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산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봄꽃 중에 애기똥풀이 있다. 애기똥풀은 양귀비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로서 마을 근처 볕이 잘 들거나 반 그늘진 풀밭에 무리지어 자라고 전국에 분포되어 있으며 봄에 노란 꽃을 피워서 봄의 들녘을 온통 꽃 장식하는데 크게 기여한다.
이른 봄철에 뿌리에서 돋아날 때는 흰 털로 덥혀 있을 정도로 털이 많으며 크게 자란 후에도 털이 많이 남아있다. 줄기는 30-50 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고 가지가 갈라지며 잎은 줄기에 어긋나고 잎은 입자루가 있으며 깃꼴 모양으로 한두 번 깊게 갈라진다.
5월 경 입 겨드랑이에서 길게 뻗어 나온 꽃자루에 노란 꽃이 여러 송이 달리며 꽃이 지고 나면 3-4 센티미터 정도의 가늘고 기다란 기둥 모양의 열매가 달리고 열매 속에는 60 여개의 검은 씨앗이 들어있다. 8월 늦은 여름까지 피어 있음으로 개화기간이 긴 식물이다. 개화기간이 길다보니 개화를 앞둔 꽃봉오리를 비롯해서 꽃과 험께 열매를 동시에 모두 볼 수 있다.
줄기나 잎을 자르면 노란 액이 나오는데 마치 어린아이 똥 같다고 해서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으며 지방에 따라서는 ‘젖풀’ 또는 ‘까치다리‘라고도 부른다.
꽃받침은 2개이고 꽃잎은 4개 수술은 20개 정도로 많으며 암술은 1개이다. 수술은 꽃잎과 동일한 노란색으로 위를 향해 돌출되어 있으며 암술은 푸른색이고 끝이 얕게 갈라진다. 꽃 모양은 크기가 약간 작을 뿐 피나물이나 매미풀의 꽃을 닮았다.
어린잎을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노란 즙액에 독성이 있음으로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애기똥풀은 매우 유용한 약초로서 약이 부족하던 시절 민간약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었으며 천연염료로도 응용되었다. 한방에서는 꽃과 잎, 줄기, 뿌리를 건조한 것을 백굴채(白屈菜)라 하며 진통, 진핵, 이뇨에 효능이 있으며 백일해, 기관지염에 사용한다.
간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으로 사용상에 주의를 요한다. 외용으로 뱀에 물렸을 때 생풀의 즙을 내어 바르기도 하며 무좀치료에도 사용하고 특히 사마귀에 노란 즙액을 바르면 사마귀가 잘 떨어진다. 염료로서는 노란색이나 짙은 황색으로 염색하는데 치자 못지않게 아름다운 색으로 염색된다.
속명 첼리도니움(Chelidonium)은 ‘제비’라는 뜻의 희랍어 켈리돈(chelidon)에서 유래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때쯤 꽃이 핀다고 해서이다. 또는 다른 설명도 있다.
제비가 알에서 부화할 때 새끼제비의 눈이 잘 뜨이지 않으면 어미제비가 애기똥풀의 유액을 가져다 애기제비 눈에 발라준다. 곧 새끼제비의 눈이 뜨여서 맑아진다고 하며 이런 사연으로 제비라는 뜻의 켈리돈이 애기똥풀의 속명이 되었다고 전한다. 종명 마유스(majus)는 ‘더 크다’는 뜻의 라틴어 이다.
애기똥풀 씨앗에는 개미를 유인하는 엘라이오좀(elaiosome)이라고 하는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다육질 구조물이 부착되어 있다. 일개미들이 애기똥풀 씨앗을 개미집으로 옮겨서 저장하고 먹이로 이용한다고 한다. 엘라이오좀만을 갉아먹고 씨앗을 주변에 버리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씨앗을 이동시켜 퍼뜨리는데 개미가 크게 기여하게 된다.
엘라이오좀이 부착된 씨앗을 생산하는 식물은 지구상에 11,000종이나 알려져 있다. 생태학적으로 개미와 식물이 상호간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호혜적 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17세기 경 유럽의 식민지 개척시대 유럽산 애기똥풀이 북미에 전파되었고 피부병에 유일한 치료제로서 각광받게 되어 북미에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한다. 영어명은 그레이터 셀런다인(greater celandine)이다.
애기똥풀에는 알칼로이드가 여러 종 함유되어 있다. 첼리도닌(chelidonine), 프로토핀(protopine), 스틸로핀(stylopine)이 함유되어 있다. 백굴채의 추출액이 항종양작용이 탁월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훌륭한 항암제 개발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