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분홍바늘꽃은 북방계 식물로서 강원도 이북의 높은 산의 볕이 잘 드는 풀밭에 자라는 바늘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이다. 평안도와 함경도 그리고 백두산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중국 동북부 지역과 몽골 그리고 시베리아 평원에 많이 분포한다.
원래 분홍바늘꽃은 무리 지어 자라지만 우리나라는 분홍바늘꽃이 자랄 수 있는 남방한계선 지역이라 자생지도 개체 수도 적어서 무리 지어 자라는 광경은 볼 수가 없으며 환경 변화에 민감해서 멸종 위험성이 높은 종이다. 지금은 해제되었지만 1998년까지만 해도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했다.
불이 난 지역에 제일 먼저 자리 잡는 식물이 분홍바늘꽃이며 5~6년 지나면 관목과 나무가 자라기 시작해서 나무숲으로 바뀐다. 무리 지어 자라는 분홍바늘꽃의 장관을 경험하려면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을 해야 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는 9천 킬로미터가 넘는 장거리이며 바이칼 호수를 거쳐 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가면 1주일 정도 걸린다. 6~7월 여름철에 기차가 달리는 철로 변 평원에는 북방계 식물들이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으며 그 많은 야생화 중에서도 무리 지어 자라는 분홍바늘꽃은 감탄할만한 풍경으로 알려져 있다.
줄기는 1~1.5 미터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가지는 치지 않는다. 잎은 좁고 기다란 장방형으로 줄기를 나선형으로 돌면서 어긋나고 뿌리는 옆으로 퍼지면서 번식한다. 추운 지방에 자라는 식물임에도 줄기와 잎에는 털이 없다.
6~8월경에 줄기 윗부분이 꽃대로 변하여 꽃봉오리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꽃이 밑에서 위로 올라가며 차례로 분홍색 꽃을 피운다. 꽃송이에 붙어있는 꽃자루처럼 보이는 부분은 씨방으로 이것이 자라서 꽃이 지고 나면 가늘고 기다란 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된다.
꽃받침과 꽃잎은 각각 4개이고 수술 8개 그리고 암술은 1개로서 암술머리는 4갈래로 갈라져 뒤로 말리고 암술과 수술이 완전히 꽃잎 밖으로 노출되어 있다. 열매는 삭과로서 익으면 4갈래로 갈라지는데 열매 한 개에 300~400개의 갈색 씨앗이 들어있으며 부드러운 흰색 갓 털이 붙어있다.
생육 조건이 맞지 않으면 몇 년 동안이나 휴면한 후에도 싹이 틀 수 있다. 꽃이 피는 줄기 윗부분에는 꽃송이마다 가는 바늘잎처럼 생긴 포엽이 있으며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지고 작아진다. 꽃의 밑이나 가까이에 있고 보통의 잎과 형태가 약간 다른 것을 포엽(苞葉)이라 한다.
분홍바늘꽃 이름의 유래는 분홍색 꽃을 피우는 바늘꽃이라는 뜻이며 바늘꽃이라는 이름은 꽃잎 아래 씨방이 가늘고 길게 자라며 이렇게 자란 열매 모습이 뜨개질에 사용하는 대바늘을 닮았다 하여 부쳐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는 11종의 바늘꽃이 자생하며 그중에서 분홍바늘꽃이 크고 화사한 분홍색 꽃을 피워서 바늘꽃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 영어명은 화이어위드(fireweed)라 하는데 불탄 자리에 제일 먼저 돋아나 자라는 식물이 분홍바늘꽃이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속명 에필로비움(Epilobium)은 희랍어로 ‘위‘라는 뜻의 에피(epi)와 ’꼬투리‘라는 뜻의 로보스(lobos)의 합성어로서 꽃잎이 씨방을 덮고 있다는 뜻이다. 종명 안구스티폴리움(angustifolium)은 리틴어로 ‘좁다‘ 는 뜻의 안구스투스(angustus)와 ’잎‘을 뜻하는 폴리움(folium)의 합성어로 ’좁은 잎‘이라는 뜻이다.
전초(全草)말린 것을 홍쾌자(紅筷子)라 하며 젖이 나오지 않을 때나 소화불량으로 인한 복부팽만에 효능이 있다. 뿌리를 나우(糯芋)라 하여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멎게 한다. 분홍바늘꽃은 북미지역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른 봄에 어린싹을 수집해서 식용한다고 하며 성장한 잎은 질기고 쓴맛이 난다. 껍질을 벗긴 줄기를 생으로도 먹는데 비타민 C와 프로비타민 A가 많다고 한다. 잎을 발효시킨 후 차로 마시며 개밥 제조에 혼합하기도 한다.
찰과상이나 곪은 데 생 줄기를 부처 놓으면 빨리 치료된다고 한다. 식물 성분으로 우르솔산(ursolic acid), 올레아놀산(oleanolic acid) 그리고 노나코잔(nonacosane)이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