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 남자가 부인 손에 이끌려 응급실에 왔다. 부인 왈, 어제 이른 오후부터 남편이 가벼운 구토 증세와 기침을 시작하였고 호흡이 평상시 보다 빨라짐과 함께 미열 증상을 보여 혹 작년과 같이감기로 시작해서 폐렴 증상으로 악화될까 염려되어 응급실로 오게 된 것 이라고 한다. 응급 전문의가 작성한 환자의 병력을 보면 (1)당뇨 (2)관상동맥질환 (3)atrial fibrillation(심방세동) (4)전립선 비대증 (5)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 환자는 무기력증(lethargy)를 호소하고 현재 왜 자기가 응급실에 있는지 또 지금이 낮 또는 밤인지 구분 할 수 없는 의식 변화(AMS)를 보였다. 응급실에서 실시한 인플루엔자 감염 테스트는 음성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환자들의 초기진단(initial diagnosis)기록을 살펴보면, AMS또는 ALOC(Altered Level of Consciousness)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AMS/ ALOC를 좀더 구분해보면, confusion, amnesia, loss of alertness and orientation, delirium, dementia, lethargy, defects in judgment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지금껏 필자가 목격한 응급실 AMS 환자의 대다수는 소위 정신병자의 정신 착란(functionalpsychiatric disorders) 케이스 보다는 외상이나 감염(meningitis), metabolic disorders(혈당 이상, 비타민결핍, serotonin syndrome), 전해질 이상, 저산소증(hypoxemia), 뇌졸중, 약물/독극물 복용, 간질(seizure) 등으로 인한 Organic Brain Disorder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응급전문의는 AMS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먼저 환자의 병력, 약력을 확인함과 동시에 CT scan, drug screen/혈중알콜, CBC w/differential, MRI, 전해질 검사, arterial blood gas, 혈당체크, lumbar puncture(meningitis가 의심되는 경우)같은 진단테스트(diagnostic work-ups)를 통하여 rule out process(단계적으로 다양한 가능성 배제를 통한 원인 유추과정)를 실시한다. 응급실로 실려온 알콜 중독 노숙자의 경우 영양결핍으로 인한 비타민 B6 결핍증, 체중감량을 위한 극심한 채식주의(vegan diet)가 결국 비타민 B12 결핍증을 야기하여 AMS를 일으킨 틴에이저도 목격하였다.
임상약사의 약력 조사(home medication history consult)를 토대로 응급의는 현재 환자의 증상이 특별히 약의 부작용이나 상호 작용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MRI 결과 환자의 뇌에 출혈이나 경색 (acute infarction, mass, hemorrhage)이 음성으로 나왔고 혹 UTI (요도감염)으로 인한 sepsis(패혈증)을 의심하였으나 뇨검사 결과를 가지고는 요로감염증으로 보기에는 애매한 상황이었다. 결국 폐 엑스레이(chest X-ray)결과 infiltrate와 atelectasis(무기폐)가 발견되어 일단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에 무게를 두고 몇 일 후 혈액 배양(blood culture)결과가 나올때 까지 cefepime 주사제 2그램을 매 8시간 마다 투여하기로 결정하였다.
Cefepme항생제 선택 이유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community acquired pneumonia/ bacterial meningitis/ pyelonephritis (요로감염을 통한 신장염)에 요긴한 ceftriaxone (3세대 세파계)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작년 이맘때 쯤 이 환자가 폐렴으로 입원했던 것을 고려하여 내성이 강한 Pseudomonas aeruginosa 균을 사정권 안으로 놓기 위한 주치의의 선택이었다.
입원 다음날 환자 의식이 많이 회복 되었고 기침도 거의 없으며 저산소증도 보이지 않았다. 병동 주치의는 CT scan 결과를 토대로 폐렴보다는 무기폐증으로 진단하여 inhaled bronchodilator를 가지고 환자의 breathing therapy를 시작하였다.
입원 첫날 라운딩때 환자는 의사에게 왼쪽발에 통증을 호소하였고 특히 앉아 있을 때 보다는 서있을 때 심한 통증을 호소하였다. 통증 부위를 살펴본 결과 홍반점(erythematous rash)과 함께 dry cracked skin이 오른쪽 발목에서 발견되었다. 주치의는 곧 leg cellulitis로 인한 패혈증을 의심하였고 blister가 없음을 확인한 후 MRSA균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고 항생제를 ceftriaxone에서 cefazolin으로 대체하였다. 이유는 주로 피부밖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일단 벌어진 피부를 통해 체내로 침투하면 때로는 치명적 패혈증까지도 일으키는 스트렙토와 스테피 계통의 그램 양성균(Streptococcus and Staphylococcus)을 잡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을 읽는 약학도는 왜 cefazolin이 surgeon(외과 수술전문의)들이 수술 전 후 (pre/post operation)에 애용하는 항생제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주치의 최종 진단은, 발목의 dry cracked skin을 통하여 cellulitis가 발생하였고 이것이 패혈증으로 악화되어 toxic metabolic encephalopathy를 일으켜 AMS가 발생한 것으로 나와있다. 필자가 좀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환자의 WBC(>12,000), RR (Respiratory Rate >20), 그리고 체온(>38)은 SIRS (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 조건을 만족시켰고 blood culture 결과 스트렙토균이 검출되어 주치의는 패혈증으로 인한 AMS라고 최종 진단을 내린 것이다.
이 케이스는 다시 한번 일선 개국 약사들의 환자 카운슬링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당뇨병약 처방을 받은 약국 환자에게 혈당 관리 중요성과 함께 수시로 발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카운슬링은 바로OTC 매출(foot cream, diabetic socks, foot pad)로도 연결 될 수 있을 것이다. 당뇨병 환자가 foot care를 소홀히 하여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foot amputation) 비극을 필자는 적잖이 목격하였다. 다시금 일선 개국 약사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필자 약력> 임 성락 약사
-성균관 약대 졸업
-버틀러 약대 졸업
-퍼듀 약대 대학원 졸업
-월그린 약국 근무
-미 일라이 릴리 제약 근무
-현, 인디애나 의대 부속 병원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