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실행력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구현되는가? 이 질문은 약업계 종사자 누구나 고민하는 주제이다.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이 한 시대를 견인하도록 정착되는 모델은, (1)대학에서 개념적 이론을 창안하고, (2)컨설팅 회사가 구체적 실행방법론을 디자인하며, (3)개별 기업들이 채택, 실천하면서 성공트렌드로 정착되는 과정이라고 알려진다.
그러면 약업계도 이러한 패턴을 따르는가? 필자가 예전에 제안 한 것처럼 약업계의 혁신 패러다임은 지역약사회를 중심으로 약학대학, 경영전문대학원 등과 연구를 바탕으로 자본, 기술, 인력, 조직을 갖춘 토종 체인약국기업이나 헬스케어솔류션 기업과 연계하여 추진하는 것이 성공의 가능성이 높고 확대 실시할 때 저항감도 낮을 것이다.
약업현장에 소개된 POS system, DUR, CDSS, 전자처방전과 전자약료기록시스템, 약물이상반응 신고 및 관리, Self-care, 세이프약국 등은 약국의 내부로 향하는 내향형(inbound) 혁신체계라고 볼 수 있고, 방문약료, DTC기반 건강관리, 원격약료관리시스템 등은 외향형(outbound) 혁신이다. 약국의 역할과 기능의 관점에서 현행 약국모델은 혁신의 방향성은 알지만 환골탈태를 하지 못하고 10여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이번에는 혁신의 동력인 실행력의 본질을 고찰하고자 한다.
실행력의 두가지 조건
‘실행력’이란, 수립한 목표를 기간내 완수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구성원이 자기 고객이 원하는 차별화된 가치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성과를 만들어야 실행력을 갖춘 조직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는 ‘바탕시스템’이고, 둘째는 ‘조직원의 의지’이다. 바탕시스템은 조직구조나 프로세스와 같은 인프라를 말한다.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뜻이다. 이것을 쇼트트랙 계주경기로 설명하면, 팀의 선수들은 각자가 맡은 구간뿐 아니라 전체 경기의 판세를 결정하도록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결승점(고객)을 향해 질주할 수 있게 짜여야 한다는 뜻이다.
고객중심의 경계가 허물어진 조직
기업의 존재목적은 고객의 욕구충족과 만족이므로 실행력이란 고객의 요구를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충족시켰는지로 가늠한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고객의 요구사항도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이것은 하나의 조직이나 부서가 단독으로 대처할 수준을 넘어섰기에 기존의 기능중심조직에서 자주 생기는 부서간 경계벽 쌓기, 이른바 ‘사일로(silo) 현상’이 심해지면 고객의 복잡한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대응하려면 다양한 사업부 기능을 복합적으로 아우르는 부서(cross-functional team)를 만드는 것이 실행력 극대화에 필요하다. 한 예로써, 위기에 처한 닛산자동차에 회장으로 부임한 카를로스 곤은 극심한 관료주의로 젖은 조직을 다양한 구성 팀을 상호연계시켜 고객이 원하는 신차를 개발하도록 조직의 협력활동을 구조화 했고 ‘큐브’와 같은 세계적인 신제품을 성공시켰다.
소그룹 위주의 수평적 조직
직원의 자발성은 실행력에 필수조건이다. 기업의 핵심가치 실현을 위해 직원이 얼마나 적극적, 자발적 행동하는지 여부가 기업의 실행력을 결정하며, 자발적 행동을 위해서는 개인의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단위조직의 규모가 작은 것이 효과적이다. 팀원 50명짜리 조직에서 1명이 내는 목소리는 전체의 2%에 불과하나 5명 조직에서 1명의 의견은 20%이다. 그만큼 의사결정의 비중이 커져 책임감을 느끼고 임무를 완수하는 동기도 강해진다. 구성원의 수가 작아지면 소통에 소요되는 시간이 급격히 감소해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구글의 경우, 제품개발팀들의 평균 팀원 수는 3명이다. 팀이 작으면 설득할 인원과 관리부담이 작아지고 구성원의 창의성은 극대화 된다. 물론, 단위조직이 작으면 단위조직의 수가 증가하므로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권한(자율성)을 충분히 부여하지 않으면 조직간 소통이나 의사결정에 긴 시간이 소요되어 오히려 실행력이 저하된다. 그래서 충분한 권한위임과 자율성을 보장하여 업무에 대한 소유의식을 높여야 하고 동시에 조직의 계층(결재단계)을 줄여 수평적 조직을 구현해야 한다. 최근 방문한 온누리약국체인의 본사는 사무실 격벽을 투명유리로 바꾸고 전통적 사무실 환경을 다양한 공간을 만들고 언제 어디서나 선택하여 일하는 환경으로 개선한 점이 퍽 인상적이었다.
