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이라는 청년이 상담 창구에 서 있다. 많이 괴로운 표정이라 왜 그러냐 했더니 자기가 "Cold Turkey"로 상용하던 우울증약을 끊었더니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무슨 방법이 없겠냐고 한다.
우울증약은 Tapering하며 서서히 중단하는게 좋은데 왜 그랬냐 하니까 가엾게도 실직으로 보험이 끊어져서 그랬다고 한다.
그 전부터 약을 끊을려고 생각하다 마침 잘 됐다 싶어 "Cold Turkey"로 끊었는데 후유증이 장난이 아닌 것 같다고.
머리가 어지럽고 메스껍고 우울하다 갑자기 흥분하기도 하고 정신도 혼미해지는 것 같다 한다. 무슨 약을 복용했나 보니 항우울약 Celexa(Citalopram) 40mg을 하루에 한 번 복용했는데 약을 끊은지는 한 2주일쯤 되는 듯 했다. 40mg이면 적은 용량도 아닌데 거의 1년 이상 먹은 약을 갑자기 끊다니 좀 무모했다.
보험이 없어도 이 약은 제네릭이 있으니 비교적 저렴한 편이고 디스카운트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한달에 20불 정도이니 일단 계속 복용하고 보험이 없어 부담이 좀 되더라도 의사와 상의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Tapering방법은 1주일씩 용량을 반으로 줄여가는 거라고 알려주었다. 20mg-10mg-5mg 이런식으로. 다행히 아직 리필이 남아 있어 한달치를 건네 주었다.
"Cold Turkey"란 갑자기 복용하던 약 등을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서서히 줄여나가는 Tapering과 반대되는 말로 존같이 우울증약이나, 마약, 술, 담배 등을 갑자기 중단하는 경우에 쓰이는 표현이다. 추수감사절 기간 내내 술을 많이 마신 후 먹다 남은 찬 칠면조 음식을 먹는다는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어쨌든 복용하던 약 등을 갑자기 끊으면 존과 같은 금단 증상이 일어난다.
Tapering해야 하는 약 중에 대표적인 것은 스테로이드, Prednisone류다. 이 약은 미국의 옻나무인 Poison Ivy에 의한 rash나, 기관지천식, 또는 관절염 등에 쓰이는데 초기의 용량에서 서서히 줄여나가는 방법을 쓴다. 이를테면 30mg씩 3일, 20mg씩 3일, 10mg씩 3일 이런식으로.
이 약을 이렇게 Tapering하는 이유는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스테로이드, 코티졸의 생산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코티졸은 'negative feedback system'으로 생산되는데 외부에서 스테로이드를 많이 넣어주면 우리 몸이 신호를 잘못 인지해서 체내 코티졸 생산을 중단 할 수 있다. 그래서 tapering으로 서서히 줄여 주면서 코티졸의 정상적인 생산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마약중독환자들에게는 Suboxone을 투여하면서 Tapering효과를 얻는다. Suboxone은 Buprenorphine과 Naloxone의 복합제인데 Naloxone은 마약수용체에 길항약으로 작용하고 Buprenorphine은 반작용, 반길항약으로 작용하여 tapering효과를 얻는다.
서서히 마약의 효과를 낮추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환자(?)들은 이 약이 마약 중독 치료제인데도 불구하고 SNORT(가루로 만들어 코로 흡입함) 하여 남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film type으로 나와 해독제 Suboxone의 변용을 막고 있다.
약을 복용하기 시작할 때도 새로운 약에 대한 적응을 위해 서서히 용량을 증가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우울증약 같은 정신과약은 부작용이 심하므로 저용량부터 서서히 시작하면서 자신에 맞는 약을 찾아야 한다. 당연히 "Cold Turkey"는 맛이 없다. 일부 상했을 수도 있다. 찬 것보다는 데워 먹는게 훨씬 낫다. 그러므로 약을 복용하거나 끊을 때는 Tapering으로 몸의 적응력을 높히는 게 좋다.
*본 칼럼 '위싱턴 약국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