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무릇(Scilla scilloides)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기자 webmaster@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20-01-22 12:18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할 무렵인 7월경에서부터 9월 초가을에 접어들 무렵에 우리나라 전국의 밭이나 풀밭 또는 산기슭에 자라는 풀 중에 소박한 분홍색 꽃을 피우는 무릇이라는 식물이 있다.

70~80대 이상 연령층 세대는 식량 부족으로 춘궁기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초근목피로 연명해야 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연명에 도움을 준 것이 바로 풀뿌리와 나무껍질이다. 무릇도 대표적인 구황식물의 하나였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무릇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무릇은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일본과 중국에도 분포하지만,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비늘줄기로 형성된 알뿌리를 갖고 있으며 겉은 흑갈색 껍질로 싸여있다.

무릇은 봄과 가을에 잎이 2개씩 2차례 돋아나는데 봄철에 뿌리에서 좁고 기다란 형태의 칼날 같은 잎이 2개가 돋아나지만, 꽃줄기가 돋아나면서 말라 없어지고 다시 2개의 잎이 마주 보고 돋아난다.

꽃줄기는 20~50cm 정도로 곧게 자라고 7~9월에 줄기 끝부분 4~7cm에 자잘한 꽃송이들이 달리게 됨으로써 이삭 모양을 형성하게 된다. 꽃은 연분홍색으로 작은 꽃 하나하나는 6개의 꽃잎, 수술 6개, 암술 1개가 있고 꽃잎은 수평으로 배열되고 수술대는 밖으로 돌출하며 암술대는 짧고 끝이 뾰족하다. 무릇꽃의 전체모습이 맥문동꽃과 닮은 점이 많지만 구별하기가 어렵지 않다.

맥문동은 정원이나 길가에 심어져 있어서 길을 가다가도 쉽게 만날 수 있고 또한 뿌리에서 칼 같은 좁은 잎이 많이 돋아난다. 무릇은 잎이 2개이고 곧게 서지 못하고 휘어져 있으므로 보통 꽃대만 보이며 야생에서만 볼 수 있다. 또한 무릇 꽃송이는 윗부분이 약간 휘어진 모습이지만 맥문동 꽃대는 휘어지지 않고 곧게 서 있다. 흰 꽃을 피우는 개체도 있으며 흰무릇이라고 한다.

무릇의 어린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는데 매운맛이 있음으로 물로 우려낸 다음에 식용해야 한다. 꽃줄기는 대나무 대신에 복조리를 만드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알뿌리는 식용 또는 약용으로 사용했으며 알뿌리 껍질을 벗기고 가마솥에서 오랜 시간 졸이면 조청처럼 단맛이 나는 엿이 된다. 옛날 아이들에게 군것질 대용으로 훌륭한 역할을 했다.

학명의 속명 스킬라(Scilla)는 해총(海怱)을 뜻하는 희랍어 스킬(squill)에서 유래했으며 ‘구근식물’의 희랍어이기도 하다. 종명 스킬로이데스(scilloides)는 ‘해총을 닮았다’는 뜻이다, 무릇의 알뿌리 모양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릇을 물구지 또는 물구라 부르기도 하며 무릇의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무릇’의 사전적 의미는 ‘대체로 헤아려 보건대’라는 뜻의 부사이다. 이런 부사적 표현이 왜 꽃 이름으로 등장한 것일까?

샘물처럼 물이 많이 나는 땅 위에 자란다는 뜻의 ‘물웃’을 무릇의 어원으로 설명하는 학자도 있으나 무릇은 물가 가까운 곳에 자라는 식물이 아니므로 ‘물웃’설은 무릇의 생태와 맞지 않아 타당성이 부족하다.

‘무릇’이 들어간 식물의 공통점은 대체로 식용이거나 약제로 사용되는 굵은 알뿌리를 갖고 있다. 중의 무릇, 꽃무릇(석산), 끼무릇(반하), 까치무릇(산자고), 가재무릇(얼레지), 두메무릇(개감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두 알뿌리를 갖는 식물이다.

그래서 ‘무릇’의 의미는 식물의 굵은 알뿌리를 총칭하는 옛 이름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 어쩌면 무릇은 ‘물엿‘에서 나온 이름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무릇으로 물엿을 만들어 먹었으니 말이다.

한방에서는 알뿌리를 면조아(綿棗兒), 또는 천산(天蒜)이라 하고 부기를 가라앉히고 해독, 통증완화, 근골통에 사용하며 약리실험에서는 디기달리스와 같은 강심작용이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알려진 성분으로는 아밀로펙틴(amylopectin), 이눌린(inulin), 프로스킬라리딘(proscillaridin)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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