 확대시키는 것이 국제화 전략(Globalization Strategy)이다. 국내시장에서만 활동하던 기업에게는 대규모 시장을 개척하여 투자비용 회수, 규모의 경제 실현, 저생산원가 지역에 공장을 설립함으로써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최근 기업이 글로벌 전략을 선택하는 이유는 의사소통과 수송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비록 국가는 달라도 소비자의 기호와 취미가 통일되었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여 비용절감과 품질향상, 고객만족도 향상, 가격경쟁수단의 강화와 같은 부가적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풀기 어려우면 잘게 쪼개어 접근하라는 말이 있다. 문제를 푸는 능력이란 문제상황을 잘게 나누어 세밀히 파고드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새천년에 들어서자 15년 만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회자되었다. 하지만 미처 대비하기도 전에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라는 변화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제는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와 동선까지 알려주는 경고메시지에도 무감각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예방백신과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시험 소식은 여기저기서 들려오지만, 이 같은 의약품이 보급되더라도 이미 일상화 되어버린 비대면적 생활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어쩌면 다시 되돌아 갈수 없는 비가역적인 변화를 겪고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적으로 1차~3차 산업혁명을 겪은 국가가 이전 상태로 회귀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변화의 속도와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의 약업계도 지속적으로 변환기를 맞고있다. 더구나 지금은 사회경제적, 산업적으로 기업과 개인이 생존까지 위협받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생존을 위한 혁신인지 성장을 위한 혁신인지 구분이 안되어도 별 차이는 없을 듯하다. 훗날 위기가 지나가고 자신이 생존해있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위기 가운데서도 큰 문제를 잘게 잘라서 조금씩 적응과 혁신에 성공했다는 증거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