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는 깊은 산골짜기에서 자라는 희귀한 꽃이 아니라 마을 뒷산이나 집 근처 풀밭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꽃이어서 매우 친숙한 여름 꽃 중의 하나이다. 야생화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엉겅퀴는 대부분 알아본다.
엉겅퀴는 70센티미터에서 1미터 정도 자라고 갈라진 줄기 끝에 탐스러운 진분홍색 꽃이 한 송이씩 핀다. 줄기에는 백색 털이 나있고 기다란 톱니 모양의 잎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촘촘히 돋아있어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혹시 엉겅퀴 꽃에 호랑나비라도 한 마리 앉아서 꿀을 빨고 있다면 모든 사진작가들이 사진에 담고 싶어 하는 광경일 것이다. 하지만 근래 그러한 광경을 거의 목격할 수 없다. 농약이나 환경오염 탓이겠지만 나비의 개체수가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엉겅퀴와 비슷하게 생긴 꽃 중에 지느러미엉겅퀴가 있다. 꽃이 피는 시기를 비롯해서 꽃의 모양과 잎 둘레에 돋아난 날카로운 가시 등 흡사한 면이 많지만 다른 점도 많다. 엉겅퀴가 우리나라의 토종식물인 반면 지느러미엉겅퀴는 원산지가 유럽인 귀화종이고 귀화 시기는 우리나라 농경문화가 시작될 무렵이라고 하니 우리토종이나 진배없는 식물이다.
또 한 가지 차이점은 엉겅퀴는 여러해살이풀인 반면 지느러미엉겅퀴는 두해살이풀(월년초)이다. 지느러미엉겅퀴의 특징은 줄기의 양측에 지느러미 모양의 날개가 붙어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느러미엉겅퀴라는 이름을 얻었다. 엉겅퀴라는 이름의 유래는 피를 엉기게 하는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 식물은 모두 국화과 식물이지만 속명(屬名)은 다르다. 엉겅퀴는 서슘속(Circium)이고 지느러미엉겅퀴는 카두스속(Carduus)이다. ‘서슘’은 그리스어로 ‘정맥확장’이라는 뜻을 갖고 있고 ‘카두스’는 라틴어로 ‘엉겅퀴’라는 뜻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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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나 지느러미엉겅퀴의 꽃처럼 머리모양의 꽃차례를 두상화서(頭狀花序)라고 하는데 두상화서는 겉으로 언 듯 보아 한 송이 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무수히 많은 작은 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꽃이다.
두상화서를 구성하고 있는 꽃 하나하나가 꽃잎이 없는 통꽃일 경우 이를 통상화(筒狀花)라 하고 혓바닥 모양의 꽃잎이 있는 통꽃을 설상화(舌狀花)라 한다. 꽃에 따라서 통상화와 설상화를 모두 갖추고 있기도 하고 또는 통상화나 설상화 중에서 한가지만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있다.
엉겅퀴는 통상화만으로 구성된 꽃의 대표적인 예이고 설상화만으로 만들어진 꽃의 대표적인 꽃은 민들레이다. 두상화서를 구성하는 작은 꽃들은 독자적으로 암술과 수술을 갖추고 있고 따라서 수정을 통해 각각 씨앗을 맺는다.
가을에 꽃이 지고나면 하얀 솜털뭉치 모양의 열매를 맺게 되는데 씨앗은 안쪽으로 배열되어 있고 씨앗 하나하나에 붙어있는 솜털은 외부를 향하여 배열되어 있어서 하얀 솜방망이처럼 보이게 된다. 씨앗 하나하나에 따로따로 달린 솜털은 바람을 타고 멀리 나라갈 수 있어서 씨앗을 퍼지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씨앗의 솜털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한 수단이다.
일반적으로 가시가 있는 식물은 독성이 없다. 독성물질을 내포하고 있지 않은 식물은 해충의 피해를 쉽게 입을 수 있다. 그래서 가시를 만들어 해충이나 다른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엉겅퀴도 가시가 있는 식물이어서 독성이 없음으로 어린식물은 나물이나 국거리로 훌륭하며 줄기는 껍질을 벗겨서 생으로 먹거나 된장이나 고추장에 박아 두었다가 반찬으로 먹을 수 있다. 한방에서 엉겅퀴는 대계(大薊)라하고 지느러미엉겅퀴는 비렴(飛廉)이라 하여 피를 멎게 하는 지혈 또는 해열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