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칡(Pueraria thunbergiana)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기자 webmaster@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18-12-12 11:20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칡은 잘 알려진 콩과에 속하는 낙엽 덩굴식물이다. 전국 산기슭의 양지바른 곳이나 잡목림에서 줄기가 지면을 덮거나 나무줄기를 타고 뻗어 나가면서 10미터 이상 자란다. 줄기는 가늘고 단단하며 밑 부분은 목질화되어 나무처럼 보이고 어린줄기는 황갈색 털로 덮여있다.

잎은 기다란 잎자루를 가진 작은 잎 3장으로 구성된 겹잎(삼출 겹잎)으로 마디마다 어긋난다. 작은 잎은 달걀 모양이며 가장자리가 2~3갈래로 얕게 갈라진다. 칡은 본래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등 동양에만 분포되어 있었으나 19세기경에 북미에도 귀화해 자란다.

7~8월에 잎겨드랑이에서 자라나온 꽃대에 나비 모양의 홍자색 꽃이 이삭 모양으로 뭉쳐서 핀다. 꽃은 이삭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차례로 피며 강한 향기를 풍긴다. 꽃 모양은 전형적인 콩과식물 꽃 모양을 하고 있다.

윗부분에 위치한 기 꽃잎(기판)은 넓은 타원형으로 우산처럼 위를 덮고 있고 아랫부분 중심의 용골 꽃잎(용골판)은 양쪽의 날개 꽃잎(익판)보다 길며 꽃의 중심부는 노랗다. 수술은 10개, 암술은 1개이고 꽃이 지고 나면 작은 콩꼬투리가 여러 개 달리는데 갈색 털로 덮여있다.

칡의 영어명은 쿠주(kudzu)이며 일본 명인 쿠주(クズ)를 그대로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속명 푸에라리아(Pueraria)는 덴마크 식물학자 푸에라린(Puerarin)(1765-1845)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며 덩굴성 식물에 주로 적용한다.

종명 툰베르기아나(thunbergiana)는 린네 학파인 칼 피터 툰베르그(Carl Peter Thunberg)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전 세계를 비롯한 일본을 방문하여 칡과 관련이 있다. 후에 웁살라 대학의 식물학 교수가 되었다.


칡은 쓰임새 많은 매우 유용한 식물임과 동시에 유해성 식물로 악명이 높아 제거의 대상으로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뿌리와 꽃을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한방에서는 칡의 뿌리를 갈근(葛根), 꽃을 갈화(葛花)하며 갈근은 갈근탕의 중요한 원료로서 해열, 진통, 고혈압에 사용한다.

특히 건조한 칡의 꽃인 갈화는 갈증을 없애고 숙취로 인한 구토, 식욕부진, 장 출혈 증세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술 깨는 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칡의 전분을 갈분(葛粉)이라 하고 농촌에서 가뭄이나 전란으로 식량이 모자라던 시절 중요한 구황식물(救荒植物)로 많은 백성의 목숨을 구하는데 기여했다.

잎은 건조하여 차대용으로 이용한다. 칡덩굴의 껍질로 짠 옷감을 갈포(葛布) 그리고 종이를 갈포지(葛布紙)라 하는데 최근 실내장식용 벽지로 쓰인다고 한다. 또한 농촌에서 칡덩굴로 삼태기, 광주리, 바구니 같은 생활용 기구를 만들어 요긴하게 사용했고 끈 대용으로도 널리 사용했다.

뿌리, 줄기, 꽃, 잎 모두가 우리 생활에 요긴하게 응용되는 식물도 그리 흔치 않다. 하지만 칡은 콩과식물이라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고 생명력이 지나치게 왕성해 생태계에 해로운 면도 있다.

1876년 미국 남부는 일본에서 칡을 도입했는데 주위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식물이라는 인식이 점점 커지면서 1953년 미국 농림부는 유해식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고 칡 제거에 매년 5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지출한다고 한다.

모든 식물은 태양광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지만 지혜롭게도 이웃과 조금씩 나눠 가짐으로써 서로 상생의 길을 모색한다. 하지만 칡은 커다란 넓은 잎을 갖고 있어서 덩굴이 다른 식물을 덮어버리면 빛이 완전히 차단되어 고사하게 된다.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단면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칡의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이 점점 주목받고 있다. 갈등(葛藤)이라는 단어의 갈(葛)은 칡이며 등(藤)은 등나무이다.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으면서 자라고 칡은 왼쪽으로 감으면서 자라므로 두 식물이 얽힌 상황이 인간시회에서 나타나는 어려운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뿌리에는 프에라린(puerarin), daidzein(다이드제인), daidzin(다이드진)이 있고 꽃인 갈화에는 텍토리게닌(tectorigenin)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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