공식 및 비공식 조직간 조화
비공식조직이란 이해관계나 공통관심사에 따른 자연발생적 집단이다. 일부 직원은 일보다 비공식 조직활동에 임할 때 몰입도가 증가한다. 아직까지 국내의 많은 기업은 인력, 비용 등 가용자원 부족 때문에 직원에게 자율적 시간을 부여한다는 것은 이상적인 상황이고, 또한 자유를 누려본 일이 없는 직원에게 자율적 시간을 보장한다고 구글이나 3M처럼 창의적이고 혁신적 결과를 창출할 지도 미지수다.
다수의 기업은 공식조직하에서 혁신 제품과 서비스도 개발하며 기존 조직의 비혁신적 문화를 탈피할 방안을 모색 중인데, 어느정도 부합하는 것이 이른바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이다. 이는 기존 사업이나 제품을 담당하는 ‘오른손 조직’과 더불어 신사업이나 혁신제품을 담당하는 ‘왼손 조직’을 함께 운영하는 개념인데, 왼손 조직은 수평적 조직구조, 자율적 조직문화, 장기관점의 성과평가방식 및 보상을 지향하므로 하나의 기업 안에 이질적 문화를 가진 두개의 조직이 운영되는 셈이다.
실행에 대한 직원의 의지
기업의 실행력 강화에 바탕시스템 구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구성원 스스로 실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실행의지를 강화하는 핵심방안은 (1)권한위임을 통한 현장중심 경영과 (2)실패를 용인하고 장려하는 문화의 정착이다. 구성원의 자발성은 강한 실행력의 원천이다.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은 자발적으로 행동한다. 이를 위해 수행과정에 상당한 의사결정권한을 부여하고 또 필요한 기술, 지식, 정보도 함께 제공해야 효과가 커진다. 인류사에 크게 기여한 혁신제품들은 모두 수백~수천 번 실패를 거쳐 얻어진 것이다. 실패를 통해 축적된 교훈과 노하우가 큰 성공을 가져다 준다. 실패한 직원을 호되게 질책하지 않고 오히려 실패를 통해 새로운 성공가능성을 찾도록 ‘창조적 실패’를 장려하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실행에 강한 조직의 구축방안
실행력이 강한 조직이 되려면, (1)확실히 공유된 비전, (2)효율적인 조직구조, (3)구성원들에 대한 동기부여 제도 등이 구비되어야 한다. 현 조직의 실행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실행력을 결정하는 세부요인별 문제와 원인을 파헤친 후, 근본적으로 바꿀 체계적 해법(solution)이 제시되어야 한다. 실행력을 높이려면 조직의 체질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노력과 고통이 수반된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개발된 진단(Discover)-재설계(Invent)-실행(Deliver)의 3단계(D-I-D) 접근방식을 대안으로 여기에 소개한다(그림 1).
그림 1. D-I-D 접근방법(출처: DBR)
첫 단계인 ‘진단’에서 명확한 지향점과 방향을 도출한다. 고객이 누구이고, 니즈가 무엇인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이 지향할 미래상은 무엇인지 뚜렷이 정의해야 한다. 이어 내부관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러기 위해서 경영환경분석, 전략 및 내부역량분석을 시행하며 선진기업 및 경쟁사에 대한 벤치마킹도 필요하다. 비전, 핵심가치, 조직구조, 리더십, 조직문화, 프로세스, 인사체계 등 조직 전 영역에 대한 진단으로 문제점을 도출하고 갭(gap)분석을 실시한다. 도출된 문제점은 Invent 단계의 세부설계작업에 반영되어야 혁신프로세스의 성공여부가 보장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진단기준을 정하는 것이다(그림 2). 마지막 Deliver단계는 상세설계안이 효과적으로 정착되도록 실천하는 단계이며 내부이해자 분석, 소통 및 변화관리전략 수립, 이에 기초한 종합실행계획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만 성공확률도 높아진다.
그림 2. 조직의 실행력 진단요소(출처: DBR)
실행력 강화작업은 경영전반을 개조하는 것으로, 단순히 제도나 구조의 변화를 넘어 구성원의 인식변화가 요구되는 지난한 과정이다. 앞선 글의 동화에서 예를 들었 듯이, 공주의 병을 고치러 삼형제가 타고 날아간 마법의 양탄자는 기획력과 리더십으로 수놓아진 매우 가치 있는 보물이다.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